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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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장 종두득두16
“크크크! 야스쿠니와 쿠시다 신사에 공물로 몇 개 던져주면 딱이네.”
무쌍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낄낄거렸다. 국산 최루탄은 독종 김극도가 제정신을 차리지 못할 만큼 지독했다. 내버려두었다간 자신의 얼굴 가죽을 뜯어낼 기세다. 일본 정치인들이 신사에 공물을 헌납할 때 사과탄 몇 개 던지면 볼만할 것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다. 설마하니 데모 현장도 아닌 현주 건물에 최루탄을 쏴 댈 줄은 몰랐다. 군사 정권이 국민을 졸로 본다는 웅변이다. 응심제는 개인 저택이지만 용도는 프랑스 문화원으로 등록되어있다. 경찰이 난입하고, 최루탄을 투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어떻게 될까?
해외 토픽감이다.
대머리 아저씨가 직접 사과하고 형사들과 출동한 기동대 책임자의 인생은 먹구름으로 덮인다. 웃대가리들의 사정이야 알바 아니지만, 죄없는 기동대 전경들의 희생은 바라는 바가 아니다. 고생하는 녀석들에게 따끈한 오뎅 국물 한 쪽대 주지 못할망정 영창은 아니다.
무쌍이 두 손을 들었다. 우웅- 대기가 유동했다. 염력이 확산하던 매캐한 연기를 끌어들여 압축했다. 빙빙 돌며 연기를 뿜던 최루탄이 둥실 떠올랐다.
“가랏!”
최루탄이 무쌍의 손길을 따라 담장 밖으로 휭 사라졌다. 흰 연기 기둥이 혜성 꼬리처럼 따라붙었다. 최루탄을 처리하고 김극도의 등에 손바닥을 붙였다. 공진파가 물리력을 발휘하는 근원은 입자와 파동 성질을 겸한 고에너지 파장이기 때문이다. 고에너지 파장의 광전 효과는 이물질을 분리하는 권능이 있다.
솨아아- 공진파가 점막에 달라붙은 CS 입자를 분자단위로 분해했다. 김극도는 자신의 신체 내부에 청량한 솔바람이 부는 느낌을 받았다. 죽을 것 같은 고통이 말끔히 사라졌다. 충격에 충격을 받은 김극도가 멍한 눈길로 무쌍을 쳐다보았다. 주인은 인간이 아니다. 쪽발이가 모시는 수백만의 잡신과는 비교할 수 없는 대신이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따따따따- 오렌지색 깡통 십여 개가 흰 연기를 끌며 담을 넘어왔다. SY44 직격탄이다. 경찰 기동대가 사용하는 최루탄은 KM25(사과탄), 다연발탄(지랄탄), SY44(직격탄), 페퍼포그 네 종류가 있다.
“이 새끼들이 미쳤구먼!”
발사기로 유탄처럼 쏘는 SY44는 직격당하면 죽을 수도 있는 위험한 물건이다. 염동력은 발동에 시간이 걸리고 다중 목표에 적용할 수도 없다. 핏핏핏- 무쌍이 빗살처럼 움직였다. 검은 선이 허공에 죽죽 그어졌다. 퍽퍽퍽- 발길에 걷어차인 최루탄이 모조리 담장 밖으로 되돌아갔다.
“스고이 스고이!”
김극도가 자신도 모르게 일본어로 감탄했다. 파리를 낚아채는 파리매가 따로 없었다. 끔찍스런 최루탄은 한 발도 땅에 떨어지지 않았다. 뒤이어 날아든 최루탄도 모조리 되돌렸다. 빡- 빡- 빡- 담장밖에서 최루탄 터지는 소리가 연속 울렸다. 매캐한 연기가 일대를 뒤덮었다.
“아악!”
“씨바알, 이기 머꼬!”
아우성이 터졌다. 발사한 최루탄을 고스란히 되돌려 받은 기동대는 지리멸렬했다. 전경이라고 용빼는 재주 없다. 장비를 팽개치고 빗방울 맞은 거미 새끼처럼 흩어졌다. 발사기와 진압봉, 방패가 현장에 어지럽게 흩어졌다.
“김양수, 이 새끼야! 저 안에 도대체 뭐가 있는 거야? 빨갱이 새끼 한 놈밖에 없다며?”
