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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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장 사라진 두더지 9 ->여기까지 3권
“북부군의 수장이 하비브요. 와킬이 아무드와 무스타를 때려 잡았으니 내 원수는 그 놈만 남은 셈이오.”
옴부티는 아무드 대령이 죽음의 천사를 피해서 바퀴벌레처럼 살아남은 사실을 몰랐다.
“하비브는 파야에 웅크리고 있지 않소. 그곳은 우리 작전 지역이 아니요.”
모리스의 말에 옴부티가 이빨을 부드득 갈았다.
“그 놈은 북부 3개주에 거주하는 챠드 인민 모두의 원수요. 나는 와킬에게 무릎을 꿇고 애걸할거요. 놈은 아즈라일의 손길을 피하지 못할 거요.”
모리스는 독실한 무슬림이지만 옴부티의 사고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비브는 거물이다. 호락호락한 인물도 아니거니와 블랙맘바가 죽여준다는 보장도 없다. 도대체 근거없는 저 믿음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는 은근히 장난끼가 돌았다.
“블랙맘바가 왜 그런 위험을 무릅쓴단 말이요. 그는 하비브와 아무런 유감이 없소.”
“아즈라일은 이 세상과 명계 어디나 존재하는 분이요. 그가 이름을 지우면 하비브는 죽을 수 밖에 없소.”
“블랙맘바가 하비브를 처단했다고 칩시다. 당신은 그에게 무엇으로 보답할거요?”
“투아레그 전사의 최대 경의는 상대의 강함을 인정하고 노예가 되는 것이요. 나는 와킬의 노예요. 주인은 노예의 원수를 갚아줄 의무가 있소.”
“아이구!”
옴부티의 억지스런 말에 모리스는 뒷목을 움켜 잡았다.
본인도 알제리의 소수 부족 출신이지만 투아레그족의 종족 문화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마을 회관이다.”
옴부티가 중앙의 목재 건물을 가리켰다.
“피 비린내다.”
모리스가 옴부티의 어깨를 눌러 주저앉히고 땅바닥에 찰싹 눌어 붙었다.
마을 안쪽은 괴괴한 침묵만 흘렀다.
개 한 마리, 염소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젠장, 또 삽질 한 건가?”
모리스가 지향사격 자세로 게걸음쳐서 회관에 접근했다.
갈대로 엮어 만든 문을 밀치고 들어서던 모리스가 흠칫하고 물러섰다.
“옴부티! 이것 보게.”
모리스가 고함을 질렀다. 70㎡남짓한 내부에 목불인견의 참상이 벌어져 있었다.
“흡!”
옴부티의 눈이 찢어질 듯이 커졌다.
약 삼십여 구의 시체가 뒤엉켜 있었다. 전부 여자와 아이들이다. 한곳에 몰아넣고 홀로코스트를 벌인 현장이다.
모리스의 연락을 받고 마을에 들어선 용병들도 놀람을 금치 못했다.
“이기 머꼬?”
블랙맘바의 놀람에 옴부티가 대답했다.
“FAP 놈들 짓이요. 정부군도 다를 바 없지만 이런 식으로 죽이지는 않아요. 북부 인민군 놈들의 특기요. 겁을 줘서 도망가는 사람의 등을 쏘거나 한 곳에 몰아넣고 난사를 합니다.”
“이유가 뭔가?”
신병 훈련입니다.“
“으음, 생존자가 있을까?”
“없을 겁니다. 보다시피 십대가 보이지 않습니다. 십대 는 끌고 가고, 나머지는 몽땅 쏴 죽였습니다. 남자애들은 총알받이로 쓰고, 여자애들은 정액받이로 씁니다.”
“정액받이? 개같은 놈들!”
으드득- 절로 이빨이 갈렸다.
블랙맘바가 가장 증오하는 인간이 강간범이다. 엄마의 실종에 숨겨진 의구심, 자신이 덮어쓴 누명이 깊은 상처로 남았다. 살인자 이상으로 강간범을 증오하는 블랙맘바다.
