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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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장 종두득두22
가짜 양주 사건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신규 조직이 기존 조직을 밀어내고 업소를 장악할 때면 투서가 난무하므로 인지 수사할 필요도 없이 저절로 걸려든다. 나이트클럽의 양주는 기본적으로 가짜다. 어차피 술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한 인간들은 술인지 물인지 구분도 못 한다. 가짜 양주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정부 입장에서 국민이 술을 마시든 물을 마시든 알 바 아니다. 가짜든 진짜든 취하면 그만이고, 배설하면 그만이다. 가짜 양주를 단속하는 이유는 국민 건강이 아니라 주세 때문이다. 검사가 세금 포탈까지 신경 쓸 만큼 한가한 직업이 아니다. 주세, 부가세, 특별소비세는 국세청 직원이 핏대 세울 일이다.
마약은 암과 같다. 초기에 잡지 못하면 망국의 지름길이 되고, 범죄의 온상이 되고, 개인의 인생을 파탄 낸다. 검사라는 꼬리표를 달고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이상 봐주고 말고 할 사안이 아니다. 적어도 여윤동의 생각은 그랬다.
‘이 새끼 봐라!’
김달수는 술이 확 깼다. 고참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푸짐한 용돈을 쥐여주려고 했다가 스타일만 왕창 구기게 생겼다. 검찰조직은 검사동일체원칙, 상명하복을 헌법 상위에 두는 조직이다. 하극상은 있을 수 없다. 말로만 들었지 경험해보지 못한 꼴통 반골이 바로 이놈이다. 네 기수당 한 명은 꼭 나온다고 해서 사꼴이라 불리는 꼴통이 바로 이놈이다.
“여검사, 좋은 게 좋은 거야. 피라미 새끼 몇 마리 처넣으면 뭘 해. 그 자리는 다른 놈이 금방 채운다고. 자넨 아직 조직을 제대로 몰라서 그래.”
김달수가 목소리를 깔고 좋은 말로 달랬다. 신임 검사가 정의감에 미쳐 날뛰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부장 검사의 주요 직무 중 한 가지가 미친 말에 고삐를 채우는 일이다.
“말씀하신 조직이 검찰조직인지 폭력조직인지 모르지만, 뽕쟁이를 풀어주는 일이라면 모르는 것이 낫겠습니다. 이미 대검과학수사부에 모발 감정까지 맡겼습니다.”
여윤동은 자신의 앞에 놓인 쇼핑백과 보석 케이스를 조사장 앞으로 밀었다.
“성의는 고맙지만, 본관은 그리 착한 놈도 아니고, 좋을 일을 할 시간도 없소. 당신이 연말에 고아원이나 양로원에 기부하도록 하시오.”
“너 이 새끼, 사건에서 손 떼!”
김달수가 눈을 부릅떴다.
“부장님 권한인데 손 떼라면 손 떼야죠. 먼저 일어나겠습니다.”여윤동이 벌떡 일어나서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룸을 나가버렸다.
‘흐흐, 제법 검사다운 놈도 있구마. 기억해 두지.’
무쌍이 사라지는 여검사의 등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문제는 정신이 똑바로 박힌 놈이 성장할 수 없는 조직 문화다.
“부장님, 저 사람 저거!”
조사장이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십 년이 넘도록 스폰서 질을 했지만, 이따위로 꼴통 짓 하는 놈은 처음이다. 저 새끼가 나불댈 리야 없지만, 사건을 물고 늘어지면 자신에게도 불똥이 튄다. 술이 확 깼다.
“걱정 말아요. 내가 알아서 처리하겠소.”
김달수가 이를 뿌드득 갈았다. 철딱서니 없는 젊은 놈에게 조직의 쓴맛을 제대로 보여 줄 참이다. 사건 배당을 하지 않으면 제풀에 무너지거나 물러나게 되어있다.
“천지도 모르고 날뛰는 천둥벌거숭이구마. 조사장, 청새치 파는 준비되었소?”
장철수가 화제를 전환했다.
“예, 언제든 말씀만 하십시오. 박인보를 태워버릴지 겁만 줄지 결정만 하시면 됩니다.”
조사장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청새치파는 자신의 휘하에 있는 조직이다. 건설업자와 조직은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다. 자신처럼 업자가 조폭 두목인 경우도 태반이다.