기동 중대장이 버럭버럭 했다. 수백 회 시위 진압차 출동했지만, 이런 꼴은 상상도 해 본 적 없다. 시위 현장에서 최루탄을 집어서 되던지는 독하고 날랜 놈이 간혹 있지만, 귀신이 아니고서야 발사한 최루탄을 몽땅 되돌릴 수는 없다.
“그 그게 말입니다.”
김양수는 할 말이 없었다. 자신도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 놈에게 뺨을 얻어맞아 터진 입 안쪽의 쓰라림이 진해졌다.
“새꺄, 얼띠한 젊은 놈과 여자들밖에 없다메. 집안에 실미도 북파 공작원이 떼거리로 있는 거야 뭐야? 너 이 새끼 일부러 고참을 엿 먹이는 거지?”
기동 중대장이 길길이 날뛰었다.
“씨발, 난들 아나!”
김양수는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악몽을 꾸는 기분이었다. 이래서야 본청의 대테러 팀을 동원하기 전에는 연행할 수단이 없다.
“반장님, 영장 발부가 보류되었답니다.”
하 형사가 무전기를 흔들었다. 김양수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엎어진 놈 뒤통수 밟는다더니 그 짝이다. 공안 사범 영장은 무조건 발부된다. 어쨌든 영장 발부를 기정사실로 하고 밀어붙였는데 상황이 꼬여도 엄청 꼬였다. 상대가 개털이면 별문제 없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놈이니 문제다.
“씨팔, 이유가 머꼬? 기각이면 기각이지 보류는 머꼬?”
“상황실입니다. 직접 받으십쇼!”
하 형사가 무전기를 내밀었다. 무전기를 받아든 김양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강간치상죄로 4년 집행유예……? 자세히는 모른다꼬……? 프랑스 대사관은 왜 튀어나와……? 머라꼬! 영국 영사가 신원 보증을 했다고? 알았다. 오버!”
김양수가 무전기를 끄고 완강히 버티고 있는 검붉은 대문을 노려보았다. 삐쩍 마른 만두 몇 개 집어먹고 새벽같이 출동해서 이게 무슨 꼴이란 말인가. 울화통이 확 치밀었다.
“씨바 좆도. 머 이런 새끼가 다 있노!”
발작적으로 무전기를 팽개치고 씨근거렸다.
“김 부장, 상황실에서 머라 카는데 지랄이고?”
기동 중대장이 물었다.
“이 새끼 전과잡니다. 고딩때 강간치상죄로 기소되가꼬 4년 집행유예 받은 놈이라요. 그런데~”
“싹수가 노란 놈이네. 상부에 보고하고 전경 애들을 무장시키자고.”
기동중대장이 말 허리를 자르고 설레발쳤다.
“외사과에서 영장 보류 신청을 한 모양입니다. 확인할 내용이 있답니다.”
“확인? 공안 사범이고 현행범인데 먼 확인이 필요하노?”
기동중대장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공안 사범은 관례적으로 영장 청구해놓고 곧바로 체포 액션에 들어간다. 더욱이 전과자라면 볼 것도 없다.
“외사과 기록에 스바르드 굴베이그라는 이름의 프랑스 여권으로 입국한 기록이 남아있답니다.”
“스바르드 굴베이그? 발음하기도 더럽구먼. 국제 범죄자가 여권을 위조해서 들어온 기가?”
“그게 이상합니다. 1981년 출국 당시의 신원 보증인이 해밀턴 영사입니다. 영국 영사가 미치지 않고서야 젖비린내 나는 파렴치범의 신원을 보증할 이유가 없지요.”
“그래서! 점마 신분이 머꼬?”
기동중대장이 짜증 냈다.
“모른답니다. 프랑스 대사관에 신원 요청을 넣었는데 답이 없답니다.”
무반응일 수밖에 없었다. 블랙맘바는 프랑스 전략 무기다. 정체를 아는 사람은 대사와 일급 무관밖에 없다. 대사가 본국 훈령이나 블랙맘바의 허락 없이 신원을 알려줄 턱이 없다.
“그라마 개털 아이가. 경찰을 반병신 만든 놈을 그냥 둘 수야 없지. 무장 전경을 투입하자고.”
“외사과에서 파리 대사관과 인터폴에 확인 중이랍니다.”
