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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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장 종두득두27
“우리 사장님요?”
정필수의 눈이 커졌다. 무쌍이 대답 없이 손을 쳐들었다. 나무 둥치에 깊숙이 박혀있던 베레타가 쑥 빠져나와서 손아귀에 들어갔다. 정필수의 눈이 커졌다. 믿을 수 없는 사이코키네스 능력이었다.
안기부에도 사이코기네시가 있지만, 식탁에 놓인 포크를 옆자리로 밀어놓는 수준에 불과했다. 사이코기네스는 시작에 불과했다. 퍽퍽퍽- 베레타가 불을 뿜었다. 블랙맘바가 오랜만에 선보이는 쓰리텝 속사다.
“헉!”
놀란 정필수가 고개가 부러지라 숙였다. 총탄은 정수리를 스쳐서 그가 기대앉은 신갈나무 둥치에 퍽퍽 꽂혔다. 총구가 쉴 새 없이 불꽃을 튀겼다. 단 3초 만에 16발이 줄줄이 참나무 둥치에 꽂혔다.
무쌍이 손바닥을 활짝 펼쳤다가 오므렸다. 탄화된 구멍에서 탄자가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정필수는 자신도 모르게 뒤돌아보았다. 참나무 둥치에 딱따구리가 파낸 듯 단 한 개의 구멍만 뻥 뚫려있고 찌그러진 탄자 수십 개가 달빛에 반짝였다.
“이럴 수가!”
입이 쩍 벌어졌다. 피스톨은 공격용 무기가 아니라 방어 무기다. 본래 명중률이 떨어지는데다 소음기를 장착하면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려서 극악한 명중률을 자랑한다. 초능력은 타고난 능력이지만, 사격은 훈련만이 답이다.
정필수는 멍하니 파란 총연이 피어오르는 총구를 응시했다. 도대체 저자의 능력은 어디까지란 말인가? 미지의 능력인 염동력보다 사격 능력이 더 놀라웠다. 박무쌍의 손에 자동소총이 들렸을 때 벌어질 결과에 몸서리가 쳐졌다.
“정필수, 세상은 넓다. 네가 대단하다고 여겼던 것들은 실상 아무것도 아니다.”
“그 그러네요.”
정필수가 더듬거렸다. 호랑이가 그렇다는데 고양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무쌍이 탄창 멈치를 눌러서 탄창을 빼냈다. 손가락으로 툭 치자 마지막 남은 실탄 한 발이 튀어나왔다. 엄지와 검지로 실탄을 잡고 꾹 눌렀다. 삐드드- 탄피가 튀어 나가고 탄자가 프레스에 눌린 듯 납작하게 찌그러졌다. 동전보다 더 얇아진 탄자가 휙 날아왔다.
“앗, 뜨 뜨거!”
무심코 탄자를 받은 정필수가 손을 털었다. 손에 물집이 잡히고 살타는 냄새가 물씬 풍겼다. 빠가각- 금속제 탄창이 손아귀에서 진흙처럼 뭉개졌다. 무쌍이 망가진 탄창과 베레타를 휙 던져주고, 정필수의 다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으으!”
정필수는 절로 몸이 떨렸다. 허튼짓하면 두 다리를 뭉개버리겠다는 뜻이다. 박무쌍이 보여준 일련의 행동은 지극히 원시적인 협박이요. 원초적인 경고다. 온몸의 힘이 쭉 빠지며 이마에 식은땀이 배어 나왔다. 용케 버텨온 괄약근이 슬금슬금 열렸다.
“보스에게 확실히 전하도록!”
“엇!”
정필수가 놀라 소리를 질렀다. 눈앞에 있던 상대가 사라져버렸다. 정신없이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밤바람 소리와 올빼미 울음만 우르르 쏟아졌다. 그는 형편없이 우그러진 탄창과 납작해진 총알에 남아있는 열기가 현실임을 일깨웠다. 도깨비에게 홀렸거나 꿈이 아니라 현실이다.
“씨바, 안기부가 무슨 소용이고! 땅이나 파먹고 살아야 할까 보다.”
한탄이 절로 나왔다. 카프카의 소설 변신이 떠올랐다. 용도 폐기된 자신의 모습이다. 자신이 벌레보다 하잖은 존재로 여겨졌다.
