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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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배신의 그림자6
꽝- 은신했던 지점의 바위가 터져 나갔다.
RPG7 대인탄두인 OG7의 폭발력은 125만J에 이른다. 폭압이 웬만한 바위를 박살내고, 후발풍이 쇄설물을 날려버린다. 어설프게 엄폐했다간 바위나 나무와 함께 피 박살난다. 회피가 상책이다.
몸을 뽑아낸 블랙맘바가 타킷으로 잡은 바위 틈서리로 뛰어 들었다. 프롤리나트 병사들은 게릴라답게 은폐 엄폐술이 기가 막혔다.
놈들이 은신한 곳은 직벽 2m지점에 지그재그로 벌어진 바위틈이었다. 블랙맘바가 아니면 절대로 알아차릴 수 없는 장소다. 물론 스나이핑으로 잡아낼 수 없는 지점이다.
퍼퍼퍽- 아무리 엄폐를 잘해도 머리 위에서 날아드는 총탄을 막을 재간이 없다. 세 명의 머리에 구멍이 뚫리고 착지하는 순간에 날린 표창이 두 명의 인후에 틀어 박혔다.
지형에 밝은 놈들을 상대하자니 보통 힘든 게 아니었다.
개활지에서 닥돌하는 놈들은 빗자루로 쓸듯이 쓸어버릴 수 있다. 이놈들은 쥐구멍에 들어간 쥐를 잡아내듯이 하나하나 찾아내 클리어시켜야 한다. 투입되는 시간과 노력이 엄청났다.
게릴라 다섯을 단숨에 처리한 블랙맘바의 몸이 휘청 흔들렸다. 귓속이 위잉 울렸다.
잔독과 폭발 압력파를 계속 받은 후유증이다. 중력이 갑자기 두 배로 늘어났다. 허리에 트럭 타이어를 매단 것 같았다.
“망할 로스께 놈!”
새삼 짜증이 치밀었다. 놈이 가슴에 장착한 독침의 발사 메커니즘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 상처는 별것 아니었지만 독이 끈질기게 생기를 갉아 억었다. 물론 보통 사람이었으면 강침만으로 요단강을 건넜을 것이다.
블랙맘바는 시체 틈에 몸을 비벼 넣었다. 시체로 위장해서 숨을 돌리기 위해서다. 모양새가 빠지지만 무리해서 좋을 게 없다. 달이 질 시간은 많이 남았고, 없애야 될 놈도 많았다.
밀착된 게릴라가 크륵크륵 소리를 냈다. 인후에 표창이 꽂힌 게릴라다. 절명시키지 못했음은 체력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방증이다. 문제다. 표창 손잡이를 잡고 목을 한 바퀴 빙 돌렸다. 산소를 갈구하던 폐가 조용해졌다. 이곳은 야만의 땅 아프리카다.
목이 타는 듯 말랐다. 후두와 식도가 쩍쩍 갈라졌다.
COPD(만성폐쇄성폐질환)환자처럼 가래가 목에 턱턱 걸렸다. 독에 중독되면 목이 마르다고 하더니 사실이었다.
신체가 변하면서 독에 내성이 생겼지만 격렬한 움직임이 해독을 지연시켰다. 독이란 신체가 저항하고 거부하는 물질이다. 감자 껍질에 함유된 솔라닌과 차코닌조차도 과하면 적혈구를 파괴하고 운동중추를 마비시킨다.
신체 저항력이 독소보다 강하면 독은 독이 아니다.
블랙맘바는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놈들이 자신의 종적을 놓친 천금 같은 시간이다.
그는 메슥메슥한 속을 달래며 공진을 일으켰다. 툭툭 끊어지는 흐름이 순간순간 몰입을 방해했다. 공진을 일으키자 핏속에 섞인 이물질이 심상에 잡혔다.
혈액과 독이 섞여 부글거리고 있었다. 독이 적혈구를 파괴하고 그에 대항해서 골수가 맹렬히 적혈구를 토해냈다.
