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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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장 가루라2
지난 일 년간 제구실을 못 하는 트리튬 포집기(TRF) 때문에 속이 썩던 참에 급수 펌프까지 말썽을 일으켰다. 원자로가 멈추면 TRF가 노출될 위험이 있다. 책임도 책임이지만 겐지 실장의 질책이 걱정이었다. 당장 TRF 설비부터 제거해야 한다. 그는 목구멍에서 손이 튀어나올 만큼 다급했다.
“칙쇼!”
가에다가 한 박자 늦게 발가락을 잡고 맴돌았다. 조리 신은 발로 철판을 걷어찼으니 발가락이 멀쩡할 리 없었다. 그는 피가 흐르는 엄지발가락을 손수건으로 둘둘 말았다.
“아차!”
가에다가 손바닥으로 이마를 철썩 두드렸다. TRF보다 더 급한 골칫거리가 생각났다. 그는 절룩거리며 어디론가 황급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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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이시하라가 안벽 가장자리에서 고개를 죽 뽑았다. 수중 20m 지점에 설치된 급수 펌프가 보일 리 없다. 시커먼 바닷물만 콘크리트 격벽 5m 아래서 용트림했다. 쿠르릉- 철썩- 스루가 만에서 밀려온 파도가 격벽을 치는 소리가 우레를 방불케 했다.
부슬부슬 내리는 진눈깨비, 해무에 가려져 요괴 눈알처럼 불그스름한 나트륨 외등, 캄캄한 밤바다……. 누레온나(바다뱀 요괴)가 튀어나와서 머리카락을 덥석 잡아끌고 들어갈 것만 같았다.
“주임님!”
“헉, 놀래라. 뭐야?”
갑작스러운 부름에 놀란 이시하라가 되돌아보았다.
“취수구 거름망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이물질이 급수펌프로 유입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가타야마, 취수구 철망은 공기압으로 이물질을 불어내잖아.”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새우가 취수구를 막을 수도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새우 때문에 원자로가 중단된 사례가 있습니다.”
“흠, 유입된 새우가 펌프 압력에 가루가 되고, 감속제가 오염되었다? 별로 현실성이 없는데…….”
이시하라가 고개를 저었다.
“취수구가 막히면 급수 펌프가 오버히팅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어제 백호우 그리퍼로 취수구 이물질을 흡입했지 않나? 새우 따위가 취수구 철망을 막으려면 일본인 숫자만큼 몰려들어야 한단 말이다.”
“밑져야 본전입니다.”
가타야마가 안벽에 설치된 비상용품 격납고에서 잠수복과 산소통을 꺼냈다.
“이봐, 야간 잠수는 규정 위반이야. 어쩌려고 그래?”
“원자로가 가동 중지될 상황인데 규정이 문젭니까? 아버지는 태평양전쟁 때 제로센을 몰고 구축함 에반스의 연통에 뛰어들었습니다.”
가타야마가 부득부득 잠수복을 입고 산소통을 멨다.
‘아이코, 저런 골통 새끼!’
이시하라가 더듬이 떨어진 개미처럼 안절부절못했다. 원전 제일 수칙은 규정 준수다. 규정 위반자는 최소 감봉이다. 상급자인 자신도 엄중 경고 대상이다.
“텐노 반자이!”
장비를 갖춘 가타야마가 시커먼 바다에 몸을 던졌다.
“가타야마!”
이시하라의 외침은 안벽을 때리는 파도소리에 묻혔다. 그는 머리를 싸쥐었다. 극우주의자인 가타야마는 정년이 가까워진 나이에 불구하고 용기와 만용을 구분할 줄 몰랐다. 툭하면 대화혼과 가미카제를 들먹이며 돌출 행동을 하는 통에 가슴 철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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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잇, 그럴 줄 알았어.”
가타야마가 환호성을 질렀다. 축구장 넓이의 취수구 철망을 새우로 보이는 작은 생물체가 뒤덮었다. 바닷물이 제대로 유입되지 않은 탓에 급수 펌프가 오버히팅하고, 감속제가 오염되었다. 수면에 떠오른 가타야마가 손을 휘저었다.
“주임님, 새우입니다. 엄청난 새우떼가 취수구를 틀어막고 있어요.”
