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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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장 최도식1
똘빡이 가발을 벗어들고 울 듯한 표정을 지었다. 반들반들한 앞이마와 정수리 부분을 무성한 주변머리가 둘러싸고 있다. 막 떠오른 아침 햇살을 받은 민머리 부분이 반짝반짝 빛났다.
[숲 속의 옹달샘!]말순이 조그맣게 말했다.
“맞아 맞아!”
“크크큭!”
여자들이 소리죽여서 킥킥거렸다.
“와, 반짝이 아저씨다.”
주방에서 나온 미나가 큰 발견이라도 한 양 손을 번쩍 들고 소리쳤다. 똘빡의 얼굴이 삶은 문어처럼 변색했다.
“점마는 상태가 와 저러노?”
어처구니없어진 무쌍이 넙치를 쳐다보았다. 원형 탈모증도 아니고 기계충 먹은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면도날로 수심초 처리한 것도 아니다.
“주특기가 박치기라서 똘빡입니다. 맨날 나무에 대가리를 박아대는데 터러기가 성하겠심니꺼. 그래도 점마 박치기 한 방에 나자빠지지 않는 놈이 없심더.”
넙치가 비시시 웃었다.
“하이고, 지랄도 가지가지 한다. 임마, 눈부시다. 얼른 덮어!”
“넵! 감사합니다.”
똘빡이 잽싸게 가발을 덮어썼다.
“거머리 새끼들은 알아봤나?”
“옙, 풍국캐피탈은 정식 등록된 소매 금융업쳅니다. 중소기업과 개인을 상대로 대부업을 하는 일본계 자금입니다. 풍국파가 대부와 추심을 맡고 있는데 실소유주는 야마구치파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공식적인 영업 이자율은 월 4%로 노원동과 비산동, 성서의 작은 업체가 주 고객입니다.”
넙치는 삼식파에서 똑똑하기로 소문난 주먹답게 핵심만 추려서 보고했다.
“월 4%? 내가 듣던것과는 다르구마. 그 정도면 별 문제 없을 텐데?”
무쌍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건 공식적인 영업이고 비공식 영업을 하는 별동대가 따로 있습니다. 선이자 10%를 떼고, 월 5% 이자로 출발해서 매달 1%씩 이자율이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트 영업을 합니다.”
“헐, 일 년 후에는 월 30% 이자를 물어야 한다는 소리군. 이년만 지나면 이자가 원금의 열 배쯤 되겠구마.”
무쌍이 입을 쩍 벌렸다. 김기택이 결딴날만했다.
“그렇습니다.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 심리를 이용해서 개구리를 삶아 죽이듯이 천천히 골수까지 빼묵는다고 봐야지요. 조폭 망신은 독으로 시키는 놈들이지예.”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하면 폭력을 쓰고, 만기가 되면 상환을 못 하게 피해 다니겠지?”
“그렇습니다. 추심 전문팀이 달라붙으면 조상 무덤의 비석까지 탈탈 털립니다. 씨아(목화씨를 빼는 기구)에 불알을 넣고 견디는 놈도 사채 이자를 갚지 않고는 못 견딜 겁니다. 똥구멍에 박힌 콩나물 대가리를~ 앗 죄송합니다. 문디 콧구멍에 박힌 마늘도 빼먹을 악질입죠.”
넙치가 무쌍의 눈치를 보고 잽싸게 언어를 순화했다.
“비공식 추심원도 풍국파 조직원인가?”
“기획과 지휘는 풍국파 조직원, 실제 양아치 짓은 외곽 조직원으로 이원화되어 있습니다. 일본인은 책임자 한 놈만 상주하고 월말에 높은 놈들이 감사를 나온답니다. 악어 장영팔이 추심 담당 별동대 보스입니다. 한번 물면 절대로 놓지 않는 악질이지요. 장기 매매, 강간 폭행은 다반사고, 남자는 멍텅구리배에 팔아넘기고, 여자는 사창가에 팔아넘기는 악질중의 악질이 그놈입니다.”
“어머나, 진짜 나쁜 새끼네. 오빠, 그 새끼 팔다리를 뿐질러서 시장 바닥에 기어 다니게 만들어요.”
듣고 있던 진순이 자기 간을 떼인 것처럼 버럭 했다.
