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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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배신의 그림자 1
부리머에게 삿대질을 하던 마이크가 속으로 투덜거리며 조용히 찌그러졌다.
“깨비텐, 너구리는 잊어라. 이제부터 생존 게임이다.”
블랙맘바가 칼로 내려치듯이 단호하게 말했다.
용병들이 놀란 얼굴로 쳐다보았다. 평소의 블랙맘바는 행동을 할 뿐 입을 열지 않는 존재다.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기는 처음이다.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묵직한 중량이 실렸다.
깨비텐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졌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블랙맘바는 대답 없이 다시 눈을 감아 버렸다. 나머지는 리더가 알아서 할 일이다. 골치 아프게 감 놔라 배 놔라 해봐야 피곤함만 늘어난다.
동료들은 그러면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부리머를 쳐다보았다. 평소 블랙맘바의 대변인이 부리머다.
“오늘로서 17일째, 우리가 움직이는 챠드 중북부는 프랑스만큼 넓습니다. 이 넓은 사헬 땅에서 우리 행적이 드러날 확률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본부에서 우리를 미끼삼아 정보를 흘리는 겁니다. 너구리 구출팀은 따로 있습니다. 우리팀은 프롤리나트의 이목을 끌어서 실제 구출팀의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해 왔습니다. 어떤 놈들인지 모르지만 이미 너구리를 빼 내 갔겠지요.”
대답은 부리머가 했다.
“천하의 블랙맘바를 미끼로 쓴다구?”
째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장쒼이 반문했다.
“블랙의 진가를 모르면 그럴 수 도 있지. 미테랑은 챠드를 잃느냐 마느냐하는 기로에 서 있다구. 용병 분대쯤은 충분히 버릴 수 있지. 블랙이 화가 났어, 누군지 모르지난 편히 자긴 글렀어. 쯧쯧!”
에밀이 혀를 찼다.
“정보를 유출한 쪽도 몰이 아니라 작전의 일부입니다.”
마이크가 버럭 소리 질렀다.
“그럴 리는 없다. 백 도어 작전이라면 매번 우리 행적을 누설할 이유가 없다. 적절히 통제될 때 백 도어 작전의 효율이 높아진다. 매번 우리 행적이 누설된다는 뜻은 통신 라인에 몰이 존재한다는 방증이다. 왜냐하면 미끼는 살아서 날뛸수록 가치가 높아지거던.”
평소 별로 말이 없던 벨맨이 마이크의 말을 받았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합당한 추론인 동시에 우울해지는 소리다. 버림받은 패에다 뒤통수를 때리는 스파이까지, 제대로 양수겸장을 당한 셈이다.
“우리는 레종 에뜨랑제입니다. 깨비텐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따르겠습니다.”
부리머가 용병들을 대표해서 깨비텐의 결단을 요청했다.
“미안하다. 알다시피 토코 툼 전투를 통해서 스파이가 통신 라인에 빨대를 박고 있다는 정황을 확신하게 되었다. 우리 정보가 본부에서 실시간으로 줄줄 샌다는 말이다. 블랙맘바가 찾아낸 시체는 너구리 경호원이다. 암살자는 총탄과 흔적을 지운 솜씨로 볼 때 지젠느다.”
“지젠느!”
몇몇이 비명과 같은 탄성을 질렀다.
지젠느는 프랑스가 자랑하는 대 테러팀이다. 테러 진압, 인질 구출, 특수 경호, 고공 침투 등의 작전 능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최고의 팀이다.
라텔팀이 전투력에서 압도적이지만 구출 작전이라면 한 수 양보해야 한다.
“지젠느가 왜 마쿰보 측과 총질을 합니까?”
역시 성급한 마이크다.
“너구리 쪽과 사인이 맞지 않았겠지.”
부리머의 대답에 마이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양측이 잔뜩 긴장한 상태라면 사소한 파탄에도 방아쇠를 당기게 된다.
“보안을 위해 경호원들을 사살했을 가능성이 높다.”
깨비텐이 계속 말했다.
“부리머의 추론에 나도 동의한다. 우리는 지젠느에게 길을 열어주는 미끼로 투입되었다. 우리팀이 피라니어떼를 끌고 다니는 동안에 지젠느가 여유 있게 너구리를 빼내갔다고 나는 판단한다.”
“FAP가 주민을 학살할 상황이 지젠느와 연관이 있을까요?”
미구엘이 화신없는 어투로 물었다.
“그건 우연의 일치겠지. 벨맨의 판단에 의하면 주민이 사망한지 3일이 지났다. 너구리 경호원의 사망 추정 시각도 그와 비슷하다. 지젠느가 너구리를 빼낸 직후에 FAP가 마을을 덮쳤다고 볼 수 있다.”
깨비텐은 그 동안의 정황과 증거를 분석해서 결론을 내렸다.
의심과 사실의 차이는 크다.
의심은 부정이란 대척점이 있지만 의심이 사실이 되면 막다른 골목이 된다. 리더가 결론을 내리자 의구심이 분노로 바뀌었다.
용병들의 눈에서 불꽃이 일었다.
