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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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장 가루라5
가루라가 부리로 누레온나의 대가리를 짓누르고 발로 몸통을 밟았다. 완벽한 빠떼루 자세다. 흉성이 발동한 누레온나가 미친 듯이 저항했다. 네다리를 휘저어 가루라의 다리와 복부를 할퀴고 잡아 뜯었다. 까드득- 까드득- 강철보다 단단하고 회칼보다 예리한 발톱이 마이크로래티스 외피를 뚫지 못하고 줄줄 미끄러졌다.
프레데터는 51구역에서 팔라딘 조직을 배양해서 제작한 생체병기다. 막강한 전투력과 맷집을 자랑하지만, 가루라는 바포멧 완전체다. 종합 전투력은 화승총과 벌컨포만큼이나 차이 났다. 기절했던 가에다가 고막을 두드리는 끔찍한 마찰음에 깨어났다.
“카루라!”
가에다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팔부신중 가루라의 전설이 현신했다. 공포의 존재인 누레온나가 저런 꼴을 당할 줄이야! 불사의 생체병기 누레온나를 밟고 우뚝 서있는 괴조의 힘과 장엄한 자태에 절로 외경심이 들었다.
“헉, 안돼!”
가에다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누레온나는 대일본제국의 영광을 재현할 생체병기다. 방폐장에서 분실한 컨트롤러만 회수하면 최대 최강의 병기가 손에 들어온다. 지난 18개월간 들인 천문학적인 돈과 노력이 물거품이 될 판이다.
“누레온나, 힘내라!”
가에다가 주먹을 불끈 쥐고 악을 썼다. 연약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응원밖에 없었다. 가루라가 힐끗 돌아보았다. 뚜뚜뚜- 스카우터가 인간을 분석했다. 전투력 1 MF, 탄소를 기반으로 다량의 물과 단백질로 구성된 단순한 생명체에 불과했다.
[맛이 간 인간형 생물체인가?]약한 존재는 강한 존재를 만나면 도주해서 생명을 건지든지 곱게 잡아먹히든지 선택해야 한다. 맛이 간 음식을 먹어서는 안 된다. 관심이 잃은 가루라가 고개를 돌렸다. 빠드득- 쇠갈리는 울렸다.
순간적인 틈을 얻은 누레온나가 가루라의 목을 덥석 물고 늘어졌다. 가루라는 끄떡도 않았다. 즈즈즈- 두 개의 뿔이 방전 불꽃을 튀겼다. 짜자작- 초고압 전류가 누레온나를 강타했다. 쿠악- 처참한 괴성이 밤하늘을 흔들었다.
누레온나의 눈알이 허옇게 뒤집히고 아가리에서 흰 연기가 물씬 피어올랐다. 대가리가 철퍼덕하고 힘없이 땅바닥에 떨어졌다. 단백질 타는 매캐한 냄새가 퍼졌다. 초고압 전류에 신경 조직과 뇌 조직이 타버린 누레온나는 푸짐한 악어 통구이에 불과했다.
[대충 익었나?]가루라가 발톱을 세워서 북 그었다. 가슴부터 사타구니까지 쩍 갈라졌다. 뜨거운 수증기가 확 피어오르며 내장이 우르르 쏟아졌다. 매가 토끼를 잡으면 복부를 갈라서 내장부터 먹는다. 가루라의 행태도 다를 바 없었다. 야수 세계는 심판도 없고 규칙도 없다. 힘센 놈이 장땡이다.
거대한 부리가 쏟아져 나온 내장을 게걸스럽게 집어삼켰다. 내장을 깨끗이 먹어치운 가루라가 푸줏간에서 돼지 발골하듯이 누레온나를 찢어발겼다. 부욱- 부욱- 빠각 빠각- 사지가 떨어지고 뼈가 산산이 조각났다. 시퍼런 체액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프레데터의 재생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조각난 생체조직이 꾸물꾸물 재접합했다. 떨어져 나간 대가리는 데굴데굴 굴러서 도망쳤다. 가루라가 꿈틀거리는 살덩이를 인정사정없이 집어삼켰다. 콩밭에 앉은 장끼가 따로 없었다.