김양수가 어물어물했다. 직급은 기동중대장이 높지만, 현장 책임자는 김양수 경위다. 책임을 져야 하는 입장에서 쉽게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롤렉스나 빼돌리는 외사과 새끼들이 뭘 알아. 영감 허락이 났으니까 일단 잡아들이자고. 내 새끼가 32명이나 잡혀있단 말이다.”
기동중대장이 무장병력 투입을 강력히 주장했다. 김양수의 표정이 찜찜해졌다. 형사 짬밥 20년이 경고음을 계속 울렸다. 드러난 위험은 위험이 아니다. 진짜 걸림돌은 불확실성이다.
“휴, 알겠습니다. 인질을 빼내야 하니까 일단 좋게 해결해 보지요.”
김양수가 샛문 틈에 얼굴을 박고 소리쳤다.
“박무쌍, 나하고 이야기 쪼매 하자.”
“얼씨구, 선량한 시민의 집에 최루탄을 쏴댈 때는 언제고? 계속하지 그래.”
느물느물한 응답이 돌아왔다.
‘제기랄, 내가 앓느니 죽는다. 죽어!’
김양수는 가슴을 두드렸다. 연초 토정비결이 좋지 않더니만 사상 최악의 진상을 만났다. 이놈을 상대하다간 제명에 죽지 못할 것 같았다.
“이봐, 대화로 해결하자. 너도 계속 이럴 수는 없잖아.”
“흐흥, 니캉 내캉 정다운 이바구 나누며 쎄쎄할 사이도 아니잖아. 영장이 보류되었나 보지.”
‘이 새끼가 점쟁이가?’
정곡을 찔린 김양수가 흠칫했다.
“씨바, 일단 이바구로 풀자.”
김양수가 통사정했다.
“그려, 싸움보다는 흥정이 낫지.”
갑자기 변덕이 생긴 무쌍이 샛문을 열었다. 김양수는 마음을 단단히 다지고 들어섰다.
“어?”
김양수의 눈이 커졌다. 박무쌍의 조력자가 수십 명은 있을 줄 알았는데 장내엔 박무쌍밖에 없다. 시야에 들어오는 놈은 멀찍이 떨어져서 살기를 풀풀 풍기는 한 놈밖에 없었다. 대문간에 죽은 듯 나란히 눕혀져 있는 전경대원들은 귀신 짓이란 말인가? 최루탄 수십 발은 누가 되던졌단 말인가? 머리끝이 쭈뼛 곤두섰다. 진짜 귀신이 설치는 집이란 말인가.
“영장!”
무쌍이 손을 내밀었다.
“쟤들은?”
“새꺄, 니 걱정이나 해. 내가 죄 없는 얼라들을 떼거리로 패죽이는 사이코패스로 보이냐?”
무쌍이 짐짓 눈을 부라렸다.
“이 새끼야, 혓바닥이 반 토막이가? 내가 밥 먹다 흘린 밥알이 니가 처먹은 밥보다 많을 끼다.”
할 말이 없어진 김양수가 군필자의 주특기인 짬밥으로 시비를 걸었다.
“아따 말 본새 보소. 짭새는 밥 처먹을 때 언가이 줄줄 흘리나 보지. 임마, 니부터 반 토막짜리 혓바닥을 고쳐라. 민중의 지팡이라는 새끼의 주둥아리가 양아치보다 못하구마.”
배알이 삐딱해진 무쌍의 언사가 고울 리 없었다.
“으윽!”
김양수가 뒷목을 잡았다. 내일모레면 오십인데 이십 대 중반의 얼라와 드잡이질하는 자신이 한심했다. 무력도 당할 수 없고 말로도 당할 수 없는 놈이다. 젊은 놈을 상대로 성질 내봐야 자기만 손해다. 그는 마음을 비웠다.
설전이 길어지자 안채에서 처녀 다섯이 몰려나왔다.
“오빠, 싸다구 때려서 내쫓아요.”
“폭력 경찰, 양아치 경찰 물러가라.”
“아저씨, 얼굴도 못생긴 게 주디도 더럽네예.”
80년대 경찰과 학생은 생사 대적이고 숙적이다. 좋은 말이 나올 리 없다. 김양수는 처녀들이 악악대는 소리에 머리가 어질거렸다.
“짜리몽땅한 아저씨 밥은 묵었어요? 우리 오빠 밥 묵어야 되요.”
