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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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장 종두득두21
김달수 검사는 임용 20년 차다. 검사는 초임 발령 후 13년 내외면 부장 검사로 자동 승진한다. 부장 검사라고 해서 같은 부장 검사가 아니다. 백 없고 능력 없는 부장 검사는 지청을 떠도는 향검이 된다. 향검과 향판(관행적으로 운영되던 향판은 2004년에 법제화되었다.)은 지방 권력자로 뇌물과 향응에 노출되기 쉽다. 소위 스폰서 검·판사다. 김달수도 대구 동부지청에 7년째 눌러앉아 있는 소위 스폰서 검사다.
대구 성내동에 자리 잡은 가오미는 구한말에 문을 연 유서 깊은(?) 고급 요정이다. 물론 시대가 시대인 만큼 격조 있는 요정에서 룸살롱으로 바뀌었다. 농익은 동동주와 전통 소주는 양주와 맥주로 바뀌고, 한량과 우국지사는 졸부와 모리배로, 인력거는 고급 승용차로, 음주·가무로 흥을 돋우던 기생은 몸뚱이 장사하는 천박한 아가씨로 바뀌었다. 바뀌지 않은 것은 입이 쩍 벌어지는 술값과 고풍스럽고 고아한 건물이었다.
최근 며칠간 손님을 받지 못했던 어장각이 남녀의 웃음소리로 요란했다. 어장각은 가오미에서 가장 넓은 룸이다. 주당 이십 명이 파트너를 끼고 질펀하게 놀 수 있을 만큼 넓은 어장각을 차지한 인원은 파트너를 포함해서 8명에 불과했지만, 질펀하기는 40명에 못지않았다.
중앙의 넓은 안상에 펼쳐진 주지육림은 외면받은 지 오래다.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불그스름한 주목 벽에는 젖은 티슈 뭉치가 여기저기 붙어있고, 계곡주, 옹달주를 제조하느라 파트너 아가씨들의 한복 저고리가 풀어헤쳐 지고 치마가 뒤집혔다. 조명에 반사된 하얀 속살이 눈을 어지럽히고, 높고 낮은 웃음소리, 끈적한 체취가 룸을 가득 채웠다.
“아이고 이년아, 살살해라.”
오늘의 물주인 신구건설 조사장이 사타구니에 면상을 박고 있는 파트너의 엉덩이를 철썩 때렸다.
“세게 빨아 달랄 때는 언제고!”
파트너가 짐짓 볼멘소리하며 눈을 하얗게 흘겼다.
“어이구, 요 예쁜 것! 마누라는 웃어도 보기 싫은데 니는 눈을 흘겨도 예쁘구마.”
조사장이 액체로 흥건한 파트너의 입술에 메기입을 쩍 붙였다.
“맞다, 맞아!”
“여기서는 잘도 서는 물건이 집에만 들어서면 시들시들 해지능 기라.”
“와하하하!”
“호호홍!”
왁자지껄 웃음이 터졌다.
“영감님, 개고생 한번 하입시다.
조사장이 들고 있던 술잔을 내려놓고 만 원권 한 묶음을 꺼내서 척척 세었다. 안상에 20만짜리 네 무더기가 놓였다. 2차 화대인 셈이다. 파트너 넷이 각자 20만 원을 받든지 한 사람이 몰빵하든지 알아서 하라는 소리다.
조사장이 말하는 개고생(揩鼓泩)은 먹고살기 바쁜 서민의 개고생이 아니다. 세게 찌르고 두드려서 여자의 그곳을 흥건하게 만든다는 뜻이다. 떳떳지 못한 야합 무리가 중인 환시리에 파트너와 질펀한 섹스를 벌임으로써 공동 정범이 되는 외설적인 놀이다.
파트너 넷의 눈이 욕심과 수치 사이에서 흔들렸다. 인간은 아무 곳에서나 흘레붙는 개가 아니다. 섹스는 당사자 간에 이뤄지는 지극히 은밀한 프라이버시 영역이다. 비록 몸을 파는 신세지만, 스무 살 전후의 젊은 여자가 대중이 빤히 지켜보는가운데 다리를 벌리고 감창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만들어진 보상이 2차 몰아주기다. 개고생에 응한 용감한(?) 파트너는 파트너 숫자만큼의 2차비를 몰아서 받고, 나머지 아가씨들은 손가락 빨면서 아랫도리를 내주어야 한다. 물론 화대를 챙겨주는 인정 많은 남자도 있지만, 그 정도로 매너 있는 남자라면 개고생에 참여하지도 않는다.
