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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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배신의 그림자8
그들은 결단코 눈앞에 벌어진 충격적인 장면을 본적이 없다.
포격에 망가진 시체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목이 뎅겅 잘려나간 시체, 바위에 짓눌려 머리가 으스러진 시체, 가슴이 쪼개져 심장이 튀어 나온 시체, 허리가 반대쪽으로 꺾인 시체, 머리가 박살난 시체가 부지기수로 발견되었다.
냉병기와 손발에 당한 시체가 무려 32구다. 으스스한 한기가 느껴졌다. AK 총신에 가슴이 막창난 시체와 수류탄이 통째로 가슴에 틀어박힌 시체는 전대미문이었다. 거친 용병들도 기가 질려 잠시 말을 잊었다.
장쒼이 기어이 구토를 시작했다.
바위에 깔린 시체에서 빠져 나온 내장을 목격한 후다. 그는 포병이다. 후방에서 포를 때릴 뿐 근접 격투를 치룬 경험이 없다. 끔찍한 시각 테러에 내성이 약했다.
장쒼의 꼬락서니를 본 옴부티가 눈을 흘겼다.
명색이 전사란 놈이 절벽 끝에 쪼그리고 앉아 오리처럼 웩웩거리다니, 어이가 없었다.
‘전사답지 못한 놈!’
수많은 적을 알라에게 보낸 대전사, 아즈라일을 욕되게 하는 놈이다. 화가 난 옴부티가 슬며시 다가섰다. 엉덩이를 걷어차서 절벽 아래로 보내 버릴 작정이었다.
‘이놈이 와킬의 친구였지.’
문득 든 생각에 걷어차려던 동작을 멈추었다. 그저 사나운 눈길을 던지고 와킬에게 돌아갔다.
장쒼은 저승사자가 왔다 간 줄도 모르고 계속 토했다. 그래서 모르는 게 약이다.
전장 정리를 마친 팀원들이 은폐용 텐트를 쳤다.
길게 뻗어 나온 암장 캐노피 아래다. 깨비텐은 블랙맘바의 안정을 위해서 현장 이탈을 늦추었다.
“부리머, 사상자가 집계되었나?”
“옙, 사망자 119명, 부상자는 없습니다. 놈들이 동원한 RPG발사기만 20기입니다. 고물 무반동포와 박격포까지 있습니다. RPG발사관 열 기와 고폭탄 30발은 기꺼이 챙겼습니다. 쓸모없는 스트렐라는 버렸습니다.
“휴, 놈들이 악에 받쳤군.”
RPG를 20기나 동원했다니 기가 막혔다. 놈들도 라텔팀, 아니 블랙맘바를 의식했다는 소리다.
“깨비텐이 너무 큰 모험을 했습니다.”
부리머가 은근히 깨비텐을 씹었다.
“빌어먹을,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군. 어떤 놈인지 씹어 먹겠어.”
깨비텐이 이빨을 갈았다.
마이크가 불만서림 눈길을 깨비텐에게 던졌다.
좁은 계곡에 밀려든 게릴라 정예병력 120명이라니, 숨이 막혔다. 블랙맘바라는 골 때리는 인간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바로 골로 갈 뻔 했다.
“깨비텐, 부하의 목숨을 담보로 정보 누설을 재차 확인하려 했던 겁니까? 본부를 믿고 싶어 하는 심정은 이해합니다. 리더로서 무책임한 결정이지 않습니까?”
마이크가 강한 어조로 힐난했다.
“나는 레종 에뜨랑제의 장교다. 마지막까지 조직을 믿고 싶었다. 미안하다.”
깨비텐은 솔직하게 시인하고 사과했다.
“사람을 죽여 놓고 미안하다고 말하면 됩니까?”
“죽어? 살아 있잖나!”
“블랙맘바가 없었으면 다 죽었습니다. 저렇게 좁은 계곡에 프롤리나트가 개떼처럼 몰려들었습니다. 정상적인 상황이면 우린 어제 몽땅 죽었습니다. 사과하십시오.”
마이크가 식식거리며 대들었다. 밤새 죽음의 공포에 시달렸다. 생각만 해도 억울했다.
퍽- “에쿠”
짜증이 난 깨비텐이 들고 있던 수통을 집어 던졌다. 콧등을 맞은 마이크가 비명을 질렀다.
“쪼가튼 새끼야, 죽지 않았으면 되었지. 저 새끼는 블랙에게 처 맞고도 정신을 못 차려. 존만아 정말 죽여줄까.”
사나운 기세에 찔끔한 마이크가 잽싸게 물러났다.
웃기게도 깨비텐마저 한국어 욕설이 입에 배었다.
평소 부하들에게 짜증을 내지 않는 깨비텐이다. 그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어졌다는 뜻이다. 마이크 역시 부하는 갈구어도 상관에게 성질을 부릴 인간이 아니다. 모두 정서 불안 증세에 빠졌다는 소리다.
