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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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장 종두득두23
엿 먹으라는 쪼잔한 복수심으로 방치한 효과는 확실했다. 기세등등하던 인간들이 이틀 만에 언어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네안데르탈인으로 변했다. 타르디그라도(물곰)같은 완보동물은 절대 온도에 가까운 -273℃에서도 살아남지만, 인간은 영상 5℃를 견디지 못했다. 폐지 줍는 여든 살 할아버지도 저들의 몰골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으워!”
“어어어!”
인간의 언어가 아닌 짐승의 비명이 터졌다. 동굴의 공포는 원초적인 공포다. 인간과 격리되고 빛을 잃은 인간은 인간일 수 없다. 추위, 굶주림, 갈증, 공포에 찌든 김달수 등은 갑자기 찾아든 빛과 인간이 구세주일 수밖에 없었다.
“쯧쯧, 영 맛이 갔구마.”
무쌍이 혀를 찼다. 문명의 옷을 벗은 인간은 허약해도 너무 허약했다. 흐느낌 같은 소리에 배어있는 반가움, 설움, 안도감이 어찌나 절실한지 애처롭기까지 했다. 이래서야 대화를 나눌 수도 없다.
“친구, 온도 좀 올려!”
“난방 스위치만 누르면 되자녀?”
“기름 아까워. 밥값 해!”
“좀팽이!”
우웅- 깜둥이가 광폭 ELF를 발산했다. 대기가 세차게 유동했다. 온도 상승과 하강의 본질은 간단하다. 분자 운동이 활발하면 온도가 상승하고 느려지면 온도가 내려간다. 지하실 기온이 단번에 올라갔다.
얼어붙었던 몸이 녹자 초점을 찾은 세 쌍의 눈동자가 사방을 정신없이 더듬었다. 백 평 남짓한 실내다. 한쪽 벽면을 냉장 시설이 빼곡히 차지한 것 외에는 텅 비었다. 상황을 분석할 자료를 찾지 못한 세 쌍의 눈이 무쌍을 향했다.
“풋!”
피식 웃음이 나왔다. 답을 요구하는 눈빛이다. 극한 상황을 벗어나자 곧바로 몸에 밴 행태가 튀어나왔다. 턱짓으로 사람을 부리는 오만한 인간의 전형적 행태다. 김달수 등은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분석하기 전에 불편한 상황을 주재한 인간이 괘씸한 것이다.
“이곳이 어디지?”
김달수가 목소리를 깔고 물었다. 수십 년간 절대적인 갑으로 살아온 관록은 어디 가지 않았다. 일반인이라면 자신이 왜 낯선 곳에 있는지,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먼저 생각했을 것이다.
“훗, 내 정체가 더 궁금하지 않아?”
무쌍이 피식 웃었다.
“너는 누구냐?”
“칠 년 전에 장치수가 조작한 물증과 진술을 가공해서 205일간 구치소에 처박았던 고등학생 기억나나? 부장 검사가 되기 직전일 거야.”
“모른다. 알 필요도 없어. 네놈이 감히 현직 검사를 감금해? 신세 조지기 전에 당장 풀어!”
서슬 퍼런 호통이 떨어졌다. 무쌍이 어이없는 반응에 어리둥절할 때 지하실 안쪽에서 검은 어둠이 출렁했다.
“후레자식이 감히 어른 단잠을 깨워!”
푸왁- 물 덩어리 같은 무엇이 김달수를 세차게 후려쳤다. 웅- 작은 회오리가 지하실을 휩쓸었다.
“아악!”
김달수가 태풍에 날리는 가랑잎처럼 날려갔다. 깜둥이가 출력을 낮추고 폭을 넓힌 ELF로 압축해서 던진 공기 덩어리다.
“임마, 죽이면 안 돼!”
“친구의 노예가 아니었으면 벌써 죽였다. 친구 재산이라서 참았다. 흐아함!”
깜둥이가 입을 쩍 벌리고 하품했다. 중지보다 더 긴 창날 같은 송곳니가 불빛에 번쩍 빛났다. 저놈들이 이빨을 딱딱거리고, 웅얼거리는 바람에 내내 짜증이 났었다. 그제야 깜둥이를 발견한 남자들의 입이 쩍 벌어졌다. 시베리아 호랑이보다 한 둘레 큰 거대한 흑표범, 아니 언어를 구사하는 흑표범 형상의 괴물이다.
