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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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장 인연중중6
이것들은 짐작대로 권력층의 비호를 받는 장기밀매 조직이다. 일본산 양아치와 국산 양아치가 손잡고 노원동 금호강 강변에 소굴을 마련한 이유는 뻔했다. 배후의 200만 대도시가 보유한 풍부한 재료(?)와 폐기물(?)을 쉽게 처리할 수 있는 똥물이 있기 때문이다.
시체를 드럼통에 집어넣고 공구리 쳐서 바다에 가라앉히던 수법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다. 사료 분쇄기에 집어넣으면 5분 만에 4갤런 양동이 3개 분량의 즙이 나온다. 육즙을 금호강에 내다버리면 영구 실종이다.
“뭐야? 눈 좀 붙이고 새벽에 빠져나가랬더니~ 헉!”
힐끔 돌아보던 우범석이 불에 덴 듯 벌떡 일어났다. 특임조의 규율은 엄격하다. 모자를 눌러쓰고 선글라스를 낀 채로 사무실에 들어설 만큼 개념없는 쫄따구는 없다. 현관문을 밀고 태연히 들어선 놈은 당연히 외부인이다.
아니 외부인이면 개가 짖어야 한다. 야간에 도사견 4마리와 아끼다 6마리를 풀어놓는다. 외부 침입보다는 탈출을 감시하기 위해서다. 맹수에 가까운 개 열 마리가 몽땅 성대 수술이라도 받았단 말인가?
“너 너는 누구냐?”
우범석이 하나 마나 한 질문을 던졌다. 야밤의 불청객이 통성명하자고 찾아왔겠는가?
“동방불패!”
불청객이 태연히 대답했다. 우범석은 잠시 말을 잊었다. 설마하니 대답할 줄 몰랐다. 비상사태가 벌어지지 않았으면 특별 관광객으로 착각할 지경이다.
“물건 배달에 어려움이 많다고? 도와줄까?”
무쌍이 비시시 웃었다. 우범석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선자불래 내자불선이다. 죽여야 한다는 생각이 번개처럼 스쳐 갔다.
“칙쇼!”
반응은 무라이가 빨랐다. 불문곡직, 손가락이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듯 리드미컬하게 움직였다. 핏핏핏- 중지 크기의 유엽비도가 줄지어 공간을 단축했다. 무쌍이 손을 느릿하니 휘저었다.
차르르- 한 수에 수리검 다섯 자루가 고스란히 손에 들어왔다. 파리 잡듯 성의 없이 휘두른 손짓으로 보이지만, 서른여섯 번 변화가 일어난 공수납백인이다.
“난다?(뭐야?)”
무라이가 눈을 멀뚱거렸다. 뇌가 경험 없는 시각 자료를 미처 분석하지 못했다.
“쪽발이는 잠시 기둘려라. 니들 출입국 사무소도 외국인은 기다리게 하고 동족을 먼저 통과시키더라.”
“뒈져!”
우범석이 바닥을 차고 고슴도치처럼 몸을 잔뜩 움츠려서 가슴을 파고들었다. 역수로 잡은 칼날이 형광등 불빛에 반짝했다. 쩍- 찰진 타격음이 울렸다. 무쌍이 별로 선량하지 않은 일반인에게 흔히 선사하는 소프트 따귀다.
“끅!”
소프트도 소프트 나름이다. 우범석이 한 바퀴 빙글 돌아서 풀썩 무너졌다. 뒤이어 입에서 튀어나온 이빨이 바닥에 또르르 떨어졌다. 무라이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뺨을 치는 손이 뺨과 접촉하기 직전에 주춤했다. 그제야 동체 시력이 손을 따라잡아서 뺨을 치는구나 했다.
무라이는 하몽가의 음양사이자 무도인이다. 불청객이 주춤하지 않고 그대로 우상의 뺨을 쳤으면 머리가 부서지거나 목이 끊어졌음을 알고도 남았다. 음양사는 승산 없는 싸움에 연연하지 않는다.
무라이는 촌각도 망설이지 않았다. 퍽- 검은 연기가 물씬 솟았다. 하몽가의 장안술과 현대 화학 기술의 합작품이다. CS 성분을 포함한 매캐한 연막이 폭발적으로 확산했다. 앗 하는 순간 손끝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 사무실을 덮었다. 무라이는 손발에 흡반을 부착하고 도마뱀처럼 천장에 올라붙었다. 사사삭- 커다란 벽호가 미끄러지듯이 현관을 향했다.