깨비텐이 부하들을 둘러보았다.
“래쿤 작전은 의미가 없다. 귀환을 요청하겠다.”
팀원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블랙맘바 어떻게 생각하나?”
“깨비텐이 결정한다. 나는 따른다.”
블랙맘바의 말은 언제나 간결했다.
더 이상 래쿤 작전을 지속할 의미가 사라졌다.
자신들은 미끼로 던져졌고, 스파이는 반군에게 정보를 퍼 날랐다. 더 이상 확인하고 미적거릴 이유가 없었다.
부리머가 위성통신 안테나를 펼쳤다.
-알파, 브라보다.
-브라보, 여기는 알파. 폴 무사한가?
통신선을 타고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중대 작전 참모 빼당 대위다. 깨비텐은 눈물이 날만큼 반가웠다.
-알파, 통신관은 어디 갔나?
-브라보, 내가 싫은가? 에땅 중위는 급한 일로 시내에 나갔다. 갑작스런 일이라 내가 대신 근무 중이다.
-알파, 대장님과 직접 통화하고 싶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알았다.
빼당 대위는 선선히 허락했다. 작전팀장이 직접 통화하고 싶다면 중대한 문제가 생긴 경우다.
-폴 살아있나?
언제나 쾌활한 필립 대령의 목소리다.
-넵, 저는 살아있습니다.
깨비텐은 필립 대령에게 모든 경과를 보고했다. 전투 현황, 스파이의 존재, 반군에게 실시간으로 흘러나가는 정보, 옹우르 마을의 MP5F탄환과 유기된 경호원 시신, 보급품 습격, 왜곡된 정보, 두 차례의 접선 시각과 위치 누출, 후송 헬기 격추 등을 가감 없이 보고했다.
-망할 놈들, 폴 당장 작전 중지한다. 통신을 받을 지점에서 대기하라
격노한 필립 대령은 즉각 작전 중지와 대기를 명했다.
에땅 중위는 통신이 없는 새벽녘을 택해 시내로 타와르가를 만나러 나갔다. 그 시간에 라텔팀이 통신을 보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사람이 일을 꾸미지만 결과는 하늘이 만드는 법이다.
깨비텐은 안도했다. 필립 대령의 반응으로 볼 때 적어도 친정집은 자신들을 버리지 않았다. 최악의 배신은 면한 셈이다.
그는 일단 전투 지역인 에르 액딤 계곡을 벗어나 보델레 저지 깊숙이 잠적했다. 팀원들의 컨디션 회복을 위해서도 시간이 필요했다.
필립 대령은 폴 팀장의 보고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의 보고대로라면 자신은 천하의 멍청이인 셈이다. 작전 투입된 부하를 죽어라고 등 떠민 격이다.
라텔팀의 이동경로, 보급품 투하지점, 가젤 격추 등은 작전 라인의 장교가 아니면 절대로 알 수 없는 정보다. 또한 마쿰보 은신처에서 발견된 총탄과 시신은 뒷목을 잡고 쓰러질 사안이다. 볼 것도 없이 DGSE놈들이 벌인 지저분한 백 도어 작전이다.
백도어 작전은 강도와 도둑이야기에서 유래되었다.
침입한 강도가 집주인과 싸우는 틈에 열어젖혀진 뒷문으로 도둑이 들어 털어간다는 이야기다.
“사르코지 소령, 니놈은 밥먹고 하는 짓이 뭐냐?”
헌병감 사르코지는 눈만 끔벅였다. 난데없이 호출해서 깨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필립이 전문을 휙 집어던졌다.
전문을 읽어 내려가던 사르코지의 얼굴색이 돼지 간으로 변했다.
“대장님, 즉각 쥐새끼를 잡아내겠습니다.”
“바로 튀어가 새꺄! 즉각 위수령을 발동하고 이 전문을 접할 수 있는 라인의 위관급 이상 장교는 몽땅 감치실에 처넣어.”
“파견관 조프레는 어떻게 할까요?”
“쀠텡, 너 바보냐? 그 새끼가 제일 냄새나는 놈이야. 단독 구금해. 그 새끼 놓치면 네놈이 뒈질 줄 알아.”
얼굴이 시뻘게진 필립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놀란 헌병감이 총알같이 튀어나갔다.
성능 좋은 앰프가 우렁우렁 울렸다.
-애애앵, 현재 시간부로 위수령을 발동한다. 장교와 부사관 전원은 임무 위치에 대기하라. 병사는 경계병을 제외한 전원 막사에 대기하라. 다시 한 번 반복한다. 현재 시간부로…….
은자메나 되지엠 랩 본부가 뒤집혔다.
사르코지는 직접 현병대를 이끌고 통신실부터 급습했다.
꽝- 사르코지가 문을 박차고 들어섰다.
“뭐야?”
암호 전문을 해독하던 에땅 중위가 벌떡 일어났다.