짐승의 세계는 따로 있었다. 말로만 들었던 킬링필드의 현장을 직접 목격한 블랙맘바의 충격은 컸다.
군벌들의 주민 학살 사례는 귀가 아프도록 들었다. 듣는 것과 보는 것의 차이는 컸다. 놈들은 인간이 아니었다.
FAP의 명분은 외세 배척이다.
문제는 외세 배척의 공집합에 타 부족이 들어있다는 점이다. 자신의 부족외에는 모두 외세로 폄하된다.
다른 부족도 같은 국민이란 인식이 없다. 서슴없이 홀로코스트를 벌인다. 그야말로 국민은 없고 부족만 있다. 챠드의 가장 큰 비극이요, 아프리카 신생국 상당수가 공통적으로 안고있는 문제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 할 수 없다. 놈들은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측은지심조차 물 말아 먹은 놈들이다. 문화와 의식이 다를지라도 칸트식의 보편적 의지가 뭉개질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런 일을 저지르는 놈들이 알라의 가르침 운운하다니 기가 막힐 일이었다. 쓰레기 중에도 고약한 악취를 풍기는 쓰레기다. 쓰레기는 빨리 치워야 오염을 방지할 수 있다.
챠드 북부는 야만의 땅이다. 껍데기만 인간인 짐승들이 날뛰는 약육강식의 세계다.
“네놈들이 짐승이라면 더 사나운 짐승이 물어뜯어주마.”
고대 맹수를 박살내던 파란트로푸스의 전투 의지가 기지개를 켰다.
“벨맨, 시간이 얼마나 지났나?”
깨비텐의 물음에 벨맨이 수술용 장갑을 손에 꼈다.
그는 서슴없이 복부 총상 속으로 손을 밀어 넣고 휘저었다. 시취가 심했지만 침출물이 흘러나오지는 않았다.
벨맨이 복부에서 손을 뽑아냈다.
검지와 엄지에 잡힌 허연 물체가 꿈틀거렸다. 겨우 3mm남짓한 작은 구더기들이다.
“니제르 금파리 유충입니다. 성충이 시체에 알을 까 놓으면 열 시간후 부화합니다. 갓 부화한 놈입니다.”
“열 시간이 지났다는 건가?”
벨맨은 깨비텐의 물음에 외부 창상을 더듬어서 구데기 몇 마리를 집어 올렸다.
“쉬파리 유충입니다. 금파리는 상처 속에 알을 낳지만 쉬파리는 유충을 폭탄 투하하듯이 시체위에 싸지르고 갑니다. 구데기 성장 상태로 볼때 시체는 팽창기에 들어가기 직전의 후레쉬 스테이지(Flash Stage)상태입니다. 내 소견으로는 사망 삼일 전후 상태입니다.”
벨맨은 법의학을 전공한 배틀 닥터답게 구데기와 부패 상태로 사망 시기를 집어냈다.
“삼일!”
부리머가 신음했다.
삼일이면 블랙맘바가 코로뭉가의 FAP 3군 사령부를 박살낸 직후다.
‘놈들이 애꿎은 원주민에게 분풀이를 했군.’
신중한 부리머는 확실치 않은 추정을 입밖에 내지 않았다. 블랙맘바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용병들이 리더인 깨비텐의 눈치를 보았다.
백여구가 넘는 시체를 처리할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시체를 매장할 힘도 시간도 없었다.
“자연에 맡긴다.”
깨비텐의 선언에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매장해 주자는 말이 나올까봐 전전긍긍했던 것이다.
“깨비텐!”
미구엘과 함께 가옥을 수색하던 모리스 병장이 급히 달려왔다.
모리스가 손을 내밀었다.
대원들의 눈길이 모리스의 손바닥에 집중되었다.
“으음, 루거 텐!”
탄피를 만지작거리던 깨비텐이 신음했다.
