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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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배신의 그림자3
사박사박- 한가한 생각에 잠겨있을 때 예민한 귀가 이질적인 소리를 포착했다. 지면이 눌리는 소리, 지면을 스치는 소리다.
‘사람 발자국 소리가 맞나?’
500미터 안쪽에서 사람의 발자국 소리는 천둥처럼 들리는 블랙맘바다. 느껴지는 중량에 비해 소리가 너무 작았다. 기감은 큰 동물인데 소리는 설치류가 이동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느껴지는 감각은 인간이다.
숫자가 점점 늘어났다. 이곳은 동물 빈도가 낮은 사헬이다. 아프리카 남부의 사바나처럼 떼를 지어 다니는 동물이 없다. 하이에나마저도 단독 생활을 한다. 깊은 밤에 떼거리로 돌아다닐 동물은 사람 외에 없다.
‘특별한 훈련을 받은 놈들인가?’
블랙맘바는 30초 동안 발자국 소리를 카운터하기 시작했다. 일반인의 통상 발걸음 속도는 초당 1.5~2걸음이다. 일정 시간의 발자국 소리를 파악하면 사람 숫자가 계산된다. 물론 특수한 훈련을 받은 스나이퍼만이 가능한 방법이다. 숫자는 다섯 명이다.
그 뒤를 이어 다시 두 팀이 나타났다.
총 15명이다. 놈들도 소리 없이 나타났다. 마치 땅에서 솟아 난 것 같았다.
‘읔!’
깜짝 놀랐다. 500미터가 아니라 100미터 안쪽이다.
보통 사람의 발자국 소리로 판단한 미스다.
잠시 후 발자국들이 블랙맘바가 은신한 바로 코앞을 지나갔다. 그제야 거리를 착각한 원인을 알았다. 전부 맨발이었다. 맨발을 땅에서 떼지 않고 미끄럼 지치듯 걸었다. 저런 발걸음을 본 적이 있다. 루뭄바족 사냥꾼의 발걸음이다.
스트렐라2 발사기를 어깨에 멘 놈, 미사일 두 발이 들어있는 박스를 멘 놈, 소총을 멘 놈이 셋이다. 모두 맨발이었다. 소총을 든 세 놈은 대공 미사일 사수와 조수를 보호하는 방호병이다.
놈들의 의도는 뻔했다. 헬기를 격추하고 접선 대기 중인 특공대를 박살내려는 기도다. 그렇다면 추가 병력이 밀고 들어 올 가능성이 높다.
등골이 써늘해졌다. 깨비텐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미끼와 상관없이 본부 고급 장교 중에 프롤리나트 측에 실시간으로 정보를 흘리는 놈이 있다.
‘놈들은 우리가 마쿰보를 구출했다고 보는 걸까?’
의문이 들었지만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블랙맘바는 헤드셋의 볼륨을 최저로 낮추고 톡톡 두 번 두드렸다. 곧 응답이 왔다. 다시 크게 한 번 두드리고 텀을 두고 작게 다섯 번 두드렸다. 적이 15명이란 소리다. 그리고 손톱으로 송화기를 직 그었다. 대공 미사일 휴대 신호다.
블랙맘바의 신호를 받은 깨비텐은 조용히 전투 배치했다. 헬기 격추 팀이 몰려들었다. 역시 정보가 실시간으로 빠져나간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라텔팀을 잡기 위해 보병도 몰려올 것이다.
잠시 후 깨비텐은 다시 블랙맘바의 신호를 받았다. 이번엔 길게 다섯 번이었다. 오십 명이다.
깨비텐은 한숨을 삼켰다.
설마 했더니 판단 미스다. 악어 주둥이에 오소리 대가리를 밀어 넣었다. 목숨이 열 개라도 모자랄 필드에 또다시 부하들을 밀어 넣은 셈이다.
블랙맘바는 인상을 찌푸렸다.
발자국이 계속 이어졌다.
‘뭐야? 이 자식들 먹을 것도 없는데 왜 자꾸 기어 들어와!’
또 한패가 기감에 잡혔다. 발걸음에 무게가 실렸다. 중화기 팀이다. 발걸음이 계속 이어졌다. 특이하게도 놈들은 다섯 아니면 열 명이 한 조로 움직였다.
‘헉!’ 깨비텐은 숨을 들이켰다.
블랙맘바가 다시 신호를 보냈다. 길게 다섯 번, 짧게 다섯 번이다. 추가로 55명이 합류했다. 에르 엑딤 계곡으로 120명이 몰려왔다.
현재의 전력으로 놈들과 부딪히면? 아무도 살아남지 못한다. 놈들과 전투를 벌이느니 악어가 우글거리는 잠베지강에 몸을 던지면 생존 확률이 더 높아질 것이다.
깨비텐은 전투를 포기했다.
분하지만 만반의 준비를 갖춘 게릴라들과 싸워봐야 승산이 없다. 블랙맘바를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블랙, 우리는 잠수한다.
-알았다. 맡겨라.
블랙맘바의 대답은 언제나 간결했다.