응심제 안방에서 귀여움을 떨던 퍼플 치킨의 모습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가루라의 본태는 해충 박멸 농기계다. 마스터도 없고 예쁘게 보여야 할 마스터의 암컷들도 없는데 내숭 떨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내각조사실이 입수한 프레데터는 뼛조각 한 개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땅바닥에 시퍼런 체액만 질펀하니 남았다. 공포의 존재였던 프레데터의 최후치곤 너무나 싱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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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우- 포만감에 젖은 가루라가 고개를 길게 빼고 울부짖었다. 중량 50t에 이르는 프레데터 통구이를 먹어치웠으니 배부를 만도 했다. 푸스스- 동체에서 희고 검은 기체가 자욱하니 빠져나왔다. 필요없는 수분과 원소다.
가루라가 예비 동작 없이 둥실 떠올랐다. 쑤아악- 거대한 동체가 순간 이동하듯 1,000m 상공에 진입했다. 특이한 기동은 중력장 엔진과 이온 엔진이 이륙, 강하, 가속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날개는 에너지 충전과 방어용이며 기동시에 방향전환 급가속등 보조 역할만 한다.
가루라가 거대한 날개를 활짝 펼쳤다. 쏴아아- 대기 중에 방출된 방사성 물질이 맹렬히 빨려들었다. 그래도 부족했다. 카오오- 초고준위 ELF가 2호 원자로를 직격했다. 꽈드등- 보관 용기가 깨졌다.
냉각수와 감속제가 쏟아져나오고, 노출된 핵연료가 요오드, 세슘, 스트론튬을 대량으로 뿜어냈다. 방사성 물질이 회오리바람처럼 가루라에게 몰려들었다. 에너지 탱크가 급속히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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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타타타- 동쪽에서 헬기 편대가 날아들었다. 지원 요청을 받은 이타즈마 34연대에서 긴급 발진한 AH-1S 공격 헬기다.
돈이 썩어나는 일본은 소량 생산으로 인한 천문학적인 생산비를 개의치 않았다. 전투기와 헬기도 다를 바 없었다. F16을 베이스로 F2를 독자 개발하고, AH-1G 휴이코브라를 베이스로 일본형 코브라 공격헬기 AH-1S 코브라를 개발했다.
코브라 공격헬기의 최대 단점은 광학 조준식 사격통제 장치다. 한마디로 야간 작전이 곤란하다는 소리다. 후지중공업은 열 열상 장비를 추가하고 HHS(헬멧 조종장치)와 연동해서 AH-1S를 전천후 공격기로 개조했다.
하마오카 원전 상공에 진입한 선두 헬기가 속력을 늦추었다. 열 영상에 비친 지상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알파, 원전이 불타고 있다. 원자로가 수증기를 방출하고 있다. 마인
-300m까지 고도를 낮춰라. 정찰 후 착륙한다. 마인
-카피. 마인
“으악, 저게 뭐야?”
거대한 물체가 급격히 확대되었다. 하마터면 충돌할 뻔했다. 고도를 낮추던 선두 헬기 조종사가 조종간을 밀고 패들을 힘껏 밟았다. 와우웅- 헬기가 굉음을 내며 방향을 바꾸어 급상승했다. 뒤따르던 헬기 두 대도 급속히 변침했다.
“히로시, 졸았나?”
기체를 안정시킨 조종사가 버럭 했다. 부조종사의 임무는 화기 관제와 레이더 탐지다. 기동력이 좋은 코브라가 아니었으면 피할 틈도 없이 충돌했을 아찔한 상황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열 영상도 깨끗하고 레이더도 깨끗했는데…….”
부조종사가 더듬거렸다.
“칙쇼, 죽고 싶나?”
“거짓말 아닙니다. 확인해 보십시오.”
부조종사가 반발했다.
“허, 이럴 수가!”
조종사가 눈을 부릅뜨고 레이더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화면은 물로 씻어낸 듯 깨끗했다. 열 열상 화면도 마찬가지였다.
“밤에도 신기루가 나타나나?”
맨눈으로 보이는 괴비행체가 장비에는 잡히지 않았다. 조종사가 눈을 비볐다. 피로해지면 하늘과 땅이 역전되는 리복릭 현상을 겪고, 급격한 기동으로 피가 머리에 쏠리면 신기루를 보기도 한다.
