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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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장 어머니 내 어머니1
신랄한 내용에 비해 덤덤한 어조가 마치 어른이 아이를 나무라는 투다. 대거리하려던 이대덕은 눈빛에 찍 눌렸다.
“……”
“이 나라는 월권이라는 채찍을 함부로 휘두르는 인간들이 너무 많소. 국민은 바보가 아니요. 오래지 않아서 대가라는 몽둥이에 뒤통수를 얻어맞을 거요. 내 몽둥이는 좀 더 센 편이오.”
“너무 겁주지 말게. 불편을 끼쳐 미안하네.”
이대덕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정필수의 말대로 남의 밑에 있을 인간도 아니고, 중언부언 변명이나 위협이 통할 상대도 아니었다. 무쌍은 의외의 반응에 이대덕을 다시 봤다. 돼먹지 못한 위세를 계속 부리면 끝장낼 생각이었는데 김이 빠졌다.
“사과는 일단 받아들이겠소.”
“고맙소. 당신은 도대체 누구요?”
이대덕은 아랫배에 힘을 바짝 주었다. 젊은 녀석에게 훈계나 듣자고 야밤 행차하지 않았다. 힘없는 모질이가 피켓 들고 반정부 구호를 외쳐봐야 허공에 주먹질하기지만, 상대는 상상을 초월하는 능력자다. 영입할 수 없다면 정체라도 제대로 알아야 대처할 수 있다.
“내 이름과 국적은 당신이 잘 알고 있지 않소? 먹고 살려고 이 나라를 떠나서 용병이 된 평범한 청년이고, 어쩌다 보니 잘 풀려서 프랑스 외교관이 되었을 뿐이오.”
“요즘 평범한 젊은이는 프랑스 대사관을 졸로 부리고, 도청기를 척척 찾아내고, 안기부 시니어 요원을 흔적도 없이 납치하고, 극비인 안기부 요원의 신상을 훤히 알고, 강철을 진흙처럼 주무르는 모양이요. 그게 보통 사람이면 나도 보통 사람이 되고 싶소.”
이대덕이 볼멘소리를 했다. 참사관이 낮은 지위는 아니지만, 대사관에서 득달같이 달려올 만큼 주요 인물은 아니다.
“후훗, 원인 제공은 그쪽에서 한 거요. 난 적극적으로 편안한 일상을 원했을 뿐이오. 다음에는 용서 없소.”
무쌍이 풀썩 웃었다. 빈정상한 이대덕은 슬쩍 건드려보기로 했다.
“안기부를 만만히 보지 마시오. 당신이 평범한 참사관이라면 내가 차가운 밤바람 맞으며 이곳에 있을 이유도 없소. 우리가 참사관을 괴롭힐 수야 없지만, 은밀히 뒷조사를 계속할 수 있소. 참사관이 365일 집에 붙어있을 수야 없지요. 가족이~”
피슉- 양다리 사이 페니스가 위치한 부위의 벤치에 구멍이 뻥 뚫렸다.
“헉!”
이대덕은 가족이 피곤해질 수 있다는 말을 꿀꺽 삼켰다. 구멍이 일 인치만 더 전진했으면 페니스가 박살 났다. 정필수가 몸서리칠 때는 긴가민가했는데 상대는 사이코기네시다. 그것도 엄청난 능력자다.
“이게 무슨 짓이오?”
담대한 그도 식겁했다. 놀란 가슴을 다스린 이대덕이 목소리를 높였다.
“가족을 어쩐다고? 무슨 권한으로? 안기부가 그렇게 할 일이 없나? 당신도 국민을 홍어 좆으로 보는 그런 인간인가?”
“죽일 테면 죽이시오. 나는 국가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목숨을 내놓을 준비가 되어있소.”
이대덕도 만만치 않았다. 담대함과 강단이라면 따를 자가 없다고 자부하는 몸이다.
“그래요? 죽을 준비가 되어있다고?”