김양수는 여고생의 말에 머리를 싸쥐었다. 난장판에 밥이 문제인가. 어린 계집애까지 정상이 아닌 집구석이다. 김양수는 응심제 식구들이 밥을 얼마나 중요시하는지 몰랐다.
“니 머꼬? 전과자 새끼가 영국 영사님 신원보증을 받아서 물 건너가고, 들어올 때는 프랑스 여권으로 들어왔다메. 정체가 머꼬?”
‘아차!’
사헬 작전을 마치고 귀국할 때 사용한 여권 기록을 용케 찾아낸 모양이다. 한편으론 한심했다. 안기부에 조회했으면 활동이 없어도 이곳이 프랑스문화원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가려운 곳은 배꼽인데 머리를 긁는 격이다. 무쌍이 피식 웃었다.
“많이도 조사했구마. 내가 프랑스 사람이거든.”
김양수는 25톤 덤프트럭에 부딪힌 표정이 되었다.
“미친놈!”
“이봐, 내 정체성은 내가 알아. 당신이 힘들게 찾아주지 않아도 돼.”
“어휴, 내가 미친다. 미쳐!”
김양수는 나불대는 주둥아리에 리볼버를 처박고 싶었다. 물론 권총을 뽑았다간 방아쇠를 당기기 전에 저놈의 주먹에 머리가 쪼개진다. 그가 쓰린 속을 달래며 협상을 시도하는 이유다.
“해밀턴 영사님은 머꼬?”
“내가 국제적인 범 털이거든. 니 마누라와 새끼는 우얄라카노?”
“니가 와 내 마누라와 새끼를 걱정하노?”
“연한을 채워야 연금이라도 받지. 함부로 설치다 밥줄 떨어지마 손가락 빨아야 하잖아. 절차 무시하고 힘자랑하마 내도 힘자랑 하께. 계속 해 볼래? 사과하고 좋게 진행할래?”
“……”
경보음이 사이렌으로 바뀌었다. 대한민국에서 이놈처럼 경찰을 막 대하는 놈은 없다. 비빌 언덕 정도가 아니라 팔공산보다 더 큰 배경이 있을지도…….
“에이 씨바, 미안하다. 내가 심했다. 됐제?”
김양수는 자신의 입을 찢고 싶었다. 형사 반장이 피의자에게 사과라니! 경찰 역사에 오점을 찍어도 유분수지.
“내 귀엔 사과가 아니라 시비로 들리는데……”
무쌍이 말꼬리를 길게 뽑으며 삐딱한 시선을 보냈다.
“아놔, 일단 서로 가자. 니도 이카마 해결 안 된다 카는거 알제?”
“신분증! 내 눈엔 경찰이 아이고 양아치로 보이거든.”
무쌍이 손을 내밀었다.
“미치겠네.”
이놈은 전생에 진드기였음이 틀림없다. 김양수가 뒤집어지는 속을 달래며 신분증을 꺼내서 펼쳤다.
“지금 영화 찍나. 그래 후딱 집어넣으마 내가 우예 보노.”
김양수는 포기했다. 한마디만 더 나누다간 리볼버를 뽑을 것 같았다. 그리고 터진 대가리에서 선지를 쏟으며 자빠지겠지.
“이 자슥아, 실컷 봐라. 봐!”
김양수가 경찰수첩을 던졌다.
“화따, 젊을 때 모찌방은 괜찮은데 폭삭했구마. 형사 노릇도 쉽지 않은 모양이제.”
‘이 자슥아, 니 같은 놈 때문에 폭삭 늙었다.’
김양수는 대거리도 못 하고 속으로 울었다. 무쌍이 경찰수첩을 던져주고 휙 돌아서 안채로 걸어갔다.
“임마, 어디가?”
“아따 그 양반, 묵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밥은 묵어야지. 식전이면 나하고 같이 한술 뜨던지.”
“으으으, 내가 미친다 미쳐.”
김양수가 가슴을 쥐어뜯었다. 이따위 인간을 만들어 낸 삼신 할매를 원망하고, 이따위 인간을 만난 자신의 불운을 저주했다.
“이해해라. 밥을 굶고 나가마 내 여동생이 닭 쪼듯이 쪼거든. 나는 기동중대보다 내 동생 잔소리가 백배는 더 무서운 기라.”
“아놔 새끼야, 니 맘대로 해라.”
김양수가 포기하고 털썩 주저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