탄피를 넘겨 받은 부리머 역시 눈이 커졌다.
그의 손에 들린 황동색 탄피는 길이 19mm, 직경 10mm, 흔히 볼 수 없는 탄피다. 통상의 루거 파라블럼 은 9mm다.
“틀림없습니다. HK54F입니다,”
HK54는 헤클러&코흐사에서 개발한 MP5의 다른 이름이다. 제작사가 고유의 총기 분류법에 따라 붙인 명칭이다. MP5는 각국 특수부대에서 애용하는 기관단총의 베스트셀러다. 프랑스는 제작사에 파괴력을 높인 MP5를 요구했다. 그렇게 나온 파생형이 HK54F다. HK54F는 특이하게 9mm탄이 아닌 10mm탄을 사용한다.
외인부대는 기관단총을 사용하지 않는다. 물론 개인이 구입해서 사용하는 용병도 있지만 대부분이 파괴력 높은 파무스를 선호한다. HK54의 유효사거리는 대략 200미터 안쪽이다. 스나이퍼에게 소용이 없는 물건이다. 저격/폭파중대인 되지엠 랩 4중대에서 MP5를 사용하는 대원은 없다. 값이 비싸고 별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모리스, 어디서 발견했나?”
“마을 안쪽에 비교적 넓은 집이 한 채 있습니다. 집앞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확인해 보자구.”
깨비텐이 모리스를 앞세워 마을 안쪽으로 들어갔다.
면밀한 수색이 시작되었다. 모리스가 말한 가옥은 일반 가옥의 세 배 크기였다. 세 배라고 해도 집안 면적은 50㎡에 불과했다.
용병들이 벽체를 뜯어내고, 바닥에 깔린 갈대까지 들추어냈다. 바늘이라도 찾을 기세였다.
블랙맘바의 눈이 번득였다. 시취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땅속이다. 인간의 8배에 달하는 예리한 눈이 사방을 훑었다. 닭장 아랫부분 흙의 색깔이 달랐다. 일반인이라면 구분할 수 없지만 그는 일반인이 아니다.
“블랙, 무슨 일인가?”
“장, 에밀!”
블랙맘바는 깨비텐의 질문에 대답않고 장쒼과 에밀을 불렀다. 두 사람이 달려오자 닭장을 가리켰다.
“파라”
장쒼은 동기고, 에밀은 파트너다. 이등병인 블랙맘바가 편하게 대할 수 있는 두 사람이다. 두 사람은 블랙맘바가 하이에나를 사자라고 해도 믿을 사람이다.
블랙맘바가 발굴 지점을 마킹해 주었다. 삽과 괭이를 찾아낸 장쒼과 에밀이 열심히 땅을 팠다. 오래지 않아 구덩이 속에서 시체 한 구가 나왔다.
“깊이도 묻었군. 냄새가 나. 아주 더러운 냄새가 말이야.”
깨비텐이 중얼거렸다.
평소 무표정하던 얼굴이 잔뜩 붉어졌다.
복장은 라텔팀과 다르지 않았다. 간두라를 입고 리탐으로 얼굴을 감은 전형적인 아랍 복장이다. 모리스가 카바 나이프로 겉옷을 쭉 찢었다.
팀원들의 눈이 커졌다. 간두라 안쪽에 누런 군복이 나타났다. 값싼 황토색 군복, 북부군이다. 벨트에 소련제 권총까지 매달려 있었다. 묵직한 토카레프 권총이다.
“잠깐, 벨맨, 지금부터 카메라로 기록을 남겨라.”
깨비텐의 목소리가 잔뜩 눌려 나왔다.
벨맨이 몇 컷을 찍은 다음 모리스가 가슴 부분을 칼로 파헤쳤다.
툭- 칼끝이 작은 금속 덩어리를 튕겼다. 뒤이어 탄자 한 개를 더 찾아냈다.
가슴에 박힌 두발의 총상이 직접적인 사인이었다.