서서히 파동을 키워 그물질을 하듯 혈관으로 밀어 넣었다. 파동을 밀어 넣자 오염 물질이 한곳으로 몰렸다. 오염 농도가 진해진 혈액을 상처 난 가슴 부위로 밀어냈다.
상처는 이미 딱지가 앉았다.
파란트로푸스의 효용이다. 외상 회복 속도가 일반인의 수십 배다. 이미 딱지가 앉은 상처를 십자로 쭉 찢었다. 주르륵 쏟아지는 피에서 시큼한 냄새가 났다. 피가 금방 그쳤다. 이럴 때는 빠른 회복력이 걸림돌이다. 다시 한 번 칼로 찢어서 피를 쏟아냈다. 자신의 살을 찢는 표정이 사과껍질을 벗길때와 다를 바 없었다.
“쯧!”
백팩에서 수통을 꺼내던 블랙맘바가 혀를 찼다. 바닥이 총탄에 뚫렸다. 텅 빈 수통을 집어던지고 시체 다섯의 몸을 뒤졌다. 수통을 가진 놈이 한 놈도 없었다.
수분을 얻을 곳은 시체밖에 없다. 블랙맘바는 시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단백질 덩어리 이상으로 보이지 않았다.
쿠크리를 들고 공진을 일으켰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칼날이 바르르 진동했다. 수통 목 부분에 칼날을 대고 그었다. 알루미늄 재질의 수통이 쓰윽 힘없이 잘려나갔다. 잘린 단면이 유리알처럼 반들거렸다.
“그래, 내가 칸마다.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짐승이 되어 주지.”
결연한 표정을 지은 블랙맘바가 쿠크리로 사체의 경동맥을 그었다. 꿀렁꿀렁 쏟아지는 피를 수통에 받는 표정이 회칠을 한 듯 딱딱했다. 시체의 얼굴색이나 블랙맘바의 얼굴색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수통에 받은 피를 입가로 가져가던 블랙맘바가 휙 뒤쪽으로 칼을 날렸다.
끼엑- 날카로운 비명이 울렸다.
몸통에 칼이 꽂힌 커다란 새가 엎어져서 버둥거렸다. 머리에 불쑥 솟은 뼈, 흰 점이 박힌 회색 깃털, 호로호로새다. 티베스티가 주 서식지로 티베스티 남쪽의 사헬 고지대에도 상당수 서식한다. 호기심 많은 이놈이 얼쩡거리다 변을 당했다.
블랙맘바는 번개같이 길쭉한 목을 틀어쥐고 자리를 이탈했다. 호로호로새의 비명이 총격을 불렀다. 이탈한 자리에 RPG와 총탄이 후두둑 쏟아졌다.
블랙맘바는 원판이라도 된 듯이 매끄럽게 바위틈으로 기어 들어갔다. 불쌍한 호로호로새의 목이 싹둑 잘렸다. 분수처럼 피가 뿜어져 나왔다. 그는 잘려진 목에 입을 대고 쭉쭉 빨아먹었다. 오리보다 큰 놈이다. 제법 양이 많았다.
“끄윽”
생피가 들어가자 말라붙은 목이 트였다. 갈증과 현기증이 완화되자 신체 활력이 조금이나마 살아났다.
쥐 잡아먹은 고양이처럼 입술에 피 칠갑을 한 인간 비슷한 형체가 바위 틈바구니를 빠져 나왔다.
피를 뒤집어 쓴 몸, 입가에 주르륵 흘러내리는 생피, 손에 쥔 칼에서 뚝뚝 떨어지는 핏방울, 그야말로 칸마의 재림이다.
“큭!”
자신의 몰골을 살펴 본 블랙맘바가 실소를 흘렸다. 누가 이 꼴을 보고 인간이라 하겠는가!
고개를 들어 천색을 살폈다. 상현달이 서쪽으로 너부죽하니 기울었다. 전투를 시작한지 두 시간이 지났다. 평소와 달리 탄환의 소모가 많았다. 드라구노프 탄창 1개, 파무스 탄창 2개, 글록 탄창 2개가 남았다.
