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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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장 어머니 내 어머니8(수정)
“성님, 그동안 신세졌수다. 있는 것들이 없는 사람 보태주는 거 봤소? 없는 사람끼리 보듬어주며 살아도 모자랄 판에 등골을 빼먹어서야 쓰겠능교. 내 품삯은 안 받을 테니 다음 사람은 험한 욕 하지 말고 품삯 제대로 쳐주소.”
김말순이 뼈있는 말을 던졌다. 지금껏 입이 있어도 말 한마디 못하고 당하기만 했다. 속에 든 말을 뱉고 나니 그렇게 후련할 수 없었다. 서호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바본줄 알았더니 바보가 아니다.
“영아댁, 고마우이. 내 할 말도 없고 그저 미안쿠마.”
서호댁이 눈물을 줄줄 흘리며 방아깨비처럼 고개를 숙였다. 살았다는 안도감과 종처럼 부리던 년에게 지청구를 먹고도 대거리하지 못하는 억울함이 뒤섞여 설움이 복받쳤다. 세상인심이 그렇다. 사람이 착하면 착한 줄을 알아야 하는데 바보로 안다.
‘인간 대접을 받으려면 힘이 있어야 하는구마.’
김말순이 아들 손을 꼭 잡았다. 내 아들이 왔다. 세상에서 제일 잘 난 아들이다. 가슴이 뿌듯했다.
“영아야, 저 아줌마 혼내줄까?”
서호댁을 새초롬하니 노려보던 영아가 머리를 흔들었다.
“우니까 불쌍해요.”
혼내주고 싶지만, 불쌍해서 용서한다는 투다. 서호댁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무쌍이 고개를 흔들었다. 대부분 인간이 서호댁과 다를 바 없다. 눈앞의 작은 이득에 정신이 팔리고 자신이 갑질하는 줄도 모르고 갑질한다. 행태가 괘씸하지만, 당사자인 어머니가 퉁쳤으니 그만이다.
“그래, 아줌마도 착하게 살 거다. 그만 가자.”
“오빠, 영아는 이제 식당에서 살지 않아도 돼요?”
“그러엄, 이제부터 오빠하고 살아야지.”
“엄마도 같이?”
“그러엄. 당연하지. 영아 방도 따로 있는 걸.”
“진짜?”
영아의 눈이 별처럼 반짝였다.
“그러엄, 오빠 집은 방이 오십 아홉 개다.”
무쌍이 열 손가락을 쫙 펴서 여섯 번 폈다 접었다.
“우와! 진짜?”
“그러엄, 오빠 집이 얼마나 큰데. 커다란 연못이 있고, 연못에 섬이 있고, 섬에 집도 있거든.”
“우와! 진짜?”
영아의 눈이 핑핑 돌았다. 엄마가 들려준 동화에 나오는 집이다.
“응, 연못은 진보연, 섬은 말순도, 섬에 있는 집은 묘연거란다.”
“우와! 딥따 좋아. 오빠, 어서 가! 내방 보고 싶어.”
영아가 환성을 지르며 팔짝팔짝 뛰었다.
“진보연, 말순도, 묘연거!”
김말순이 중얼거렸다. 겨우 갈무리한 눈물이 다시 흘렀다. 아들의 말을 다 믿을 수야 없지만, 얼마나 사무쳤으면 아버지와 어머니 이름을 붙였을까. 꼬박 십 년을 고생한 염전이 생각났다. 염전은 끔찍했지만, 섬마을 풍경은 너무나 평화로웠다.
마을은 염전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고샅을 따라 검은 돌담이 길게 이어진 마을이다. 저녁 준비를 마치고 염전 인부들이 들이닥칠 즈음이면 파르스름한 저녁 연기가 돌담과 초가지붕을 넘나들었다. 저 담 안에 사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 초가지붕 아래의 가족은 얼마나 즐거울까? 부러움으로 가슴이 미어졌었다.
나도 투박한 돌담에 둘러싸인 내 집으로 간다. 따신 밥 차리고 된장찌개 끓여서 아들딸과 함께 먹고, 양지 바른 댓돌에 앉아 해바라기 할 수 있는 내 집으로 간다. 아무도 욕할 사람 없고, 돈을 뺏어갈 사람없는 내 집으로 간다. 눈물이 자꾸 흘렀다.
“어무이, 이곳은 애들에게 맡기고 그만 집으로 올라가입시다. 소자가 모든 준비를 해 두었습니다.”
무쌍이 재촉했다.
“그랴. 가자꾸나.”
김말순이 걸음을 옮겼다.
“엄마, 내 인형, 내 옷!”
그제야 자신의 살림에 생각이 미친 영아가 허둥지둥했다.