“그 새끼가 어떤 개새끼야!”
다혈질인 마이크가 이를 악물고 벌떡 일어났다.
“마이크 앉아. 깨비텐의 말이 끝나지 않았다.”
블랙맘바가 눈을 감은 채 툭 말을 던졌다.
‘씨바, 뭔 말을 못하게 해. 왜 나만 갖고 그래.’
스산한 어투에 마이크가 조용히 찌그러졌다.
깨비텐이 침울한 어조로 말했다.
“본부가 관련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대장은 백도어 작전으로 부하를 희생시킬 사람이 아니다. 내 판단은 DGSE의 연출이다. 본부 몰은 별개의 문제다. 더 이상 본부를 의심하는 발언을 하지 말도록.”
용병들이 불만스런 얼굴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레종 에뜨랑제의 자부심을 버리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쁜 상황은 홀로 오지 않는다. 벨맨이 심각한 표정으로 보고했다.
“깨비텐, 샤트르 상태가 나빠지고 있습니다.”
“뭣, 상태가 호전중이라고 하지 않았나?”
“심한 일교차가 문제요. 체력이 떨어지고 근육 경련이 빈발합니다. 파상풍이 의심됩니다.”
깨비텐이 무릎을 철썩 소리 나도록 쳤다.
“젠장, 지난번 헬기에 보낼걸. 즉시 헬기를 부르겠다. 자네가 후송 준비를 하도록. 통신 즉시 우리는 이탈한다. 캠프에 로켓탄이 쏟아져도 놀랍지 않을 상황이다. 블랙의 의견대로 생존 매뉴얼을 발동한다. 각자 컨디션 회복에 최선을 다하도록.”
단호한 깨비텐의 결정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본부의 정보를 믿을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자력으로 사헬을 벗어나야 한다. 래쿤은 머릿속에서 깨끗이 지워졌다.
“제기럴, 진작 후송해야 했었는데……”
깨비텐은 자책했다. 자신의 욕심 때문에 샤트르를 방치했다. 후송을 미적거린 이유는 즉시 전력감인 샤트르가 아쉬워서다. 사헬의 일교차는 건강한 사람도 견디기 힘들다. 헬기 격추를 무릅쓰고 샤트르를 후송했어야 했다.
-알파 나와라, 여기는 브라보.
-브라보, 말하라.
-위급한 환자가 발생했다. 후송해야 한다. 헬기를 보내 달라.
-브라보, 알았다.
-알파, 래쿤은 사라졌다. 찾을 길이 없다. 귀환을 결정해 달라.
-브라보, 내 권한 밖이다. 이십분 뒤에 호출하라.
-알파, 알았다.
깨비텐은 본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초조했다.
마크를 잃은 것으로 족했다. 가망성 없는 작전에 더 이상 아까운 부하를 잃고 싶지 않았다.
이십 분후 통신이 재개되었다.
-알파 나와라. 브라보다.
-브라보, 후송 헬기는 보낸다. 작전은 계속한다. 다시 한 번 말한다. 래쿤 작전은 계속된다.
전화기를 잡은 깨비텐의 팔이 부들부들 떨렸다.
책상에 앉아서 연필이나 굴리는 놈들이 하는 짓거리라니!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무슨 이따위 작전이 있단 말인가!
-알파, 래쿤은 사라졌다. 다시 한 번 요청한다. 더 이상 작전은 불가하다. 프롤리나트 3군 사령부를 블랙맘바가 지웠다. 놈들이 개떼처럼 몰려 들 것이다.
-뭣? 하비브의 3군 사령부 말인가?
놀란 목소리가 지직대는 잡음에 섞여 들렸다. 사헬의 모래 바람이 통신 감도를 떨어뜨렸다.
-그렇다. 코로뭉가의 3군 사령부다.
-브라보, 상부의 지시를 받겠다. 한 시간 후 다시 연결하라.
-알파, 알았다.
통신을 끝낸 깨비텐은 머리를 싸쥐었다.
옹우르 마을에서 이미 작전의 전말이 드러났다. 당장 따지고 싶었지만 이성이 입을 막았다.
그는 암담한 눈으로 부하들을 돌아보았다.
부하들을 생각하면 당장 옹우르 마을의 사건을 보고하고 철수해야 한다.
그러나 작전 성공을 위해서는 입을 다물어야 한다. 그는 임무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레종 에뜨랑제 장교다. 쥐새끼에게 옹우르의 정보가 흘러 나가면 백도어 작전마저 망친다. 익일 사령부의 철수 승인을 기대할 따름이었다.
통신을 마친 에땅 중위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젠장, 불안해 죽겠군.’
작전팀의 정보 누설은 군법회의감이다. 프랑스는 배신자에 대한 법 감정이 유난히 엄하다. 볼 것 없이 무기징역감이다.
도박 빚만 아니라면 타와르가란 놈에게 협조할 이유가 없었다. 타와르가가 본명인지 알 수도 없지만 말이다. 한 번 코가 꿰인 뒤로는 질질 끌려가게 되었다. 150만 프랑은 은퇴할 때까지 해결할 수 없는 거금이다.