계곡으로 소리 없이 틈입한 무리가 소리 없이 흩어져 매복했다. 훈련이 잘 된 놈들이다.
사헬에 거주하는 원주민들은 거의 신발을 신지 않는다. 계곡으로 몰려드는 프롤리나트가 기도비닉 유지를 위해 신발을 벗었다면 대단한 놈들이다.
챠드 북부 보루꾸주의 퇴적암층 계곡 에르 엑딤이 은밀한 살기로 덮였다.
00시 52분, 투투투투- 멀리서 헬기 로터음이 들렸다.
정확한 시간이다.
‘가젤? 지상 공격을 염두에 두었나? 항속거리 때문에 중무장이 어려울 텐데.’
로터음만 들어도 프랑스군 주력 헬기인 SA-342가젤이다. 본체 뒤통수에 우스꽝스런 부스터가 달린 놈이다.
가젤은 코믹한 외형과 달리 항속거리가 700km에 달한다. 은자메나 본부에서 탕가까지 직선거리로 딱 700km다. 아마 보조 연료통을 두 개는 추가 장착했을 것이다.
가젤은 1969년 에어로 스뻬시알사가 개발한 공격 헬기다. 조종사외에 1명이 더 탑승할 수 있으며 대단히 민첩한 헬기다.
스트렐라2는 비지연식 신관을 채용한 1세대 열 추적 미사일이다. 발사후 15초 전후면 자폭한다. 재빠른 가젤이 플레어로 미사일을 교란시키거나, 롤백, 훅킹등의 고난도 회피 기동을 하면 충분히 생존할 수 있다.
잠시 후 달빛을 배경으로 까만 점이 급속히 확대되었다.
블랙맘바는 속이 새까맣게 탔다. 살모사처럼 헬기를 노리는 스트렐라2가 여러 팀이다. 놈들은 정예 멤버다. 발소리를 죽이려고 신발도 신지 않은 놈들이다.
‘젠장, 깨비텐이 절대 공격하지 말랬는데…….어떻게 하나.’
부챗살처럼 퍼져서 자리를 잡은 대공 미사일 팀이 발사기를 드는 모습이 빤히 보였다.
블랙맘바는 드라구노프 방아쇠울에 손가락을 걸고 갈등했다. 깨비텐의 주장은 설득력이 충분했다. 그러기에 쉽게 방아쇠를 당길 수 없었다.
허접한 미사일이지만 일시에 서너 발이 날아들면 가젤은 끝장났다고 봐야 했다.
쿠웅-
굉음과 함께 번쩍 포구 섬광이 일었다. 은신처에서 겨우 200m떨어진 지점이다.
캄캄한 밤하늘을 오렌지색 섬광이 가로질렀다. 이어 오렌지색 불빛 세 개가 더 솟아올랐다. 지대공 미사일 팀은 셋이 아니라 넷이었다. 1km떨어진 지점에 또 다른 팀이 대기하고 있었다.
‘끝장났네, 영가여 이승의 미련을 끊고 저승에서 평안하시기를! 지장보살! 지장보살!’
블랙맘바는 조종사의 명복을 빌었다.
스트렐라가 아무리 허접한 미사일이지만 네 기가 한꺼번에 발사되었다. 가젤로서는 회피할 재간이 없다.
500미터 상공에서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가젤 후방에서 쏟아져 나온 플레어다. 시뻘겋게 달아오른 100여개의 알루미늄 조각이 별빛마저 흐리게 만들었다.
플레어는 마그네슘 등으로 구성된 화염 덩어리다. 항공기 배기구에서 나오는 파장과 비슷한 파장을 내서 열 추적 미사일을 속이는 역할을 한다.
플레어를 사출한 가젤이 급히 기수를 꺾어 상승했다.
첫 번째 미사일이 플레어 속으로 뛰어 들어 폭발했다. 상승 중이던 헬기가 곤두박질치듯 하강했다.
두 번째 탄두가 급강하 하는 가젤의 콧등을 스치고 날아갔다.
퍼퍼퍼펑- 가젤이 지상으로 로켓탄을 무차별 난사했다. 가젤이 다시 직각으로 서다시피 상승을 시도했다.
기민한 대응이지만 저고도에서 4발의 미사일을 모두 피하기란 불가능이다. 다구리에 장사가 없다. 세 번째 탄두가 테일 로터 앞 동체에 틀어 박혔다.
운동 에너지가 넘친 탄두가 폭발 없이 창처럼 기체를 뚫고 지나갔다. 하부의 전원장치가 박살났다. 헬기의 불빛이 일제히 꺼졌다.
항법장치, 비행보조장치, 체인건까지 무용지물이 되었다. 애써 수리할 필요는 없었다. 마지막 탄두가 엔진으로 빨려 들어갔다.
꽝- 계곡이 부르르 울렸다.
불덩어리가 된 헬기가 계곡으로 추락했다.
블랙맘바는 바로 눈앞에서 벌어진 기가 막힌 장면을 멀거니 올려다보았다.
푸왕- 거대한 바람개비가 무섭게 확대되었다. 바디에서 이탈된 10.5미터 길이의 로터다. 공기를 찢어발기는 살벌한 굉음이 울렸다.
