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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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배신의 그림자 2
정보가 누설되면 프롤리나트가 손 놓고 구경할 리 없다. 작전 지점에 미사일 팀이 대기한다면 본부에서 정보가 새나갔다는 명확한 증거가 된다.
깨비텐은 샤트르의 부상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용병은 거친 환경에서 거칠게 살아가는 존재다. 파편 몇 개 박혔다고 징징거리는 놈은 은퇴촌에 가서 포도나무 가지치기나 해야 한다.
파야라르고 동쪽 운드가 지역의 대저택,
로마네스크풍의 2층 저택 집무실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이 새끼야, 당장 나가 죽어. 아니 내가 쏴 죽이겠어.”
하비브가 권총을 뽑아 들었다. 시퍼런 눈길의 끝에 아무드 대령이 양탄자위에 바짝 엎드려 있었다. 이미 양쪽 뺨이 벌겋게 부풀어 있었다.
부관이 재빨리 하비브의 앞을 막아섰다.
“각하 고정하십시오.”
“비켜, 이 새끼야.”
“악!”
정강이를 걷어차인 부관이 깨금발로 뛰다가 엎드려 있는 아무드의 발에 걸려 엎어졌다. 부관이 코를 감싸 쥐고 일어났다. 양탄자에 코피가 뚝뚝 떨어졌다.
하비브가 어이없는 눈으로 부관을 쳐다보았다.
분노는 감정이다.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 무뎌진다. 장면이 달라지면 단기 기억은 금방 약화된다.
“에이, 망할 새끼!”
하비브가 권총을 내동댕이쳤다.
부관의 슬랩스틱 덕분에 참사를 면한 아무드가 슬며시 얼굴을 들었다. 비시시 웃는 부관의 얼굴이 보였다.
‘걱정 말라고 하더니 이거였군.’
부관이 돈 값을 해 준 것이다.
블랙맘바에게 철저히 발린 아무드는 큰 곤란에 빠졌다. 정상적으로 보고했다가는 곧바로 총살당할 게 뻔했다. 순발력이 뛰어난 아무드는 하비브의 부관과 집사에게 거액의 뇌물을 먹였다. 전과 보고서도 조작해서 올렸다. 아무드는 확실히 생존 순발력이 뛰어난 인간이었다.
“아무드 대령!”
“옙, 각하”
아무드가 벌떡 일어나서 부동자세를 취했다.
“망할 새끼야, 이걸 보고라고 하는 거야? 구라디 암릉에서 정찰대 57명, 정보를 준 토코툼에서 142명, 사령부에서 105명, 300명이 넘는 부하를 잃었어. 그리고 프로그 새끼는 겨우 15명을 잡았다고? 이게 말이 돼?”
“가 각하, 놈들은 백 명 전원이 스나이퍼로 구성된 용병 특공대입니다.”
“그래서? 놈들이 미사일을 날리고 탱크로 밀어붙였나? 톰캣이 융단 폭격을 하고, 구축함이 함포를 때렸나?”
흥분이 조금 가라앉은 하비브가 잔뜩 이죽거렸다.
아무드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일단 거짓보고를 올려서 살았다.
“라 하울라 와 라 꾸와타 일라 비 라.(하나님 외에 권능도 힘도 없도다.)각하, 저는 맹세코 제 목숨을 걸고 싸웠습니다. 앞장서서 돌격했고 마지막으로 퇴각했습니다. 놈들은 미사일보다 정확하고 탱크보다 저돌적이었습니다. 각하의 영명한 지도 덕분에 놈들을 격퇴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드는 본거지까지 탈탈 털린 주제에 프랑스 특공대를 격퇴했다고 보고를 올렸다. 백전노장인 하비브가 속내를 모를 리 없다.
“어이쿠 내가 미친다. 무스타가 얼디 하마르에 200명을 처넣더니 네놈은 보델레에 300명을 처넣었어. 아까운 전사 500명이 죽었단 말이다. 두 놈이 번갈아가며 잘 하는 짓이다. 병신 같은 놈들.”
