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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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배신의 그림자7
표창이 동나자 돌멩이를 던져서 머리를 박살내고, 커다란 바위를 떨어뜨려서 압사시켰다.
블랙맘바의 손에 잡히면 암기고, 치명적인 무기다. 어둠속에 녹아든 그는 칸마에 다름 아니었다.
무려 네 시간이 넘는 지루한 전투가 이어졌다. 새벽 1시경에 시작된 FAP정찰대와 블랙맘바의 전투는 여명이 희붐하니 찾아올때 까지 계속되었다.
피에 젖은 인간 형상이 기관총 진지 뒤쪽에 불쑥 나타났다. 눈이 빠져라 전방 주시중인 소총수의 목을 억센 손이 움켜쥐었다.
뿌득- 악력만으로 경추가 부러지고 후두부가 박살났다.
또 다른 소총수의 가슴을 손바닥이 치고 지나갔다. 뿌득- 가슴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젠장, 지쳤어.’
전투불능이 되었지만 숨을 끊어 놓지 못했다. 쿠크리를 휘두르려는 순간에 이상을 알아차린 기관총 사수가 고개를 부러져라 돌렸다.
여명을 배경으로 피에 젖은 무시무시한 악령이 눈에 틀어 박혔다. 코앞에 나타난 악령에게서 피비린내가 화악 밀려들었다.
“카, 칸마!”
기관총 사수는 잠시 얼이 빠졌다. 뇌가 행동 명령을 내리기 전에 칼날이 달빛에 번쩍 빛났다. 쿠크리가 두부를 자르듯이 저항 없이 목을 통과했다.
“큭!”
사수의 목에 붉은 선이 그어졌다.
“흐랏!” 부사수가 기합인지 비명인지 모를 묘한 소리를 내며 단검을 뽑았다.
떵- 부사수는 겨우 단검 손잡이를 잡았을 뿐이다. 사수를 가르고 지나간 쿠크리를 따라 팔꿈치가 휘돌았다. 학이 날개로 독수리를 친다는 학익반주세다. 관자노리를 직격당한 부사수의 머리가 퍼석 깨어졌다.
그때서야 사수의 목이 미끄러져 떨어졌다.
목이 잘린 사수와 머리 절반이 부서진 부사수가 동시에 풀썩 쓰러졌다.
가슴뼈가 부러진 소총수의 눈이 잔뜩 커졌다.
안색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했다. 사람의 피를 마시고 고기를 뜯어먹는다는 칸마다.
“으헉, 카, 칸마!”
블랙맘바가 휙 돌아서자 소총수가 거품을 뿜으며 뒤로 넘어갔다.
“얼래, 이 자식은 죽어삣네!”
마지막 일격을 가하려던 그는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타격을 받은 소총수의 심장이 극한의 공포를 이겨내지 못하고 멈추어 버렸다.
기관총 진지가 붉은 피로 도배되었다. 부사수의 품속에서 미처 안전핀을 뽑지 못한 수류탄이 굴러 떨어졌다. 블랙맘바가 수류탄을 챙길 때 번쩍- 근거리에서 어둠이 쫙 갈라졌다.
“망할 노무 알라봉!”
섬광과 동시에 블랙맘바가 땅을 박찼다.
꽝- 그 자리에 날아든 탄두가 시체 세 구를 피 박살냈다.
“크악!”
후발풍에 휘말린 블랙맘바가 가랑잎처럼 날려갔다.
전마를 능가하는 근육도 장시간 혹사에 지쳤다.
젖산 역치(LT)가 한계에 달한 근육이 충분한 추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땅바닥에 팽개쳐진 블랙맘바는 몇 바퀴를 굴러서야 멈추었다.
자잘한 돌멩이에 얻어맞고, 나무 부스러기가 몸에 수없이 박혔다. 전신이 얼얼했다. 생사투를 거치면서 청파보 수준이 높아졌다.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결을 탄 덕분에 큰 부상을 입지 않았다.
“야 일라히, 라- 아쓰타띠-우 안 우싿디까! 타쓰와 칸마.(세상에, 믿을 수가 없어. 칸마를 잡았어.)”
블랙맘바가 부스스 일어났다.
두 손을 치켜들고 춤을 추는 게릴라가 보였다. 겨우 70m떨어진 곳이다.
