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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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장 가루라3
생체 로봇 가루라는 센서가 인간의 신경과 감각 기관을 대신한다. 마이크로래티스(미세격자금속) 인공 피부에 질감, 온도, 마찰력, 강도, 색상 분해, 반사파 감응 등의 전자 센서가 포함되어 있다. 피부 자체가 인간의 감각기관이며, 본다는 의미에서 영상 레이더, 다중 분광기, 마이크로 카메라의 종합이라 할 수 있다. 눈은 보는 기관이 아니라 레이저포 발사기다.
[이거 왜 이래?]가루라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인공 지능이 수집된 정보를 자체 이력과 비교한 결과, 파괴력 편차가 지나치게 컸다. 메모리 된 정보대로라면 대상은 분자 단위로 분해되었어야 했다.
위이잉- 생체핵융합로가 풀로 가동했다. 짜자작- 정수리에 솟은 두 개의 뿔이 간섭 공명장을 일으켰다. 꽹과리 크기의 두 눈이 백열 되였다. 고준위 광자 에너지가 두 눈을 반사벽삼아 초당 10조 번 펌핑되었다. 상태밀도 반전된 트리튬의 에너지 준위가 급격히 올라갔다.
쿠악- 임계치를 넘긴 전자기 레이저가 미러를 뛰쳐나갔다. 번쩍- 지름 2m에 달하는 선홍색 빛줄기가 바닷속을 훤히 밝혔다. 레이저 궤적에 걸린 백호우 그리퍼가 소리 없이 사라졌다. 운전석의 이시하라도 분자 단위로 분해되었다. 수압에 질식사 중이던 그로서는 다행한 일이었다.
동일본 해저는 태평양 지각판이 북미 지각판 아래를 파고드는 경계면이다. 경계면을 따라 지진대가 형성되고, 하마오카 원전 앞바다인 스루가 만에 도카이 대지진의 진앙인 스루가 해곡이 있다.
거대한 태평양 지각판을 올라탄 작은 스루가 판은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단단한 암괴가 북미 판 아래로 파고들려는 스루가 판을 완강하게 막았다. 꾸등- 꾸등- 스루가 판 침강을 막고 있는 암괴도 막대한 압력을 견디느라 신음했다.
레이저의 특징은 직진성이다. 25톤짜리 중장비는 간식거리도 되지 못했다. 가루라가 풀 방출한 트리튬 레이저가 해저를 파고들었다. 푸왁- 붉은 빛줄기가 암괴를 직격했다. 암괴 하부가 밀가루처럼 분해되었다. 쿠르릉- 마찰력을 잃은 암괴가 압력에 밀려났다.
방해자가 사라지자 5,000㎢ 넓이의 스루가 판이 쑥 가라앉았다. 콰드등- 시즈오카 현이 뒤흔들렸다. 스루가 만이 출렁이고 원주탄(遠州灘)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매그니튜드 6.5 규모의 지진이다. 태평양판이 침강했더라면 매그니튜드 8 이상의 도카이 지진이 시즈오카를 덮쳤을 것이다.
하마오카 원전 일대의 지반이 몸살을 앓았다. 육지 쪽이 2m 불쑥 솟아오르고 바다 쪽이 1.5m 풀썩 내려앉았다. 부지 곳곳에 크레바스가 형성되고 불길이 치솟았다. 원자로와 방폐장은 진도 7.5에 견디도록 설계되었지만, 지원 건물과 시설물은 6.5 지진을 버티지 못했다.
콰아앙- 쾅- 외부 전력 공급 철탑과 송전 철탑이 도미노 쓰러지듯 무너지고 휘어졌다. 고압선과 지름 150mm 동축 케이블이 뒤엉키고, 변압기가 터지고 차단기가 폭발했다. 원자로는 버텨냈지만, 지원 건물이 무너지고 변전소는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보았다. 제한된 범위의 지진이지만 결과는 괴멸적이었다.
1구역과 2구역의 전력이 일시에 끊어졌다. 3구역만이 외부 전력이 유지되었다. 암흑에 잠긴 두 개 구역 이곳저곳에서 시퍼런 불꽃이 파직파직 튀었다. 에에엥- 사이렌이 울렸다. 야간 당직자들이 이곳저곳에서 미친 듯이 뛰쳐나왔다.