“임마, 먼 곳에서 손님이 찾아왔으면 물이라도 한 잔 줘야지.”
턱- 우악스러운 손이 발목을 잡았다. 뿌드득- 성형 프레스에 물린 듯 발목뼈가 바스러졌다. 식겁한 무라이가 품속의 칼을 뽑아 휘둘렀다. 아니 발목을 잡은 손목을 찍으려는 순간 강력한 원심력이 걸렸다. 쾅- 속절없이 천장에서 끌려 내려온 무라이가 모심듯이 머리를 바닥에 심었다.
“끄으윽!”
강화술로 머리를 보호했지만, 타격 강도가 임계치를 넘었다. 눈이 허옇게 뒤집히고 거품이 입가로 주르륵 흘러내렸다. 무라이는 필사적으로 까무룩 꺼지는 정신을 부여잡았다.
무쌍이 손을 휘저었다. 쏴아아- 회오리바람이 몰아쳤다. 검은 연기가 두루마리 말리듯이 주르륵 뭉쳐져서 롤 케일 크기가 되었다가 손톱 크기로 압축되었다. 먹물처럼 변했던 사무실이 순식간에 환히 밝아졌다.
“컥! 오가미?(大神?)”
무라이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불청객이 시현하는 법술이 가물가물 꺼지는 정신을 현실로 끌어올렸다. 무쌍이 손톱 크기의 검은 환을 좁쌀처럼 압축해서 어항에 집어 던졌다. 금붕어가 덥석 받아먹고 곧바로 배를 뒤집고 가라앉았다. 정신이 돌아온 우범석이 반듯이 누운 채로 멍하니 기상천외의 퍼포먼스를 관람했다.
무쌍은 굳이 살기를 갈무리하지 않았다. 이놈들은 선량한 이란 형용사와 관련 없고, 일반인이란 명사와도 관련 없는 종자다. 부두교 제사장이나 사막의 도적과 다를 바 없는 놈들이다.
“관등 성명?”
서늘한 눈이 우범석을 향했다.
“헉!”
우범석이 자신도 모르게 헛바람을 불었다. 얼음물에 빠진 듯 벌거벗고 호랑이 앞에 선 듯 정신이 아득해졌다.
“대정 복지관 관장 우범석입니다.”
대답이 제꺽 나왔다. 무쌍이 고개를 흔들었다.
“두 번 말하지 않는다. 껍데기 말고 알맹이 관등 성명!”
“……”
우범석이 머뭇거렸다.
“커억!”
우범석이 두 손으로 얼굴을 덮은 비닐봉지를 잡아 뜯었다. 두 손으로 쥐어뜯었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비닐봉지는커녕 천쪼가리 한 장 없다. 공포에 질린 우범석은 미친 듯이 얼굴을 긁었다.
무쌍은 발광하는 희생물을 냉랭한 눈으로 지켜보았다. 놈이 날숨을 쉬는 순간에 공진파로 공기를 압축해서 산소유입을 막았다. 폐를 공기로 채우지 못하면 찢어지는 통증이 시작된다.
산소를 공급받지 못한 뇌가 전기신호를 무더기로 발산하고 과부하가 걸린 신경은 고통으로 타들어 간다. 호흡 차단은 육체적 고통을 통해서 심리적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고문술의 최고봉이다. 방풍림 관리원으로 보낼 작정이 아니었으면 뼈를 박살 냈을 것이다. 우범석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을 때 안면을 덮은 공진파를 풀었다.
“커어억! 헉헉”
우범석이 정신없이 헐떡였다. 단 30초 만에 얼굴과 목이 피투성이로 변했다. 눈물, 콧물, 피로 엉망이 된 얼굴은 피카소의 자화상을 방불케 했다. 보고 있던 무라이의 얼굴이 노랗게 변했다.
“관등 성명?”
“대정익찬회 특임조 조장 우범석입니다.”
제대로 된 대답이 튀어나왔다.
“우상! 죽고싶~”
“쪽발이 새꺄, 주디 닥쳐!”
