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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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장 최도식11
단단한 두개골도, 암혼기도 1,000kg 타공기 해머에 상당하는 타격은 버티지 못했다. 최도식의 코와 귀에서 피가 주르륵 흘렀다. 두개골이 깨지고 뇌가 물결처럼 흔들렸다. 감각 제어 연산이 툭 끊어지자 심해에 들어간 듯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도 않았다.
“끝장내 주지. 헛!”
재차 따라붙던 무쌍이 공중제비를 돌았다. 쉭쉭쉭- 빠바박-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탄자 수십 개가 발밑을 스쳐서 벽에 줄줄이 박혔다. 의식이 끊어졌지만 50년 고련 한 최도식의 육체는 스스로를 방어했다.
비잉- 암혼기가 전신을 치달렸다. 감각기관이 열리고 출혈이 멎었다. 충격으로 인한 블라인드 현상이 걷혔다. 흔들리고 비틀리던 사물이 제자리를 잡았다. 천주부동세의 37호가 시야를 가득채웠다. 최도식은 무표정한 얼굴로 무쌍을 노려보았다.
‘저놈이 인간인가?’
표정 관리를 했지만, 간이 떨어질 만큼 놀랐다. 손맛은 제대로였다. 내기가 실린 암혼장이 정통으로 거궐혈을 강타했다. 천 년 바위가 산산조각나고 남을 역도가 실린 손바닥이다. 엎어져서 피를 토해야 할 놈이 당당히 버티고 서있으니 기가 막혔다.
최도식은 암혼기를 돌려서 저릿한 손을 풀었다. 저놈은 피륙이 아니라 동장철골로 만들어진 몸뚱이다. 암혼장을 쳐낸 손바닥만이 아니다. 놈과 맞부딪힌 팔다리가 저리고 뼈마디가 덜걱거렸다. 철갑을 두른 코끼리와 싸우는 기분이었다.
‘저놈이 그놈이 맞나?’
청년의 하루는 노인의 일 년보다 길다는 말이 있지만, 그것도 정도 문제다. 일초지적도 못되던 놈이 7년 만에 내기를 뿜는 고수가 되었다? 자신과 대등하게 겨룰 수 있다? 무척 기분 나쁜 농담이다. 설사 자신이 지난 7년 동안 전력을 기울여 가르쳐도 지금의 경지는 어림 턱도 없다.
37호의 존재에 회의가 들었다. 천하제일의 신체와 정신력을 가진 놈이지만 가능성일 뿐이었다. 기공을 활용하는 수준에 도달하려면 천품을 타고나도 최소 30년의 수련기간이 필요하다. 깨달음의 영역은 노력한다고 얻어지지 않는다.
황당하게도 놈의 손발에 숙살(熟煞)이 실렸다. 기(氣의) 최고봉은 숙살기(熟煞氣)다. 숙살기는 최고의 재질을 가진 자가 팔열지옥과 팔한지옥을 헤쳐나왔을 때 얻어지는 기공이다. 직접적인 타격을 받지 않더라도 숙살기에 접하면 방사능에 오염되듯 세포가 변형되거나 죽는다. 최도식은 머리를 흔들었다. 저놈은 과거에도 이해 못 할 놈이었고 현재도 이해할 수 없는 놈이다.
당연히 이해할 수 없다. 블랙맘바는 최도식이 알고 있는 대로 팔한지옥과 팔열지옥을 떠돌았다. 그의 손에 유명을 달리한 인간의 숫자만 수천 명이다. 숙살기라 칭해지는 공진파를 얻지 못할 이유가 없다. 실험체 37호가 전장의 악몽, 죽음의 천사 블랙맘바임을 알지 못하는 한 최도식의 의문은 풀릴 가능성이 없었다.
‘대법을 풀어야 하나?’
최도식은 고민에 빠졌다. 역기충혈대법은 생명을 갉아먹는 법술이다. 신체를 오버히팅하기 때문에 생명이 1년 이상 단축된다. 망설이는 또 다른 이유는 37호의 자질에 대한 미련이다.
북한과 대치 중인 한국의 경찰력과 군사력은 끔찍할 정도였다. 사건이 터지면 일순간에 전투경찰 수백 명을 태운 닭장 차가 달려오고, 군부대에서 완전무장한 군인 수천명이 쏟아져나왔다. 간첩으로 몰려서 죽을뻔한 사건이 한두 번이 아니다.
