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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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장 인연중중4
대우선사의 입에서 줄줄 흘러나오는 과학지식은 물리학 교수의 강의노트에나 채워져 있을 내용이었다. 조금도 이상할 게 없다. 땡중도 인간이다. 추잡한 절 깨기, 여신도 후리기, 축재와 축첩에 코 빠진 사이비도 많고, 학문이나 예술에 미친 또라이도 많다. 대우선사는 알려지지 않은 학승이다. 미수의 나이에 불구하고 무쌍을 통해서 외국의 유명 학술잡지와 논문을 구독하는 학구파다.
“아하!”
레일건이란 말씀에 대충 이해되었다. 폭발적이고 거친 에피듐의 암흑기와 정순한 자연기인 공진파는 상생상극 하며 혈관과 혈도를 휘돌지만 섞일 수 없는 이질적인 기운이다. 에피듐이 아닌 인간이 이질적인 두 가지 기운을 타고나면 백프로 유산된다. 정법사 조사가 대력천강지를 발현했다면 에피듐일 가능성이 높았다.
“딱총새우가 집게를 두드려서 발산하는 기포 충격파 비슷하네요. 마하 3의 충격파에 물고기가 한 방에 골로간답니다.”
“어허, 자연계에 그런 생물이 있었나? 그놈 덩치만 키우면 지구를 박살 내겠구먼. 어디 한 번 더 시전해 보아라.”
대우선사의 눈이 깊숙이 가라앉았다. 신안통이 펼쳐졌다.
“그라지요.”
우웅- 공진파가 둑 터진 저수지처럼 내달렸다. 잠들어있던 암흑기가 화들짝 깨어났다. 힘겨루기에 들어간 두 세력이 서로 밀어내려고 죽자사자 세력을 불렸다. 두웅- 공간지각력을 풀었다. 억만 겹으로 압축되는 기의 적층 사이에 동시 작용하는 인력과 척력이 심상에 그려졌다.
압축되고 또 압축되고, 대기압의 백만 배쯤 압축되는 순간, 의지가 인력을 툭 끊었다. 파앗- 공진파가 튀어 나갔다. 퍼억- 영고석에 손목 굵기의 구멍이 뚫렸다. 끔찍한 파괴력의 비밀은 초고밀도로 뭉쳐진 기, 이질적인 두 가지 기운의 반발력, 속력의 상호작용이었다.
“헐!”
대우선사가 감탄했다. 금속 밀도의 수천 배로 압축된 초고밀도의 에너지가 음속을 돌파했다. 상상초월의 운동에너지에 헛바람이 절로 나왔다.
“괴물 같은 놈! 나는 충격파를 버티는 네 녀석의 신체가 더 놀랍다. 보통사람이 대력천강지를 발출하면 반작용 충격파를 버티지 못하고 신체가 유리처럼 깨져버릴 거다. 공간 스킬은 네놈 같은 특이한 종자나 구사할 수 있는 그림의 떡인 셈이지. 헐헐헐!”
대우선사의 웃음이 허탈했다. 제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괴물로 변했다. 일부러 병기술을 전수하지 않았건만 늙은이 무르팍 세우기로 끝났다. 어찌하랴. 아수라는 스스로 성장하는 존재인 것을…….
“자주는 사용하지 못합니다. 한번 발사하면 수 초간 힘이 쭉 빠지데요. 그 틈에 최도식이 토꼈어요.”
무쌍은 곧 죽어도 똥물에 뛰어들고 싶지 않았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기가 통째로 빠져나가니 허탈할 수밖에! 대력천강지는 오륙십 년대 미국과 소련이 미친 듯이 만들어낸 원자포와 비슷한 무기다. 결정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지만, 네 몸도 반발력에 손상된다. 네놈이 제아무리 동장 철골이라도 피로도가 누적되면 좋을 게 없다. 기를 분산해서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는 구명절초로 아껴라.”
“명심하겠습니다.”
“연골연신(鍊骨鍊身)은 그만하면 되었다만 마음은 어떤고?”
대우선사가 비시시 웃으며 제자의 약점을 건드렸다. 할 말이 없어진 무쌍이 머뭇거렸다. 40명이 넘는 생명을 몽땅 묻어버렸음에 불구하고 밥 한 끼 먹고 온 듯 별다른 저어함이 없었다. 사람을 죽였는데 개미를 밟아 죽인 것과 다를 바 없었다고 스승께 고할 수야 없지 않은가!