호스티스는 마음에도 없는 웃음을 팔고, 술로 몸 버리고, 애정없이 정액받이가 되는 직업이다. 각자의 사정이 있겠지만 좋아서 나서는 여자는 없다. 개고생은 돈으로 경제적 약자를 개로 만들어버리는 비열하고 도착적인 놀이인 셈이다.
아가씨들이 맹렬히 서로 탐색하고 파트너의 눈치를 살폈다. 나서기만 하면 네 사람 몫인 80만 원을 챙길 수 있지만, 동류의 얄팍한 의리도 있고, 자신의 파트너 심기도 살펴야 한다.
“지원자 없어? 병무청도 아닌데 왜들 빼고 그래? 어허, 오가미 물이 마이 흐려졌구먼. 좋아! 백만 원을 채워주지.”
조사장이 20만 원을 더 얹어놓고 번들거리는 눈으로 좌중을 둘러보았다.
“저요!”
조사장의 파트너가 얼굴을 발딱 들고 입가에 흥건한 액체를 티슈로 닦아냈다.
“아이고, 이년이 배신을 때리네! 더러운 년, 돈이 내 똘똘이보다 좋더냐? 그래, 갈 테면 가거라!”
“와하하!”
“호호호!”
조사장이 변사가 된 듯 김중배의 흉내를 내자 좌중이 왁자지껄했다. 조사장의 파트너가 옷을 홀랑 벗고 동료가 펼쳐준 보료에 반듯이 누웠다. 탱탱한 젖가슴 정상에 올라붙은 유두가 긴장으로 발딱 섰다.
유려하게 흘러내린 가슴골, 매끄러운 복부, 앙증맞은 배꼽, 도드라진 울창한 수풀이 눈을 어지럽혔다. 자신 있게 나설만큼 몸매가 뛰어난 호스티스다. 남자들의 눈이 번들거리고 여자들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몸매를 훑었다.
“자네가 한 번 나서보지그래?”
아가씨 품에 상체를 맡기고 비스듬히 누워있던 김달수가 옆에 앉은 3호 검사를 돌아보았다. 폭탄주 서너 잔에 불콰해진 얼굴이다. 단정히 앉아서 폭탄주를 찔끔거리던 젊은 검사가 움찔했다.
“저어~ 한 번도 해보지 않아서……. 이거 참!”
여윤동은 난감했다. 동부지청은 첫 임지다. 고참 검사들에게서 수없이 들었지만, 이런 자리일 줄 몰랐다. 질펀한 술자리와 2차는 그럴 수 있다지만 이건 아니다. 남녀가 빤히 지켜보는 가운데 여자와 섹스를 하라니,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행여나 소문이 퍼지면……. 사랑하는 아내의 얼굴과 성난 장인의 눈초리가 스쳐 갔다. 벌떡 서 있던 물건이 힘을 잃고 바람 빠진 풍성처럼 짜부라들었다. 세월이 흐르면 자신도 오염될지 모르지만, 젊은 나이에 지저분하게 살고 싶지 않았다.
“하하하, 우리 젊은 영감님은 신혼 단물도 빠지지 않았다 아임니까. 이번엔 뺍시다.”
산전수전 다 겪은 조사장이 재빠르게 치고 나왔다. 오늘의 모임은 부장 검사가 신임 검사를 소개하는 자리다. 행여나 당사의 기분이 틀어지면 만사휴의다.
“내 물건이 시원치 않은 거야 다 아는 사실이고……. 물건 좋은 김 부장께서 나설 밖에요.”
장철수가 물고 있던 파트너의 젖꼭지를 놓아주고 설레발쳤다. 파트너가 잽싸게 한복 자락으로 훤히 드러난 젖가슴을 덮었다.
“이년아, 이쁜 건 여러 사람이 감상해야지.”
장철수가 저고리를 확 벗겼다.
“아이 참!”
장철수의 파트너는 포기한 듯 배시시 웃고는 내버려 두었다.
‘젠장, 돈이 뭔지…….’
