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642
x 642
제58장 가루라1->29권
“이언 위원, 조국이 짧은 역사에 불구하고 오늘의 번영을 이룬 원동력은 모험과 용기였소. 우리는 멍청이라는 비웃음을 들으며 알래스카를 사들였고, 깡패라는 비난에 불구하고 수많은 분쟁지역에 우리 젊은이들의 피를 뿌렸소. 그렇게 조국은 강대국이 되었소. 위대한 조국이 군사적으로 소비에트의 도전을 받고 경제적으로 잽(일본)의 도전을 받고 있소. 지금은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오.”
헤서웨이가 슬쩍 압박했다. 이언이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였다.
“데이비스, 위원회에서 추진 중인 관성 자장 가둠 핵융합로 개발은 어디까지 갔나?”
“부끄럽습니다. 알라모 연구소는 지난 10년간 혈세 30억 불을 들여서 임계 온도를 20℃ 올렸습니다. 현재 초전도체 임계 온도는 -235℃입니다.”
이언이 짐짓 송구하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안타깝군. -100℃까지 올릴 가능성은 있나?”
“없습니다.”
데이비스가 딱 잘랐다. -100℃는커녕 -200℃ 돌파도 금세기에는 틀렸다.
“어쩔 수 없구먼. 지난 세기를 통해 인간은 자원과 에너지를 대량 소비하는 이상한 동물이 되어 버렸소. 산업화한 인간사회를 떠받쳐온 석유가 고갈될 날도 멀지 않았고, 에너지 소비는 폭증하고 있는데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수는 없지. 두 분이 찬성한다면 나도 반대하지 않겠소. 우리가 달을 산책하리라곤 아무도 생각지 못했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무엇이든 하는 게 좋소. 해 봅시다.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북극곰이 캄차카 반도를 들고 올지도 모르니 말이오.”
“허허허! 캄차카 반도라! 듣기만 해도 기분 좋군.”
헤서웨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허허허, 집행관이 제2의 슈워드가 되겠군.”
허먼도 껄껄 웃었다. 슈워드는 1867년 알래스카를 사들인 미 국무장관이다. 슈워드는 쓸모없는 큰 냉장고를 샀다는 비난에 시달렸지만, 1887년 알래스카에서 금광이 발견되자 비난은 찬사로 바뀌었다.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 철광석 등의 지하자원이 속속 발견되자 슈워드는 영웅이 되었다.
반면에 러시아는 3백 년째 비웃음의 대상이 되었다. 소비에트연방의 현실은 당시 러시아와 비슷했다. 과도한 군비 경쟁에 몰입한 결과 취약한 경제력이 군사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휘청거렸다. 수소폭탄 1,000개가 있으면 무슨 소용인가. 미합중국이 핵융합로 개발에 성공한다면 소비에트는 또한 번 굴욕의 역사를 써야 한다.
******
“데이비스, 맘바사 지역을 조차할 수 있나?”
“곤란합니다.”
데이비스가 머리를 흔들었다.
“맘바사는 오카피 보호구역과 인접해 있습니다. 이투리 정글은 오카피 외에도 다양한 생물 종의 보고입니다. 동물보호단체와 환경보호 단체 수백 개가 떠들어대고, 유엔도 태클을 걸 겁니다. 정치기반이 부실한 모부투가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합니다.”
“방법은?”
“조차는 어렵지만, 앨버트 단층대를 중심으로 지하자원 개발권을 확보하면 됩니다. 참고로 모부투는 겁이 많습니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은타간타도 있지.”
헤스웨이가 씩 웃었다.
“잡종 동물 몇 마리에 목을 매는 환경단체 따위를 신경 쓸 것 있나? 그놈들은 입만 있지 손발이 없잖아. 과자 부스러기 몇 개 던져주면 돼. 문제는 북극곰과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란 말이야.”
허먼은 마땅찮은 얼굴이었다. 데이비스가 비시시 웃었다. 허먼다운 소리다. 석유업자의 최대 골칫거리는 시추 실패가 아니라 환경론자다. 적개심을 이해할만했다.