두부교의 악령인 칸마는 죽지 않는다. 지근거리에서 RPG를 발사한 게릴라의 얼굴이 화등잔처럼 커졌다.
“카카카 칸마!”
RPG고폭탄을 얻어맞은 인간이다. 엔간히 놀랐나 보다. 옆에 소총이 있음에도 탄두를 발사기에 끼우려고 허겁지겁했다. RPG는 탄두와 발사기를 눈금에 맞추어 정확하게 결합하지 않으면 격발이 되지 않는다. 나름대로 안전장치인 셈이다.
블랙맘바는 흔들린 평형기관을 수습했다. 악령이 노려보는 서슬에 혼이 나간 사수의 손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공포에 찌들려 허둥대는 모습이 측은할 지경이었다.
“잘 가라. 알라께서 지저분한 놈을 반겨 줄지는 모르지만.”
쉐앵 날아간 검은 물체가 사수의 가슴을 뚫고 들어갔다. 블랙맘바가 안전장치도 해제하지 않고 집어 던진 소련제 수류탄이다.
탄환이 동나고, 표창도 동났다. 돌멩이처럼 던진 수류탄이 마지막 무기다. 사헬을 종횡하던 프롤리나트 정찰대장 파이즈 소령은 그렇게 수류탄에 맞아 죽었다. 파이즈가 제정신이었으면 평형기관이 흔들린 상태의 블랙맘바를 총격으로 잡을 수도 있었다. 살아남은 놈이 강한 놈이다. 전장에 가정이 없는 법이다.
파이즈의 죽음을 끝으로 에르 엑딤 계곡을 울리던 폭음과 총성이 딱 그쳤다.
회색 안개가 옅게 흐르는 검은 계곡이 게헨나(이슬람의 지옥)로 변했다. 피 범벅이 된 인영이 희붐한 여명을 안고 지옥을 빠져 나왔다. 120개의 영혼을 해체한 아즈라일, 블랙맘바다. 피에 젖은 악령이 나타나자 피비린내가 안개를 밀어내듯 화악 번졌다.
무표정한 얼굴, 한 치의 흔들림 없는 발걸음이다.
겉보기와 달리 블랙맘바의 다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가 걸어온 길 뒤쪽에 혈선이 길게 이어졌다. 남의 피와 자신의 피가 뒤섞인 혈선이다.
수류탄을 피해 몸을 날린 지점에 하필 비트를 파고 은신한 게릴라가 있었다. 종아리에 한 칼 먹었다. 한 칼 먹인 게릴라는 그 보답으로 목이 뎅겅 잘려 나갔다. 칸마의 다리에 한칼 먹인 엄청난 전과를 알아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블랙맘바가 떠난 뒤 기관총 진지에서 피투성이 인영이 기어 나왔다. 엄폐호를 기어 나온 인영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사방으로 기어다니다 풀썩 엎어졌다. 공포에 질려서 심장이 일시 정지했던 게릴라다. 그야말로 알라의 가호를 받은 억세게 운좋은 인간이었다.
하비브군의 정예인 파이즈 정찰대는 에르 엑딤 계곡에서 옥쇄했다. 정예병답게 끝까지 죽음의 천사에게 대항한 결과다.
에르 엑딤 계곡은 퇴적암 융기 지형이다.
오랜 세월 풍화된 계곡의 바위 표면은 대체로 둥글둥글한 편이다. 아래쪽 연한 부분만 깎여나간 버섯 바위도 이곳저곳 산재했다.
블랙맘바는 거대한 버섯 바위 아래 털썩 주저앉았다. 우멍한 구멍이 있어 엄폐하기에 좋고 햇볕과 모래바람을 피할 수 있는 장소다.
강침에 뚫린 상처는 이미 아물러 붙었다. 중독 증상도 완화되었다. 그 외 자잘한 창상과 타박상, 찰과상은 모양만 사나울 뿐 아무것도 아니었다. 왼쪽 종아리에 입을 쩍 벌린 창상이 문제였다. 깊이 일 인치에 세로로 오인치가 절단되었다.
간두라를 찢어서 지혈을 시키고, 몸에 꽂힌 자잘한 파편을 쑥쑥 뽑아냈다. 대충 파편을 뽑아낸 그는 땅바닥에 털썩 드러누웠다.