퍽- 무라이의 벌어진 입에 사과가 틀어박혔다. 티테이블에 올려져 있던 맥주 안주다. 무쌍이 냉엄한 눈으로 무라이를 노려보았다.
“컥컥!”
무라이가 목구멍 깊숙이 틀어박힌 사과조각을 뱉어냈다. 핏물에 범벅된 사과 부스러기와 부러진 앞니가 튀어나왔다.
쉭- 퍽퍽퍽- 무쌍의 손이 섬전처럼 무라이의 전신을 스쳐 갔다. 하악골, 양 발목, 어깨 관절을 뽑힌 무라이가 침과 눈물, 콧물을 줄줄 흘리며 꿈틀거렸다.
“국경선 방풍림 관리원이 부족해서 일단 살려둔다. 재작년에 아베란 놈을 채용했는데 쪽발이답게 아주 성실하더군.”
아베가 튀어나오는 순간, 애벌레처럼 꿈틀거리던 무라이가 뚝 멈추었다. 무엇인가 말하고 싶은 듯 쉭쉭거렸지만, 턱이 떨어진 상태에서 음운을 만들 수 없다. 우범석이 부르르 떨었다. 방풍림 관리원이 뭔지 모르지만 느낌이 썩 좋지 못했다.
“우범석과 특임조라~ 더러운 이름 두 개가 생각나는군. 우범선과 우범석, 731부대와 쪽발이 하수인, 더러운 조합이군. 임무는?”
우범석은 눈을 질끈 감았다. 상대는 이미 알고 찾아왔다. 죽음이 두렵지는 않으나 죽음에 이르기까지 고통이 두려웠다.
“어차피 내가 조사하면 다 나오게 되어있어. 성실히 대답하면 사료 분쇄기에 넣어주고, 대답이 부실하면 방풍림 관리원으로 채용하지.”
우범석은 소름이 쭉 끼쳤다. 방풍림 관리원이 뭐기에 사료 분쇄기보다 윗줄에 놓는단 말인가. 우범석이 애면글면할 때 똑똑- 노크가 울렸다.
“뭐야?”
무쌍이 버럭 소리쳤다. 우범석의 눈이 커졌다. 자신의 목소리다.
“면도날입니다. 별일 없습니까?”
“새꺄, 별일 있으니까 시끄럽지. 들어와!”
우범석이 입을 쩍 벌렸다. 말하는 투까지 자신을 닮았다. 덜컹- 면도날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난데?”
면도날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삶은 배추처럼 늘어진 가문의 주인과 업무상 주인의 형상이 눈을 쥐어박았다. 주춤하던 면도날의 손이 번개처럼 품속으로 들어갔다.
“읔!”
면도날의 손목이 관절과 반대방향으로 홱 꺾였다. 손에 쥔 베레타가 공간을 단축해서 무쌍의 손으로 넘어갔다.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면도날의 시선이 텅 빈 자신의 손과 베레타를 쥔 불청객의 손을 분주히 오갔다.
“허억!”
허파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뒤늦게 터졌다. 옆구리로 손을 뻗던 면도날이 머리를 흔들고, 두 손을 얌전히 늘어뜨렸다.
“손을 보니 단도 이도류가 주특기군. 해볼 텐가?”
“아닙니다. 요행이라도 기대할 수 있어야 엉겨보지요. 하하하!”
면도날이 툴툴 웃었다. 안방에서 음양사 무라이와 전국구 우범석이 손도 못 쓰고 당했다. 자신이 날고뛰어 봐야 파리채에 앉은 파리다.
“머리가 제법 돌아가는 녀석이군. 관등 성명?”
“재일교포 하극도입니다. 하몽 가문의 행동대 삼호로 현재 특임조 보좌관으로 파견 나와 있습니다. 현재 임무는 인원과 자금관리, 조장 감시입니다.”
하극도가 거침없이 대외비를 쏟아냈다.
“흠, 말이 통하는 녀석이군. 이곳이 대정익찬회 소속인가?”
“맞습니다. 대동아전쟁 당시에 결성된 까마득한 윗분들의 조직이라 저 같은 쫄자는 명칭 외에는 아는 바가 없습니다. 아시아인이 일본의 번영을 위해 존재한다는 미치광이 집단에 관심도 없고요.”