“엌, 헌병감!”
에땅의 얼굴에서 순간적으로 핏기가 가셨다.
‘쀠텡, 꼬리가 길면 밟힌다더니.’
벌떡 일어난 에땅이 통신기를 사르코지에게 집어던지고 창문으로 튀었다.
헌병감은 포커로 따지 않았다.
“멍청한 놈!”
사르코지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창문 아래 부하가 대기 중이다.
퍽- “악!” 창문을 뛰어넘는 에땅을 맞이한 것은 무지막지한 파무스 개머리판이었다. 복부를 찍힌 에땅이 땅바닥을 굴렀다.
“띠벨 에땅중위, 작전 기밀 누설 혐의로 체포한다.”
철거럭 수갑이 채워졌다. 에땅은 만사를 포기했다. 국가기밀누설죄는 최소 10년형이다. 감형도 없다.
사르코지는 입이 찢어졌다.
에땅이 지레 겁을 먹고 튀는 바람에 일이 손쉬워졌다. 손도 안대고 코를 푼 셈이다.
그는 곧바로 파견 작전관 사무실로 내 달렸다.
“무슨 일이요? 헌병감이 내 방에 차를 마시러 올만큼 한가한 자리요.”
조프레는 의자에서 일어나지도 않았다.
“조프레 소령, 당신을 구금하라는 명령이오.”
“명령? 내가 DGSE소속임을 당신이 잘 알 텐데. 필립 대령의 명령이요?”
“그렇소. 군사기밀 누설 혐의로 체포하라는 명령이오.”
“흠, 증거는 있소.”
태연한 조프레의 태도에 헌병감은 열불이 솟아올랐다. 평소에도 DGSE작전관과 11공정여단 작전감의 월권과 안하무인 태도에 불만이 많았던 사르코지다.
“혐의가 없으면 내가 케피 느와를 벗지.”
“흐흐, 케피 느와가 무슨 벨몽도(쟝 폴 벨몽도, 60~80년대 프랑스 최고 배우)의 홈버그(정장 모자의 일종)냐.”
“뒷구멍으로 음모나 꾸미는 놈이 케피느와를 알아?”
“흥, 세월 좋아졌군. 노숙자, 부랑자 나부랭이도 긍지 운운하니 말이야.”
상호간에 날 선 말이 오갔다.
조프레의 말은 외인부대 창설 비화를 꼬집은 말이다.
외인부대는 1831년 루이 필립 1세가 창설했다. 불법 입국자, 거리의 부랑자, 강력 범죄자등 사회를 불안케하는 인물을 강제 징집했다. 거친 녀석들을 더 거칠게 훈련시켜 골치 아픈 전투에 투입했다. 외인부대라 불린 이유가 당시 징집병의 대다수가 불법 입국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여하튼 필립 1세의 외인부대 정책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 사회 불안 요소를 흡수해서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도랑 치고 가재 잡는 격이었다.
동시에 프랑스 정규군이 외인부대를 질시하는 단초가 되기도 했다. 외인부대는 그야말로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전투에 단골로 투입되었다. 블랙맘바의 라텔팀 역시 그렇게 투입되었다.
외인부대를 창설을 필립 1세에게 조언한 라크로와 자문관이 당시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진다.
-……전하, 고귀한 프랑스인이 쓰레기를 만지면 쓰레기 냄새가 몸에 배입니다. 쓰레기는 모아서 태우던지 재활용을 해야 합니다. 전하께서 알제리 문제로 심려가 크신 줄로 압니다. 현재 파리에만 밀입국한 부랑자가 32,000명에 달합니다. 이들의 횡포로 인해 파리지엥이 다른 도시로 이주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전하께도 이들을 추방해 달라는 청원이 수차례 올라왔을 겁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쓰레기를 징집해서 외인부대를 만들면 됩니다. 이들을 훈련시킬 훈련관은 군부의 골통들을 외인부대로 전보시키면 해결됩니다. 프랑스 국민이 아니니 피를 흘려도 아까울 것이 없습니다……-
당시 외인부대를 어떤 시각으로 보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시각은 오늘날에 와서도 뿌리깊이 박혀 있었다.
“사나이의 로망도 모르는 바퀴벌레 같은 놈, 연행해.”
사르코지는 이죽거리는 조프레의 얼굴을 후려치고 싶은 감정을 꾹꾹 눌렀다.
“혐의를 밝히지 못하면 옷 벗을 각오하라고.”
조프레가 헌병에게 끌려가며 사르코지를 노려보았다.
“망할 새끼, 옷은 니놈이나 벗어라. 정보국 놈들은 하나같이 계집년처럼 징징댈 줄만 알단 말이야.”
어느 나라나 야전군과 정보부대는 사이가 좋지 않다.
레종 에뜨랑제와 DGSE는 특히 사이가 나빴다. 외인부대 용병들이 희생된 전투마다 DGSE의 뒷공작이 존재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