“오빠가 우리 영아 예쁜 옷을 사 줄 거야. 인형은 여기!”
김말순이 속삭이며 헝겊 인형을 영아 손에 쥐여주었다. 영아가 인형을 잃어버릴세라 꼭 품었다. 김말순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생일에 해 줄 게 없어서 만들어 준 인형을 몇 년째 아끼는 딸이다. 아비가 누군들 어떠랴. 장성한 아들도 인정한 소중한 딸인 것을…….
“큰형님, 엄청난 비용만 들이고 면목없습니다.”
넙치가 고개를 푹 숙였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너희 노력이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되었다. 어머니를 찾았는데 그까짓 돈이 대수냐.”
“큰형님, 허엉!”
감동이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세상을 몽땅 뒤져도 큰형님보다 흉금이 넓은 사람은 없다. 충성심이 절로 솟았다.
무쌍은 쓴웃음을 지었다. 넙치 말대로 삼식용역과 넙치가 움직이는 월송용역의 저인망 추적은 삽질이었다. 1,000명이 넘는 인원을 움직인 비용만도 100억이다. 그야말로 돈지랄이었다.
문득 사부 영감탱이가 괘씸했다. 신통력을 발휘해서 일찍 만나게 해 주던가. 아니면 어머니가 비참한 생을 살지 않도록 도와주던가. 인연이 다하지 않았으니 억지로 애쓰지 말라고만 하면 단가!
말도 안 되는 억지인 줄은 안다. 사부는 도를 깨달은 인간일 뿐 신이 아니다. 어머니 인생이 너무 가슴 아파서 누군가에게 따지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따름이다.
“넙치, 너는 이곳 일을 마무리하고 남팔봉을 챙겨오라. 잡아들인 양아치들은 해외근로취업계약서를 작성하고 응심제로 끌고 오도록. 서류 작성은 충무경찰서에 대기 중인 안기부 직원이 도와주고 차량은 경찰이 지원할거다.”
“옙, 염려 마십시오.”
넙치가 구십 도로 허리를 꺾었다. 큰형님은 하느님과 동격이다.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부웅- 시트로앵이 한 많은 모녀를 싣고 부두를 떠났다. 텅 빈 설렁탕 집에 허리를 숙인 넙치와 혼이 나간 서호댁만 남았다.
김말순은 고개를 돌려서 멀어지는 부두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이가 박복한 년을 불쌍히 여겨서 이곳으로 인도하고 아들을 보내주었다. 모진 세월을 어찌어찌 견뎠더니 웃을 날이 찾아왔다.
[바람따라 이곳에 왔네! 바람따라 이곳을 떠나네우리가 떠난 뒤에 당신이 이곳에 오면 어쩌나?
이곳에 오거든 바람 부는 곳으로 되짚어 오구려
바람 머무는 곳에 이 몸이 기다리고 있으리다.
달빛 무게 못 이긴 복사꽃 가지 휘어지고
뒷산 노루 울음에 올빼미 후드득 날아오르면
가뭇없이 피고 지는 풀꽃이 바람을 부르리니
이 몸도 긴 밤새우며 바람 소리에 귀 기울이리다.]
김말순이 흥얼거렸다.
‘흐으~’
무쌍은 눈을 깜박여서 습막을 털어냈다. 가뭇없이 피고 지는 풀꽃은 어머니 당신이요. 바람은 운명이요 아버지다. 충무는 어머니 고향이고 아버지를 처음 만났던 곳이다.
어머니는 본능적으로 이곳을 맴돌았고, 자신이 떠난 뒤에 아버지 영혼이 허탕 칠까 염려하고 있다. 기억을 잃었을뿐 정신이 아버지를 기억하고 있다. 이 얼마나 순수하고 절절한 사랑인가!
“어무이, 오죽하면 귀신같다는 말이 있겠어요. 아부지는 늘 어무이를 보고 있응께 걱정마이소.”
“흐흥!”
김말순이 의미모를 콧소리를 냈다.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진순이 갑자기 보고파졌다. 기분이 꿀꿀해진 무쌍이 라디오를 틀었다.
[누가 이사람을 모르시나요 얌전한 몸매의빛나는 눈 고운 마음씨는 달덩이 같이
이세상 끝까지 가겠노라고 나하고 강가에서
맹세를 하던 이 여인을 누가 모르시나요
누가 이사람을 모르시나요 …..]
‘누가 이사람을 모르시나요?’ 1983년 한국 사람을 눈물바다에 풍덩 집어넣었던 노래가 흘러나왔다. 문주란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가슴을 줄줄 긁어내렸다.
“으흐흐흑!”
김말순이 흐느껴울었다. 애간장이 무너지는 울음에 무쌍의 가슴도 녹아내렸다.