“잘 조직된 반대파는 말 없는 다수 지지자를 압도하는 법입니다. 일단 명분을 만들겠습니다. 자이르 동북부 지역은 반군과 무장 게릴라, 부두교 집단이 설치는 적색 지댑니다. 질 좋은 금광이 발견되었다는 소문을 슬쩍 흘리겠습니다. 군자금 부족으로 쩔쩔매는 보스코 은타간타가 침을 침을 질질 흘릴겁니다.”
“금광을 차지한 은타간타가 군사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는 정보를 모부투에게 제공한다는 시나리오구먼.”
헤서웨이가 곧바로 핵심을 찔렀다.
“그렇습니다. 잔뜩 긴장한 모부투는 미합중국에 매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반군을 밀어내는 조건으로 자원 개발권을 확보하고, 자위권 확보 명분으로 군사력을 투사하면 됩니다.”
“허, 칠레 아엔데가 생각나는군. 미합중국이 갈수록 깡패가 되는 기분일세.”
이언이 탄식했다.
“컬컬, 이기적이기도 하지.”
허먼이 컬컬 웃었다. 매파인 헤스웨이가 정리했다.
“술 취한 아가씨는 먼저 먹는 놈이 장땡이네. 누구도 국가 이기주의를 탓할 자격이 없어. 국가를 운영하는 엘리트가 자국의 이익을 챙기지 않으면 그놈이 미친놈이지. 조국의 영광과 발전을 위해서라면 깡패가 되든 욕을 먹든 상관없소.”
“옳으신 말씀입니다. ‘모두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는 동화책에서나 찾아야지요. 유럽의 부와 발전은 아프리카와 인도의 등골을 빼먹은 덕분이고, 일본의 부는 한국의 피와 살을 뜯어 먹은 덕분입니다. 아메리카가 유럽과 일본의 뻔뻔함을 따라잡으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데이비스가 웃는 얼굴로 말했지만, 내용은 전혀 우습지 않았다.
“좋소. 이번 프로젝트명을 ‘그린 플로우’로 합시다. 녹색 세계 이투리 정글과 녹색 에너지인 핵융합로! 잘 어울리지 않소?”
“동의합니다.”
헤서웨이의 제안에 이언과 허먼이 동의했다.
“결론 났군. 투입할 병력 구성은 어떻게 할 텐가?”
“공식적인 해병대 투입은 각하의 사인을 받아야 합니다. 선발대로 쉐도우 15개 팀을 움직였으면 합니다.”
“쉐도우 15팀!”
헤서웨이가 움찔했다. DIA가 보유한 쉐도우 팀은 총 30개다. 쉐도우 팀은 기존의 특수부대 요원을 선발해서 재교육한 엘리트 특수부대다. 팀장과 열 명의 팀원으로 구성된 쉐도우 팀의 전력은 보병중대 전력으로 평가된다. 15개 팀이면 연대급 전력이다. 지금까지 칠레 대통령 살바도르 아엔데 암살, 시리아 뻐꾸기 둥지 작전, 자이르 이투리 정글 탐사까지 단 세 번 움직였을 정도로 아끼는 전력이다.
“사냥개를 키우는 이유는 써먹기 위해서라는 인디언 속담이 있습니다. 검은 숲이라 불리는 이투리 정글은 베트남 정글에 비할 수 없이 환경이 가혹합니다. 멕피 소령이 이끄는 쉐도우 2개 팀이 투입 3일만에 전멸했습니다. 그린베레나 레인저가 설칠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선발 탐사대를 보호하려면 쉐도우 팀만으로 부족합니다. 블랙 쉐도우도 동원하고 싶습니다.”
데이비스는 한술 더 떴다. 위원들은 MK 프로젝트를 초능력자 양성 프로젝트로만 알고 있다. 유전자 변형 생체병기인 프레데터의 존재를 모른다. 이투리 정글에서 숙성 중이던 프레데터 3개체 말살은 충격 그 자체였다. 수심 200m 퍼들에 숨겨둔 터틀, 옥토퍼스, 써펀드를 지우고, 첨단 무기로 무장한 쉐도우 팀까지 흔적없이 지워버린 존재는 목구멍에 걸린 가시였다.