화약 무기와 발전된 전술 앞에 개인의 무력은 별반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세상을 오시하는 법술과 무예를 익혔지만, 현대 화기로 무장한 떼거리에는 당할 재간이 없었다. 인간이 아무리 빨라도 마하 속력으로 움직일 수 없고, 신체를 아무리 단련해도 총탄을 막을 수 없다. 천하의 고수도 신삥 경찰이나 이등병이 발사한 총알에 무력화된다. 지난 수십 년간 초인의 조력을 받지 못하는 천인의 한계를 절감했다. 37호의 전투력과 자신의 법술이 결합하면 세상을 발아래 둘 수 있다.
갈등은 오래가지 않았다. 37호는 이미 이빨과 발톱이 다 자란 맹수다. 자신이 거둘 수 있는 그릇이 아니다. 먹이와 채찍질로 순치되지 않는 맹수는 죽일 수밖에 없다. 사로잡으려다 자신이 잡아먹힐 판이다.
최도식은 대추혈과 승장혈을 손가락이 푹 들어가도록 타혈했다. 쏴아아- 둑이 터지자 갈무리된 내력이 폭포처럼 쏟아져 나왔다. 혈관이 울룩불룩 솟구치고 근육이 팽팽히 부풀었다.
무쌍은 식겁한 최도식과 달리 느긋했다. 트라우마로 남아있던 최도식이 막상 붙어보니 별것 아니었다. 어릴 때 고양이에 할퀸 경험이 각인되면 어른이 되어서도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심리와 비슷했다.
최도식은 스피드와 보법, 임기응변이 뛰어나지만, 빠른 만큼 가벼웠다. 피지컬 능력과 신법은 자신이 압도적이다. 놈이 어떤 비기를 감추고 있는지 모르지만, 자신이 풀어놓지 않은 비기가 많다. 공진파, 자연동화술, 염동력, 지풍은 선보이지도 않았다. 환갑 늙은이에 체력으로 밀리면 동방불패라는 닉네임이 한심해진다.
“네놈 이름이 뭐냐?”
최도식이 무쌍의 이름을 묻기는 처음이다. 최도식은 스스로를 천인(天人)이라 여기는 자존망대한 인간이다. 그가 이름을 기억하고 이름으로 상대하는 사람은 자신이 인정한 극소수의 사람이다. 나머지는 숫자로 부른다.
“동방불패!”
“훗, 미친놈!”
시퍼렇게 날 선 살기가 확 뿜어졌다. 놀림을 당했다 여긴 최도식이 진각을 밟았다.
‘허깨비가 따로 없군!’
빠르고 표홀한 움직임이 과히 일절이다. 파악- 이지관수가 두 눈을 찔렀다. 닌자 아니랄까 봐 매초식 마다 악랄하고 지저분했다. 팔꿈치를 툭 처 올리고 좌측으로 빙글 돌아가던 무쌍이 흠칫했다. 최도식의 스피드와 공격 패턴을 읽었는데 그게 아니다. 우측에서 주먹이 뻗어나올 시점에 반대쪽에서 슬격이 벼락처럼 들이닥쳤다. 갑자기 절반은 더 강해졌다.
무쌍의 신체가 통나무처럼 뒤로 넘어갔다. 최도식은 상대가 철판교로 바닥에 가라앉은 수유의 틈을 놓치지 않았다. 부악- 무릎이 쭉 펴지며 뒤꿈치가 그대로 가슴을 내리찍었다. 다급해진 무쌍은 타격부위에 공진파를 겹겹이 쌓았다.
펑- 타격치고는 묘한 충격음이 울렸다. 마치 스티로폼을 걷어찰 때 나는 소리다. 손해를 본 무쌍이 오뚝이처럼 튀어 올랐다. 윙- 가위 치기로 차낸 발이 미사일처럼 솟아올랐다. 작용 반작용의 법칙이 무시된 몸놀림에 놀란 최도식이 무릎으로 솟구치는 발을 막았다. 뿌악- 역도에 밀린 최도식의 몸이 불쑥 솟구쳤다. 윙- 예외 없이 연환격이 들어왔다. 최도식은 저항 없이 발차기에 몸을 싣고 훌쩍 물러났다. 푸우- 탁해진 호흡을 내뱉고 산소를 보충했다.