“부장 영감 쪽에서 건질 게 없으면 그때 연락하지요.”
장철수가 김달수를 흘끔 쳐다보았다.
“본가 매제라고 들었는데 괜찮겠소?”
김달수가 반문했다. 무차별 압수 수색을 당하면 웬만한 기업주는 결딴난다.
“휴, 명색이 인척인데 난들 험한 꼴을 보고 싶겠소.”
장철수가 악어 한숨을 쉬었다.
“알겠습니다. 언제든 말씀만 하십시오.”
“고맙소. 골프장 건은 걱정하지 마시오.”
악어와 악어새가 의미심장한 대화를 나누었다.
‘가지가지 하는군!’
무쌍은 어이가 없었다. 백부가 삼식파를 동원해서 장 씨 일가를 흔들었고, 장 씨 측은 청새치파를 동원해서 백부를 지우려고 한다. 그야말로 똥 묻은 개와 겨 묻은 개가 벌이는 이전투구다. 백부는 전생에 동네라도 구했는지 명도 길었다. 지난번엔 독살을 모의하던 현장이 걸렸고, 이번엔 조폭 동원을 시사하다가 딱 걸렸다.
“부지사 영감은 회포를 풀고 들어가시지요?”
김달수가 장철수에게 권했다.
“흥이 깨졌소. 아랫도리도 시원찮은데 어린것에게 창피당하면 어쩝니까.”
“제가 다음 주에 두분 영감님을 부산 복지관으로 모시지요. 연말에 좋은 자리를 만들겠심더.”
“그거 좋지요. 그럼 일어납시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조사장이 벌떡 일어나서 비틀거리는 김달수를 부축했다. 접대하려면 끝까지 잘해야 기억에 남는다.
“그럼, 신세를 집시다.”
김달수와 장철수가 조사장을 따라 나섰다. 고위 공직자인 두 사람은 관용차든 자가용이든 요정에 끌고 올 수 없는 처지다. 총리실 사정팀과 대검 품위조사실에 걸리면 후환이 만만치 않다.
스스스- 공기가 유동했다. 텅 빈 룸에 양키 모자를 눌러쓰고 나이방을 걸친 무쌍이 나타났다. 함께 움직일 줄 알았으면 자연동화술을 쓸 필요도 없었다.
“젠장, 시간 소모하고 괜히 눈만 버렸네.”
무쌍이 삐삐 버튼을 눌러서 신호를 보내고 한 줄기 연기처럼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달리는 봉고 문짝이 휙 열리고 무쌍이 빨려들 듯 조수석에 앉았다.
“억, 큰형님!”
김극도가 식겁하는 바람에 차량이 휘청했다.
“상황이 편해졌다. 김달수 집이 범어동이라고 했지?”
“넵, 고등검찰청과 대구은행 사이의 주택가에 있습니다.”
“요정 입구의 벤츠가 출발하면 추적하도록!”
무쌍은 등받이에 깊숙이 몸을 묻고 눈을 감았다. 개고생이라 했던가? 개고생이 그런 용도로 쓰이다니! 요지경 세상이다. 불현듯 요따위 조무래기를 상대로 아웅다웅하는 자신이 한심했다. 세상에 만연한 부조리를 다 걷어낼 수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 미나와 관계되지만 않았어도 김달수는 내버려두었을 것이다.
“흐흐흐, 개고생이 뭔지 제대로 가르쳐주지!”
무쌍이 비시시 웃었다. 정당하게 번 돈을 개같이 쓰면 탓할 일이 아니다. 놈들이 뿌리는 돈은 전부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고 협잡질로 벌어들인 돈이다. 지옥이 별건가? 정당한 경쟁이 사라지고 희망이 사라지면 지옥이다.
호스티스의 하얀 동체와 시커먼 수풀이 눈앞에 삼삼했다. 여자의 얼굴이 진순의 얼굴로 에델의 얼굴로 혜영의 얼굴로 바뀌었다. 용병이 된 이래 여자의 육체가 생각나기는 처음이다.
‘너무 오래 쉬었어!’
한탄이 절로 나왔다. 거침없이 설칠 수 있는 야만의 아프리카가 차라리 좋았다. 그토록 지겹던 모래바람과 뜨거운 태양이 그리워졌다.