“지신데아루!(지진이다!) 지신데아루!”
“니네! 니네!”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만 들리던 야드가 인간의 아우성으로 덮였다.
“세이신 토토노에!(정신 차려!)”
누군가 고함쳤지만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피폭 공황에 사로잡힌 수백 명이 차폐 격납고가 있고 외부 전원이 살아있는 3구역으로 도주했다. 불빛을 향해 달려드는 나방이 따로 없었다.
“칙쇼, 비겁한 놈들! 본관은 보안대장이다. 수리반은 즉각 긴급 가동 중지하라. 운영반은 전력 차단하라.”
보안대장이 악을 썼다. 도주하던 일부 직원들이 되돌아 뛰었다. 하마오카 원전은 가루라의 호승심 한 방에 아마겟돈으로 화했다. 자연재해라 불리는 블랙맘바의 꼬붕다운 짓거리였다.
******
쿠르르- 지하 동굴 방폐장이 흔들렸다. 누레온나 컨트롤 시스템을 테스트를 마치고 제6사일로에서 퇴장하던 가에다가 중심을 잃고 엎어졌다. 통로가 갑자기 기울었다.
“난다?(뭐야?)”
눈이 휘둥그레진 가에다가 배관을 움켜잡았다. 꾸드등- 벽을 짚고 일어설 때 격납고가 재차 뒤틀렸다. 동굴 벽에 부착된 배관 파이프가 뚝 떨어졌다. 가에다는 속절없이 벽에 머리를 찧었다. 물체가 떨어지는 소리, 강철 빔이 휘는 소리, 중량물이 부딪히는 소리로 귀가 먹먹했다.
“칙쇼, 지신데아루!”
가에다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이게 웬 날벼락이란 말인가! 불안한 징후는 몇 차례 있었다. 진도 2~3의 미진이 올해에만 다섯 차례 발생했다. 회사는 그러려니 했다. 미진은 늘 있었다.
시즈오까 지진관측소와 기상청도 의례적인 현상으로 판단했다. 모두 무감각해진 틈에 해저에서는 이미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던 셈이다. 즉각적이고 현존하는 위협은 따로 있었다. 푸르죽죽한 액체가 동굴 바닥을 흘러내렸다. 구조물은 수평 진동보다 수직 진동에 취약하다. 지하 격납고에 단차가 생기며 사일로가 깨졌다.
“아악, 안 돼!”
가에다가 울부짖었다. 제6사일로를 채운 고준위 방사성 액체다. 액체에 접촉하면 차폐복도 소용없다. 가에다가 벌떡 일어나서 미친 듯이 입구를 향해 달렸다. 사일로 틈이 벌어지면 3,000톤의 방사성 액체가 쏟아진다. 끔찍한 샤워를 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다스케테쿠다사이!(도와주세요!)”
절규가 가에다의 발길을 잡았다. 저준위 폐기물 드럼에 깔린 보안대원과 경비원들이다. 가에다는 차마 그들을 버려두고 갈 수 없었다.
“쿠소!(빌어먹을!)”
가에다가 지렛대를 찾았다. 드럼 한 개의 무게는 200kg을 웃돈다. 지렛대 없이는 움직일 수 없다. 키이익- 찾는 지렛대는 보이지 않고 귀를 찢는 괴성이 울렸다. 놀란 가에다가 뒤돌아보았다.
“으헉!”
알토(1980년대 스즈키 경차)를 삼키고 남을 거대한 대가리가 깨진 사일로 틈을 비집고 나왔다. 구억- 두터운 복부가 슬롯에 낀 누레온나가 신경질적인 괴성을 지르며 대가리를 마구 휘저었다. 뿌득- 뿌득- 두께 500mm 강화 콘크리트 벽체가 스티로폼처럼 뜯어졌다. 가에다가 황급히 품속을 더듬었다.
“악, 시마타!(큰일났다!)”
가에다의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 누레온나 컨트롤러가 사라졌다. 엎어질 때 튕겨 나간 모양이다. 뒤를 돌아보았다. 푸르죽죽한 액체가 동굴 바닥을 덮었다.