레이더가 아무리 진보해도 반사파가 없으면 먹통이다. 현대 스텔스 기술은 두 가지다. ‘레이더 스파이크’라 불리는 반사파를 줄이는 형상 설계와 레이더 전파를 흡수하는 흡수물질(도료, 고무등) 부착을 통해서 레이더를 기만한다.
생체 병기 가루라는 마이크로래티스 동체를 감싼 플라즈마가 전파를 몽땅 흡수해서 열에너지로 치환한다. 치환된 열에너지를 외피가 흡수한다. 열 영상 장비와 레이더에 잡힐 이유가 없었다. 그야말로 완벽한 스텔스, 고스트다.
“일단 보고해야지.”
조종사가 통신하기 전에 먼저 통신이 들어왔다.
-브라보,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미확인 비행체다. 지시를 바란다.
-대기, 마인
후방 편대장기 조종사 야마모토 일등육위가 고개를 돌렸다. 편대장기가 선두에 서야 하지만, VIP가 탑승하는 바람에 브라보가 선두에 나섰다. 부조종사석을 차지한 체격 좋은 70대 노인은 야마모토가 감히 쳐다보지도 못할 VIP다. 오쿠 히도시, 주부 전력의 회장이자 게이단렌 회장이다. 숨겨진 신분은 대정익찬회 회장이다.
“무슨 일인가?”
“각하, 아홉 시 방향을 보십시오.”
“저게 뭔가?”
히토시의 눈이 커졌다. 원전 상공에 떠 있는 시커먼 물체가 눈에 들어왔다.
“알 수 없습니다. 비행선도 아니고…….”
야마모토가 말꼬리를 흐렸다. 정지 비행이 가능한 물체는 헬기와 비행선밖에 없다. 물체는 헬기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크고, 비행선이라곤 하기엔 지나치게 날렵했다. 게다가 레이더에 잡히지도 않았다. 하긴 레이더에 잡혔으면 벌써 알아차렸을 것이다.
-앗, 방향을 바꾸었다. 지시를 바란다.
“빠가야로, 저놈이 범인이었어. 원자로는 이까짓 지진에 손상되지 않는단 말이닷.”
교신을 들은 히토시가 흥분했다.
“격추할까요?”
“당장 격추해. 박살 내.”
-브라보, 찰리 공격하라. 마인
코브라 두 대가 속력을 높이고 야마모토는 횡전해서 거리를 벌렸다. 탑승한 VIP가 행여나 피해를 보면 큰일이다.
-찰리, 공격하라. 마인
-카피, 마인
-무기 선택
화기관제관이 20mm 캐틀링 기관포를 선택했다. 브라보와 찰리가 나란히 시뻘건 불줄기를 뿜었다. 퍼퍼퍼퍽- 기관포 수십 발이 가루라 동체를 두드렸다. 쾅쾅쾅- 허공에서 시뻘건 폭죽 잔치가 벌어졌다.
-브라보, 타격을 주지 못했다.
-무기 교체. 마인
-카피. 마인
브라보와 찰리 화기관제관이 로켓포로 무기를 변경했다. 푸왁- 푸왁- 좌우 포드가 시뻘건 불길을 토했다. 70mm 로켓포 4발이 공간을 갈랐다.
뚜뚜뚜- 스카우터가 접근하는 물체의 운동량을 분석했다. 즈즈즈- 강력한 자장이 동체를 감쌌다. 데미지를 입을 수준은 아니지만 제법 아플 것 같았다. 쾅- 쾅- 시뻘건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았다.
-연속 발사. 마인
-카피, 마인
좌우 포드에서 불길이 줄줄이 뿜어졌다. 로켓포 수십 발이 가루라를 두드렸다. 굉음과 화광이 충천하고 자욱한 연기가 목표를 감쌌다.
[잡종 해충이 까불더니 쇳덩이 날파리까지 깝치네.]식사(?)를 방해받은 가루라가 해충 말살 모드로 들어갔다. 똥개도 밥 먹을 때 건드리면 이빨을 드러낸다.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로 안다더니 허접한 날파리가 계속 도발했다. 슁- 자욱한 포연과 불꽃 속에서 가루라가 튀어나왔다.