피투성이가 된 입이 비시시 비틀렸다. 중독 증상을 어느 정도 벗어난 이상 무서울 게 없었다. 8개조 40명을 클리어 시켰다. 알라께 인사를 보내야 할 놈이 아직도 많이 남았다.
블랙맘바의 공격이 강력해졌다.
파악- 땅을 박차고 오른 블랙맘바가 아카시아 나무 가지를 밟고 한 번 더 도약했다. 나뭇가지의 탄력을 빌려서 20m를 새처럼 비행했다.
단숨에 30m를 단축한 블랙맘바가 깃털처럼 가볍게 바위에 내려앉았다. 40미터, 까마득하게 높은 화강암 바위다. 20m 아래쪽에 위치한 오버행에 가려 은신한 게릴라들이 보이지 않았다.
놈들도 잔뜩 경계하고 있다. 바로 뛰어내리다간 벌집이 되기 십상이다. 블랙맘바는 머리를 아래로 두고 역 멘틀링 자세를 잡았다.
멘틀링은 손으로 홀드를 잡고 완력으로 몸을 끌어올리는 암벽 등반 기술이다.
역 멘틀링은 머리를 아래로 두고 홀드를 잡은 손으로 체중을 지지하며 하강하는 자세다. 인간의 신체로 불가능한 하강 자세다. 블랙맘바는 무게중심을 하체에 두고 거미처럼 암벽에 붙어 하강했다.
오버행을 통과하자 길리슈트로 위장한 게릴라들이 눈에 훤히 들어왔다. 블랙맘바는 한손으로 홀드를 잡고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슈욱- 손을 놓고 떨어지며 파무스를 연사했다.
퍽퍽퍽- 바닥에 발이 닿기 전에 게릴라 셋의 머리가 터졌다. 중력 낙하시 인간의 낙하 속도는 초당 50m내외다. 20m 높이에서 지면에 착지하기까지 0.5초다. 천하의 블랙맘바도 연사가 불가능하다.
황급히 몸을 뒤집어 총구를 지향하던 병사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넓적한 물체가 눈앞에 확 다가섰다.
찌거덕- 묘한 파열음이 났다. 군홧발에 밟힌 머리가 부서지는 소리다.
“카 칸마, 칸마!”
살아남은 게릴라가 입을 헤 벌린 채 더듬거렸다. 블랙맘바가 홱 돌아보았다. 화들짝 놀란 게릴라가 소총을 집어던지고 손을 번쩍 들었다.
블랙맘바의 오른손이 까딱했다.
퍽- 무정한 표창이 미간 깊숙이 박혔다. 게릴라는 공포에 질린 눈동자 그대로 푹 고꾸라졌다.
파앗- 블랙맘바가 사라졌다. 그야말로 냉정한 도살자의 행보다.
블랙맘바가 이탈한 자리에 총탄과 RPG가 쏟아졌다. 시체 다섯 구가 엉망으로 찢어발겨졌다. 진내 포격이다. 동료를 희생시키더라도 칸마를 잡아내겠다는 파이즈의 의지다.
전투는 비슷한 패턴으로 진행되었다.
블랙맘바가 정찰조를 기습하고, 엄호조가 화력을 쏟아 붓고, 이탈한 블랙맘바가 또 다른 정찰조를 기습하는 형태로 이어졌다.
천하의 최도식이 당한 비기, 자연동화술을 펼친 블랙맘바다. 게릴라들은 속절없이 사신의 접근을 허용했고, 속절없이 당했다.
정찰대 대장 파이즈는 이빨을 부득부득 갈았다.
RPG공격을 받은 놈이 새처럼 날아 사라졌다. 그것도 동체시력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의 빠르기다.
‘저놈은 정녕 칸마란 말인가!’
사주 경계도 소용없었다. 놈은 그림자처럼 스며들고, 먼지처럼 흩어졌다. RPG와 박격포를 쏟아 부어도 놈을 잡을 길이 없었다.
삑삑 삐익-
파이즈가 호각을 짧게 두 번, 길게 한 번 불었다.
