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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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장 그린 플로우2
자연재해 블랙맘바 효과는 고스란히 자베르 회장의 몫이 되었다. 고급 인력인 핵과학자와 기술자를 고스란히 되돌려받고 추정가치 50억 달러인 브니 우라늄 광산을 보전했다. 덤으로 도덕성과 직원들의 충성까지 챙겼다. 재주는 블랙맘바가 부리고 돈은 자베르가 챙긴 셈이다.
“양키가 법석을 떨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텐데……. 노바토피아도 신경 쓰이고 말이야. 마스터를 부르고 싶지는 않은데…….”
보니파스가 중얼거렸다. 양키의 속내도 의심스럽지만, 압박을 받은 무장 반군이 이판사판 이투리 정글로 진출하면 브니 광산이 불안해진다.
부쩍 활동 범위가 넓어진 엔네디 고원 동남부의 무장 집단도 은근히 신경 쓰였다. 프롤리나트 잔당이나 다르푸르를 노리는 수단 반군이면 다행이지만, 젖과 꿀이 흐르는 노바토피아를 노리는 세력이라면?
쌈디와 디노, 뚜바이부르파의 잔인한 망치를 믿고 있지만, 세상일은 모르는 법이다. 노바토피아가 언제까지 마스터의 무력과 카리스마에 기댈 수는 없다. 엔네디에서 세력을 불리는 집단이 노바토피아의 적대 세력이라면 다소의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자체적으로 척결해야 한다. 그것이 노바의 의무다.
마스터가 나서면 간단히 해결되겠지만, 영혼의 주인이자 자식 같은 마스터를 피비린내 나는 전장으로 부르고 싶지 않았다. 옴부티와 일곱 망치의 생각도 다를 바 없었다. 문제는 이투리 정글에 투입할 마땅한 에이전트가 없다는 점이다. 띠띠- 인터폰이 울렸다.
“각하, 글록스만님 도착했습니다.”
“들여보내!”
카이저수염을 맵시 있게 다듬은 중년 남자가 들어섰다. 신임 정보부장 글록스만이다. 글록스만은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방안에 자욱한 연기와 생선 썩는 냄새, 부장에 취임한 지 일년이 넘었지만, 총국장의 끽연 취향은 혐오 그 자체였다.
“총국장님, 취향을 바꿔보시죠.”
“골루즈가 어때서?”
보니파스가 반문했다.
“이왕이면 스바르드 굴베이그님 수준의 폼은 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글록스만이 코트 주머니에서 납작한 담배 케이스를 꺼냈다. 케이스 뚜껑을 열자 구수한 냄새가 퍼졌다. 담뱃잎 문양이 그대로 살아있는 적갈색 시가 열 개비가 모습을 드러냈다. 순금 박막을 입힌 굵직한 시가는 볼리바르라 불리는 최고급 코히바 지골로다. 보니파스가 코를 벌렁거렸다.
“뇌물인가?”
“네! 무려 200불짜리 뇌물입니다. 맛을 보시죠.”
글록스만이 비시시 웃으며 커터로 끝을 잘라 내밀었다.
“뇌물은 고맙게 받겠네만, 지금은 내 취향을 토론할 때가 아닐세.”
보니파스가 표정없이 담배를 챙겼다.
‘허, 썩어도 수영장의 써펀드란 말이지. 정찬을 얻어먹기는 틀렸군.’
글록스만은 속으로 혀를 찼다. DGSE 직원들은 계속 생선 썩는 냄새에 시달려야 할 것 같았다.
“12시 30분에 착륙했습니다.”
글록스만이 주어도 목적어도 없이 보고했다.
“인원은?”
“쉐도우 3개 팀과 탐사대로 보이는 민간인 15명입니다.”
“흠, 선발대인가? 양키가 대놓고 활주로와 허큘리스를 빌린 속내가 뭘까?”
“정찬에 숟가락을 얹을 생각 말라는 엄포겠죠.”
글록스만이 썩은 미소를 지었다.
“흠, 리튬 따위는 아니야. 생색내고 정보도 얻었지만, 정작 놈들이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 감을 잡지 못하겠어.”
보니파스는 대충 짐작했지만, 써펀드답게 속내를 비치지 않았다.
“엑스칼리버를 찾는지도 모르죠.”
“놈들이 엑스칼리버를 찾든 성배를 찾든 알 바 아니지만, 우리 재산이 문제란 말이야.”
“곧 상황이 벌어질 겁니다. 앨버트 호수와 에드워드 호수, 브니아를 잇는 삼각지는 모부투가 포기하다시피 한 적색 지대입니다. 굶주린 메기와 피라니어떼가 잔뜩 몰려있는 웅덩이에 식성 좋은 가물치가 뛰어들었습니다. 양키와 똥오줌 못 가리는 현지 무장 세력이 충돌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충돌이 발생하면 유의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까만 콩 현황은?”
“마이마이 민병대가 오천삼백 명, 르완다 FDLR은 이천 명으로 추정됩니다. 몇백 명 단위의 군소 무장 세력은 한 다스도 넘습니다. 험준한 산악과 하늘을 가린 정글은 게릴라들이 서식하기에 최적의 조건이기도 하죠.”
“하긴 황금과 우라늄, 구리, 보크사이드, 니켈이 잔뜩 묻혀있는 엘도라도가 탐나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지. 나도 끼어들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네.”
보니파스가 슬쩍 사심을 비췄다. 노바토피아는 식량과 물을 해결했지만, 지하자원이 부족했다.
“위대한 프랑스와 일만 오천 명의 충성스런 부하가 있습니다.”