-앗, 회피 회피
-카피, 마인
터터터터- 헬기 두 대가 급속 이탈했다. 라이코밍 터보 엔진이 기를 쓰고 동체를 밀어 올렸다. 조종사는 가루라를 몰라도 너무 몰랐다. 당장 하네스를 매고 헬기를 버려야 했었다. AH-1S는 시속 250km, 가루라는 시속 50,000km까지 가속할 수 있다.
500m 거리는 지척이다. 윙- 단번에 브라보를 따라잡은 가루라가 꼬리를 휘둘렀다. 쾅- 한 방에 헬기가 산산이 조각났다. 파리채에 맞은 파리가 따로 없었다. 조종사와 부조종사는 비명지를 틈도 없이 해체되었다.
-아악, 브라보 브라보!
식겁한 찰리가 땅바닥에 기체를 쑤셔 박을 듯이 급강하했다. 슁- 그림자가 찰리를 덮었다.
-으아악, 안돼에~
비명이 통신기를 울렸다. 꽝- 가루라의 발에 걷어차인 찰리의 운명도 브라보와 다를 것 없었다. 동체가 폭죽처럼 터졌다. 잔해가 우수수 지상으로 떨어졌다.
“컥, 저럴 수가!”
야마모토는 눈알이 튀어나올 듯이 놀랐다. 저것이 도대체 뭐기에 공격 헬기를 파리 잡듯 한단 말인가? 야마모토는 즉각 기수를 돌렸다.
“공격, 공격하란 말이다.”아무것도 모르는 회장이 고함을 질렀다. 카우우- 가루라가 입을 쩍 벌렸다. 실타래처럼 꼬인 ELF가 음속 5배의 속력으로 공간을 갈랐다.
“안됩니다. ULF(미확인 생명체, Unknown life forms)입니다.”
히토시 회장은 답을 듣지 못했다. 퍽- 그리 크지 않은 소음이 울렸다. 직격당한 헬기가 소리도 없이 가루처럼 분말로 흩어졌다. 야마모토와 히토시 회장은 흔적없이 증발되었다.
오쿠 히토시 회장은 대정익찬회를 통해서 손녀의 심장을 대신할 도너를 구했던 인물이다. 권력과 부를 한 손에 쥐고 대동아 공영 재현의 꿈을 꿨던 히토시, 타인의 생명을 깃털처럼 가볍게 여겼던 자는 그렇게 분자 단위로 분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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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가 음식을 남기지 말랬었지.]우웅- 핵융합로가 가동되었다. 짜자작- 두 개의 뿔에 십만Kw 전압이 걸렸다. 푸왁- 굵은 빛줄기가 2호 원자로를 직격했다. 푸스스- 원자로가 원자 단위로 분해되었다. 2호기가 있던 자리엔 재 한 줌 남지 않았다.
카우우- 볼일을 끝낸 가루라가 검은 하늘로 사라졌다. 지상에는 아마겟돈이 된 하마오카 원전과 넋을 잃은 인간들만 남았다. 일본 정부가 비밀리에 축적한 플루토늄과 트리튬은 가루라 뱃속으로 깨끗이 사라졌다. 독도 투입이 예정된 누레온나도 가루라 뱃속에 들어갔다.
일본 정부가 원전 사고 뒷수습을 어떻게 할지, 프레데터의 존재를 어떻게 변명할지, 가루라의 존재를 심각하게 받아들일지는 그들의 몫이었다.
어쩌면 가루라는 일본의 은인이었다. 시즈오카의 지진 피해는 그리 크지 않았다. 해안이 침강하고, 내진 설계가 되지 않은 오래된 건물과 구축물이 붕괴하고, 도로가 뒤틀렸다. 인명 피해도 수백 명에 불과했다. 지각 스트레스가 해소되지 않았으면 도카이 대지진이 시즈오카와 요코하마는 물론이고 도쿄까지 휩쓸었을 것이다. 게다가 멜트다운 재앙을 막아주고 통제력을 잃은 프레데터도 해결해 주었다.
일본인은 나쁜 놈이든 좋은 놈이든 강자에게 고개 숙이는 민족이다. 진실을 알게 되면 가루라를 야스꾸니 신사에 모시고 철마다 참배하고 공물을 바치고 남는다. 예나 지금이나 사실과 진실은 혼동되고, 인간은 진실을 도외시하고 사실에 천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