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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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장 가루라4
“넹?”
동그란 눈알이 안경 너머로 반짝였다. 군인의 기상이라곤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는 놈, 가부키초 입구에서 휴지 팩을 나눠주는 삐끼 노릇이 딱 맞을 놈이다.
“빠가야로! 무장 헬기를 즉시 부르란 말이닷!”
가에다가 버럭 했다. 이런 놈이 자위대 간부라니……
“하잇!”
박력에 눌린 자위관이 무전병을 불렀다.
“노부유키 일사, 이타즈마 방면대 호출 번호가 몇 번이죠?”
“으윽!”
가에다가 뒷목을 움켜쥐었다. 중대장이란 놈이 본대 호출 번호도 모른다? 게다가 부하에게 존댓말이라니……. 가에다는 속이 끓어오르다 못해 썩어 문드러졌다. 겨우 반세기가 지났을 뿐인데 아시아를 제패하고 제국을 반석에 올려놓은 대화혼이 무너졌다.
윗대는 북해 바다에 뜨거운 몸을 던지고 동남아 정글에서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피를 뿌렸는데 젊은 놈들은 여자 꽁무니나 따라다니고, 해외여행이나 즐기는 얼간이가 되었다. 이래서 대정익찬회를 재발기했다.
가에다가 사나운 눈초리로 자위관을 노려볼 때 삐삣- 무전기가 울렸다.
-부사장님, 전원 차량이 2호기에 접근할 수 없습니다. 건물 잔해 때문에 접근 불가능입니다.
찌지직거리는 잡음에 섞인 보안대장의 목소리가 부아를 돋우었다.
“쿠소! 외부 변압기에 접속하라.”
-안됩니다. 전원공급 차량 동축 케이블의 접속 플러그가 2호기 예비 동력 변압기와 맞지 않습니다.
“으윽!”
가에다가 뒷목을 움켜쥐었다. 중국도 한국도 아닌 대일본제국에서 접속 플러그가 맞지 않는다니 농담 중에도 질 나쁜 농담이다.
“빠가야로, 무슨 소리를 하는 거얏?”
-예비동력 변압기가 웨스팅하우스 제품입니다. 국산과 접속 플러그 자체가 다릅니다.
“으윽!”
가에다가 뒷목을 움켜잡았다. 이래서 젊은 놈들은 안된다. 장비를 설치하고 테스트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소리다. 당장 수리반 조장을 잘라야 할 상황이지만, 지금이 문제다.
“2호기 건물 내부로 진입해서 비상급수 펌프에 직접 연결하라.”
-부사장님, 피폭선량이 20㏜를 넘겼습니다. 치사량을 한참 오바했습니다.
울음 섞인 보안대장의 목소리가 울렸다. 가에다는 수증기를 뭉게구름처럼 뿜어내는 2호기를 멀거니 바라보았다. 저 상태면 격납용기의 압력이 설계상 최고 압력인 400㎪을 넘긴 지 오래다. 곧 격납용기가 깨지고 시즈오카는 지옥으로 화한다. 소련을 비웃었더니 체르노빌이 눈앞에서 재현되고 있다.
“닥쳐! 우리 치치(아버지)와 소푸(할아버지)는 제로센과 포탄을 안고 육탄 돌격했다. 차폐복 입고 무조건 진입하라.”
가에다가 대답도 듣지 않고 무전기를 단락했다. 멜트다운에 비하면 별것 아니지만, 또 다른 큰 불길이 남아있다. 목구멍에서 손이 튀어나올 듯 화급한 상황이 곧 닥친다.
쿠엉-
아니나다를까 별것 아닌 것의 포효가 야드를 흔들었다. 가에다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거대한 실루엣이 불꽃 너머로 너울거렸다. 불타는 건물을 배경으로 허공에 걸린 거대한 악어 대가리는 비현실의 극치였다.
“으윽, 기어코!”
가에다가 이를 부드득 갈았다. 한 달만 지났으면 숙성이 끝난 누레온나를 독도에 투입할 예정이었다. 누레온나는 수륙양용이다. 한 줌밖에 안 되는 한국 독도경비대는 오 분이면 끝장난다.
한국이 독도에 군사력을 투사하면 불감청 고소원이다. 한국 해군은 요코스카의 제1 호위대군만으로도 충분히 차단할 수 있다. 미국으로부터 중립도 약속받았다. 독도를 분쟁 지역으로 끌고 가기만 해도 일본은 무조건 남는 장사다.