“오빠, 다 패 직이라.”
“산채로 땅에 파묻어야 돼.”
연순과 계순이 소리 질렀다.
“어머 어머!”
영희와 영지는 살기등등한 세 자매를 아연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살벌한 기세에 넙치와 똘빡도 움찔했다.
“아가씨들, 존경합니다. 큰형님 동생분으로 손색없심더.”
넙치가 엄지를 척 올리고 똘빡이 허리를 구십 도로 숙였다.
‘허이고, 내가 앓느니 죽는다 죽어!’
무쌍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모진 놈 옆에 있으면 닮아간다더니 계집애들이 언사가 시장 바닥 각다귀 수준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꼬리를 자를 작정이겠지. 위치는?”
“본사는 노원동에 있고, 부산에 지부가 있심더.”
“본사가 대구에?”
무쌍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뭔가 거꾸로 된 듯했다. 일본계 자금은 대부분 부산에 뿌리를 둔다. 뭔가 또 다른 사정이 있다는 소리다.
“풍국파 보스는 어떤 놈이야?”
“박기충이란 놈인데 이 바닥에 별로 알려진 놈이 아닙니다. 쪽발이 책임자는 야마자끼라 카는 놈인데……. 글마 소속이 머라카더라~”
넙치가 기억을 쥐어짜자 똘빡이 거들었다.
“해임요, 히가시혼간지(동본원사)에서 나왔다 캅띠다.”
“아! 맞다. 히가시혼간지!”
손바닥을 치켜들던 넙치가 불에 덴 듯 흠칫했다. 무쌍의 눈치를 슬슬 보며 돌빡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가산 산성에서 쫄따구를 개 패듯 패다가 괘씸죄에 걸렸던 기억이 가슴을 서늘하게 훑고 지나갔다.
“히가시혼간지는 교또에 있는 절 아이가. 이놈의 나라는 왜놈에게 털리다 털리다 쪽발이 중놈에게도 털리는구마.”
짜증이 확 솟았다. 히가시혼간지가 포교를 빌미로 부산에 입성한 지 백년이 넘었다. 말이 사찰이지 닌자 집단의 원류로 야쿠자 세계에서는 본가와 같은 존재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들의 경제 침탈을 뒷받침해준 후원자가 히가시혼간지다. 놈들이 풍국캐피탈 본사를 대구에 두었음은 부산에 놈들의 또 다른 유사 금융업체가 있다는 소리다.
일본 불교는 한국 불교와 성격이 전혀 다르다. 한국 불교가 속세를 멀리하는 산중 불교라면, 일본 불교는 생활불교, 종파불교, 경제불교다. 일본 사찰 대부분이 기업을 운영하거나 가게를 운영한다. 부처님의 이름을 빌려서 돈벌이에 나선 기업으로 염불은 뒷전이고 잿밥만 챙긴다. 참배 대상도 부처님보다는 개산 조사나 주지승이다.
안기부 국내 담당이 해야 할 일이 독버섯처럼 자라는 야쿠자자금과 짝퉁 사찰 자금의 동태 파악이다. 내장이 곪는 줄은 모르고 자신의 뒤나 캐려는 이대덕이 새삼 괘씸했다. 어쩌면 외자 도입이란 명분에 밀려서 오불관언 눈감아 주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런데 히가시혼간지를 누구에게 들었더라?’
무쌍은 기억을 더듬었다. 분명히 누군가 언급했었다.
“큰형님!”
무쌍이 생각에 잠겨있자 넙치가 조심스럽게 불렀다.
“어! 계속 이바구 해라.”
“지난달에 감사 나온 쪽발이들이 사이 도지쿠 육순 생일 기념회 비용을 추가로 준비해야 한다고~”
“억, 사이 도지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까맣게 잊고 있었다. 노바토피아로 종신노역형을 보낸 아베가 히가시혼간지 일급 닌자였다. 그놈이 말하기를 실종된 최도식이 히가시혼간지 대사부라 했다. 살인의 망각이 일상의 망각으로 확장된 탓일까. 중요한 연결고리를 잊어버린 자신이 한심했다.
“최도식, 살아있었더냐!”