여윤동은 한숨을 쉬었다. 가슴이 답답해졌다.
“아직 한창인 부지사께서 빼시면 안 되지요. 저도 요즘 기력이 많이 떨어졌어요. 복지관에 다녀와야 할 때인데……. 쩝!”
김달수가 입맛을 다셨다. 조사장이 주선한 젊은 피 수혈은 신의 한 수였다. 서너 달에 한 번씩 복지관에서 전신의 피를 교체하면 젊음이 되살아났다. 어느 시러베자식이 복지관을 결딴내는 바람에 좋은 시절이 가버렸다.
늙은 신체는 늙은 피를 조혈한다. 젊은 피로 교체하면 한 달간은 펄펄 날지만, 차츰 본래의 상태로 돌아갔다. 복지관 의사의 말에 의하면 척추, 늑골, 흉골, 두개골, 골반 등을 교체하지 않는 한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좋다는 정력제는 다 찾아 먹었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김 부장, 아직 오리무중이오?”
장철수가 물었다.
“앞산에서 나서는 바람에 우리 쪽은 손 털었어요. 효과는 확실했는데……. 젠장!”
김달수가 아쉬워했다. 안기부가 갑인 시절이다. 수사권을 쥔 검찰도 안기부가 나서면 물러나야 한다. 제대로 한 건 건져서 수도권으로 진출하려던 꿈이 깨졌다. 꿈도 꿈이지만 당장은 아랫도리가 문제였다.
“영감님, 걱정 마시소. 부산 서면 복지관에 시설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요.”
“그래요?”
김달수와 장철수가 반색했다.
‘빌어먹을 것들이 부산에도 있다고?’
룸 한쪽 구석의 벽에서 빛이 번쩍했다.
“예, 잘 노는 건설 쪽이 정보도 빠르다 아입니꺼. 믿을만한 정보임더.”
조사장의 장담에 김달수가 벌떡 일어났다.
“요시, 청산이 있으면 땔감을 걱정할 필요 없지.”
김달수는 깔끔한 뜻을 가진 속담을 추잡하게 만들어놓고 벨트를 풀었다. 오십 줄에 들어선 몸 답지 않은 탄탄한 신체가 드러났다. 사타구니에 매달린 물건이 이미 준비를 마치고 꺼떡거렸다.
“와우, 에쿠스가 울고 가겠습니다!”
“어마마!”
별로 놀랍지 않은 물건에 조사장이 아부성 멘트를 날리고, 여자들이 가식적으로 눈을 가렸다. 김달수는 의기양양하게 여체를 올라탔다. 어장각 넓은 방이 감탄과 웃음, 질펀한 신음과 비릿한 채취로 가득 찼다.
‘자알 논다!’
자연동화술을 발휘해서 어장각에 스며든 무쌍은 기가 막혔다. 떡검이 지방 업자들과 어울려서 개판으로 논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 정도로일 줄은 몰랐다. 이들도 한 가정의 가장이요. 아버지라는 일말의 망설임이 싹 휘발되었다.
‘젊은 놈만 빼고 개 잡듯이 잡아서 끌고 갈까? 술집을 나설 때 소리소문없이 끌고 갈까? ’
무쌍이 망설일 때 응심제도 사달이 벌어졌다.
-시트로앵이 진입로를 빠져나갔다. 3호 표적 선탑 확인.
“전화선 장악했나?”
-오케이
“시작한다!”
-롸저
고분 마을 입구의 전봇대에서 검은 그림자가 주르륵 내려왔다.
팍- 응심제가 갑자기 어둠에 휩싸였다.
“어머나! 와카노?”
주방에서 오븐을 돌리던 진순이 소리쳤다. 외출한 무쌍이 돌아오면 먹을 야식을 준비 중에 낭패를 당했다. 계순이 촛불을 켜 들고 나왔다.
“단전 연락도 없었는데……. 계순아, 건너편 마을도 전기 나갔나?”
“아이다. 멀쩡하게 전깃불 들어와 있다. 극도 아저씨도 오빠와 함께 나갔는데 우짜노?”
“두꺼비집 열어봐라.”
계순이 대청 바깥에 설치된 두꺼비집을 확인하고 소리쳤다.
“언니야, 퓨즈는 멀쩡하데이.”