“하늘이여, 왜 대화를 미워합니까!”
가에다가 검은 하늘을 올려보며 절규했다. 방아쇠를 당길 치트키가 재앙으로 변했으니 미치고 뛸 노릇이었다. 사람이 일을 꾸며도 하늘이 이뤄 준다고 했던가! 망할 놈의 지진이 다 된 밥에 코를 빠뜨렸다. 코를 빠뜨린 장본인은 스루가 바닷속에 있건만 가에다는 하늘만 원망했다.
쿠악- 누레온나가 15m에 달하는 꼬리를 휘둘렀다. 콰앙- 건물 잔해와 불꽃이 폭죽처럼 튀었다. 한방에 불타던 장비수리실이 우르르 무너졌다.
“으억!”
“저게 뭐야?”
“고지라?”
“영화 촬영하나?”
“우와, 현실감 최고!”
자위대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진은 기명된 일상이지만 괴수는 기억된 이력이 없다. 눈으로 보고도 현실 인식이 되지 않았다. 비현실적인 비쥬얼에 일부는 얼이 빠지고, 일부는 호기심에 찬 눈을 번득였다. 요시다 일위의 눈빛은 후자였다.
“요시다 일위!”
“……”
가에다가 버럭 했지만, 요시다의 정신은 온통 거대한 괴수에 쏠려있었다. 초식동물은 진화 과정에서 거대화하고 코가 늘어나고 특이한 뿔이 돋는 등의 특수화가 다양하게 진행된다. 반면에 육식동물의 특수화는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스밀로돈의 단검 이빨은 특이한 사례다.
코끼리를 깔아뭉개고 남을 거체, 꿈에 볼까 두려운 흉악한 외형, 와까자시 수십 자루가 박힌 아가리, 뒷발로 뛰는 특이성, 피규어 매니아인 요시다로서는 회원들에게 자랑할 천재일우의 소재다. 요시다는 당장 권총을 집어 던지고 스케치북을 펴고 싶었다.
“이 새끼야, 쏘란 말이닷!”
가에다가 절규했다. 이래서 대정익찬회가 발족하였다. 자위대는 군대가 아니었다. 쓸만한 직장을 얻지 못한 패배자와 골방에서 여자 팬티나 만지작거리던 철딱서니 없는 놈들이 모인 당나라 군대다.
쿵- 쿵-
누레온나, 아니 고지라가 돌진했다. 보폭이 10m를 넘었다.
“일제 사겨억!”
탕- 그제야 정신을 차린 요시다가 권총을 발사했다. 투타타타- 카카카카- M2 중기관총과 62식 경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탕탕탕탕- 뒤이어 64식 보총 일제 사격이 시작되었다. 불그죽죽한 예광탄이 줄줄이 밤하늘을 갈랐다. 7.62mm 탄은 별 데미지를 주지 못했지만, 12.7mm 탄이 박힌 몸체에서 시퍼런 액체가 튀었다.
쿠웍- 얻어맞고 기분 좋은 놈 없다. 총탄을 얻어맞은 누레온나가 날뛰기 시작했다. 콰쾅- 꼬리질 한 방에 부품창고가 와르르 무너졌다. 쾅- 발길질에 거치적거리는 배관 통로가 날아갔다. 쿵쿵쿵- 덩치가 큰 만큼 200m 거리가 눈 깜짝할 사이에 단축되었다. 가에다의 얼굴이 하얗게 탈색되었다. 인간의 카니발이 아니라 누레온나의 카니발이 벌어지게 생겼다.
“쏴! 무조건 쏴!”
요시다가 발악했다.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 만화가 아니라 현실이다. 코가 썩는 듯한 괴수의 입 냄새를 맡는 순간 정신이 이탈했다.
투타타타- 카카카카- 총탄이 우박처럼 쏟아졌다. 명령은 필요 없었다. 괴물의 발에 밟혀 죽고 싶은 사람은 없으니 말이다.
쿠억- 누레온나가 저지선을 뛰어넘었다. 시뻘건 눈동자가 자위대를 잡아먹을 듯이 번들거렸다. 쿵- 가마솥 뚜껑 크기의 발에 밟힌 자위대원이 비명도 못 지르고 빈대떡이 되었다. 슝- 거대한 꼬리가 바람을 갈랐다.