뿌득- 이빨이 절로 갈렸다. 역시 놈은 살아있었다. 최도식 수준의 무예가는 치명상을 당해도 시체를 직접 확인하기 전에는 죽음을 장담하지 못한다. 본인도 강인한 피지컬과 정신력으로 죽음의 위기를 수차례 넘기지 않았던가.
놈이 멀쩡히 살아나서 육순 기념회를 열었다. 목에 걸린 가시가 현실화되었다. 악연은 질기고,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김기택과 만남이 최도식으로 연결될 줄이야!
“놈의 무력은 어느 정도일까?”
코끼리도 블랙맘바에 물리면 죽는다. 방태산에서는 얼결에 자연동화술을 체득하고 기습으로 패퇴시켰을 뿐, 일초지적에 불과했다. 에피듐으로 각성한 당시엔 피지컬 능력밖에 없었다. 그동안 오금공을 익히고 초감각과 초상능력을 얻고, 현대 무기술과 전투력을 익혔다.
종합전투력은 말할 것도 없고, 근접 전투력도 비교할 수 없이 강해졌다. 당시에 최도식은 한걸음에 30m를 건너뛰고 손가락으로 바위에 구멍을 뚫었다. 지금 맞붙으면 어떻게 될까?
종합전투력은 압도적이다. 자신의 장기는 스나이핑이다. 근접전투를 벌일 것 없이 스나이핑으로 머리에 구멍을 뚫어주면 게임 끝이다. 수류탄 연속 투발로 퇴로를 차단하고 쓰리텝으로 갈기면 최도식 할애비라도 견디지 못한다.
근접 격투를 벌인다면? 피지컬 능력은 자신이 앞서고, 경험에선 밀린다. 근래 지풍을 얻었지만, 번갯불처럼 대타가 오가는 상황에서 써먹지도 못한다. 기를 집중하는 순간에 목이 댕강 날아간다. 암혼장을 익힌 최도식도 마찬가지다. 풍륜이 바위를 쪼개고 거목을 자르지만, 놈이 기를 압축하는 순간에 두 쪽 낼 수 있다. 놈이 한국에 있든 일본에 있든 직접 붙어보고 싶었다. 피가 끓어올랐다.
“아저씨, 갚을 돈이 얼맙니까?”
“지들 멋대로 금액을 정하니까 알 수가 있어야지요. 글마들 계산대로 이자를 치마 아매도 몇천만 원은 될낍니더.”
“대출 계약서가 있지 않습니까?”
“저번에 글마들하고 시비 붙었을 때 뺏낏심더.”
김기택이 머리를 득득 긁었다. 말하고 보니 스스로 한심하기 이를 데 없었다.
“아저씨 바보!”
세 자매가 일제히 소리 질렀다.
“어허, 이 녀석들 버릇없거러!”
무쌍이 혀를 찼다. 주먹 한번 휘둘러보지 않은 일반인이 조폭을 상대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김기택이 한심해 보이겠지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오 자매가 남자를 보는 기준이 문제다. 자신과 함께 살다 보니 보통의 남자는 전부 매가리 없이 보이는 부작용이 생겼다.
“계획적이군.”
계약서는 원본과 달리 입맛대로 수정되었을 게 뻔했다. 풍국파는 이투리 정글의 미찌 유르에 필적하는 기생충이다. 숙주의 신체에 알을 낳고 죽을 때까지 뜯어먹는 놈들이다. 하비브처럼 알라의 율법에 따라 사막에 파묻어야 할 놈들이다. 하이에나가 깔끔하게 처리하도록 말이다.
“풍국파 보스인 박기충과 별동대 보스 장영팔의 관계는?”
“상호협력하는 수평관계입니다. 장영팔은 교포 2세입니다.”
“흠, 일단 장영팔부터 정리한다. 별동대 숫자는?”
“정확히 모리겠심더. 정규 멤버는 스무 명 내외, 필요시에 조달하는 양아치는 오십 명쯤 되는 모양입니다. 정규 멤버는 지부 건물의 합숙소에서 지냅니다.”
“그거 잘됐군. 위치만 알면 숫자는 중요할 것 없어.”
무쌍이 고개를 끄덕였다. 열 명이나 백 명이나 다를 것도 없다.
“넙치, 예는 영희고 예는 영지다. 오늘부터 경호해라. 이유는 잘 알겠지? 내가 그만두라고 할 때까지 매일 아침 이곳으로 출근해서 예들과 함께 등교하고 함께 하교하도록. 걸쩍대는 놈은 뒤처리 걱정하지 말고 박살내도 좋다.”