새삼 분노가 치밀어 오른 하비브가 침을 튕겼다.
“각하, 칸마라는 놈은~억!”
퍽- 하비브가 집어던진 물건이 아무드의 볼을 때렸다.
책상위에 놓여있던 황금 당나귀상이다. 공교롭게도 아무드가 자신의 집무실에서 부관에게 집어던졌던 물건도 당나귀 상이었다. 부귀의 상징인 당나귀상이 화풀이 소품으로 격이 떨어졌다.
아무드는 부관처럼 슬랩스틱 동작을 취하지 않았다. 이미 써먹은 스킬을 거듭 쓰면 효용이 떨어진다. 그는 이빨을 악물고 부동자세를 유지했다.
“닥쳐, 사령관이라는 놈이 비루한 검둥이들이 주절거리는 악령을 들먹여? 네놈이 나를 능멸하는 거야.”
“그 그럴 리가 있습니까 각하, 이스티스나,(하느님의 뜻으로) 저는 각하의 미천한 종입니다.”
아무드는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망할새끼, 놈들을 잡았으면 배신자 마쿰보놈도 손에 넣었을거 아니야. 부하를 모두 잃고 개처럼 쫓겨다닌 주제에 악령 탓을 해.”
아무드가 분을 삭일때 노크 소리가 울렸다.
똑똑!
“들어와.”
하비브가 거칠게 소리쳤다.
문이 열리고, 30대 초반의 전형적인 루뭄바족 남자가 들어섰다. 하비브의 집사다.
집사가 종이 한 장을 공손히 내밀었다.
휙 뺏듯이 종이를 받아든 하비브가 아무드를 걷어찼다.
“이놈이 맞나?”
몽타주를 받아든 아무드는 종이가 뚫어져라 들여다보았다.
동양인 사내다. 짙은 눈썹, 쭉 곧은 콧날과 깊이 잠긴 눈동자, 여자처럼 섬세한 입술, 갸름한 얼굴 윤곽, 아무리 보아도 칸마라 불릴 얼굴이 아니다. 차라리 남색을 좋아하는 톰브예 위원장의 애인이라면 납득이 갈 얼굴이었다.
여자처럼 곱상한 얼굴을 가진 인간이 사헬의 칸마, 아즈라일로 불린단 말인가!
이런 놈에게 사막 전사 수 백 명이 죽고, 자신이 상갓집 개처럼 쫓겨 다녔단 말인가!
결국 아무드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블랙맘바의 얼굴을 본 적이 없다. 두 차례 전투에서 정신없이 쫓겨 달아났다. 사령부에서는 잽싸게 지하 쉘타로 피신했다.
“그렇겠지. 네 놈은 도망치느라 그 놈 얼굴을 본 적도 없겠지. 쓸모없는 놈.”
하비브가 내 팽개친 권총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똑똑- 위험한 타이밍에 노크 소리가 울렸다.
확실히 아무드는 바퀴벌레처럼 생존력이 강한데다 운까지 좋았다.
“또 뭐야!”
소령 계급장을 단 아랍인이 들어섰다. 마이크에게 유인 당했던 정찰대 대장 파이즈다.
‘저 저놈이 왜 여기에 나타나?’
아무드의 눈이 잔뜩 커졌다.
“숩타니 얼라!(알라께 영광을!)”
“뭐야?”
하비브가 경례를 받지 않고 고함을 질렀다.
파이즈가 아무드를 흘끗 보고는 종이 한 장을 공손히 내밀었다. 보고서를 읽어 내려가던 하비브의 얼굴이 붉어졌다. 종내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사령부가 전소되고, 겨우 다섯 놈이 살아남았다고!”
하비브가 이빨을 악물고 아무드를 노려보았다.
아무드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하비브의 분노를 일단 피하려고 빼먹은 보고다. 파이즈 놈 때문에 사단이 났다.
“가 각하, 중화기를 동원한 중대 규모의 특공대 기습을 받았습니다. 소인이 죽음을 무릅쓰고 대항했지만~”
처세술의 달인 아무드는 그 순간에도 순발력을 발휘했다.