“얼마 전에 저는 저 일뿐 외물에 의지할 바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제자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걸까요?”
무쌍이 우물쭈물 물었다.
“아니다. 신령한 용을 잡아먹는 가루라가 나쁜 것이냐? 마귀를 소멸하는 사천왕이 악당이냐? 아니다. 그냥 섭리일 뿐이다. 귀여운 토끼를 잡아먹는 사나운 호랑이를 나쁘다고 할 수 없듯이 인간의 쟁투 역시 섭리다. 네가 걷는 길은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니다. 단지 거대한 우주의 의지와 너 자신의 의지가 있을 뿐이다. 장미를 똥이라 부른다고 구린내가 나지 않듯이 똥을 장미라 불러도 향기가 나지 않는다. 너는 너일 뿐, 다른 무엇이 아니다.”
“아!”
무쌍은 심신이 홀가분해졌다. 우주의 의지와 자신의 의지. 그렇다. 선함도 악함도 의지일 뿐이다. 본질이 있을 뿐 외연은 수유의 고정 됨도 없이 변한다.
“혹시 악종이 네 가족을 위협할 염려는 없느냐?”
“깜둥이가 있습니다.”
“하긴, 그놈의 감지 능력과 순간 이동 능력은 대단하지. 악종은 접근도 못 할 게다. 땡중으로서 할 말은 아니다만 기회가 오면 좋은 총을 두고 땀 흘려 주먹 휘두를 필요 없다. 근신공박은 피하고 저격해라. 네놈의 영혼은 바다와 같지만, 본질은 부처와 대척점에 있다. 혼탁한 영혼과 오염된 영혼도 포용하지만, 인간이 아닌 존재까지 포용하지는 못한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래, 어여 가 보아라.”
“사부님과 함께 자고 갈까 합니다. 등도 긁어드리고요. 헤헤헤!”
“에잉, 눈치 없는 놈! 노총각이 간만에 참한 여 시주를 만났는데 꼽사리 끼려는 심뽀가 무엇이더냐. 너 그러다 지옥 간다.”
“하이고 사부님! 큰 누님이 들을까 겁납니다.”
화들짝 놀란 무쌍이 공양 간을 힐끔 돌아보았다.
“시끄러워, 군내 나는 늙은이와 자고 싶다는 헛소리 말고 처맞기 전에 후딱 가서 새끼나 까라우.”
대우선사가 반파된 큰목탁을 집어들었다.
“아이고, 갑니다. 가요.”
무쌍이 손사래를 치고 엉덩이를 들었다. 대우선사가 빙그레 웃었다. 이놈과 인연이 이어지지 않았으면 말년이 얼마나 쓸쓸했을까. 아니 벌써 귀천했을 것이다. 무쌍의 얼굴에도 웃음이 가득 번졌다. 사부를 만나지 못했으면 인생이 얼마나 팍팍했을까.
“양 시주는 걱정하지 말아라. 흐트러진 심기를 다스리기에 이곳만 한 곳이 있겠느냐. 아차, 엽전이나 좀 부치거라. 진평동 교회 목사가 고아원을 열었는데 네 녀석과 달리 의욕만 앞서고 수완이 꽝이야. 내 보기에 영 대책이 없더구나. 얼라들 밥이나 제대로 먹이고 학교는 보내야지.”
“알겠사옵니다.”
무쌍은 사부께 절하고 암자를 떠났다. 인연의 고리는 누구도 모른다. 김기택이 측은지심으로 어린 무쌍을 도와준 단 한 번의 행동이 본인을 지옥에서 끌어올렸다. 어린 시절 양미숙과 무쌍의 인연이 양미자를 대우선사에게 이끌고, 다시 진평동 고아원으로 이어졌다.
하레이를 즐기는 괴짜 노승이 고아원을 드나들고, 양미자는 천하의 선승을 만나 심신을 추슬렀다. 며칠 뒤 엄마를 보러 온 큰딸 영희는 대우선사의 정심법 치료 한방에 정신병을 고쳤다. 무쌍은 그렇게 친구 상한이와 김기택 사장, 선연 두 개를 깔끔하게 정리했다.