“넵, 알겠습니다.”
“니들도 당분간 학교와 집을 벗어나지 말거라. 옆으로 새면 안 된다. 알았지?”
“네, 오빠!”
“만세, 학교 간다!”
영희가 얌전히 대답하고 영지가 좋아라. 날뛰었다. 마침 오늘이 개학일이다. 강의가 없는 영희는 빠지고 영지가 가방을 메고 나섰다.
“반짝이 아저씨, 잘 부탁해요.”
“공주님, 걱정하지 마십쇼.”
고릴라 덩치의 똘빡이 구십 도로 허리를 꺽었다.
“사장님, 고맙습니다.”
양여사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딸이 학교에 가는 날이 올 줄이야! 눈으로 보고도 현실이 아닌 듯했다.
“걱정 마시소. 똘빡 저놈이 띨해보여도 사채업자 따위와는 수준이 다릅니다.”
무쌍이 빙긋 웃고 지하실로 향했다. 도토리 키재기지만, 도토리도 크고 작은놈이 있다.
응심제 지하 이 층,
“하암, 친구가 두 번이나 오다니 별일이네. 졸졸 따라다니던 치킨은 어디 갔지?”
화문석에서 뒹굴던 깜둥이가 입이 찢어지라 하품하고는 찔끔 나온 눈물을 앞발로 닦았다.
“일본으로 휭 날아갔다. 치킨이 트리튬(tritium, 삼중수소)을 달라고 조르길래 DGSE에 문의했지. 1g에 50만 프랑이래. 식겁했어. 3,000g을 달라는데 돈이 있어야지.”
“동방불패가 돈이 없다고?”
깜둥이가 입을 삐죽거렸다.
“나 돈 없어. 보니파스가 TRF(삼중수소제거설비)를 갖춘 중수로가 시즈오카 현의 하마오카 원자력발전소에 있다고 슬쩍 알려주더라고. 하마오카의 원전은 연간 4,000g을 생산한다더군. 좌표를 줬더니 털 뽑힌 수탉이 휭 날아가데.”
“어이구 짠돌이! 이곳에 있는 황금만 팔아도~”
“그건 노란 물감을 칠한 납이야 납. 치킨이 중수로 배출구의 타이타늄에 붙어서 쪽쪽 빨아먹으면 되는데 15억 프랑이나 낭비할 이유가 없지. 그런데 그 비싼 트리튬은 왜 필요하지?”
무쌍이 얼른 말꼬리를 돌렸다.
“트리튬은 핵융합로 가동에 필요한 촉매제다. 헤카의 에너지원이 핵융합로일 가능성이 높다.”
“핵융합로? 털 빠진 수탉이 일억 도가 넘는 프라즈마를 컨트롤한다고?”
무쌍의 눈이 커졌다. 핵분열로와 핵융합로는 차원이 다르다. 핵융합로는 꿈의 기술이자 에너지원이다. 미국이 핵 추진 항모 엔터프라이즈를 취역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핵융합로는 걸음마도 떼지 못했다.
과학계도 시끄럽다. 앞으로 100년 내에 핵융합로 시제품이 가능하다는 주장과 핵융합로 구상 자체가 망상이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실정이다. 치킨이 핵융합로를 체내 가동한다? 아무리 콘크레투스의 생체 로봇이지만, 어이 상실이다.
“메틸메르캅탄이나 황화수소를 대기압 일천만 배의 압력으로 압축하면 초전도체가 만들어진다. 초전도체 박막을 백만 겹 이상 쌓아올려서 십만분의 일 마이크론 크기의 미세공을 뚫어서 트리튬 원자를 쏘아 넣으면~”
“아아, 그만 그만! 무식한 놈 서러워서 살겠나.”
무쌍이 손사래를 쳤다. 알아듣지도 못할 외계어를 들어봐야 머리만 아프다.
“그것 봐라. 설명해도 소용없잖아. 에너지원을 얻으면 헤카가 각성한다. 돌아오면 상당히 변했을 거다.”
“허이고, 지가 변해봐야 치킨이지.”
무쌍이 투덜거리며 업소용 대형 냉동고를 밀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