“흐에엥!”
영아가 따라울었다. 무정한 노래는 끊어지지 않았다.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부드런 정열에 화사한 입
한번 마음 주면 변함이 없어
꿈 따라 님 따라 가겠노라고
내 품에 안기어서 맹서를 하던
이 여인을 누가 모르시나요……]
무쌍이 백미러로 어머니 기색을 살폈다. 눈물을 훔치는 백미러에 비쳤다. 거북등처럼 갈라진 손등이 두 눈을 푹 찔렀다. 어머니는 어려서 난리를 겪은 세대다.
난리통에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되었다. 어렵사리 자라서 아버지를 만났다. 행복도 잠시, 남편이 비명에 죽고, 아들과 생이별했다. 누구를 원망하랴. 시대가 더럽고 인심이 사나운 것을…… 라디오를 뚝 껐다.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오빠, 바닷가에 들렀다가 가면 안 돼요?”
승용차가 서호 시장을 빠져서 충렬사를 지날 무렵 영아가 칭얼거렸다.
“으잉, 바다가 지겹지도 않아?”
“바다에서 누가 도와달라고 소리쳐요.”
무쌍이 차를 길가에 세웠다.
“언제부터 그랬니?”
다른 사람이라면 쓸데없는 소리 말라고 했겠지만, 무쌍은 에피듐이다. 영아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자신이 월송산을 오를 때도 꿈속에서 누군가 자꾸 불렀었다.
“웅, 어제 그저께부터?”
영아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영아야, 쓸데없는 말로 오빠 귀찮게 하면 안 돼.”
김말순이 딸을 나무랐다.
“에이, 어무이도 그냥 떠나려니 아쉽잖아요.”
무쌍이 어머니 핑계 대고 차를 돌려서 해안도로를 따라 내려갔다. 분위기를 바꿀 기회다.
“오빠, 저기서 누가 도와달라고 소리쳐요.”
영아가 가두리 양식장 너머 동섬을 손으로 가리켰다. 끼익- 차가 멈추었다. 두웅- 공간지각력이 발동되었다. 유영하는 물고기떼와 수많은 수중 생물 정보가 와르르 쏟아졌다. 수중 감지 한계인 400m까지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공간지각력으로 이곳저곳 더듬을 때 아스라이 먼 바다에서 물줄기가 분수처럼 솟았다. 검은 물체가 수면에 둥실 떠올랐다. 끼우우우- 고통과 다급함이 느껴지는 고주파 음이 고막을 흔들었다. 고래다.
“오빠, 저기!”
영아가 발을 동동 굴렀다. 무쌍이 동생을 돌아보았다. 인간의 시력이 미치지 못하는 거리다. 영아가 고래 사념파를 들었다면 녀석은 애니멀 에스퍼다. 동생이 초능력을 타고났다는 사실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일단 사정을 알아볼 일이다. 아랫배에 힘을 넣고 공진을 휘돌렸다.
“우오오오!”
거창한 하울링이 지향성으로 뻗었다. 강력한 음파에 수면이 항적이 남듯이 주욱 갈라졌다. 끼우우우- 응답이 왔다.
“귀에 익은 소린데!”
무쌍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고래는 수십 가지 소리를 내고 사람처럼 음문이 있다. 보통 사람은 구분할 수 없지만, 무쌍의 청각은 잠수함 음문 분석기를 방불케 한다.
촤아악- 수면이 갈라졌다. 시커먼 등이 수면을 일직선으로 가르며 해안으로 내달렸다. 철썩- 거대한 지느러미가 수면을 쳤다. 못생긴 대가리가 물 위로 불쑥 솟았다. 혹등고래다.
“오메야! 고래다.”
놀란 김말순이 탄성을 터뜨렸다.
“얼래, 저놈은 혹순이 아녀?”
무쌍의 눈이 잔뜩 커졌다. 아굴라스 곶에서 인연을 맺은 혹순이다. 저놈의 뱃속에서 소멸 직전의 깜둥이를 꺼내서 오셀롯의 몸체를 주었다. 저놈이 어떻게 이곳까지 왔단 말인가?
“오빠, 쟤야, 쟤!”
영아가 팔짝팔짝 뛰었다. 혹순이가 잠수했다가 다시 대가리를 들어 올렸다. 콧등에 몸길이 8m쯤 되는 작은 혹등고래가 올려져 있었다. 끼이잉- 혹순이가 길게 부르짖었다.
“저런! 혹돌이가 그물에 감겼네.”
그대로 두면 고래가 익사하는 말도 안 되는 불상사가 벌어지게 생겼다.
“쌍아, 저기 머꼬?”
“새끼 고래가 그물에 감겼심더. 어미 고래가 도와달라고 외치는 소리를 영아가 들었나 봅니다.”