“끄아악!”
“아악!”
파리채에 맞은 파리가 따로 없었다. 꼬리 궤적에 들어간 인간은 상체가 으깨지고, 머리가 터지고, 척추가 끊어졌다. 거대한 아가리가 중기관총 사수를 덥석 물고 고개를 쳐들었다. 빠드득- 칼날 같은 이빨이 인간과 기관총을 으깼다.
“쏴! 눈을 쏘란 말이닷!”
가에다가 발악했다.
“아악! 난 못해.”
요시다가 권총을 팽개치고 도주했다.
“으아아!”
지휘관이 도주하는 마당에 감투 정신을 발휘할 쫄따구는 없다. 자위대원들이 가람 거미처럼 흩어졌다. 쿠워- 누레온나가 고개를 젖히고 울부짖었다. 먹잇감의 저항을 분쇄한 승리의 포효다. 쿵쿵- 꽝꽝- 자위대 중대를 박살 낸 누레온나가 날뛰기 시작했다. 건물을 박살내고, 인간을 짓이기고 뱃속으로 쓸어담았다.
“야마토다마시이 텐노 헤이카 반자이!”
그 와중에도 용감한 병사는 있었다. 한 병사가 목청껏 외치며 방아쇠를 당겼다. 퍽퍽퍽- 탄창 한 개 분량의 총탄이 고스란히 몸통에 박혔다. 갤갤갤- 누레온나가 목청을 굴려서 묘한 소리를 뱉었다. 마치 비웃는 듯했다. 쿵- 한걸음 외피에 박힌 탄자가 우르르 떨어졌다.
“으~ 마마짱!”
용감한 자위대원은 탄창을 교체할 생각도 못 하고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만화 그만 보고 취직해라. 밥 먹기 전에는 손을 씻어라. 군함은 그만 모아라. 벽에 걸린 욱일승천기 좀 치워라……. 마마의 잔소리가 그리웠다. 쾅- 누레온나가 용감한 자위대원을 밟고 지나갔다. 만용의 결과는 오코노미야끼(일본식 빈대떡)였다.
누레온나가 가에다를 흘끔 보고는 그냥 지나쳤다. 프레데터 유전자에는 인간 유전자가 포함되었다. 놈은 살육 본능으로 날뛰는 단순한 괴수가 아니었다.
“신이여!”
절망에 빠진 가에다의 눈이 누레온나를 쫓았다. 놈은 영리했다. 무기를 들지 않은 자위대원을 제쳐놓고 저항하는 자위대원을 먼저 사냥했다. 놈이 자신을 내버려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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쏴아아- 하마오카 앞바다에서 거대한 생물체 대가리가 불쑥 솟았다. 킹사이즈 침대 두 개를 이어붙인 크기의 부리, 시퍼런 불꽃이 튀는 두 개의 뿔, 재충전을 마친 가루라다. 마스터의 채취가 못내 그리운데 트리튬 공급이 끊어진 물속에서 노닥거릴 이유가 없었다.
구웍- 묵직한 괴성에 바닷물이 움푹 패었다. 푸확- 거대한 날개가 수면을 쳤다. 거체가 둥실 떠올랐다. 반중력 장치를 가동한 가루라가 단번에 2,000m 상공으로 수직으로 상승했다.
[맛있는 냄새가 난다.]가루라가 방폐장에서 누출된 방사성 물질과 트리튬 농도를 감지했다. 쉬이잉- 거대한 그림자가 하마오카 원전을 선회했다. 싸락눈이 그쳤다. 지상의 아우성과 상관없이 구름이 걷힌 하늘에서 상현달이 교교한 빛을 뿌렸다.
쏴아아- 가루라가 비행고도를 낮추었다. 달을 배경으로 검을 하늘을 나는 거대한 괴조는 그 자체로 전설이었다. 물론 지상에서 두 가지 악몽과 싸우는 인간들은 하늘을 쳐다볼 정신이 없었다.
신나게 분탕질 치던 누레온나가 고개를 쳐들었다.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낀 괴수가 흉악한 눈을 번들거렸다. 쿠오오- 누레온나가 공기를 한껏 들이마셨다. 소형 수영장 크기의 복부가 빵빵해졌다. 쿠앗- 거대한 아가리에서 괴성이 터졌다. 빵빵하던 복부가 푹 꺼졌다. 프레데터가 보유한 유일한 장거리 무기인 음파 공격이다.