“윽, 블랙 쉐도우를 달라고?”
헤서웨이가 펄쩍 뛰었다. 블랙 쉐도우는 극비 존재로 DIA와 51구역이 합작해서 기른 사이킥 혼터 4명과 메카닉 혼터 6개체가 전부다.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도 못했고 대외 작전에 투입된 사례가 없다.
“블랙 쉐도우는 무리네. 외부에 알려지면 파장이 만만치 않아.”이언이 손을 저었다. 허먼도 고개를 끄덕였다. 리튬과 핵융합로가 아무리 중요해도 블랙 쉐도우는 쉽게 내놓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아쉽습니다.”
데이비스가 한 발 물러섰다. 블랙 쉐도우를 언급한 이유는 쉐도우 동원을 얻기 위해서다. 크게 아쉬울 것은 없었다.
“그런데 말이야 이투리 정글은 블랙맘바라는 에이전트가 아레바사 인질을 구출했던 지역이 아니던가?”헤서웨이가 떨뜨름한 얼굴로 물었다.
“프랑스 민영 방송의 여기자 주장일뿐입니다. 블랙 쉐도우도 단독으로 이투리 정글을 헤집고 다니지 못합니다. 람보를 제작한 코체프 감독도 에이전트 한 놈이 반군 수백 명을 몰살하고 20명이나 되는 인질을 깔끔하게 구출했다는 식의 허풍은 치지 않습니다.”
데이비스가 강하게 부정했다. 그는 실제로 블랙맘바의 존재를 믿지 않았다. 인간은 지성을 유지한 채로 괴물이 될 수 없다. 혼터가 그것을 증명한다. 그가 블랙맘바의 존재를 믿지 않는 또 한가지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강력한 정보기관의 존재였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정보기관을 운용하는 국가다. 독립 정보기관인 CIA를 비롯한 16개의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문제는 이들이 폐쇄적으로 움직이고 정보교류에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CIA는 DIA 소속인 데이비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하긴 개구리(프랑스인)는 원래 큰 소리로 우는 동물이지. 인기가 떨어진 미테랑에게 영웅이 필요했던 모양일세.”
헤서웨이도 인정했다. 인간의 능력엔 한계가 있다.
“루웬조리에 자리 잡은 부두교 광신도 집단이 사라졌습니다. DGSE가 그들과 모종의 거래를 했으리라 추정됩니다.”
데이비스는 대충 얼버무렸다. 흔적마저 사라진 프레데터의 사인을 찾느라 사소한 사건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헤서웨이가 관심을 가지면 피곤해질 뿐이다.
“의견을 모아 보도록 하지.”
위원 3인이 소회의실로 자리를 옮겼다.
******
“데이비스, 쉐도우 15개 팀의 운용을 포함한 그린 플로우 프로젝트 실행과 관련된 모든 권한을 부여하네. 블랙 쉐도우는 포기하게.”
“감사합니다.”
데이비스가 공손히 명령서를 받았다.
“우리 늙은이들이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네.”
“당연합니다.”
몇 가지 집행 사항이 논의된 후 회의실의 불이 꺼졌다. 로스 알라모스 지하 방공호에서 사상 최악의 작전 명령이 떨어졌다. 집행관 데이비스는 즉각 위원회 산하의 과학/기술집단인 학회를 움직였다.
******
동아프리카 루웬조리 산맥에서 이투리 정글을 잇는 대지구대는 금광과 우라늄광이 산재한 자원의 보고다. 부패한 모부투 정권은 수도에서 1,800km나 떨어진 동부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 국경을 마주한 르완다, 브룬디, 우간다 3국도 공통으로 체제가 불안정하고 군사력이 약했다.