“흐으으, 귀신!”
“괴 괴물이닷!”
김달수 등은 끔찍한 존재와 여태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사실에 몸서리쳤다. 김달수가 엉금엉금 기어서 구석으로 피신하고 장철수와 조사장도 괴물의 심기를 건드릴세라 엉덩이 밀이로 슬금슬금 물러났다.
“친구, 인간은 욕을 배터지게 먹으면 오래 산다며? 저놈들이 이틀 동안 저주를 퍼붓는 데 가관이더라.”
깜둥이가 번갯불 같은 눈으로 인간을 흘끔 보고는 다시 수면 모드로 들어갔다.
“대상이 특정되지 않은 저주는 아무런 소용없어. 진정한 저주를 보여주지. 사대주일월 소미로욕천 범세각일천 명일소천계 아브라카다브라!”
무쌍이 두 손을 번쩍 지켜 들고 국적불명의 주문을 외웠다. 두웅- 공진파가 장철수의 얼굴을 감싸고 공기를 압축해서 막을 만들었다.
무쌍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고문 스킬은 무치시바리아게, 손가락 꺾기, 포 뜨기, 공기 봉지 씌우기 네 가지다. 세 가지 스킬이 직접적인 고통과 시각적 공포를 불러일으킨다면 공기 봉지는 죽음의 공포에 더해서 미지의 공포를 불러온다.
“윽, 이기 머꼬?”
숨이 턱 막힌 장철수가 얼굴을 잡아 뜯었다. 공기는 아무리 농밀해져도 공기다. 무엇인가 코와 입을 막았지만, 손에 걸리는 것이 있을 리 없다. 횡격막이 경련하고 산소 공급이 끊어진 뇌가 발광했다.
“크아악!”
얼굴이 시퍼렇게 변한 장철수가 몸부림쳤다. 멀쩡한 인간이 갑자기 자신의 얼굴과 목을 쥐어뜯으며 몸부림치면 미쳤거나 저주받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김달수와 조사장의 얼굴이 핏기를 잃었다.
“일단 맛만 보여주지.”
무쌍이 손을 휘저었다. 장철수가 코 풀어 버린 휴지처럼 널브러져서 숨을 헐떡거렸다.
“장철수, 경상북도 부지사, 나이 55세. 인동 장 씨 45대손, 장경모의 큰아들로 장필녀, 장기수 등과 손잡고 4촌 매형인 박인보 소유의 향심섬유를 탈취하려고 모의, 지분 대결이 여의치 못하자 장필녀 등과 모의해서 박인보 독살을 실행했으나 미수에 그침. 재차 김달수 등과 모의해서 세무조사와 별건 수사를 기획하고, 청새치파를 동원한 박인보 타살을 암중 모색중. 맞나?”
“으헉!”
겨우 숨을 돌린 장철수의 얼굴이 다시 시퍼렇게 변했다. 김달수와 조사장은 귀신을 만난 듯 질린 얼굴로 무쌍을 쳐다보았다.
“다 당신은 누구요?”
장철수가 초점 잃은 눈으로 쳐다보았다.
“나는 박인보의 조카이자 향심섬유의 진짜 주인이다.”
무쌍이 순순히 대답했다.
“컥! 다 당신이 박무쌍?”
장철수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사촌 누이가 몇 번이나 죽이려고 시도했지만 끝내 죽이지 못했다는 놈이 바로 이놈이다. 독종인 사촌 누이조차 까치독사보다 더 독하고 고래 심줄보다 질기다고 학을 뗀 놈이다.
“호, 부지사가 내 이름을 알고 있다니 나도 제법 유명인사인 모양이군.”
무쌍이 피식 웃었다.
“바 박 선생, 협상합시다.”
“잠시 후 대답해주지. 다음은 김달수 영감님!”
“어어어!”
김달수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다급해지자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정신없이 두 손만 흔들었다.
“왜 이러시나. 장철수와 이승에서 사이좋게 지냈으니 저승도 함께 가야지.”
두웅- 공진파가 발동되었다.
“크윽!”
김달수도 장철수와 다를 바 없었다. 눈이 툭 튀어나오고 목을 움켜쥐고 미친 듯이 뒹굴었다. 무쌍은 숨이 끊어지기 직전에 호흡을 풀어주었다.