풍국 캐피탈과 겨우 50m쯤 떨어진 바라크 시설물 부지, 과거 일본군 주둔지였다가 한국 전쟁 당시에는 미군 야적장으로 사용되었고, 현재 표면적인 소유주는 우범석이지만, 실제로는 대정익찬회 소유지다.
굴곡진 한국의 근대사만큼이나 비틀린 비운의 땅은 탐조등이 환히 켜져 있는 콘크리트 더미와 대조적으로 괴괴한 어둠이 덮였다.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이고 시커먼 철문으로 막힌 공간은 귀기가 느껴질 정도로 을씨년스러웠다.
대문 쪽에 위치한 바라크 건물은 관리소 겸 특임조 숙소다. 우범석이 이끄는 특임조는 히가시혼간지 외곽 조직인 하몽가의 하수인이다. 특임조 20명 중에 절반은 재일교포 출신의 야쿠자다.
관리소를 꼭짓점으로 우측과 좌측에 바라크가 배치되어 있다. 우측 건물은 풍국파가 대기소라 부르고 좌측의 바라크는 병동이라 불렀다. 그냥 그렇게 불렸을 뿐 용도는 아무도 몰랐다. 장영팔이 이끄는 별동대도 신체 포기각서를 쓴 채무자를 관리소에 인계했을 뿐 내부로 들어가지 못했다.
초저녁을 넘긴 시간 대기소, 날카로운 비명과 목소리를 잔뜩 깐 위협적인 언사가 난무했다.
“왜 때려, 당신이 뭔데 때려!”
십 대 후반의 여자아이가 찢어질 듯한 고음을 질렀다.
“불쌍한 것, 너는 규칙을 어겼다.”
야구 모자를 눌러쓴 남자는 꿈쩍도 않았다.
“무슨 규칙? 난 임상시험에 응했지 몽둥이에 맞으러 오지 않았단 말이야. 삼 일치 일당이나 줘. 돌아갈 거야.”
“지랄하고 자빠졌네. 이년이 사차원에 살다 왔나?”
야구 모자의 눈동자가 가학적인 쾌감으로 번들거렸다. 여자가 흠칫했지만 늦었다. 슁- 시커먼 몽둥이가 허공을 갈랐다. 플라스틱 파이프에 생고무 밧줄을 감은 블랙 잭이다. 짝- 손뼉을 치는듯한 소리가 울렸다.
“아악!”
“뒈지기 전에 아가리 닥쳐!”
슁슁슁- 짝짝짝- 몽둥이가 마구잡이로 떨어졌다. 블라우스가 갈가리 찢어지고 브래지어도 날아갔다. 여자의 상체는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되었다. 비명을 지르던 여자가 축 늘어졌다.
“기분이 꿀꿀한데 거지 같은 년이 빽빽대고 지랄이야.”
야구모자가 늘어진 여자를 사정없이 걷어찼다. 여자는 꿈틀했지만,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블랙잭의 장점은 뼈를 상하게 하지 않고 최고의 비주얼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다. 끔찍한 장면에 십여 명의 남녀가 숨을 죽였다.
“으앙!”
두려움을 이기지 못한 어린 소녀가 울음을 터뜨렸다.
“쉿!”
중년 여자가 얼른 아이의 입을 막았지만 늦었다. 야구 모자의 표정이 냉혹함과 잔인함으로 물들었다.
“어떤 년이야?”
버럭 소리 지르며 블랙잭을 휘둘렀다. 턱- 블랙잭이 막혔다.
“새꺄, 저 아이는 귀중품이라고 몇 번 말했어.”
짙은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한 손으로 블랙잭을 잡고 야구모자를 칠 듯이 으르릉거렸다.
“죄송합니다.”
“빨리 쳐넣어. 얼른 끝내고 술이나 한 잔 빨아야지. 에이 씨버럴, 별것이 다 말썽이야.”
선글라스가 물러나자 야구모자가 블랙잭을 위협적으로 휘둘렀다.
“배창시 따버리기 전에 빨랑 기어 내려가.”
잔뜩 겁에 질린 십여 명의 남녀가 우르르 계단을 내려갔다.
“주여, 당신의 종을 보살펴 주소서!”
중년 여자가 어린 소녀의 손을 잡고 종종걸음쳤다.