“요시! 인생 별거 있나. 사꾸라처럼 지는 게지.”
가에다가 뒤돌아섰다. 죽든 살든 컨트롤러를 회수해야 한다. 키이익- 괴성이 울렸다. 사일로 벽체에 끼어있던 누레온나가 기어코 빠져나왔다. 가에다의 머리가 하얗게 비었다. 통제되지 않는 누레온나는 재앙이다. 누레온나가 가에다의 대화혼을 가랑잎처럼 날려버렸다.
“고멘!(미안하다!)”
가에다는 고개를 흔들고 입구를 향해 달렸다. 수중용이지만, 저놈보다 빠르게 뛸 수 있는 인간은 없다. 빠드득- 뼈 바스러지는 소리가 고막을 울렸다. 돌아볼 틈도 없었지만, 볼 것도 없었다. 굶주린 누레온나가 음식을 지나칠 리 없으니 말이다. 궤도가 엿가락처럼 휘는 바람에 리니어카도 이용할 수 없었다. 그는 뛰고 구르며 방폐장을 벗어났다.
“이럴 수가!”
가에다는 넋을 잃었다. 원전이 불타고 있다. 곳곳에서 검붉은 불꽃이 솟고, 폭발음이 울릴 때마다 검붉은 불꽃이 하늘로 치솟았다. 사이렌이 귀를 찢을 듯이 울리고 랜턴 불빛이 야드를 어지럽게 돌아다녔다. 우왕좌왕하는 직원들이다.
“후지모리!”
“하잇!”
확성기를 들고 악을 쓰던 남자가 달려왔다.
“경비대를 전원 호출하고 내진 설계동에 피신한 직원들을 불러랏.”
“하잇!”
보안대장이 무전기를 꺼내 들었다. 콰쾅- 굉음이 울렸다. 2호기 원자로 상부 덮개가 하늘로 치솟았다. 수증기가 구름처럼 쏟아져 나왔다. 멜트다운 전조다. 전력 공급이 중단되면 급수 펌프도 당연히 정지한다. 원자로는 정지된 후에도 열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냉각수가 공급되지 않으면 과열된 핵연료가 원자로 노심을 녹인다. 노심용해가 계속되면 보호용기가 녹아내리고, 방사능 증기가 대기 중에 방출된다. 소위 멜트다운이다.
“체르노빌!”
가에다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금년 4월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에서 멜트다운이 발생했고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했다. 폭심 반경 30km 이내는 폐허가 되었고, 피해자는 3백만 명이 넘었다. 멜트다운이 발생하면 시즈오카 시와 인접한 시미즈 시의 시민 70만명은 끝장이다.
“후지모리, 3호 비상사태를 발령한다. 비상 복수기, 비상 복수기를 가동하라!”
가에다가 절규했다.
“부사장님, 비상 전원공급차량부터 가동해야 합니다.”
“칙쇼! 당장 움직여!”
직원들이 미친 듯이 뛰었다. 에엥- 거대한 전원공급 차량이 야드를 가로질러 달리고, 연료 공급 차량이 뒤따랐다. 주 제어실에 피신했던 직원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가에다가 머리를 움켜쥐고 신음했다. 최악의 재난이다.
부르릉- 헤드라이트 불빛 수십 줄기가 야드를 밝혔다. 트럭과 지프가 들이닥쳐서 병력을 토해냈다. 원전 경비를 맡은 자위대 중대다. 뒤이어 군홧발 소리와 기미 가요가 울렸다.
“쿠소!”
가에다가 욕설을 뱉었다. 이것이 자위대의 현실이다. 공무원처럼 규정밖에 모르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움직일 뿐 상황분석도 대응 능력도 없다.
“요시다 일위!”
“하잇!”
“장갑차 기동할 수 있소?”
“죄송합니다. 격납고가 무너져서…….”
중대장이 말꼬리를 흐렸다. 가에다가 경비중대를 둘러보았다. 절반은 맨손이고, 무장도 기껏 64보총이다. 중대장을 나무랄 수도 없었다. 일본은 평화로운 나라다. 70년대 시게노부가 이끄는 적군파가 와해한 후로는 테러와 거리가 먼 나라가 되었다.