“장 사장도 맛은 봐야지?”
“으어어!”
두 사람이 당하는 꼴을 목격한 장 사장은 지레 청색증이 발병했지만, 공기 봉지의 저주를 피하지 못했다.
“김달수, 나이 48세, 대구 동부지청 형사부 부장검사, 1학년(첫 번째 임지) 대구지검 안동지청, 2학년 대구 서부지청, 3학년 대구동부지청, 대표적인 스폰서 검사로 전국에 차명 보유 부동산이 십억 대에 이른다는 소문이 있다. 서부지청 근무 당시에 박무쌍 강간치상 사건을 담당했다. 유죄 공소 유지를 조건으로 장필녀로부터 거액의 뒷돈을 받았다. 집행유예 판결이 예상되자 미결수 유치 규정을 악용 박무쌍을 불법으로 감금했다. 맞나?”
“개인적인 유감은 없었소. 나는 검사로서 공소 유지만 했을 뿐이오. 잘못이 있다면 수사 기록을 조작한 장치수 경사요. 장필녀에게 받은 돈도 통상적인 떡값일 뿐이오. 여기서 끝내면 나도 없었던 일로 하겠소. 빌딩도 한 채 드리겠소.”
김달수가 눈물 콧물이 범벅된 얼굴로 발뺌했다. 무쌍이 대답 없이 물끄러미 쏘아보았다. 너무 오랫동안 권력에 취한 나머지 현실 감각이 떨어진 놈이다.
“더러운 놈이군. 평생을 성실히 일해도 집 한 채가 고작인데 네놈은 아파트 열 채에 빌딩이 세 개나 있다더군. 네놈의 재산은 저놈처럼 타락한 사업가의 뇌물과 힘없는 서민의 피와 땀이 아니더냐? 네놈과 말을 섞는 것조차 역겹다.”
한마디 쏘아붙이고 널브러진 조사장을 돌아보았다. 본인의 손으로 쥐어뜯은 면상에서 피를 줄줄 흘리며 맹꽁이 배처럼 불룩한 배를 풀무처럼 벌떡이고 있다.
“조삼한, 신구건설 회장, 스폰스계의 대부로 알려진 재력가이자 청새치파 두목, 김달수 장철수와 자리를 함께한 덕분에 악몽을 만난 비운의 사업가. 네놈도 어지간히 재수 없는 놈이다. 흐흐흐!”
“으워!”
조삼한은 상처 입은 야수처럼 울부짖었다. 자신은 놈의 말대로 원한은커녕 깨알만큼의 접점도 없다. 잘못이라면 가오미에서 저 빌어먹을 인간들을 접대한 죄밖에 없다.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유분수지! 억울해서 미칠 것 같았다.
“김 검사와 장 지사는 당신과 원한이 있는지 모르지만, 나는 당신을 알지도 못하고 만난 적도 없소. 살려주시오.”
“모진 놈과 어울리는 것도 죄다.”
무쌍이 뚝 잘랐다.
“박 선생, 이 나라는 법치국가요. 이럴 수는 없소. 내게 죄가 있다면 법정에 세우시오.”
김달수가 벌벌 떨면서도 할 말은 했다.
“닥쳐!”
나지막한 음성에 불구하고 지하실이 우웅 몸서리쳤다. 김달수 등은 고막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에 몸서리쳤다. 그들은 눈앞의 인간이 원초적 폭력에 특화된 인간임을 절실히 깨달았다.
“김달수, 네놈이 칠 년 전에 말하기를 ‘죄가 있고 없고는 진실이 아니라 검사가 결정한다.’고 했었다. 그대로 돌려주지. 네놈이 죄고 있고 없고는 나 죽음의 천사 동방불패가 결정한다.”
무쌍이 각자에게 노트와 볼펜을 던졌다.
“지금부터 네놈들이 저지른 죄상을 육하원칙에 따라서 상세히 기록한다. 특히 받은 뇌물과 재산 상황은 지폐 한 장, 땅 한 평 빼놓지 마라. 내 신분을 한가지 더 알려주지. 나는 천상천하의 귀신을 주재하는 뚜바이부르파다. 믿는 말든 네놈들의 자유지만, 평생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신경이 뽑히고 사지가 으스러지는 고통은 감당해야 할 것이다. 두 시간 후에 숙제를 제출하도록.”