여느 사무실과 다름없는 30평 남짓한 실내, 티테이블에 맥주병과 안주가 그득했지만, 소파에 앉아있는 남자 셋의 표정은 돌덩어리처럼 무거웠다. 옆머리를 스포츠형으로 바짝 쳐올린 30대 중반의 남자는 하몽 가문에서 파견된 무라이다. 무라이 옆에 앉아있는 사각형 얼굴의 단단해 보이는 남자가 특임조 조장 우범선이다. 맞은편에 앉은 셀러리맨으로 보이는 정장 차림의 남자는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티테이블에 올려진 여섯 병 중에 네 병은 뚜껑도 따지 않았고, 두툼한 300cc 맥주컵에 삼분지 이쯤 찬 액체는 거품이 사라진 지 오래다. 형광등 불빛에 반사된 세 남자의 눈동자가 컵에 담긴 액체만큼이나 노리끼리했다.
“무라이상, 열두 시간 내에 도너를 반출해야 합니다.”
무라이의 미간에 세 줄 주름이 잡혔다. 셀러리맨 남자에게서 세 번째 듣는 말이다. 같은 요구에 같은 답변을 하기도 지겨웠다. 무라이가 우범선을 돌아보았다.
“안됩니다. 우리 쪽에서 손을 쓰긴 했지만, 워낙 큰 사건이 터졌어요. 안기부에서 앞산 폭발 사건과 연계해서 무장공비 출현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냈어요. 한국은 휴전국가입니다. 무장공비 출현이 의미하는 파장은 엄청납니다. 안기부와 경찰이 초비상 상태에 돌입하고, 군인들이 외곽에 포진했어요. 계집애를 데리고 빠져나가다간 백 프로 검문검색에 걸립니다. 지금 상태에서는 우리가 심어 둔 오열도 별 힘을 쓰지 못해요.”
우범선이 최고의 인내심을 발휘해서 셀러리맨에게 현 상황을 설명했다. 마음 같아서는 한 대 쥐어박고 싶지만, 최고의 고객을 함부로 대했다간 후환이 두렵다.
“칙쇼!”
셀러리맨이 두 손으로 머리를 움켜쥐었다. 재수가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 있단 말인가. 완벽한 도너를 구했는데 난데없는 사건이 반출할 길을 막아버렸다.
“무라이, 고객이 당신 사정을 일일이 알아야 할 이유는 없소. 우리는 충분한 대가를 지불했고, 당신들은 물건을 배달하면 거래는 끝나는 거요. 삼천만 엔이나 받았으면 돈값을 하시오. 우리 쪽은 이미 모든 준비가 끝났단 말이오.”
“시간이 얼마나 남았소? 아직 배를 가르지는 않았을 거 아니오?”
짜증이 잔뜩 난 무라이의 어투가 살짝 거칠어졌다.
“말을 함부로 하지 마시오.”
셀러리맨이 무라이를 노려보았다. 자신이 모시는 주인은 천박한 술법가 따위가 함부로 언급할 신분이 아니다.
“아, 미안하오. 경찰과 검찰에 우리가 심어놓은 사람이 수시로 내부 소식을 전해주고 있소. 내일 안기부와 검경 합동 수사팀이 이곳을 수색한다는 첩보를 받았소. 바람이 지나가면 시작합시다.”
“좋소, 내일이 지나면 무조건 도너를 빼내 주시오. 부산 감천항까지만 배달하면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하겠소.”
셀러리맨이 눈가를 꾹꾹 눌렀다. 도너를 사일 내에 교토로 빼돌리지 못하면 자신의 목이 댕강 떨어질 판이다. 육체적 피로에 정신적 피로가 겹쳐서 눈알이 빠질 듯이 아팠다.
“알았소. 휴게실에 가서 눈 좀 붙이시오. 우리는 우리 일을 해야겠소.”
“제발 잘 좀 하시오.”
셀러리맨이 지청구를 던지고 사무실을 나갔다.
무라이가 거품 빠진 맥주잔을 훌쩍 비우고 인상을 찌푸렸다.
“간꼬쿠 맥주노 개판이므니다.”
우범석은 비시시 웃기만 했다.
“이거슨 삐루가 아니라 오줌이므니다.”
무라이가 재차 투덜대며 맥주잔을 테이블에 신경질적으로 내려놓았다. 탕하는 소리에 우범선의 눈꼬리가 실룩했다. 셀러리맨에겐 꼼짝 못 하던 놈이 만만한 게 홍어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