하극도가 무라이를 힐끔 쳐다보았다. 노려보는 눈빛이 얼마나 살벌한지 급성 암에 걸릴 지경이다. 하극도가 피식 웃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으래? 조직에 불만이 많은 모양이군.”
“불만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죠. 먹고살려고 조직에 가입했지만…….”
면도날이 잠시 말을 끊고 무라이와 우범석을 힐끔 쳐다보았다.
“솔직히 인간이 할 짓도 아니고, 갈등을 많이 겪었습니다. 이렇게 살라고 아버님이 극도(克島)라고 이름을 짓지는 않았으니 말입니다.”
“내가 누군지 아나?”
“모릅니다. 어젯밤 풍국 캐피탈을 박살 낸 분이 아닌가 짐작만 하고 있습니다. 꼴을 보니 무라이상과 보스는 오늘이 제삿날이네요. 물론 저와 자빠져 자는 놈들을 포함해서요.”
“호오!”
무쌍이 감탄했다. 영리한데다 시류를 파악하는 눈도 밝다. 하극도의 뇌파와 혈류는 지극히 안정적이다. 아버지를 언급할 때 감정이 격해졌을 뿐이다. 쓰레기장에 쓰레기만 모이지는 않는 모양이다.
“네놈 말대로다. 특임조의 임무는?”
“특별관광 안내와 자재 수급 및 배달입니다.”
“설명이 필요하군.”
하극도가 불청객의 얼굴을 힐끔 쳐다보았다. 말 한마디, 손짓 한번에도 의지가 충만하고 자부심이 깃들어 있다. 눈도 가을 하늘처럼 맑을 것이다. 나이방에 가려진 눈이 아쉬웠다. 현실은 시궁창이지만 저렇게 살고 싶었다. 그는 가늘게 한숨을 쉬고 입을 열었다.
“특별관광객은 세 종류입니다. 장기 이식, 혈액 치환, 아동 매춘입니다. 일본인이 90%, 나머지는 한국인과 백인입니다. 한국에 입국할 형편이 못 되는 장기 이식자의 경우엔 맞춤 자재를 수배해서 해외로 배달합니다.”
“맞춤 자재?”
무쌍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사람의 장기를 기계 부품 바꾸듯이 교체할 수는 없다. 온갖 종류의 까다로운 조건을 맞춰도 면역거부 반응이 일어난다. 장기를 교체하려면 필요한 정보가 한둘이 아니다.”
“병원의 진료기록을 빼돌립니다. 50병상 이상을 보유한 한국 병원 대부분이 하몽가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물론 네트워크의 매개물은 돈과 약점입니다.”
“뭐라?”
무쌍은 깜짝 놀랐다. 이거야말로 기절초풍할 일이다. 책상머리에서 전국의 병원 진료 자료를 스캔한단다. 환자와 딱 맞는 도너를 찾기에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다. 자신의 과거 진료 자료도 이들의 데이터베이스에 들어있을지 모른다.
한반도는 임진왜란 당시부터 일제 강점기까지 바다 건너 섬나라로 인해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일본인이 한국에서 저지른 악행 이상으로 앞장서서 날뛴 친일 매국노의 악행이 사회를 분열하고, 민초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광복 40년이 지났음에도 악랄하고 이중적인 쪽발이와 쪽발에 빌붙어 딸랑이는 엽전의 흑역사는 진행 중이다. 늙은 피를 젊은 피로 교체하는 놈, 채 열 살도 되지 않은 아이를 성적 노리개로 굴리는 변태, 멀쩡한 장기를 뽑아서 잇속을 채우는 짐승들이 청천 아래 횡행하고 있다.
“한국인 손님도 있나?”
“예, 제가 명부를 관리합니다.”
우범석이 눈을 질끈 감았다. 세상이 뒤집어지게 생겼다. 자신의 인생도 끝났다. 어쩐지 그저께 밤에 어머니가 꿈에 나타나서 손짓하더라니…….
“순순히 대답하는 이유가 있겠지?”
하극도가 쿵 무릎을 꿇었다.
“제 나이 스물여섯입니다. 잘못 살아온 삶을 바꿀 수 없을 만큼 늦었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살려주신다면 남은 생은 인간답게 살아보고 싶습니다. 지은 죄가 너무 커서 가능할지 모르지만, 더 이상 아버지 이름을 더럽히고 싶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