이튿날 아침, 정필수는 간신히 개략적인 보고서를 올리고 커피숍 내실에 엎어졌다. 겨울 초입이지만 산중은 이빨이 딱딱거릴 만큼 추웠다. 밤새 나무에 매달려서 찬바람을 맞고, 끔찍한 고문을 당한 후유증은 만만치 않았다. 육체적 데미지도 심했지만, 정신적 박탈감이 기력을 쑥 뽑아놓았다.
딸랑- 출입문이 열렸다. 클로즈 팻말만 걸어두고 잠금장치를 채우지 않았던 모양이다.
“손님, 오늘은 장사 안 합니다.”
드러누운 채로 소리쳤다. 손가락도 까딱하기 귀찮았다.
“자알 하는 짓이다. 맡겨달라 카더니만 꼬라지 봐라. 개안나?”
“억, 사장님!”
깜짝 놀란 정필수가 상체를 일으키려다 모로 픽 쓰러졌다. 하체가 문어 숙회처럼 풀렸다.
“됐어, 씨발놈아, 자빠져 있어.”
험한 말속에 걱정이 잔뜩 담긴 어투다.
“할 말 없습니다.”
보스의 명령을 이행하지 못하고, 작전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끽소리 못하고 처분에 따라야 할 상황이다.
“당연히 없어야지. 띨띨한 놈도 내 새끼라고, 니를 찾는다꼬 전 직원이 꼬박 밤을 샌 기라.”
“시욱이는요?”
“그 새끼는 뒈지게 얻어맞고 반성문 쓰고 있다.”
“제 잘못인데…….”
정필수가 어물거렸다.
“새꺄, 쪽팔린 줄 알아라. 명색이 시니어 요원이란 놈들이 민간인에게 개발리고 말이야. 니 다 불었제?”
“……”
정필수는 빙판에 자빠진 황소처럼 눈만 멀뚱멀뚱 굴렸다. 쪽팔린다는 말은 나보다 못한 상대에게 당했을 때 쓰는 말이다. 괴물을 무슨 수로 당한단 말인가? 전혀 쪽팔리지 않았다.
“이 자식아. 요원이란 새끼가 민간인에게 납치되고 몇 대 맞았다고 주둥이를 나불대? 고문대응훈련은 똥구멍으로 받았나? 우리 회사에 필요한 놈은 머리가 크고 입은 작은 놈이야. 너같이 머리 작고 입이 큰 놈은 사표 내고 신한당에 입당해야 돼. 아이다 차라리 평양 중앙방송으로 가라 가.”
지부장 특유의 독설이 와르르 쏟아졌다.
“정보는 관심도 없던데요. 소속과 이름만 묻고 다른 건 묻지도 않았어요.”
정필수가 개미 기어가는 소리로 항변했다. 목소리를 크게 낼 수도 없었다. 성대가 울리면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썩을 노무 새끼가 정부 자산을 손상해 놓고 뭘 잘했다고 씨부리노. 국민 세금이다. 세금!”
이대덕이 밟힌 찐빵 꼴이 된 탄창을 손바닥으로 탕탕 두드렸다.
“정부 자산이 손상된 건 탄창 한 개뿐인데요.”
“임마, 니가 바로 정부 자산이야. 니가 여태 처묵은 세금만 얼만지 알아? 비싼 돈 들여 훈련해 놓으니까 민간인에게 깨지고, 신분까지 털리고 오냐. 썩을 노무 새끼야!”
이대덕이 버럭버럭 했다.
“사장님, 박무쌍은 민간인이 아니고 참사관입니다. 그것도 괴물 참사관이라고요.”
“괴물? 이 자식이 터진 입이라고 제 맘대로 씨불이네. 내일부터 당장 VIP 보호·관리하고 다른 팀 지원요청이나 나가.”
“헉! 저보고 애보는 도우미를 하라고요?”
정필수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와? 싫나? 싫으마 책상 정리하고! 나도 니같이 탈탈 털리고 다니는 꼴통 쫄따구는 싫거든.”
계급이 깡패다. 정필수는 대책 없이 갈구는 지부장이 섭섭했지만, 반박할 건더기가 없었다. 박무쌍이 얼마나 무서운 놈인지 아무리 설명해봐야 먹힐 지부장이 아니다. 본인도 지난밤에 겪었던 일이 한겨울 밤의 꿈인가 하는 판이다.