“닥쳐, 부관, 이놈을 지하 감옥에 처넣어.”
부관이 벨을 누르자 제대로 군복을 차려입은 친위병들이 들어섰다.
“가 각하, 저는 각하의 종이고 친구입니다. 각하와 30년을 함께 싸워 온 전우란 말입니다.”
“닥쳐, 돼지 새끼야, 그래서 바로 쏴 죽이지 않은 거야. 끌고 가.”
“각하, 각하!”
“쏴 죽이기 전에 얼른 끌고 가.”
하비브가 고함을 질렀다.
아무드가 끌려 나가고 집무실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씨근대는 하비브의 거친 숨소리만 울렸다. 이마에 난 별모양의 상처가 실룩거렸다. 켈로이드화된 상처가 움직이자 마치 이마에 송충이 한 마리가 붙은 듯 했다.
똑똑-
집사가 들어와서 봉투를 내밀었다.
하비브가 직접 봉투를 개봉했다. 돌돌 말린 전문이 나왔다.
[탕가 서북쪽 15km지점, 좌표 216-342 01시, 헬기]하비브의 얼굴이 화악 풀렸다.
은자메나 프랑스 연대 본부에서 빠져 나온 극비 정보다.
“돼지새끼들, 이번에도 살아나면 내가 손에 돼지피를 지진다.”
하비브가 전화기를 들었다.
“집사, 즉시 동원 가능한 맨페즈(스트렐라2의 소련식 명칭) 팀이 몇이나 있나?”
“응갓 훈련장에 4팀이 있습니다.”
“시간이 없다. 프로그 놈들이 헬기와 접선한다. 망할 프로그 놈들과 마쿰보를 한꺼번에 때려잡을 절호의 찬스다. 당장 호출해서 에르 엑딤 계곡으로 보내도록.”
“옙, 각하”
“파이즈 소령!”
“옙, 각하”
“자정까지 에르 엑딤에 도착해서 매복하라. 신의 요술 방망이와 기관총을 준비하도록, 수류탄도 충분히 지급하라. 이번에야 말로 프로그를 밟아 죽이고, 배신자를 처형해야 한다. 알았나?”
“옙, 각하”
파이즈가 경례를 붙이고 집무실을 뛰쳐 나갔다.
하비브가 누살을 찌푸리고 방안을 왔다갔다 했다.
“젠장, 시간이 너무 촉박하군. 파다에 주둔중인 톰브예 군을 움직이기엔 시간이 없어. 제 때 도착할 수 없단 말이야. 멍청한 아무드 놈과 무스타가 병력을 너무 많이 잃었어. 마쿰보 놈을 놓치는 한이 있어도 프로그 새끼들은 절대 놓칠 수 없어.”
하비브는 이빨을 갈며 다시 전화기를 들었다.
하비브는 머쿰보를 확보해야 한다는 다급함에 무리수를 두었다.
충분한 병력을 확보해서 단 번에 용병 특공대를 압살시키려던 계획이 틀어졌다.
블랙맘바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그는 병력을 축차투입하는 우를 범했다.
라텔팀은 계곡 깊숙이 진입해서 동굴을 등지고 캠프를 쳤다. 반군의 야포 공격을 의식해서 설정한 숙영지다. 개활지에서 도트 사격을 당하면 견딜 재간이 없다.
“후, 이게 무슨 꼴이야!”
깨비텐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따지고 보면 부하들을 배신한 셈이다. 볼 낯이 없었다. 믿을 수 없는 본부, 개떼처럼 덤비는 프롤리나트, 지친 부하들, 망망대해에 홀로 뜬 일엽편주가 따로 없었다.
결벽증이 있는 그는 확인을 하고자 또 한 번 모험을 자처했다. 정보가 샐 줄 뻔히 알면서 헬기 접선지를 바꾸지 않았다.
묵묵히 서있는 블랙맘바를 흘낏 보았다.