파바박- 두 괴물이 다시 맞붙었다. 무쌍의 오금공과 최도식의 암혼술이 수레바퀴처럼 엮였다. 손과 손, 발과 발이 무수히 얽혔다. 무릎, 팔꿈치, 어깨, 심지어 머리와 엉덩이까지 공방 무기가 되었다. 서로가 큰 기술을 구사하지 못하고 잔기술을 주고받았다.
백 평이 넘는 실내에 광풍이 몰아쳤다. 금속 캐비닛은 종이처럼 구겨지고, 책상과 의자는 가루가 되었다. 벽과 바닥은 해머로 찍은 듯이 푹푹 파이고 벽면은 대패에 밀린 듯 표면이 깎여나갔다.
‘이놈은 숨도 쉬지 않나?’
최도식은 죽을 맛이었다. 호흡은 공방의 기본이다. 호흡이 없으니 공격이 방어다. 스피드가 앞섬에도 불구하고 몰리는 이유는 놈이 숨을 쉴 때의 틈이 없기 때문이다. 전륜십팔박에 몰린 최도식이 기둥을 등졌다.
전후좌우를 가리지 않고 날아드는 강격을 버틸 재간이 없었다. 일단 공격범위를 축소해서 반전을 노릴 참이다. 쐐액- 소리만 들어도 오금이 저리는 발차기가 날아들었다. 스슥- 최도식이 암혼보로 기둥을 안고 돌았다. 어마어마한 운동에너지가 기둥에 작렬했다.
꽝- 폭탄이 터진 듯 굉음이 울렸다. 발차기에 맞은 내력기둥이 기어코 부러졌다. 지름 500mm 콘크리트 기둥도 계속된 충격 피로도를 이기지 못했다. 꾸웅- 건물이 부르르 떨렸다. 콘크리트 조각이 포탄 파편처럼 흩날리고 천장에서 마감재 석고 보드가 비 오듯이 쏟아졌다.
“끄아악!”
“아악!”
구슬픈 비명이 울렸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소리다. 음속으로 튀어나온 콘크리트 조각이 양아치들의 머리를 박살 내고 몸뚱이를 으깼다. 재수있는 놈은 즉사하고 재수 없는 놈은 구슬픈 비명을 질렀다.
“컥!”
기둥을 안고 돌아간 최도식도 충격을 받았다. 방어막이 되어준 기둥이 흉기로 변했다. 충격에 몸을 싣는 순간에 자잘한 파편이 얼굴, 몸통, 팔다리 할 것 없이 칼날처럼 긋고 지나갔다. 혈인이 된 최도식이 걷어차인 깡통처럼 날아갔다.
최도식이 벽을 차고 빙글 돌았다. 파나마모자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고, 바바리코트는 피에 담근 넝마로 변했다. 산발이 된 최도식이 섬광처럼 공간을 단축했다. 그야말로 백귀야행이다.
꽝- 두발당상이 무쌍의 가슴을 두드렸다. 최도식이 벽에 때린 공처럼 튀어나올 줄 상상도 못 했다. 꽝- 무쌍은 속절없이 튕겨서 기둥에 부딪혔다. 슈앙- 최도식이 번쩍 날아들었다. 무쌍이 어마 뜨거라 하고 순간 이동했다. 꽝- 청파보로 빠져나간 자리에 주먹이 작렬했다. 기둥이 내려앉을 듯 뿌직거렸다.
빠각 빠각- 무쌍이 고개를 좌우로 꺾고 정자세를 잡았다. 내심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방검복이 일차로 데미지를 줄이지 못했으면 갈비뼈 한두 개는 헌납할뻔했다. 역시 신법과 초식 운용은 최도식이 월등했다. 아무리 재질이 뛰어나도 수십 년 세월은 극복하기 어려운 간극이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암혼차력미기!”
최도식이 간단히 대답했다. 호흡을 조절하느라 길게 말할 수도 없었다.
“배울만한 스킬이구마.”
탐이 났다. 상대의 강격을 빌려서 더 빠른 공격을 되돌려주는 사기적인 기술이다. 거짓말처럼 정적이 내려앉았다. 실내 전등은 모조리 박살 난 지 오래다. 유리가 터져나간 창문으로 훤한 달빛이 스며들었다. 무쌍은 뭔가 풀리지 않는 눈치고, 최도식의 얼굴은 시체처럼 창백했다.