“아이고, 지부장님! 스펙이 딸리는데 전들 어쩝니까요. 초능력자에 무예 고수, 초특급 사수인 언터처블을 무슨 수로 당합니까요. 오죽하면 제가 이 꼴이 되었겠어요.”
정필수가 이대덕의 바짓가랑이를 잡았다.
“임마, 지부장이 아니고 사장이야 사장, 이 자슥이 민간인한티 처맞고 오더니 정신줄을 놓았구만. 근디 글마가 손으로 움켜쥐니까 이렇게 됐다고?”
이대덕이 손에 든 탄창을 이리저리 살폈다. 소똥구리가 뭉쳐놓은 경단처럼 동글동글했다. 철판 두께는 0.8mm에 불과하지만, 탄소강 재질이다. 망치로 두드려도 쉽게 변형되지 않는다.
“이것도 있는데요.”
정필수가 납작해진 탄자를 주머니에서 꺼내 내밀었다.
“잘났다. 새꺄! 이것도 손으로 눌렀나?”
“하모요. 빨래 짜듯이 한 손으로 꾹 쥐니까 그 꼴이 되더마요.”
정필수는 눈 깜짝하는 순간에 16발을 한 구멍에 착탄 했다는 말을 꿀꺽 삼켰다. 헛소리한다고 걷어차이기 십상이다.
“허, 믿지 않을 수도 없고…….”
이대덕이 납작해진 탄자를 눈앞에 들이댔다.
“야, 돋보기 가져와!”
대기하고 있던 비서가 잽싸게 사무실로 뛰어 올라가서 돋보기를 찾아왔다.
‘흐미, 이거 장난이 아니네!’
탄자에 흐릿한 지문이 찍혀있었다. 뒷통수가 서늘했다. 놈이 무력행사를 한 의미를 알 것 같았다. 만나고 싶다니 차라리 잘 되었다.
“근디 말이다. 글마가 니를 와 납치했노? 단순히 미행했다고 사람을 걸레를 만들만큼 무식한 넘은 아인데…….”
이대덕이 눈을 가늘게 뜨고 노려보았다.
“괘씸죄에 걸린 거죠.”
정필수의 목이 쑥 들어갔다.
“괘씸죄?”
“도청기를 심었습니다.”
“아 놔! 이 새끼가 가지가지 하네. 문화원에 도청기는 와 설치하고 지랄이고.”
이대덕이 뒷목을 움켜잡았다. 상대는 고위 외교관이다. 프랑스 측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빤스까지 벗어주어야 한다. 미국에 실컷 털렸는데 프랑스 코쟁이에게도 털리게 생겼다.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박무쌍이 자신도 한국인이라고 했습니다. 내 나라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사랑한다더군요. 뒈지게 맞았지만, 사나이다운 인간이었습니다. 솔직히 반했습니다.”
“아 놔! 이 새끼 말하는 꼬라지 보소. 니 스톡홀름 증후군에 걸리삤나.”
이대덕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이거 보이죠?”
정필수가 옷을 내려서 쇄골을 보여 주었다.
“머꼬? 아무 흔적도 없구마.”
“자세히 보세요. 파리똥보다 작은 푸른 점이 보이죠?”
이대덕이 돋보기를 들이댔다.
“어! 보인다.”
파리 대가리보다 작은 파란 점이 눈에 들어왔다.
“박무쌍이 손가락으로 툭 건드린 흔적입니다.”
“그라마 맞았다 카는기 이기가?”
“예, TTX는 애들 장난이었어요.”
정필수가 말을 멈추고 부르르 떨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끔찍한 고통이 떠올랐다. 박무쌍이 묻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일급 비밀도 다 털어놓았을 것이다.
“그 친구가 막판에 마음을 바꿔서 치료해주지 않았으면 피똥 싸고 죽었을 겁니다. 한 번만 더 뻘짓하면 사장님부터 말단까지 다리를 몽땅 잘라버린답니다.”
정필수가 씩 웃었다.
“아, 그 새끼 차암! 가만있는 나는 왜?”
이대덕이 흠칫했다. 믿기 힘들지만, 놈은 무시무시한 초능력자가 분명했다. 등줄기가 서늘했다.
“박무쌍이 말하기를 나쁜 놈은 연장이 아니라 연장을 쥔 손이라고 했습니다.”
“허허허, 글마 전직이 땡중이라 카디마는 맹탕은 아니구먼. 그 친구를 특수 요원으로 특채하면 어떨까?”