빠바바박- 이대덕이 앉은 벤치에 구멍이 숭숭 뚫렸다. 비바람에 시달린 두 치 두께의 목재는 권총탄도 뚫지 못한다. 이대덕은 식은땀이 쭉 솟았다. 상대방이 마음만 먹으면 자신은 곧바로 북망산행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당신의 일을 하시오. 나는 내 일을 하겠소. 나는 원한을 백배로 돌려주는 속 좁은 인간이오. 월권이란 채찍을 휘두른 대가를 뼈저리게 느끼도록 해주지.”
무쌍의 눈에서 시퍼런 불빛이 와르르 쏟아졌다. 이대덕은 등이 척척해졌다. 안광이 지배(紙背)를 철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맹수처럼 시퍼런 불꽃을 튕기는 인간의 눈을 볼 줄이야!
“내가 말을 잘못했소. 당신은 국가 안전을 위협하는 잠재적인 위험 요소요. 내 임무는 위험 요소 통제요. 당신이라면 집안에 무서운 괴물이 뛰어들었는데 나 몰라라 할 수 있소?”
이대덕은 도망가고 싶었지만, 꿋꿋하게 버텼다. 여기서 물러날 거면 베트남 정글에 해골로 남았다. 무쌍은 한숨이 나왔다. 좋게 말하면 소신이고 나쁘게 말하면 똥고집이다. 이런 인간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제 할 일을 한다. 보니파스가 교활한 여우라면 이대덕은 우직한 곰이다.
‘바늘은 짚단에 숨기라고 했었지.’
무쌍은 질긴 곰에게 작은 떡을 던져주기로 했다. 어차피 블랙맘바를 숨기려고 만들어진 만든 직책이고 직위다.
“그렇게 알고 싶다면 알려주겠소. 내 이름은 스바르드 굴베이그, 프랑스 군부의 특별군사고문으로 국가안보회의 상임위원이오.”
“헉!”
이대덕이 헛바람을 들이켰다. 얼마나 놀랐는지 마음을 안정시키려고 빼 물던 담배가 툭 떨어졌다. 프랑스 국가안보회의는 대통령 직속으로 국방, 치안, 해외영토 정책을 수립하고 심의하는 최고 상설기관이다. 해외영토/자치/내무장관, 국방장관, DGSE 총국장, 참모총장, 헌병 총국장 등이 그 멤버다.
“저 정말이오?”
“내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있소? 프랑스 정부와 불편한 관계가 되지 않으려면 내 신분은 모른척하시오.”
무쌍이 눈을 부라렸다.
“그 그렇지요.”
이대덕의 말투가 바뀌었다. 박무쌍이 거짓말할 이유가 없다. 특별군사고문이란 직책은 금시초문이지만, 국가안보회의는 잘 알고 있다. 안보회의 상임위원이면 장관급이다. 그제야 프랑스 대사관이 호들갑을 떤 연유가 이해되었다.
“본인이 지부장에게 극비 신분을 말해준 이유는 쓸데없는 오해로 인한 충돌을 원치 않기 때문이오. 내 신분은 무덤 속까지 가져가시오. 그렇지 않으면~”
무쌍이 아름드리 정자 기둥을 움켜쥐었다. 콰드득- 다섯 손가락이 수백 년 풍상을 견뎌온 금강송 기둥을 두부인 양 파고들었다. 툭- 무쌍이 스티로폼을 뜯어내듯 기둥을 뜯어내서 이대덕의 발치에 던졌다.
“헐!”
이대덕의 눈이 커지고 입이 쩍 벌어졌다.
“무슨 뜻인지 알겠소?”
시퍼런 칼날이 가슴을 쿡 찔렀다. 입을 열면 피바다를 만들겠다는 소리다. 이대덕은 감히 눈빛을 받지 못하고 시선을 돌렸다. 놀란 와중에도 눌러둔 욕심이 다시 고개를 쳐들었다.
“내 부모님의 이름을 걸고 발설하지 않겠소. 하늘이 재주를 내릴 때는 쓸 때가 있어서라고 했소. 어려움에 부닥친 조국을 도와주시오.”
“못 들은 것으로 하겠소. 나 같은 애송이가 이 땅에서 무슨 큰일을 하겠소. 당신도 돌아서면 애송이에게 왜 그딴 부탁을 했을까 하고 후회할 거요. 나는 듣지 않은 것으로 할 테니 지부장도 후회할 말은 하지 마시오.”