움직일 힘도 없었다. 밤새 혹사당한 다리가 경련을 일으켰다. 근육에 부하가 걸리는 신법을 밤새 사용한 결과다. 강철 근육도 배겨낼 재간이 없었다.
블랙맘바는 동료의 조력이 얼마나 큰 도움인지 새삼 느꼈다. 놈들의 십면매복세는 자신과 같은 독고다이를 상대하기엔 최적의 포진이었다.
무협소설에 등장하는 천라지망이 허구가 아니었다. 에밀이 기관총으로 RPG만 견제해 줬어도 전투는 쉽게 끝났을 것이다. 물론 에밀이 전투의 끝을 보지 못할 가능성이 백프로지만.
같은 전투라도 준비된 적이 얼마나 힘든 상대인지 새삼 느꼈다. 중독은 핑계거리가 못된다. 내가 적을 죽이려고 온갖 수단을 쓰듯 적도 마찬가지다. 전장에서 송양지인을 찾을 수는 없지 않은가.
블랙맘바는 서서히 붉어지는 동쪽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계곡을 휘감은 안개가 굼실굼실 사면을 타고 올라갔다. 짚은다리의 멧돼지 바위에 올라 바라보던 월송산의 풍경이다.
“끝났다.”
부리머의 말에 벌겋게 충혈된 열 쌍의 눈이 깨비텐을 향했다. 모두 밤새워 가슴을 움켜쥐고 기다렸다. 간헐적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폭음과 총성, 무려 네 시간이다. 밤새 카운트한 폭발음만 삼백 건이 넘었다.
블랙맘바가 아무리 뛰어나도 팀의 막내다. 막내를 아수라장에 보내놓고 마음 편할 용병은 누구도 없었다. 마이크도 무조건 기다리라는 명령에 속이 새카맣게 타 들어갔다.
-블랙, 블랙
깨비텐이 헤드셋을 열고 고함을 질렀다.
대답이 없었다. 밤새 뛰고 구르고 폭압과 후발풍에 시달린 블랙맘바다. 헤드셋이 붙어 있으면 오히려 이상한 노릇이다.
용병들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모두가 상상하기 싫은 결과를 머리에 떠 올렸다. 옴부티만 태연했다. 인간은 인간이고, 아즈라일은 아즈라일이다. 바센지(사헬 지역의 사냥개) 따위가 떼로 덤빈다고 수사자가 당할 리 없다. 옴부티의 믿음은 굳건했다.
“부리머, 마이크 수색을 시작하라.”
부상당한 샤트르만 남겨두고 용병들이 일제히 은신처를 벗어났다.
옴부티는 정신없이 블랙맘바를 찾았다.
절벽 곳곳이 붕괴되었다. 밤새 크고 작은 폭음이 울렸다. 땅이 뒤집히고 바위가 부서졌다. 전투 현장을 목격한 그는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옴부티!”
사자가 그르렁거리는 듯 한 소리에 옴부티는 목이 부러져라 돌렸다. 버섯바위 아래 와킬이 네 활개를 펴고 누워 있었다.
“으헝!”
옴부티는 정신없이 달려가서 블랙맘바를 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와킬의 능력을 믿었지만 가슴이 숯이 된 옴부티다.
“어어, 와 이카요.”
놀란 블랙맘바의 입에서 경상도 사투리가 튀어 나왔다.
“와킬, 무사하셨군요. 알라후 아크바르! 알라후 아크바르!”
40이 넘은 사람이 볼썽사납게 눈물을 줄줄 흘렸다.
“옴부티, 배고프다.”
블랙맘바는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었다.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한 만큼 허기가 극심했다. 옴부티는 황급히 백팩에서 씨레이션과 초코바를 꺼냈다.
“벨맨, 와킬이 여기 있다.”
옴부티의 고함을 들은 동료들이 몰려들었다.
사람이 아니라 피뭉치를 발견한 그들은 식겁을 했다. 눈만 흑백이고 나머지는 전부 붉은 색이다. 얼굴조차 말라붙은 피딱지로 뒤덮였다.
벨맨이 황급히 상처를 살폈다.
자잘한 상처는 별것 아니었다. 폭탄에 맞아 비산한 바위나 나무 조각에 찢긴 상처다. 큰 상처는 칼에 잘린 장딴지였다.