“오잇, 가타야마 훌륭하다. 튜브 입구를 취수구에 맞춰라.”
이시하라가 환호했다. 꿩 잡는 게 매라더니 말썽쟁이가 한 건 올렸다. 그는 직접 백호우 그리퍼에 뛰어올랐다. 쿠르르- 지름 250mm 금속관이 물속으로 투입되었다.
“저런, 멍청이! 대화혼을 잃은 것들은 저래서 안 돼.”
가타야마가 혀를 찼다. 흡입 튜브가 10m나 빗나간 지점에 투입되었다. 이시하라가 취수구와 방수로(냉각수를 바다로 방출하는 토출구) 위치를 착각했다. 가타야마는 튜브를 향해 힘차게 오리발을 찼다.
“난다?(뭐지?)”
가타야마가 물안경을 훔쳤다. 금속관이 내려가는 해저에 돌출한 거대한 수중 바위 덩어리가 보였다. 지난 십 년간 보지 못했던 물체다.
쿵-
쿠앗?
뾰족한 물체에 똥침을 맞은 거대한 생물이 눈을 번쩍 떴다. TRF에 촉수를 박고 느긋하니 트리튬을 흡수하던 가루라다. 그그긍- 금속튜브가 가루라의 몸체를 주르륵 긁고 지나갔다.
[나 공격받은 거야? 그런 거야?]가루라는 기분이 나빠졌다. 바닷물에 녹아있는 메틸메르캅탄과 황화수소를 압축해서 에너지 보울을 만들고 트리튬을 열심히 보충하던 중이다. 똥개도 밥 먹을 때 건드리면 성질 낸다.
‘억, 저게 뭐야?’
가타야마의 눈이 커졌다. 암괴(巖塊)인 줄 알았던 물체가 꿈틀했다. 해저 부유물이 뿌옇게 솟아올라 시계가 흐려졌다. 통근버스 두 대를 이어붙인 크기의 몸통과 몸통만큼이나 긴 꼬리가 흐려진 시야에 언 듯 잡혔다.
“저렇게 생긴 고래도 있나?”
가타야마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향유고래, 흰긴수염고래, 혹등고래 등등 덩치 큰 고래 종류의 이름이 주르륵 스쳐 갔다. 눈앞의 생물체와 부합되는 종류가 없었다.
“요시, 나는 대화혼의 전승자닷!”
가타야마는 더럭 겁이 났지만, 생물체를 정확히 관찰해서 보고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버지는 추락을 겁내지 않았다. 대화혼이 충만한 군인은 고래도 알아본다고 했다. 새로운 생물 종 발견자로 조간신문에 자신의 이름이 실릴 수도 있다.
쿠르르- 괴생물체가 머리를 불쑥 들었다. 미끄럼틀로 사용해도 될 만큼 긴 목, 냉장고 크기의 머리, 스시 접시보다 큰 눈, 이마에 솟은 두 개의 뿔, 고래가 아니다. 상상도 못 해본 괴수다.
“고 고질라!”
대화혼도 현존하는 즉각적인 공포에는 별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식겁한 가타야마는 죽으라고 팔다리를 휘저어서 부상했다. 잠수병 따위를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가루라는 식사(?)를 방해한 작은 생물체가 성가셨다. 접혀있던 날개를 활짝 펴서 휘저었다. 콰르르- 칼날 같은 와류가 일었다. 카카칵- 와류가 안벽 콘크리트를 찢고 부상(浮上) 중인 가타야마를 덮쳤다.
“크아악!”
비명이 울렸다. 와류에 휩쓸린 가타야마가 맷돌에 갈리는 콩처럼 으깨졌다. 붉은 핏물이 확 퍼졌다. 일억 오천만 년이나 비취색 돌멩이로 굴러다녔던 헤카, 각성한 가루라의 첫 번째 제물은 대화혼 매니아 가타야마였다.
[아이쿠, 내 잘못 아니다.]가루라가 움찔했다. 인간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금지한다는 마스터의 명령이 머리를 흔들었다.