350mm 두께의 티타늄 합금강 문이 무정하게 쿵 닫혔다. 지하실에는 혼이 달아난 중년 남자 셋과 끔찍한 괴물, 무지막지한 언어폭력만 남았다.
정확히 두 시간 후, 무쌍이 김극도를 대동해서 지하실에 나타났다. 김극도는 상상도 못 할 지하 시설에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주인은 천외천의 인물이다. 이 정도 시설을 갖추지 못할 이유가 없다.
무쌍은 세 사람이 제출한 진술서를 건성으로 읽고 툭 집어던졌다. 악당은 역시 달랐다.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생명을 위협받는 와중에도 자기 합리화로 지면을 채웠다.
“내 말을 우습게 들었군.”
지잉- 벽면 한쪽이 활짝 열렸다.
“우!”
김극도가 자신도 모르게 신음하고 김달수 등의 눈이 화등잔처럼 커졌다. 대전차포를 비롯한 유탄발사기, 기관총, 돌격소총, 권총 등등의 화기와 인간이 휘두를 수 없는 거대한 채찍, 보기에도 섬뜩한 쿠크리 등의 냉병기가 벽감을 꽉 채웠다.
“다 당신은 도대체 누구요?”
감달수가 목소리를 쥐어짰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대 사건이다.
“죽음의 천사!”
스산한 대답이 돌아왔다. 메마르고 서늘한 음성에 지하실이 한기로 뒤덮였다. 김극도가 부르르 떨었다. 꼬마 계집애의 응석을 받아주고, 앞치마를 두르고 진순 아가씨의 타박을 들으며 요리를 만들던 주인의 본모습이다.
“안타깝군. 나이 든 사람을 병신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는데…….”
무쌍이 손을 들었다. 벽감에 걸려있던 1.5m 길이의 검붉은 몽둥이가 휙 날아와서 손에 잡혔다. 푸앙- 푸앙- 몽둥이가 대기를 찢었다. 김극도가 연민의 눈으로 김달수 등을 쳐다보았다. 환혼구타술이라 했던가? 흩어지는 혼을 되돌리는 검붉은 몽둥이, 환혼봉 등장이다. 죽기 직전까지 찜질 당했던 기억이 새로웠다.
김달수 등의 얼굴이 시커멓게 변했다. 두 시간 전에 겪었던 끔찍한 고통이 새삼 밀려왔다. 이번에 당할 고통이 그보다 약할 리 없다. 법은 멀고 몽둥이는 눈앞에 있다. 당장 살고 봐야 했다.
“다 다시 쓰겠습니다.”
“상세히 쓰겠습니다.”“잘못했습니다. 살려주십시오.”
김달수 등이 결사적으로 사정했다. 이것이 천박한 영혼을 가진 자들의 민낯이다. 유치원생과 다를 바 없는 유치한 행태에 욕지기가 올라왔다.
“늦었다. 이것은 일억 오천만 년 전 이 땅에 살았던 공룡의 힘줄이다. 영광으로 알도록!”
짜자작- 짝짝-
“크아악!”
“사람 살려!”
무치시바리아게 특유의 박자를 맞춘 매질 소리와 처참한 비명이 지하실을 울렸다. 환혼구타술은 근골을 강화하지만 무치시바리아게는 근골을 찢는다. 겉으로 드러난 외상은 검붉은 멍이지만, 뼈와 근육은 물론 장기까지 손상당한다. 단 3분 만에 김달수 등은 검은 피를 토하고 죽은 듯이 늘어졌다.
“극도!”
“예, 주인님!”
김극도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부르지 말라는 주인님이 튀어나왔다. 자신이 당한 환혼구타술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매질에 기가 질렸다.
“임마, 지금이 조선 시대냐?”
“죄송합니다. 큰형님!”
“이것이 히가시혼간지의 무치시바리아게다.”
“말로만 들었는데 끔찍합니다.”
김극도가 부르르 떨었다.
“시간 날 때 가르쳐 주겠다. 냉장고에 전투식량과 물이 있다. 안마술로 저놈들 몸을 풀어주고 음식을 제공하도록. 네 시간 후 제대로 된 진술서를 받아오라.”
“옙, 죽이지만 않으면 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