부리머가 탄자를 받아들고 잡아 먹을 듯이 노려 보았다.
“10미리 HK54F탄환이 맞다.”
깨비텐의 인상이 잔뜩 일그러졌다.
HK54F 10mm탄은 프랑스에서만 사용한다. 거지같은 프롤리나트가 HK를 사용했다면 하이에나가 웃을 일이다.
“으음, 지젠느!”
깨비텐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지젠느는 대 테러팀이자 인질 구출이 주 목적인 특수부대다. 래쿤 구출에 적합한 최적의 팀이 지젠느다.
지젠느는 HK54F만 사용한다.
HK54F 탄피와 군복을 입은 아랍인에게 박힌 탄환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장쒼, 탄피와 탄자를 확인해라.”
“위!”
장쒼이 확대경을 꺼내서 탄피와 탄자의 접합부를 관찰했다.
탄자는 탄심을 피갑이 감싼 형태다.
피갑이 탄심을 감싼 탄자를 Full Metal Jacket이라 한다.현대 소총탄은 대부분이 풀 메탈 자켓형이다.
피갑은 납이나 연철같은 무른 재질이다.
고속탄은 황동제 탄피 앞 부분이 무른 재질인 탄자의 피갑을 꽉 문 형태다.
가스 폭발압을 받은 탄자가 탄피를 떠날 때 탄피와 탄자의 접합부에 미세한 스크레치가 발생한다. 전문가는 이 스크레치를 관찰해서 탄피와 탄자의 일체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벨맨이 시체 전문이라면 장쒼은 화기 전문이다.
“빙고!”
그는 스크레치가 일치하는 탄피와 탄자 한쌍을 찾아냈다.
“따꺼, 이쑤시게 빌려줘.”
“이쑤시게?”
블랙맘바가 삐딱한 표정으로 비갑에서 표창을 꺼냈다. 블랙맘바가 애용하는 가늘고 예리한 표창이다.
“아예 이빨까지 후벼줘?”
블랙맘바가 표창으로 박격포 고폭탄 탄통을 쿡쿡 쑤셨다. 두께 반인치의 탄통에 구멍이 숭숭 뚫렸다.
“헤헤, 내가 뭐랬나.”
잽싸게 꼬리를 내린 장쒼이 검첨으로 탄자와 탄피에 마킹을 해서 깨비텐에게 넘겼다.
“깨비텐, 스크레치가 일치하는 부분을 마킹해 두었습니다.”
장쒼이 탄피와 탄자를 넘겨 주었다.
깨비텐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짐작했던 일이다.
“벨맨, 탄환과 필름을 잘 보관해라. 너구리 수색은 중단한다. 즉시 캠프로 귀환한다.”
팀원들도 바보가 아니다. 모두들 얼굴이 굳어졌다.
라텔팀은 즉시 옹우르 오아시스를 빠져나왔다.
캠프에서 씨레이션으로 배를 채운 팀원들이 깨비텐의 지시없이 모였다. 모두들 지치고 우울한 얼굴이었다.
“부리머, 어떻게 생각하나?”
“솔직히 말해도 됩니까?”
깨비텐이 대답없이 피곤한 눈빛으로 대답을 재촉했다.
“삽질입니다.”
부리머 중사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픽업 몇 대로 광활한 사헬을 헤메는 이 빌어먹을 작전 자체가 말도 안됩니다. 너구리는 벌써 날랐습니다. 우리 팀은 악어 사육장에 던져진 닭고기 신세란 말입니다.”
마이크 중사의 격한 말에도 깨비텐은 미간만 찌푸렸다.
“마이크, 함부로 말 하지마라.”
부리머가 마이크를 제지했다.
“뭐라고, 내가 못할 말을 했나?”
명상에 빠져있던 블랙맘바가 눈을 번쩍 떴다.
‘망할, 저 인간 눈깔만 보면 힘이 쭉 빠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