[어! 인간이었네.]가루라가 모른척했다. 진순 오 자매 앞에서 귀여운 척 연기했을 만큼 의뭉스런 가루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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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전력이 불안정한 스루가 해곡 단층에도 불구하고 사쿠라 해안을 원전 부지로 선정한 가장 큰 이유는 해발 150m 바위산이다. 원전은 운전만큼이나 방사성 폐기물 처리도 중요하다. 주부전력은 후방 바위산을 뚫어서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을 건설했다.
지하 100m 방폐장 입구에 가에다 부사장이 나타났다. 그는 바쁜 손놀림으로 방사선 차폐복을 입고 통제구간에 들어섰다.
“열어!”
“하잇!”
내부에 납을 채운 500mm 두께의 강철 문이 열렸다. 가에다는 경비원의 인사를 본 둥 만 둥 리니어 카에 올랐다. 동굴 통로를 질주한 리니어 카가 진노랑색 강철 문 앞에 멈추었다. 가에다가 벽면의 패널을 조작하자 좌측의 동굴 벽면이 윙하고 열렸다.
가에다는 붉은색 노란색 드럼이 4단으로 질서정연하게 쌓여있는 통로를 걸었다. 통로 끝에 지름 300m, 깊이 50m 거대한 사일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에다가 허겁지겁 달려온 목적지다.
하마오카 방폐장 사일로는 공식적으로 다섯 개다. 눈앞의 사일로는 여섯 번째 비밀 사일로로 핵연료 리사이클 용도로 설계된 시설이다. 사용한 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해서 우라늄과 혼합하면 경수로 연료인 MOX(Mixed OXide fuel)가 만들어진다.
물론 비밀 사일로를 건설한 목적은 MOX가 아니라 플루토늄 추출이다. 일본은 핵폭탄을 얻어맞은 유일한 나라다. 평화헌법과 자위대를 만들고, 평화공원을 세웠지만, 보여주기일 뿐이다. 인간을 도구와 수단으로 여기는 전체주의 국가관으로 충만한 나라가 반성할리 없다.
핵폭탄은 침략전쟁의 대가가 아니라 억울함과 공포였다. 핵 공포는 나도 가져야 한다는 집착으로 변했다. 플루서멀과 TRF 설비는 당연히 핵폭탄을 만들기 위한 준비다. 대정익찬회 멤버인 가에다는 재무장을 당연시했다.
가에다가 이마에 진득한 땀을 소매로 닦아내고, 강철 라다에 올라서서 사일로를 내려다보았다. 30m 발아래 푸르죽죽한 액체가 출렁거렸다. 쿠르르- 소형 승용차 크기의 거대한 악어 대가리가 수면에 불쑥 솟았다.
내각조사실장 이시하라 겐지가 프리메이슨으로부터 넘겨받은 프레데터 세 마리 중의 한 마리다. 사사카와 재단과 대정익찬회가 천문학적인 연구자금을 지원하고 얻은 결실이다.
키이익-
세로로 쪼개진 샛노란 눈동자가 가에다를 노려보았다. 개구리를 노리는 살모사 눈빛이다. 살짝 벌어진 아가리 틈으로 창날 같은 이빨이 불빛에 반짝였다.
“헉!”
놀란 가에다가 자신도 모르게 한발 뒤로 물러났다. 바로 저놈, 밤잠을 설치게 만드는 존재가 바로 저놈이다. 놈은 사일로에서 15개월 동안 방사선을 흡수하고 하루에 고기 300kg을 먹었다. 엄청난 양의 육류와 생선을 폐기물 드럼으로 위장해서 반입하는 일도 보통 성가시지 않았다.
“빌어먹을 누레온나(바다뱀 요괴)! 저놈이 삶에 염증을 느끼고 자살하면 얼마나 좋아.”
가에다가 투덜거렸다. 몸체는 세배로 커지고 성질은 열 배 흉포해졌다. 본인도 대정익찬회 멤버로서 황국 재건을 위해 분골쇄신할 각오가 되어있지만, 누레온나는 너무나 부담스러웠다.
“잠수!”
가에다가 손바닥 크기의 컨트롤러를 꺼내서 소리쳤다. 부그르르- 누레온나가 물속으로 사라졌다. 가에다가 컨트롤러를 물끄러미 들여다보았다. 누레온나는 기관총 일제 사격에도 끄떡하지 않는 괴물이다. 꼬리치기 한 방이면 격납고 강철 문도 찢어진다. 컨트롤러가 고장나거나 놈의 머리에 이식된 통제 칩이 망가지면 어떻게 될까? 생각만해도 끔찍했다.