“아이참, 닭 오븐 구이는 베맀뿟네. 오빠 간식은 우짜노”
“에고, 아이스크림 다 녹겠네.”
진순은 무쌍의 간식을 걱정하고 연순은 미나와 영숙의 간식을 걱정했다. 처녀 셋이 얼굴을 마주 보았다.
“전파사 부르자.”
“언니야, 열 시가 넘었다. 다 퇴근하고 없을 낀데.”
“안되면 할 수 없고.”
진순이 전화번호부를 뒤졌다. 죽으라 일하는 시대다. 크든 작든 공장은 밤새 돌아갔고, 야근하는 전파사도 많았다. 진순의 전화는 중간에서 안기부 요원이 가로채서 받았다.
“안녕하십니까? 삼양 전파삽니다.”
작업복에 공구 가방을 든 남자 셋이 대문을 들어섰다.
“늦은 시간에 고맙습니다.”
“용케 야간근무 중이었심더. 야간 작업비는 따로 주셔야 합니데이.”
“하모요. 전기나 퍼뜩 고쳐주이소.”
“걱정 마이소, 합선 지점을 찾고 불량 퓨즈만 갈면 금방 끝납니더.”
남자 셋이 랜턴을 들고 안채와 사랑채로 흩어졌다.
오가미 어장각, 질펀한 볼거리가 끝나고 아가씨들이 빠져나갔다. 조사장의 비서가 사과 상자를 들여놓고 나갔다. 떡값을 줄 시간이다. 조사장이 상자 속에서 쇼핑백 세 개를 꺼내서 세 사람 앞에 밀어놓았다.
“곧 연말인데 나랏일을 하시는 분들은 용처도 많을 낍니더. 좋은 일에 써십시오.”
“고맙소. 조사장님 같은 애국자 덕분에 나라가 제대로 돌아갑니다.”
“암만, 거지 같은 것들은 말만 많고 성의는 없지요.”
장철수와 김달수가 자신의 앞에 놓인 쇼핑백을 당연한 듯 받았다. 여윤동은 자기 몫의 쇼핑백을 복잡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들은 사신의 눈초리가 뒤통수에 붙어있음을 꿈에도 알지 못했다.
“이건 명절 선물을 미리 드리는 겁니다.”
조사장이 보석 케이스 세 개를 내놓았다. 김달수가 케이스를 열었다.
“오, 순금 마고자!”
김달수가 감탄했다. 큼직한 마고자 단추 두 개가 누런빛을 뿜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열 냥은 된다. 장철수도 희희낙락했다. 여검사만 복잡한 얼굴로 자신의 앞에 놓인 케이스를 물끄러미 보았다. 스폰서가 전별금으로 황금 열쇠를 준다는 말은 들었지만, 황금 마고자 단추는 들어보지도 못했다. 하긴 특이한 선물이라 기억에 오래 남을 물건이다.
“요즘 어려운 일은 없습니까?”
장철수가 케이스를 챙기며 물었다.
“지사님 덕분에 잘 돌아갑니다. 경산에 정규 홀 골프장 건설 계획이 잡혀있습니다. 다음 주에 사업계획서를 올리겠습니다.”
“조사장님 사업인데 당연히 도와드려야지요.”
장철수가 만면에 웃음을 지었다. 조사장이 골프장을 만들면 회원권은 저절로 굴러들어온다.
“고맙습니다.”
조사장이 고개를 숙였다. 이것이 스폰서의 위력이다. 골프장 건설은 쉽게 허가가 떨어지지 않는 만만치 않은 사업이다. 물론 건설만 하면 노다지다. 공정한 경쟁? 민원 해결? 환경 평가? 떡값으로 한 방에 해결되는데 어느 세월에 이것저것 챙긴단 말인가.
“내가 도와줄 일은 없소?”
김달수가 물었다.
“서천 나이트가 제 업소입니다.”
“그래요? 히로뽕 거래와 가짜 양주 건으로 경찰이 송치한 사건이구마. 자네 담당이지?”
김달수가 여윤동을 쳐다보았다.
“네, 부장님!”
“없었던 일로 해.”
“그건 곤란합니다. 가짜 양주 건은 봐 줄 수도 있지만, 마약 거래는 안 됩니다.”
여윤동이 딱 잘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