“후!”
한 숨이 절로 나왔다. 그 놈이 카지노에서 자신의 옆자리에 앉은 것부터가 계획적이었다. 후회해도 이미 늦어 버렸다. 에땅은 벽 모서리에 부착된 단단한 옷걸이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체중을 견딜 만큼 충분히 튼튼해 보였다.
멍하니 옷걸이를 응시하던 에땅은 머리를 흔들었다.
프로방스에 아들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어머니가 사신다.
“일단 사령에게 보고한 다음 생각해 보자고.”
에땅은 중얼거리며 전문을 뽑아들고 통신실을 나섰다.
“참모님, 라텔팀이 철수를 요청해 왔습니다.”
전문을 받아든 조프레 소령이 비죽이 웃었다.
“작전 환경이 별로 달라진 것도 없지 않나. 폴이란 놈도 겁쟁이가 되었어. 철수는 없다. 작전을 계속하라고 통신을 보내.”
“상부에 건의해야 되지 않을까요?”
“내가 알아서 하겠다. 명령이다. 작전은 계속된다. 환자 후송 헬기는 즉각 투입하겠다.”
에땅은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조프레 소령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조프레 소령은 라텔팀의 작전관이다. 11공정여단 소속으로 되지엠 랩 본부에 파견되었다.
‘저놈도 나처럼 노름빚에 목줄 잡혔나?’
“내 얼굴에 루즈라도 찍혔나?”
“아 아닙니다.”
“귀관은 통신이 재개되면 본부의 결정을 전하도록.”
에땅은 칼로 내려치듯 말을 맺는 조프레 소령에게 더 이상 말을 붙이지 못했다.
“알겠습니다.”
에땅이 사라지자 조프레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흐흥, 너구리가 빠져나오는 중인데 오소리도 빠지겠다고? 그렇게는 안 되지. 하이에나떼와 좀 더 놀아줘야겠어.”
그나저나 필립 대령에게 어떻게 숨기지.”
통신 전문을 들여다보던 조프레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블랙맘바란 놈이 람보 할애비라도 되나? 도대체 믿지 못할 이야기뿐이군. 이 자식이 생환하면 골치 아파지는데…….설마 살아서 돌아오지는 못하겠지! 아니야, 장치가 필요해.’
조프레가 전화기를 들었다.
통신을 재개한 깨비텐의 얼굴이 밝지 못했다.
-알파, 브라보다.
-브라보, 잘 들린다.
-알파, 결정을 알려 달라
-브라보, 철수는 없다. 작전은 계속된다.
-뭐라고? 씨바 조또!
-브라보, 무슨 뜻인가?
-아, 아니다.
엉겁결에 욕설을 뱉었다. 쀠텡이란 욕설보다 씨바 조또가 입에 붙어버린 깨비텐이다.
그는 마쿰보와 관련된 사항을 말할지 말지 극심한 갈등에 휩싸였다. 깨비텐의 표정이 수시로 변했다.
‘후우, 제군들 나를 용서해라.’
자신은 군인이다. 부하들도 모두 군인이다. 미끼든 말든 그들은 작전의 한 축이다. 이빨이 갈렸지만 전체 작전을 망칠 수는 없다. 귀환해서 관련자들을 쏴 죽이는 한이 있더라도 작전은 완료되어야 한다.
깨비텐은 자신이 짐을 지기로 결심했다.
-알파, 알았다. 좌표는 216-342지점, 치차 서쪽 70km 옹우르 오아시스 서쪽 12km지점이다. 01시에 부탁한다.
-브라보, 알았다. 미안하다.
통신을 끝낸 깨비텐은 블랙맘바를 불렀다.
“블랙, 자넨 스나이퍼인가 전사인가?”
“묻는 의도를 모르겠다.”
“샤트르를 후송할 헬기를 불렀다. 정보가 새면 놈들이 헬기 격추를 기도할 것이다. 팀원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 놈들을 자네가 해치워야 한다.”
적을 속이려면 아군까지 속이라 했다.
프롤리나트가 내습하지 않으면 가장 좋은 결말이다. 반면에 정보가 새 나갔다면 헬기를 희생양으로 삼을 작정이었다. 깨비텐은 독하게 마음먹고 블랙맘바에게 자신의 속내를 말하지 않았다.
“샤트르를 후송한다고? 알았다. 나는 전투 장소가 어디던 상관없다. 헬기와 샤트르를 지키려면 아무래도 근접전을 치러야 겠지. 개활지보다는 험준한 산악이 유리하다.”
“좋다. 에르 엑딤 계곡이 적당하겠군.”
깨비텐은 즉시 이동을 지시했다.
반군이 통신 지점을 파악할 능력이 있을 리 없지만 강박 관념이 그를 욱죄었다.
깨비텐이 본부에 통보한 좌표는 전날 캠프를 쳤던 곳이다. 탕가에서 서북쪽 빌마 방향으로 15km거리, 현재 캠프에서 10km남짓한 거리다. 에르 엑딤 계곡은 빙하가 지나간 듯 U형으로 깊숙이 팬 계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