무쌍은 딱 잘랐다. 이투리 정글의 나무 거머리보다 더 질긴 인간이다. 진절머리가 났다.
“우리는 단일 민족이오. 참사관이 프랑스에서 성공했지만, 뿌리는 한국인이오. 어려움에 빠진 조국과 민족을 외면하지 마시오.”
“흐흐흣!”
무쌍은 자신도 모르게 실소가 나왔다. 익모초 달인 물이라도 들이킨 듯 입맛이 썼다. 말끝마다 조국을 내세우는 지부장의 주둥이를 쥐어박고 싶었다. 애국심 만능주의자는 그가 가장 싫어하는 부류의 인간이다. 안전한 후방에 서 젊은 피를 요구하는 교활한 늙은이들, 오케오필라 스마라그디나다.
무쌍은 갑자기 회의가 들었다. 오케오필라 스마라그디나는 어디에나 있지만, 한국은 유별났다. 역사를 돌아보면 희생자는 언제나 수탈당하고 힘겹게 살아가는 민초들이었다. 영양가 없는 이야기를 영양가 없는 인간에게 주절거리는 자신이 한심했다. 지부장이 우직한 인간이 아니었으면 진작에 혼내주고 자리를 떴다.
“사람을 쓰려면 그에 맞는 보상을 하시오. 프랑스는 조국과 애국을 강요하지 않았소. 능력에 따른 보상이 주어지면 애국심은 저절로 따라오게 되어있소. 당신들도 내게 애국을 강요하지 말고 애국을 하도록 해 주시오.”
“……”
이대덕은 눈만 끔벅거렸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거북해졌다. 상대방은 겉만 젊을 뿐 내면은 칠십 먹은 노인네만큼이나 노회했다. 청년의 순수한 감성에 호소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썩을 놈들!’
박무쌍의 전력은 이미 보고받았다. 부패한 공권력의 희생자가 박무쌍 뿐이겠는가. 그런 일을 거듭 당하면 자신이라도 정이 떨어질 것이다. 똥 덩어리들을 남산 대공분실에 끌고 가서 칠성판에 매달고 싶었다.
“미안하오. 참사관의 전과 기록은 삭제하겠소. 정부와 손잡으면 한국에서도 빛을 보지 않겠소?”
“내 집은 남향이라 볕이 잘 들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오. 빛은 음지에서 활동하는 당신들이나 많이 쬐시오.”
무쌍이 비시시 웃었다. 이대덕은 속으로 혀를 찼다. 손톱이 들어갈 여지도 없었다.
“돈이 전부는 아니지요.”
이대덕이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무쌍이 한심한 눈으로 이대덕을 멀뚱히 바라보았다.
“한국의 사병 봉급이 얼마요? 30개월 만기 병장의 봉급이 5,000원쯤 할거요. 남북 분단 상황에서 징병제는 어쩔 수 없다고 칩시다. 국가에 봉사한 군인에게 최소한의 보상은 해야 할 거 아니오? 인생의 황금기에 30개월은 너무나 큰 희생이오. 5,000원이면 책 한 권 사보고 피엑스에서 과자 부스러기 몇 봉지 사먹으면 끝이지요. 아니 과자는 사치고 부식이 워낙 부실해서 고추장과 깻잎을 사 먹는다고 들었소. 백있는 놈은 없는 병도 만들고 유학이다 뭐다 해서 술술 빠져나간다고 들었소. 구타에 노역에 시달리고 5,000원을 받으면서 애국심이 솟아나겠소?”
“끙!”
이대덕이 된 신음을 뱉었다. 애국심 타령하다가 본전도 못 찾았다. 듣고 보니 평소 생각지 못했던 문제점이다.
“프랑스에 징병제가 없어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레종 에뜨랑제 마죠르 연봉이 공식 환율로 환산하면 대략 천만 원쯤 될 거요. 한국군 준위 봉급의 네 배쯤 될거요. 나도 마조르였지만, 일억이 넘는 연봉을 받았소.”
“헐!”
이대덕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경제 규모나 물가 등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동일한 계급에서 그토록 차이가 난다니 놀랄 노자였다. 박무쌍이 천하의 인재라도 한국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다.