언제 보아도 완벽한 좌우 대칭의 자세다. 저 자세에서 팔방 어디든 테니스공처럼 튀어 나간다. 이번엔 전적으로 블랙맘바를 믿고 벌린 일이다. 믿을 언덕은 블랙맘바뿐이다.
깨비텐은 야시경으로 절벽 양 사면을 세밀히 관찰했다. 오십 미터 높이의 장대한 바위 절벽이 푸르스름한 뷰 파인더를 가득 채웠다. 양족 사면이 45도 각도로 상당히 가팔랐다.
“블랙맘바, 우측 절벽에 은폐하라. 헬기가 공격당하더라도 관찰만 한다. 우리 팀이 공격당할 위험이 없는 한 놈들을 내버려 두어라.”
“무슨, 개가 풀뜯는 소리 하는 거야! 헬기가 격추되면 샤트르 후송이 물건너 간다.”
블랙맘바가 강하게 반발했다.
“블랙, 네 심정은 이해한다. 나는 본부에서 귀환 명령을 내리든 말든 귀환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우리 모두 군법회의에 넘겨진다. 작전을 포기할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
“깨비텐, 지나친 반응이다.”
블랙맘바가 우려 섞인 대답을 했다.
“나도 기우이기를 바란다. 지금으로서는 아무것도 못 믿겠다. 샤트르는 다시 헬기를 부르면 된다. 나는 내 부하들을 책임져야할 깨비텐이다.”
깨비텐은 단호하게 말했다.
헬기 조종사에겐 미안하지만 상황이 영 좋지 못했다.
정상적인 컨디션을 유지하는 대원은 블랙맘바가 유일했다. 심부체온(뇌와 내장기관의 체온)이 떨어진 마이크와 미구엘은 와들와들 떨고 있는 지경이다.
병이 난 것은 아니지만 심한 일교차와 체력 저하가 원인이다. 연속된 긴장과 휴식을 취하지 못한 신체의 반란이다.
독감이 걸린 에밀과 장쒼, 모리스는 기침이 심했다. 기침을 콜록거리는 스나이퍼라니, 코미디가 따로 없었다. 이들은 벨맨이 수면제를 투여해 재웠다.
블랙맘바는 깨비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군복이 어울리는 인물, 아니 인물에 군복이 어울리는 사람이다.
외인부대 장교로서 자부심이 유달리 강한 사람이다. 초췌한 얼굴, 충혈된 눈동자, 리더로서 받을 압박감과 조직에서 버려진 자괴감이 얼마나 클지 짐작되었다.
“알았다. 샤트르에게 문제가 생기면 뒈지게 맞을 줄 알아라.”
블랙맘바가 주먹을 흔들어 보이고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짜식 겁을 팍 주고 가네. 저놈에게 맞으면 바로 사망인데!”
깨비텐이 중얼거렸다.
블랙맘바는 한 마리 벽호(도마뱀)가 되었다. 그는 황갈색 위장포를 덮어쓰고 바위틈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도마뱀이 느긋하니 블랙맘바를 타고 넘어갔다. 사막여우가 허벅지에 오줌을 찍 싸고 지나갔다.
자연동화술을 펼친 그를 동물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겨우 인간의 이목이나 피하는 히가시혼간지의 비기가 블랙맘바의 몸에서 완벽히 펼쳐졌다.
밤하늘을 슬쩍 올려다보았다.
옆에서 꼬박꼬박 졸던 느시가 화들짝 놀라 겅중겅중 달아났다. 북부칠성의 꼬리가 우측으로 약 10도 돌아갔다. 은신한지 두 시간이 지났다. 지금은 23시다.
스나이퍼 훈련 커리큘럼에 시간을 측정하는 스킬도 들어 있다. 해, 달, 별등 주로 천체를 활용한다. 블랙맘바는 용병이 되기 전에도 큰 오차 없이 시간을 파악할 수 있었다. 체내시계, 즉 자신의 생체리듬을 완벽히 파악하면 오차 없이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있다.
‘콧구멍을 물어뜯는 나게르 개미가 없어 다행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