쿠르르- 압축된 고압 공기구가 비행하는 가루라를 추적했다. 콰앙- 고밀도로 압축된 공기 덩어리가 가루라 지근거리에서 터졌다. 천둥소리는 새 발의 피다. 굉량한 폭음에 지상의 인간들이 귀를 싸쥐고 뒹굴었다. 케비테이션 효과에 의한 초고열과 압력파를 덮어쓴 가루라가 움찔했다. 인공지능 연산이 순간적으로 꼬였다.
[감히 퍼플 치킨인 나를!]기분이 나빠진 가루라가 누레온나를 노려보았다. 누레온나도 질세라 노려보았다. 뚜뚜뚜- 스카우터가 생물체의 조직 구성과 전투력을 측정했다. 해충 유전자를 보유한 1,000 MF 전투력, 놈은 전투력이 형편없는 잡종 해충이다.
[말살!]정보 분석을 끝낸 가루라가 말살로 판정했다. 카우우- 거대한 부리에서 실타래처럼 꼬인 ELF가 쏟아졌다. 백열된 공기가 아지랑이처럼 흔들렸다.
쿠악- ELF에 직격당한 누레온나의 아랫배에 지름 500mm 구멍이 뻥 뚫렸다. 거체가 거목이 쓰러지듯 쿵 넘어졌다.
[역시 허접하네. 얼래?]가루라의 눈이 커졌다. 잡종이 벌떡 일어났다. 뚫린 구멍을 부글거리는 검은 액체가 막았다. 힘도 없는 놈이 재생력은 끝내주게 좋았다. 즈즈즈- 인공지능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정보를 검색했다. 겨우 두세 가닥에 불과하지만, 자신의 생체 조직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 방사성 물질을 듬뿍 머금은 조직도 먹음직했다.
[트리튬과 스트론튬이 부족한데 잘 되었군.]쉭- 가루라가 뇌격기인 양 내리 꽂혔다.
“신이여, 저것은 또 뭡니까?”
가에다는 악몽을 꾸는 기분이었다. 검은 점이 급속히 확대될 때는 34연대에서 발진한 코브라 헬기인 줄 알았다. 지원 헬기는 개뿔, 누레온나가 초라해 보이는 괴조다. 누레온나가 존재하는 판에 저런 괴조가 없으란 법은 없겠지만 해도 해도 너무했다. 슈아악- 강력한 하강풍에 가에다가 가랑잎처럼 날아갔다. 괴수 대전에 끼인 인간은 개미만도 못한 존재였다.
구웍- 가루라가 토끼를 덮치듯 누레온나를 덮쳤다. 거대한 금속성 발톱이 대가리를 움켜쥐었다. 뿌드득- 길이 3m 발톱이 총탄도 뚫지 못하는 외피를 뚫고 두개골을 빠갰다. 키이이- 누레온나의 대가리가 비현실적으로 일그러지며 아가리에서 굵은 촉수가 튀어나왔다. 촉수가 다리를 휘리 감았다.
누레온나가 대가리를 흔들었다. 빠각- 빠각- 금속과 금속이 강력한 압력으로 마찰하는 기음이 울렸다. 체중이 가벼운 가루라가 휘돌렸다. 누레온나는 체장 30m, 가루라는 60m다. 반면에 체중은 누레온나가 50t, 가루라는 십 분의 일인 5t에 불과했다.
가루라가 가벼운 이유는 생체 조직이 비행에 적합화 되어있기 때문이다. 외피를 구성한 금속성 고분자 나노 튜브는 마이크로래티스다. 충격흡수력이 뛰어나고 자체 증식 기능이 있으며 중량은 티타늄의 백분지 일에 불과했다. 20세기 과학으로는 꿈도 못 꿀 소재다.
구웅- 가루라가 중력장을 발동했다. 1,000t 압력이 누레온나를 짓눌렀다. 케룩? 누레온나가 저항도 못 하고 벌렁 자빠졌다. 쿠악- 쿠악- 프레데터가 몸부림쳤지만, 부채머리수리의 발톱에 잡힌 도마뱀 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