이대덕이 눈을 반짝였다.
“훗!”
정필수가 풀썩 웃었다. 턱도 없는 소리다. 고양이가 호랑이를 부리겠다는 소리다.
“프랑스 참사관 연봉이 얼만지 아십니까? 그 친구 집이 일만 평도 넘어요. 도청기 심으려고 들어갔을 때 야코가 팍 죽더라고요. 지부장님 능력으로 지금 누리는 대우가 가능할까요?”
“애국심으로…….”
“턱도 없는 소리 하지 마세요. 영입하려던 젊은 재독 과학자가 했던 말 기억나지 않습니까? 한국은 나를 버렸다. 독일은 내게 너무 많은 것을 주었다. 내가 받은 것을 독일에 돌려주기에도 바쁘다. 한국은 수백 개 외국 중의 하나일 뿐이다.”
“으음!”
“남 밑에 있을 인간이 아닙니다. 야당 뒷조사나 하고, 데모하는 놈 잡아넣고, 고위층 똥이나 닦아주면서 세월아 네월아 시간을 보내는 이 짓을 왜 합니까? 저라도 그런 능력이 있으면 이짓 안 합니다. 에휴!”
정필수가 자조적인 말끝에 한숨을 푹 쉬었다. 이대덕은 벌컥 하려다 꾹 참았다. 틀린 소리는 아니다.
“아 몰라. 어떤 새낀지 만나 보면 알겠지. 얼마나 잘난 놈이기에 자정에 안기부 실장을 오라 가라 하는지 확인해 봐야지.”
“자정에 중앙공원입니다.”
정필수가 다시 한 번 시간과 장소를 환기했다.
“새꺄, 알았으니까 보고서 쓰고 심리치료 받아. 자슥이 호랭이를 만났나? 일주일 줄 테니 병원에 자빠져 있어.”
“알겠습니다.”
정필수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지부장은 말이 험해도 부하를 알뜰히 챙기는 상사다.
이대덕은 난감했다. 예고 없는 확대 간부회의 통보 때문이었다. 자정에 박무쌍을 만나면 6시 남산 회의 참석이 빡빡해진다. 회의도 중요하지만, 약속을 취소하기엔 호기심이 만만치 않았다.
응심제 안채, 진순이 전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박무쌍 바꿔
수화기에서 대뜸 반말이 튀어나왔다. 진순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어디 신데요?”
-알 거 없고 바꾸라면 바꿔.”
알지도 못하는 남자가 권위적으로 딱딱거렸다. 진순이 욱했다.
“용건 있으면 니가 직접 찾아오셔.”
조폭이든 경찰이든 겁날 게 없다. 큰 스님께서 부처는 부처로, 마귀는 마귀로 대접하라고 하셨다.
-뭐? 이런 미친년!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까불어.”
“빙신, 거기가 어딘데? 싸가지 밥 말아 먹은 놈 다 보겠네.”
-뭐야, 머 이런 게 다 있노.
진순이 수화기를 귀에서 뗐다. 구리선을 타고 달려온 고함에 귀가 먹먹했다.
“나 바빠!”
철컥- 진순이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미친놈과 씨름할 이유가 없다. 미나 공부 봐주고 오빠 간식 차려주기에도 바빴다.
-이봐, 여긴 기관이야.
민주석이 다급히 소리쳤지만, 이미 전화가 끊어졌다.
“허, 뭐 이런 미친 가시나가 있노!”
민주석은 수화기를 들고 헛웃음을 지었다. 군사 독재에 길든 사람들은 강압적인 음성과 기관이란 소리만 들어도 자세를 낮춘다. 안기부에 발을 들여놓은 지 3년이 흘렀지만 이런 맹랑한 년은 처음이다.
그는 다시 다이얼을 돌렸다. 성질은 나중에 부려도 된다. 지부장은 자신보다 열 배는 성질이 더럽다. 박무쌍이라는 시러베자식이 누군지 모르지만, 약속하나 제대로 못 잡았다간 정강이가 걸레로 변한다.
“이봐, 여긴 기관이다.”
-그래서?
대뜸 반말이 돌아오자 민주석이 폭발했다.
“이년이 싸라기만 처묵었나!”
-니놈은 개조 배기(작가 주 참조)만 처묵었나?
철컥- 전화가 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