자살 공격을 하라는 신호다. 정찰대는 각자 수류탄을 챙겼다.
“어럽쇼, 이 자식들은 도대체 독창성이 없단 말이야.”
막 정찰 소조를 지운 블랙맘바가 투덜거렸다. 땅속에서 몸을 진흙으로 뒤덮은 인영들이 튀어 나왔다. 놈들이 제법 머리를 써서 덫을 놓았다.
게릴라들이 돌진하자 마른 진흙이 우수수 떨어졌다.
대검과 총검이 달빛에 번득였다. 사사사삭- 블랙맘바의 몸이 사방으로 번득였다. 아니 쿠크리가 달빛에 번득였다.
무지막지한 힘과 기세가 실린 칼날이 연약한 인간의 목과 가슴을 사정없이 갈랐다. 파란트로푸스의 살육 본능이 폭발했다.
댕강 잘린 목이 땅바닥에 구르기도 전에 쿠크리가 두 사람의 목을 스쳐 지나갔다. 중량 1.2kg의 묵직한 쿠크리가 저항 없이 경추와 근육을 잘라냈다.
좌우에서 총검을 내 지르던 게릴라의 목이 잘리고, 쿠크리 손잡이에 관자노리를 찍혔다. 관성의 법칙을 무시하듯 좌측으로 휘두른 쿠크리가 반대쪽으로 튀어나왔다.
사람의 목은 장검으로도 쉽게 자르지 못한다. 조선조 망나니도 무거운 칼로 수차례 내리쳐서 목을 잘랐다. 수인의 가족이 단번에 잘라 달라고 뒷돈을 주었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목을 잃은 게릴라의 몸이 관성에 따라 몇 걸음 더 나가서 풀썩 쓰러졌다. 총검을 내 지르던 자세 그대로다. 눈뜨고 못 볼 참상이었다.
대검을 들고 뒤에서 달려든 게릴라는 학익반주 한수에 목이 찌거덕 부러졌다. 게릴라 다섯을 처리하기까지 물 흐르듯 동작이 이어졌다.
꽝- 꽝- 타타타탕-
자폭 수류탄이 터지고 삼면 매복세의 양쪽 꼭짓점에 위치한 엄호조가 총탄을 쏟아 부었다. 땅을 박찬 블랙맘바가 두 팔을 활짝 펼치고 새처럼 날아 절벽 아래로 내리꽂혔다. 무협에서 말하는 대붕전시 수법이다.
블랙맘바의 순간이동 속도는 경이적이다, 궁신탄영을 발휘하면 15미터를 단번에 이동한다. 총탄과 수류탄은 바위조각과 나뭇조각만 요란하게 튕겨 올렸다.
삼면 매복세 한 변의 길이는 12m다. 블랙맘바는 한 번의 도약으로 엄호조의 배후를 점했다. 정찰대가 엄폐물로 삼은 바위 정상에 죽음의 사신이 사뿐하게 떨어져 내렸다. 전면에 무의미한 총탄을 날리던 게릴라들의 뒤통수에 총탄이 박혔다. 아즈라일의 명부에서 이름 다섯이 휙 지워졌다.
블랙맘바는 근접전에서 주로 뇌간을 파괴하거나 목을 잘라 절명시킨다. 파이즈가 자폭 공격을 명령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단번에 신경이 끊어지고 절명한 사람이 자폭을 할 수 없다.
악착같이 자폭을 감행한 게릴라도 소득을 얻지 못했다. 자폭을 결심하고 실행할 때 강한 뇌파가 방출된다. 혈류 흐름도 빨라진다.
블랙맘바의 예리한 감각과 공진파가 이상을 감지한다. 자폭했을 때는 블랙맘바가 궁신탄영으로 현장을 이탈한 후였다. 그만큼 학살자의 체력도 급격하게 깎였다.
블랙맘바는 서두르지 않았다.
뱀처럼 소리 없이 접근해서 목을 자르거나 경추를 뿐질렀다. 돌을 던져 사격을 유인한 다음 총탄을 퍼부었다. 나무와 동화되어 있다가 뒤통수에 탄환을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