주인이 방치한 고기 접시에는 온갖 벌레가 꾀기 마련이다. 4개국 정부군과 무장 군벌 세력이 뒤엉킨 난장판에 데이비스가 기름을 끼얹었다.
키갈리 금 제련소에 갑자기 질 좋은 금광석이 유입되었다. 다수의 원주민이 금 함량이 높은 석영과 황철석을 들고 귀금속상을 찾았다. 이투리 주 응판와자에 금광이 있다는 소문이 퍼졌고, 피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소련과 일본은 첩보위성을 운영하고, 리튬의 전략적 중요성도 잘 아는 나라다. KGB와 내각조사실은 미국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눈치채고 행동에 나섰다. 그린 플로우 개시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정작 보물을 가진 자이르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한국 정부 역시 장래의 에너지 문제 따위는 국무회의 의제에 오른 적도 없었다. 정부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데모대를 막기에도 헉헉거렸다.
******
일본 동부 시즈오카 현에서 남서쪽으로 약 50km 떨어진 사쿠라 해안, 120만 평의 부지에 하마오카 원자력발전소가 자리 잡고 있다. 주부전력이 운영하는 하마오카 원전에는 다섯 기의 원자로가 있다. 1976년에 기동한 2기의 원자로는 가압중수로형, 추가로 건설한 3기는 비등경수로형이다. 두 가지 모두 냉각재와 감속재로 중수를 사용하는 원자로다.
중수로는 경수로보다 발전 효율이 낮고, 냉각수 제어가 복잡했지만, 일본 정부가 일부 중수로와 비등경수로를 유지하는 이유는 플루서멀(Plu-Themal, 사용된 플루토늄 연료를 경수로에서 재사용하는 연료 사이클)때문이었다.
플루서멀은 핵연료를 경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재처리를 통해서 플루토늄을 획득할 수 있다. 순도 높은 플루토늄은 당연히 핵폭탄 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 플루서멀은 고속증식로인 몬주와 달리 기술적 어려움이 없지만, 사고가 발생하면 반감기가 2만 4000년에 달하는 플루토늄이 대량 방출된다. 양날의 칼인 셈이다.
******
하마오카 원전 주 제어실,
“아직도 원인을 찾지 못했나?”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노성이 울렸다. 가압중수로 2호의 급수 펌프에 이상이 발생한 지 3시간이 지나도록 원인을 찾지 못했다.
“하잇, 죄송합니다.”
냉각수와 감속재 책임자인 이시하라 주임과 보안부원들의 목이 쑥 들어갔다. 30명이 달라붙어서 제어 설비를 체크하고 현장 직원이 펌프 설비를 점검했지만, 원인을 찾지 못했다. 야밤에 눈을 덮어쓰고 야드를 돌아다닌 직원들의 얼굴에 피곤이 덕지덕지 묻었지만, 입도 뻥긋 못했다.
“한 시간 후면 2호기 노심이 노출된단 말이닷.”
가에다 부사장이 펄펄 뛰었다. 냉각수 급수 펌프 작동이 멈추면 격납기 연료봉이 노출된다. 연료봉이 노출되기 전에 원자로 가동을 중지할 수밖에 없다. 원자로 가동 중단으로 인한 손실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지역 주민을 속이고 강행한 플루 서멀과 트리튬 포집이다.
플루서멀 운행은 시즈오카 지사의 허락을 받아야 하지만, 주부전력은 내각조사실의 내락을 얻어 비밀리에 플루토늄과 트리튬을 추출했다. 원자로 중단이 외부에 알려지면 원인 규명 과정에서 플루서멀과 트리튬 회수가 탄로 날 수 있다. 주민의 분노는 물론이고, 국제적인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
“이시하라, 원인을 찾으란 말이닷. 못 찾으면 원주탄(遠州灘, 사쿠라 앞바다)에 뛰어들어라.”
“하잇!”
이시하라와 팀원들이 왕성한 대답을 남기고 튀어 나갔다.
“쓸모없는 것들!”
꽝- 가에다 부사장이 콘솔을 걷어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