근육이 한 뼘이나 세로로 찢어져서 뒤집어졌다.
벨맨은 상처를 소독하고 바로 봉합에 들어갔다. 거의 100바늘을 꿰맸다.
벨맨이 상처를 치료하는 동안 블랙맘바는 씨레이션을 다섯 개나 먹었다. 식사가 끝나자 옴부티가 재빨리 담배에 불을 붙여 내밀었다. 충직한 하인 옴부티의 식후 서비스다.
봉합이 끝날 즈음 벨맨이 자신의 이마를 쳤다.
“아차, 마취!”
그가 흔히 잊어먹는 실수다.
“또 잊어 먹었나?”
“왜 말을 하지 않았나?”
벨맨이 난감한 얼굴로 질문에 질문으로 답했다.
“마취제가 쇼트난 줄 알았다. 아프다. 다음엔 잊지 마라.”
블랙맘바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용병들이 모두 머리를 절절 흔들었다. 한 놈은 사이코고 한 놈은 괴물이었다.
깨비텐이 블랙맘바의 손을 잡았다.
“고생했다.”
더 이상 할 말도 없었다.
“오소리 고기는 질기거던.”
블랙맘바는 그냥 씩 웃었다.
배를 채우자 잠이 쏟아졌다.
빠른 회복을 원하는 신체가 소모 에너지를 최소화하려는 기전의 발동이다.
“블랙! 읍”
마이크의 입을 옴부티가 얼른 손으로 막았다.
“조용히 하시오. 잠이 드셨소.”
뒤이어 도착한 대원들은 모두 입을 딱 벌렸다.
“드르릉 드르릉”
어이가 없었다.
살벌한 전투를 치르고, 피냄새가 자욱한 전장에서 팔자 좋게 코를 골며 자는 인간이라니! 천하무적의 무신경함에 기가 질렸다.
옴부티가 베레타를 뽑아들고 블랙맘바의 앞에 버티고 섰다. 장쒼과 에밀이 뒤쪽을 경계했다. 벨맨이 메스로 블랙맘바의 옷을 가르고 치료를 시작했다.
“충신, 열녀가 드글드글하군.”
기가 막힌 부리머가 실실 웃었다.
“냅둬, 아무리 블랙이라도 죽도록 피곤할거야.”
깨비텐이 복잡한 눈으로 코를 고는 블랙맘바를 바라보았다.
“장쒼, 에밀, 블랙의 하인에게 경호를 맡기고 마이크를 따라가라.”
“블랙이 많이 다친 것 같은디……”
장쒼과 에밀이 우물쭈물하며 자리를 뜨지 않았다.
“이 자식들 뭐해. 전장 정리가 급하단 말이야. 챙길 물건을 챙겨서 토껴야지.”
마이크의 전공인 갈굼이 시작되었다.
“죽음의 천사가 밤새 작업한 작품을 감상 해 볼까나.”
에밀이 느긋하니 미니미를 어깨에 메었다. 그도 마이크의 갈굼에 꿈쩍 않는 베테랑이 되었다.
블랙맘바는 오불관언 코를 골았다.
부리머와 마이크가 조를 나누어 에르 엑딤 계곡 사면을 올랐다.
“으윽!”
“세상에!”
전투 현장을 확인한 용병들이 몸서리를 쳤다. 모리스가 정신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절벽 사면 곳곳이 뒤집혔다.
블랙맘바가 RPG와 수류탄 공격을 받은 횟수만 300회 이상이다.
으깨진 바위 쇄설물, 둥치가 터져나간 교목, 뿌리째 뽑혀나간 관목과 초본, 뒤엉킨 시체, 전투가 얼마나 치열하게 전개되었는지 웅변하는 장면이다.
“뱀 새끼가 절벽을 뒤집어 놓았군. 씨파, 앞으로 숨도 크게 못 쉬겠군. 꼬레앙 놈들은 쳐다보지도 말아야겠어.”
마이크가 질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엉망이 된 전장은 즐비하게 흩어진 시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시체가 끝없이 나왔다.
포탄에 찢긴 시체는 놀랍지도 않았다. 장쒼과 에밀을 제외하면 모두가 전장을 전전한 역전의 용병들이다. 포탄에 직격당해 산산이 해체된 시체 앞에서 태연히 씨레이션을 까먹는 시니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