“세상에!”
김말순이 입을 쩍 벌렸다. 이야기책에도 없는 황당한 소리다. 세상 만물에 영이 있음을 믿는 그녀지만 이건 지나쳤다.
“오빠, 쟤가 도와 달래요!”
영아가 발을 동동 굴렀다.
스팟- 무쌍이 땅을 박찼다. 수면을 두세 번 밟고 단번에 혹돌이 등에 올랐다. 번쩍- 초모랑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뿌연 섬광이 종횡으로 난무했다. 투투툭- 혹돌이를 휘감은 그물이 단번에 잘려나갔다.
자유를 찾은 혹돌이가 철썩 수면에 떨어졌다. 녀석이 좋아라. 파도를 가르고 빙빙 돌았다. 끼이잉- 끼이잉- 혹순이가 강아지처럼 낑낑거렸다. 알만했다. 혹등고래 모자는 오호츠크해로 올라가다가 그물에 휘감겼다.
“허, 저놈 보게!”
혹돌이가 해안에 접근해서 연속 브리칭(Breaching)을 선보였다. 쏴아아- 철썩- 해안에서 물보라가 장쾌하게 울렸다. 브리칭은 고래가 물속에서 솟구쳐서 배를 뒤집어서 머리를 물속에 처박는 백 텀블링를 말한다. 거대한 고래가 재주를 넘고 어린 계집애가 손뼉을 치며 깔깔대는 기경이 벌어졌다.
“오빠, 얘 이름이 뭐야? 함께 놀재!”
영아가 손나발을 하고 소리쳤다.
“그럼 함께 놀면 되지.”
무쌍이 번쩍하고 해안에 내려섰다.
“싸 쌍아!”
김말순이 길마 지우던 황소에 받힌 얼굴이 되었다. 턱이 굳어서 말도 제대로 못 했다.
“어무이, 아부지가 어무이를 위로할라꼬 고래를 보냈나 봅니다.”
“그 그랴, 우째 이런 일이!”
“몇 가지 재주를 익혔을 뿐입니다.”
김말순이 입을 쩍 벌렸다. 몇 가지 재주라니! 아들이 인간으로 보이지 않았다.
“오빠, 얘 이름이 머라예?”
영아는 놀라기는커녕 잔뜩 신이 났다.
“고래 엄마와 아들인데 엄마는 혹순이, 아들은 혹돌이란다.”
“혹돌아, 노올자!”
끼이잉- 혹돌이가 브리칭으로 응답했다. 혹등고래는 다른 고래와 달리 몸체가 물 위로 완전히 떠오를 만큼 튀어오른다. 거체가 솟아올라 하얀 배를 드러내고 물속에 처박히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어무이, 고래 몰러 갑시다.”
무쌍은 대답도 듣지 않고 어머니와 동생을 양쪽 옆구리에 끼고 몸을 날렸다. 상심한 어머니와 동생을 위로해줄 장난감이 생겼다.
“꺄하하!”
“에그머니!”
영아가 깔깔대고 김말순이 비명을 질렀다. 혹순이 등에 안착한 무쌍이 소리쳤다.
“달려!”
혹순이가 움찔했다.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하긴 아굴라스에서 락샤샤로 녀석을 부렸다.
“혹순아, 달려!”
영아가 소리치자 혹순이가 꼬리를 휘저었다. 쏴아아- 거체가 액셀을 밟은 듯 튀어 나갔다. 전장 20m가 넘는 거체가 사람 셋을 등에 태우고 시속 30km로 수면을 질주했다.
“에구머니나!”
얼이 빠진 김말순이 아들 허리에 죽자고 매달렸다.
“오빠, 나는 혹돌이 탈래!”
“그러던지.”
“혹순아, 천천히 가!”
혹순이가 단번에 속력을 늦추었다. 무쌍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아는 에스퍼다. 그것도 엄청난 능력자다. 혹돌이가 주둥이를 내밀었다. 영아가 작은 손으로 코를 쓰다듬었다.
“오빠, 얘가 청소해 달래요.”
“허, 머리가 좋은 놈이네.”
웃음이 나왔다. 아굴라스 해에서 녀석의 주둥이에 붙은 따개비와 기생충을 청소해 주었었다. 스스스- 억수갑이 손을 덮었다. 억수갑이 주둥이를 쓰다듬었다. 단단히 들러붙은 이물질이 우수수 떨어져 나갔다. 혹돌이가 좋아라. 꼬리쳤다.
무쌍이 영아를 번쩍 들어서 나란히 헤엄치는 혹돌이 등에 옮겼다. 오빠나 여동생이나 대책 없긴 마찬가지였다. 영아를 등에 태운 혹돌이가 질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