“큰형님, 범어 숲 입구입니다. 모퉁이만 돌면 김달수 집입니다.”
“알았다.”
무쌍이 창을 내리고 손목을 까딱했다. 쌩- 요정에서 들고 나온 대나무 젓가락이 빗살처럼 날아갔다. 푸왁- 젓가락이 벤츠 뒷바퀴 타이어를 쭉 찢고 사라졌다. 끼익- 갈지자로 주행하던 벤츠가 멈추고 기사가 내렸다.
“어휴, 존만이들이 도로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야.”
기사가 찢어진 타이어를 발로 걷어차면 구시렁거렸다.
“사장님, 다이아가 빵구났심더.”
“퍼뜩 고치라마. 영감님들 얼릉 쉬셔야제.”
“예! 쪼매만 기둘리시소.”
기사가 머리를 조아리고 예비 타이어를 꺼내서 교체 작업에 들어갔다. 숙련된 솜씨로 작업을 끝내고 허리를 펴는 순간 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밤늦게 고생이 많심더.”
“머꼬?”
기사가 인상을 확 긁었다. 반응이 양아치 반응이다.
“지나가던 행인 원!”
무쌍이 손바닥으로 기사 뒤통수를 슬쩍 쓰다듬었다. 투사된 공진파가 뇌를 뒤흔들었다. 끄으으- 기사가 가는 신음을 뱉고 털퍽 무너졌다.
“나는 지나가는 행인 투!”
김극도가 기사를 걷어차서 개골창에 처넣고 조수석 문을 벌컥 열었다.
“다 고쳤나?”
조사장이 고개를 돌렸다.
“이제부터 고칠 참이다.”
퍽- 옹이가 박힌 주먹이 관자놀이를 쳤다. 조사장은 뭐가 뭔지 모르는 상태에서 까무룩 의식이 꺼졌다.
“영감님들은 비몽사몽이네요.”
김극도가 들었던 주먹을 내리고 중년 남자 셋을 봉고차에 처넣었다.
“기사 녀석도 실을까요?”
“냅둬. 아무것도 기억 못 해. 인건비나 챙겨.”
“넵!”
김극도가 비시시 웃고는 쇼핑백을 챙겼다. 그렇지 않아도 미나가 영숙이 옷이 예쁘지 않다고 투덜거렸다. 옷을 사주고 싶었는데 잘 되었다. 부웅- 봉고가 떠났다. 인적없는 범어 숲 입구에 벤츠만 덩그러니 남았다. 행인 쓰리가 개골창에 처박힌 기사를 발견할 수 있을지는 본인의 운수빨에 달렸다.
“몇 개 심었어?”
“유선은 사랑채에 한 개, 안채에 한 개, 무선은 이곳저곳에 다섯 개 심었습니다.”
삼양 전파사 직원 둘이 속삭였다.
“그만하면 됐어. 너무 많이 설치하면 뽀록난다.”
“대리님, 여자들을 털어볼까요?”
“냅둬, 시간도 없고 실익도 없다. 연락해!”
“넵!”
잠시 후, 응심제에 화악 불이 들어왔다. 삼양 전파사 직원들은 응심제에 들어선지 십 분 만에 작업을 끝내고 수리비와 야근비까지 챙겨서 유유히 돌아갔다.
“심고 털어? 무슨 소리지? 아 몰라!”
깜둥이가 귀를 쫑긋했다가 편안한 자세로 돌아갔다. 진순이를 도와주러 온 인간이다. 일을 마치고 돌아갔으니 상관할 일이 아니다.
부웅- 봉고가 응심제 대문을 들어섰다.
“극도야, 봉고는 통닭집에 돌려줘. 내일 장사해야지.”
“넵!”
김극도가 [꼬끼오 통닭] 로고가 붙은 봉고를 몰고 나갔다. 인원이 많을 줄 알고 봉고를 동원했지만 뻘짓이 되었다. 무쌍이 지하 2층에 남자 셋을 메고 들어섰다. 깜둥이가 고개를 들었다가 앞발 사이에 다시 묻었다.
“친구, 취미 생활에 바쁘군!”
“노느니 염불하는 거지.”
“노예로 써먹기엔 너무 늙었지 않나?”