“으헛!”
놀란 블랙맘바가 절벽 안쪽으로 미끄러지듯 굴러 들어갔다.
꽝- 굉음이 울렸다. 로터가 절벽에 콱 틀어박혔다. 다트가 꽂히듯이 말이다.
‘휘유, 디질뻔 했네.’
블랙맘바는 식은땀을 주르륵 흘렸다.
로터가 일 미터만 안쪽으로 날아왔으면 도마 위에 올라간 고등어 꼴이 될 뻔했다. 인명은 재천이란 말이 절로 이해되었다.
꽝- 또 한 번 굉음이 울렸다.
헬기 동체가 절벽 사면에 충돌하는 소리다.
그그그극- 헬기가 절벽을 긁으며 미끄러져 내려가는 소리가 섬찟했다.
쾅하는 날카로운 굉음에 이어 쿠쿵- 묵직한 굉음이 울렸다. 헬기 동체가 계곡 바닥에 처박히는 소리와 장착된 보조연료가 유폭하는 굉음이다.
계곡이 일순간 환하게 밝아졌다. 불쌍한 조종사는 탈출할 엄두도 못내고 산화했다. 강철 틀에 갇혀서 말이다.
“저 저럴 수가!”
장쒼의 입에서 비명이 새어나왔다.
용병들은 가젤의 비참한 최후를 이를 악물고 지켜보았다.
“개새끼들!”
철컥- 마이크가 드라구노프에 탄창을 끼웠다.
“마이크, 죽고 싶나. 처박혀 있어.”
깨비텐이 엄중히 경고했다.
용병들은 냉정한 깨비텐의 처사에 소름이 끼쳤다. 깨비텐의 의도는 뻔했다. 혹시 모를 누명을 피하기 위한 조치다. 접선 지역에서 놈들의 미사일에 맞아 헬기가 추락했다. 빼도 박도 못할 정보 누설 증거다. 깨비텐의 의도를 짐작한 팀원들이 숨을 죽이고 은신에 들어갔다. 상황은 블랙맘바에게 맡겨졌다.
블랙맘바의 얼굴이 잔뜩 굳어졌다.
가슴속에서 불덩어리가 치밀어 올랐다. 본적도 없고, 국적도 다르지만 동료 용병이다. 동료가 눈앞에서 강철 틀에 갇힌 채 통구이가 되었다. 샤트르의 후송도 물 건너갔다.
그는 조용히 드라구노프를 들어 올렸다.
접선 정보를 얻은 놈들이 헬기만 잡고 물러 갈 리 만무했다. 본인 역시 놈들을 곱게 보내줄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천중에 걸린 상현달이 교교히 빛났다. 살인하기엔 너무나 아름다운 달빛이다. 둔탁한 야시경을 벗어 잡낭에 수납했다.
블랙맘바의 눈동자가 서서히 커졌다. 휘막에 반사된 빛이 푸른 섬광으로 튀었다. 녹색의 세계가 흑백의 세계로 바뀌었다. 올빼미 시력에 필적하는 파란트로푸스의 눈이다.
200m는 눈앞이다. 가젤을 격추시킨 게릴라들이 발사기를 챙기는 모습이 선명했다.
“흐흐, 그냥 갈라꼬. 그렇게는 안 되지.”
블랙맘바가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30cm남짓한 큼직한 소음기를 드라구노프에 채웠다. 크기만 컸지 소음 효과는 파무스 소음기보다 못한 물건이다. 무식한 로스께들이 만든 물건다웠다. 마음에 들지 않아 평소에는 사용하지 않던 물건이다.
얼디 하마르 전투를 치른 뒤부터 탄환은 3600J의 일반 고속탄만 사용했다. 열화우라늄탄은 총에 무리를 준다. 실전에서 우라늄탄을 쓸 일도 별로 없었다. 역시 이론과 실제는 달랐다.
블랙맘바는 적이 알아차리지 못하게끔 외곽부터 저격을 시작했다. 첫 희생자는 가장 멀리 있는 네 번째 조다.
거리 820미터, 풍향 북북서, 풍속 2.8m/s, 기온 12℃ 사격 제원이 순식간에 뇌에 새겼다.
퍽퍽퍽- 퍽퍽- 블랙맘바만이 가능한 3연타 저격이다.
구태여 이름을 붙이자면 쓰리텝이다. 권총도 아닌 저격총이다. 강력하고 섬세한 근육, 바늘 끝보다 예민한 감각을 가진 블랙맘바만이 가능한 연타다.
소총을 든 경계병 셋의 머리가 동시에 터졌다.
스코프에 푸른 물감이 쫙 번졌다. 발사기를 챙기던 사수의 가슴에서 피가 튀고, 탄두를 챙기던 부사수의 머리가 벌떡 넘어갔다.
바로 두 번째 표적을 향해 총구가 돌아갔다. 500미터 지점의 미사일 팀이다. 드라구노프는 용서가 없었다. 세 번째 팀도 냉정히 잡아냈다. 48초 만에 세 팀, 열다섯을 잡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