“특별군사고문의 연봉이 얼마인지 안다면 지부장은 심각한 회의를 느낄 거요. 한국 정부가 프랑스에 준하는 합당한 대우를 하려면 전권 에이전트 신분과 수십억 연봉을 책정해야 할거요. 가능하겠소?”
“끙!”
이대덕은 할 말이 없었다. 직급과 연공서열에 따라 연봉이 정해지는 한국에서는 불가능한 보상 시스템이다. 생명수당, 위험수당을 붙이더라도 새 발의 피다. 무기는 애국심에 호소하는 길뿐이니 답답하기 이를 데 없었다.
“지부장이 잘 알겠지만, 안기부는 국제정보 세계에서 촌구석 변방에 속하오. 우물 안 개구리란 소리요.”
“자금과 장비 부족이 발목을 잡고 있소.”
이대덕은 자존심상 인정하지 못했지만, 우물 안 개구리라는 참사관의 지적은 틀리지 않았다. 안기부 해외분야는 휴먼형 정보수집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것도 미국과 일본에 편중되어 있다. 유럽과 제삼 세계 정보는 기사를 스크랩하는 한심한 수준이다. 무쌍이 고개를 흔들었다.
“헛소리!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도둑놈이 많아서요. 인재와 네트워크에 투자해야 할 예산이 통치자금이라는 명목으로 쌈짓돈처럼 빠져나가는 실정을 호도하지 마시오.”
“젠장!”
이대덕은 자신도 모르게 욕설을 뱉었다. 삼재수가 들어도 단단히 든 날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소. 정보는 안보만이 아니라 경제 분야의 화두로 대두할 거요. 시긴트(통신장비를 이용한 첩보 수집행위)가 발달할수록 방대한 첩보를 유용한 정보로 재생산하는 휴민트의 중요성이 커지게 마련이오. 물론 현장에서 뛰는 에이전트의 질도 중요하오. 구태에 얽매이면 어제가 오늘이고 오늘이 내일이오. 낙오하지 않으려면 애국심 마케팅을 버리고 능력급제를 도입해서 내외국인을 가리지 말고 인재를 과감히 등용하시오. 민주석은 만 명이 있어도 밥만 축낼 뿐이오.”
“적극적으로 검토하겠소.”
이대덕이 고개를 끄덕였다. 쓴소리지만 한마디도 틀린 말이 없다. 무쌍은 쪼잔했다. 진순에게 욕설을 퍼부은 죄로 민주석의 운명이 결정되었다.
“고종은 넓은 경복궁과 창덕궁을 두고 옹색한 덕수궁 중명전을 집무실로 사용했소. 덕수궁이 미국 공사관과 붙어있었기 때문이오. 한 나라의 왕이 일본이 무섭다고 외국 공사관 옆에 빌붙었던 거요. 당시 미국 공사 알렌이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조선 독립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소. 루스벨트는 이렇게 말했소. [당신은 왜 스스로를 지킬 의지가 없는 나라를 지지하라고 하는가? 미국은 자신을 위해 일격을 가할 의지도 없는 나라를 위해 개입할 수 없다.] 참으로 부끄럽지 않소?”
무쌍이 말을 멈추고 관찰사 선정비를 노려보았다. 퍽- 애꿎은 선정비 한 개가 박살 났다. 이대덕이 흠칫했다.
“각하를 만나볼 의향은 없소?”
“내가 만나고 싶었으면 진작 만났을 거요. 방위산업을 포기하고 자료를 미국에 넘기는 꼴을 보고 오만 정이 떨어졌소. 권력에 취해서 귀가 막히고 입만 커진 인간은 비겁한 고종과 다를 바 없소. 나라는 입으로 지키는 게 아니오. 애국도 입으로 하는 게 아니오. 일격을 가할 능력을 키우지 않는 한국은 백 년 전이나 다를 바 없소.”
“으음!”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소. 조국이니 애국이니 삶은 호박에 이빨도 안 들어갈 소리 하덜말고, 일격을 가할 의지와 능력이 갖춰지면 나를 찾으시오.”
무쌍이 일어나서 엉덩이를 툭툭 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