“쯧”
최도식이 혀를 찼다. 37호의 주먹이 스쳐간 어깨뼈에 금이 갔다. 놈의 신체는 쇳덩이다. 암혼기를 돌려서 서둘러 접합했다. 쇳덩이같은 놈과 계속 부딪히다간 뼈마디가 성하지 못할것 같았다. 애송이 한 놈 요절내지 못하는 질질끌려가는 상황에 울화가 치밀었다.
‘가만, 이상한데?’
최도식은 의심이 더럭 들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놈이 자신의 비기를 훔쳐 배우는 느낌이 왔다. 목숨이 오가는 대타에서 가능한 일일까? 기분이 찜찜해졌다. 역기충혈 대법을 발동하고서도 놈에게 밀렸다. 세상에 이런 놈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밤이 길어지면 꿈이 많아지는 법, 여력을 남겨둘 상황이 아니다.
“죽-인-다.”
최도식의 눈이 회백색으로 변했다. 고삐를 한 개 더 풀어야 할 상황이다. 석문을 열어서 곡골과 중극에 갈무리된 내력을 깨웠다. 우르릉- 격체전력으로 전수받은 원로 5인의 내력이 세포를 깨우고, 미친 듯이 혈도를 치달렸다. 이로써 3년 적공이 수포로 돌아갔다. 본신 내력으로 흡수되지 못한 내력은 한번 쓰면 휘발된다. 새삼 분노가 치솟았다.
최도식이 품속에 손을 넣었다. 번쩍- 시퍼런 예기가 줄줄 흐르는 단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날 길이가 12인치에 불과하지만, 오노타레바(파도가 출렁이는 듯한 곡선 무늬)가 선명한 칼날이 월광을 받아 자욱한 피비린내와 살을 저미는 요기를 뿜었다.
“무라마사!”
무쌍의 신음에 최도식의 입이 벌어지며 흰 선이 그어졌다. 상대가 애병을 알아보자 기꺼운 마음이 들었다.
“지-옥-도, 지코쿠무라마사!”
최도식이 씩 웃었다. 무라마사(村正)는 무로마치 막부시대 이세현의 전설적인 도공 무라마사가 만든 무기를 통칭하는 보통 명사다. 무라마사가 만든 칼은 예리하기로 정평이 났다. 어장검이 주로 암살에 쓰였듯이 무라마사도 부하가 주군을 암살하는 용도로 자주 쓰였다. 그 탓에 요도(妖刀)라는 반갑지 않은 명칭까지 얻었다. 지코쿠무라마사는 무라마사가 아내와 딸을 쇳물에 집어넣어서 만들었다는 끔찍한 칼이다.
무쌍이 초모랑마를 꺼냈다. 유백색 예기가 쭈욱 뻗었다.
“거대한 세월의 무게가 느껴진다. 이름이 뭔가?”
“초모랑마!”
“어울리는 이름이다.”
시퍼런 칼날이 공간을 건너뛰어서 명치를 찔렀다. 무쌍의 앞가슴이 쑥 들어갔다. 오금공과 조합된 유가술이 발휘되었다. 단순하지만 타점을 잃은 상대방은 허점을 노출할 수밖에 없는 한 수다.
어럽쇼? 무쌍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쉭- 팔이 쭉 늘어나며 검첨이 그대로 찔러 들어왔다. 표적의 이동 리듬을 파고드는 암혼쇄혼격이다. 혼을 으깬다는 명칭만큼이나 잔혹한 검법이다.
천하의 무쌍도 식겁했다. 까앙- 왼손으로 간신히 무라마사를 쳐냈다. 미세하게 중심이 흐트러지는 순간 최도식이 왼팔 하박으로 오른팔을 감아 당기며 체중이 실린 앞발을 차돌렸다. 최도식은 사량발천근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공중부양한 무쌍이 포탄처럼 날아갔다. 꽝- 굉음이 울렸다. 무쌍이 허공에서 빙글 몸을 돌려서 두 발로 기둥을 차고 착지했다. 하마터면 꼴사나운 모양을 연출할 뻔했다.
츠츠츠- 무라마사가 원을 그렸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개까지 늘어난 원이 무쌍을 중심에 두고 도깨비불처럼 사방팔방으로 싸고돌았다. 극성에 이른 암혼미종보다. 휘르르- 도깨비불이 폭우처럼 쏟아졌다.
핏핏핏- 유백색 빛이 은하수처럼 흘렀다. 까까까깡- 폭죽이 연속 터졌다. 무쌍은 과거에도 쿠크리를 휘둘러서 수천 마리의 파리 몸통에서 날개를 분리했던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