“공용 화기는 있소?”
“M2 중기관총과 40mm 유탄 발사기가 있습니다만, 유탄 발사기는 무기고에 있습니다.”
“즉시 기관총을 전열에 배치하시오.”
“넹?”
자위관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가에다를 쳐다보았다. 화재를 진압하고, 질서를 유지하라면 이해되지만, 공용 화기 전열 배치는 이해할 수 없는 지시다. 가에다는 동그란 눈을 손가락으로 푹 찌르고 싶었다. 평화에 찌들어 회사원이 된 놈이다.
“당장 배치하랏!”
“하잇, 준비된 기총수 앞으로! 준비되지 않은 기총수와 유탄사수는 준비하랏!”
놀란 자위관이 지시를 내렸다. 중기관총 1정, 경기관총 2정이 나서고, 이십 명이 3구역 경비대 막사를 향해 달려갔다. 유탄발사기 사수와 기총수들이다.
“대전차 포가 있어야 하는데…….”
가에다는 한숨이 나왔다. 누레온나의 외피는 강철보다 강하다. 중기관총도 타격을 줄 수 있지만, 죽이지는 못한다. 말살하려면 RPG7이나 30mm 기관포가 있어야 한다. 아쉬운 대로 미나건이라도 있으면 저지할 수 있을 텐데 준비된 무장은 7.62mm 62식 기관총 2정, 12.7mm M2 1정이 전부였다.
막사로 달려간 녀석들이 언제 올지……. 가에다는 방폐장 격납고의 차폐문이 누레온나를 막아주기만을 기도했다. 하늘은 가에다의 기도를 들어주지 않았다. 방폐장 차폐문이 멀쩡했으면 누레온나의 발길을 잡았겠지만, 지진이 구동축을 파손했다.
쿠쾅- 굉음이 울렸다. 비스듬히 걸려있던 육중한 차폐문이 걷어차인 축구공처럼 튕겼다. 키이이- 재앙이 튀어나왔다. 자유를 찾은 누레온나는 신 났다. 사방에 음식이 깔렸고 공기는 신선했다. 천국이 따로없었다.
“아악, 저게 뭐야?
“누레온나!”
“악어 괴물!”
방폐장 입구 경비실은 난리가 났다. 보안대원 십여 명이 입만 쩍 벌리고 괴물을 쳐다보았다. 쿠엉- 괴수가 뒷다리로 벌떡 일어나서 포효했다.
“칙쇼, 고질라다.”
그 와중에도 정정하는 설명충이 있었다. 형태는 엘리게이터를 닮았지만, 악어는 신체 구조상 뒷다리로 일어서지 못한다. 제대로 알려준 셈이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슁- 전봇대보다 굵고 긴 꼬리가 경비실을 덮쳤다. 쾅- 철골 콘크리트 구조물이 일격에 발로 밟은 바가지 꼴이 되었다. 선혈이 튀고 육편이 흩날렸다.
“아악! 도망쳐!”
살아남은 보안대원들이 가람 거미처럼 흩어졌다. 쿵- 쿵- 누레온나가 느긋하니 따라가며 도망치는 인간을 날름날름 주워 먹었다. 파리 잡아먹는 두꺼비가 따로 없었다.
******
“빌어먹을!”
가에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폭발음과 아우성에 묻혔지만 누레온나의 포효를 똑똑히 들었다. 가에다는 고민에 빠졌다. 경비중대 전력으로는 누레온나를 막을 수 없다. 그렇다고 외부 지원을 요청해서 누레온나를 광고할 수도 없는 처지다.
“휴, 욕심의 말로인가?”
가에다의 한숨에 꺼진 땅이 또 꺼졌다.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누레온나가 시내로 진입하면 영화의 한 장면이 연출된다. 원전을 벗어나기 전에 처리하지 못하면 참극이 벌어진다.
“요시다 일위, 이타즈마에 지원을 요청하시오.”
고텐바 이타즈마에 동부 방면대 1사단 34보통과 연대가 주둔해 있다. 누레온나를 잡으려면 중화기를 동원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