“인력도 딸리고, 워낙 잘 처먹어서 체력은 좋아.”
“모진 인간에게 걸린 불쌍한 인생이군!”
깜둥이가 관심을 끊고 눈을 감았다. 친구이자 마스터인 동방불패 외에는 세상의 인간이 몽땅 죽든 말든 알 바 아니다.
“그동안 양지에서 배 터지게 처먹었으니 음지에서 배고픔도 느껴봐야지.”
무쌍은 김달수와 장철수, 조사장을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처박아놓고 무심히 나가버렸다. 부장 검사, 부지사, 기업체 사장 등의 직함은 병아리 눈물만큼의 의미도 없었다.
이튿날 아침, 응심제 식사 시간은 언제나 왁자지껄했다. 식구도 많은데다 대부분이 여자니 그럴 수밖에 없다.
“아빠, 나 전학 가야 해?”
미나가 시무룩해서 물었다. 갑자기 식탁이 조용해졌다.
“엉! 무슨 전학?”
무쌍이 시침을 뚝 따고 물었다.
“동선이 엄마가 선생님을 막 야단쳤어. 선생님은 암말도 못하고 울기만 했어. 손버릇 나쁜 계집애를 전학 보내지 않으면 선생님을 쫓아내겠대.”
“손버릇 나쁜 계집애가 누구더라?”
무쌍이 빙글빙글 웃었다.
“아잉 아빠, 그러지 말고! 엄마가 동선이 아빠보다 우리 아빠가 더 높다고 했자녀?”
미나가 진순을 쳐다보았다.
“그럼! 아빠가 훨씬 높지.”
“그럼 나 전학 안 가도 돼?”
“그러엄, 내 딸이 전학 가기 싫은데 누가 감히 전학 가라 마라야. 아무 걱정하지 마. 동선이 엄마는 다시 학교에 나타나지 않을거야.”
진순이 장담했다. 어젯밤에 오빠가 다녀왔으니 결과는 뻔했다.
“정말?”
“이 녀석, 아빠가 거짓말하는 거 봤어?”
“헤헤헤, 울 아빠는 거짓말 안 해.”
미나가 좋아라 했다. 아침 식사가 끝나자 진순이 소곤거렸다.
“지하실에 처넣었어?”
“응, 아주 악질이었어. 부록으로 장 씨 가문의 장철수와 오염된 민간인 한 놈도 딸려왔다.”
“노바토피아로 보낼 거야?”
“응, 이 땅에 있어봐야 곡식만 축낼 쥐새끼들이야.”
“오빠, 나도 노바토피아에서 살고 싶다.”
“뭐?”
무쌍이 펄쩍 뛰었다.
“그곳은 정의가 살아있는 땅이라며?”
“동시에 야만의 거친 땅이다.”
“오빠, 내가 짚은다리 깡순이라고. 부패한 문명 세계보다 정의로운 야만이 좋아. 문득 이 나라에 산다는 자체가 숨을 턱 막히게 해.”
무쌍이 물끄러미 진순을 바라보았다. 반박하기 힘든 말이다. 한국은 아프리카보다 훨씬 안정되고 발전되었지만, 숨이 턱턱 막히는 나라다.
“퍼플 치킨이 돌아오면 보내주마. 그곳이 마음에 들면 그곳에 살고, 이곳이 마음에 들면 이곳에 살면 돼.”
무쌍이 고개를 끄덕였다. 은원이 얽힌 인간들은 대충 정리되었다. 엄마만 찾으면 이 땅에 연연할 필요도 없다.
“오빠, 고마워!”
진순의 안색이 급 밝아졌다. 속셈은 따로 있었다. 한국에 눌러앉아 있다간 숫처녀로 늙어 죽을 것 같은 위기감이 변화를 모색하게 했다.
무쌍은 다음날이 되어서야 지하 수장고를 찾았다. 딸각- 조명이 들어오자 비명이 터졌다.
“워우우!”
손으로 눈을 가린 남자 셋이 따개비처럼 서로 바짝 붙어있었다. 지하 25m에 설치된 수장고는 문화재 보호를 위해 섭씨 4℃~10℃ 항온을 유지한다. 술이 깨면 신체는 한기를 더 심하게 느낀다. 하루 반나절 동안 엔간히 떨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