“빠가야로, 독도와 제주도 연안에 저놈을 풀어놓는다고?”가에다가 머리를 저었다. 한국은 누레온나가 설친다고 영토를 포기할 나라가 아니다. 한국인은 한마디로 재수없는 인종이다. 약자는 강자에 머리를 숙여야 한다는 진리는 예나 지금이나 먹히지 않았다.
자기들끼리 치고받다가도 외부의 위협이 닥치면 거짓말처럼 일제히 들고 일어났다. 중국인이나 동남아인과는 질적으로 다른 족속이다. 차라리 난사군도(스프래틀리 제도)에 놈을 풀어놓아야 한다.
난사군도 해역은 한국, 중국, 동남아 국가들의 중요한 해상루트다. 아시아에서 수입하는 중동 석유는 대부분 난사군도 해역을 통과한다. 이곳을 틀어막으면 한국은 손을 들 수밖에 없다.
“보안대와 이시하라가 빨리 상황을 수습해야 할 텐데.”
가슴이 무거웠다. 원자로가 정지하면 현청에 자동으로 보고된다. 주민들이 들고일어나고, 국제조사단이 들이닥치고, TRN과 누레온나가 드러나면? 가에다가 부르르 떨었다. 사태를 막지 못한 자신은 셋뿌꾸(할복)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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퉁- 퉁- 금속관이 머리를 건드렸다.
[이것들이 왜 자꾸 건드려!]촉수가 금속 튜브를 휘릭 감았다. 중량 20t 백호우 그리퍼가 속절없이 안벽 가장자리로 끌려갔다. 눈앞에 시커먼 바닷물이 우르릉거렸다.
“어어!”
놀란 이시하라가 후진 기어를 넣고 죽으라고 액셀을 밟았다. 출력 500마력 엔진이 굉음과 시커먼 매연을 뿜었지만, 감당이 되지 않았다. 콘크리트 구조물 끝까지 끌려간 백호우 그리퍼가 기우뚱했다.
“아악! 안돼에~”
이시하라가 울부짖었다. 첨벙- 거대한 중장비가 기어이 추락했다.
[옳커니!]가루라는 일부러 떨어지는 중량물에 머리를 들이밀었다. 종속체는 마스터의 정신세계를 닮는다. 백지 상태의 가루라는 무쌍의 잔머리와 뒤끝을 이어받았다. 쿵- 그리퍼가 가루라의 머리를 치고 해저에 가라앉았다.
[나는 공격 받았다. 연속 공격받았다.]가루라의 눈이 세로로 쭉 찢어졌다. 쿠오오- 거창한 울부짖음이 원주탄을 흔들었다. 가루라가 날개를 활짝 펼치고 몸을 쭉 폈다. 머리에서 꼬리까지 60m, 몸체에 비해서 작은 머리, 길게 뻗은 목, 날렵한 몸체, 몸체만큼이나 긴 꼬리, 퍼플 치킨이라 불릴 때의 비취색 부채모양의 깃은 두 개의 뿔로 변했다.
뷔페 접시보다 큰 황금색 눈동자가 불을 뿜고, 폰툰(고정형 해상 석유 채굴선 다릿발)같은 두 다리가 해저를 딛고 거대한 동체를 굳건히 받쳤다. 즈즈즈- 두 개의 뿔에서 방전 불꽃이 튀었다. 팔부신중 가루라의 현신이다.
가루라가 목을 쭉 뽑았다. 가슴 부위에 자리 잡은 생체핵융합로가 점화되었다. 금속성 피부를 타고 방전 불꽃이 짜자작 일었다. 에너지가 주체못할 정도로 넘쳐났다. 길이 5m에 달하는 거대한 부리가 쩍 벌어졌다.
콰르르- 깜둥이의 ELF가 초라할 정도로 강력한 ELF가 쏟아졌다. 수중 음파 전달 속도는 대기보다 3배 빠르고, 매질로써 물은 공기보다 수십 배 우월하다. 푸왁- 백호우 그리퍼 동체에 지름 1m 구멍이 뻥 뚫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