글록스만이 맞장구쳤다.
“농담일세. 지난번처럼 납치 사태가 벌어지거나 브니 광산이 점거당하면 미테랑이 내 엉덩이를 걷어찰 거야. 마누라 씀씀이도 헤프고, 오비듈(샹젤리제 고급 술집)에 외상값도 남았는데 잘리면 큰일일세.”
보니파스가 회전의자를 좌우로 빙빙 돌리며 손에 든 만년필로 의자 손잡이를 딱딱 두드렸다. 쓸만한 의견을 내놓으라는 시위다.
“블랙맘바, 아니 스바르드 굴베이그씨를 소환하겠습니다.”
“뭣, 블랙맘바를?”
보니파스가 눈을 치떴다.
“병력을 찔끔찔끔 보냈다간 이투리 정글에서 버티기도 어렵거니와 인도차이나의 악몽이 재현되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초인이 필요하다?”
“40년 전의 악몽을 끄집어낼 것도 없습니다. 아레바 사태로 실컷 깨졌습니다. 공정 여단에 기갑 대대를 붙여서 파견해도 성과를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블랙맘바는 프리랜서다. 강요할 수 없어.”
“프랑스 시민이기도 합니다.”
“근황은 파악하고 있나?”
보니파스가 모른척하고 물었다.
“보고에 의하면 대학교에 다닙니다. 최근에 작은 섬유 회사를 인수했습니다. 부러울 만큼 유유자적한 세월을 보내는 모양입니다.”
“훗, 천하의 블랙맘바답군. 한국 정부는 아직도 존재를 모르는 모양이군.”
“정보기관과 사소한 트러블이 있었습니다만, 대충 정리되었습니다.”
“흐흐, 후진국이 별달라서 후진국인가. 인재를 알아보지도 못하고, 쓸 줄도 모르니 후진국이지. 블랙맘바는 양날의 칼이다. 비싸기도 오질 나게 비싸지.”
보니파스가 실실 웃었다. 대사관에 정보부 요원이 상주하고 있다. 글록스만 부장이 마스터의 행적을 모를 수 없지만, 실제로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비싼 만큼 확실하지 않습니까. 원자력 발전소와 핵 탄도탄은 조국의 자존심입니다. 아레바에 불똥이 튀면 그린피스가 진드기처럼 달라붙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어설프게 대응하면 레인보우 사건(DGSE 요원이 핵을 반대하는 그린피스 선박을 폭파한 사건)이 재현됩니다. 양키를 모루 삼아 스바르드 굴베이그가 두드리는 방법이 최적입니다.”
글록스만이 꿋꿋이 주장했다. 보니파스는 충분히 이해했다. 족집게가 있는데 둔탁한 뿌레카를 동원할 사람은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핵 강국인 프랑스는 자국 영토에 우라늄 광산이 없다. 제2의 아레바 사태가 터지면 좌파가 득세하고 원자력 에너지 여론이 악화한다. 글록스만의 걱정은 기우가 아니었다.
“이봐 부장, 바퀴벌레는 아무리 잡아내도 계속 기어 나오는 법일세. 우리 집 바퀴를 몽땅 소탕했더니 이웃집 바퀴가 이사 오더라고. 누구 좋으라고 반군을 소탕한단 말인가?”
은근한 질책에 글록스만의 목이 쑥 들어갔다. 써펀드가 직함을 부를 때는 심기가 상했다는 소리다.
“섹터 요원을 파견할까요?”
“그만두게. 블랙맘바가 리슐리에(1940년에 건조된 프랑스 해군 최대의 전함. 만재 매수량 47,500톤으로 14인치 주포를 장착했다.) 주포 급이면 루웁 뎅은 딱총이야. ”
“딱총도 잘 쓰기만 하면 한몫합니다. 양키 탐사단에 슬리퍼를 끼워 넣었습니다. 적절한 시점에 슬리퍼를 깨우고 외부에서 지원하면 뜻밖의 성과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오호, 부장이 놀고 있지는 않았군. 일단 탐사팀 발을 지부티에 묶어놓고 루웁 뎅을 투입하게.”
“알겠습니다. 항공기는 사소한 정비 불량도 용납되지 않죠.”
글록스만이 비시시 웃었다.
“서두르게. 블랙맘바 소환은 보류한다.”
보니파스는 블랙맘바가 답임을 뻔히 알면서도 소환을 허락하지 않았다. 마스터는 이제 전장의 악귀가 아니라 한 나라의 국왕이고, 노바토피아는 아레바보다 백배는 소중했다.
“알겠습니다.”
보니파스는 글록스만이 나가자 코히바 지골로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젠장, 좋은 건 마스터가 다 했구먼. 안부나 여쭤봐야겠어. 잠시 바람 쐬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야. 에델 아가씨도 목이 빠지는데……”
보니파스는 슬쩍 자기 합리화로 속셈을 드러냈다.
이튿날, DGSE 작전부 산하 대테러 섹터는 루웁 뎅(늑대이빨)이라 불리는 테러 7반 요원 20명을 브니로 급파했다. 슬리퍼 지원팀이었다. 자이르 동부의 루웬조리 일대에 피바람이 몰아칠 전조가 속속 드러났다. 아울러 사헬에도 풍운의 조짐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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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는 화물 70톤과 승객 48명을 뱃속에 넣고 13시간 동안 11,000km를 비행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쿠웅- 육중한 몸체를 내린 지점은 뜻밖에도 지부티 13 외인 여단 활주로였다.
지부티 중간 기착은 위원회가 고심한 결과였다. 부카브 비행장은 갤럭시가 착륙하기엔 활주로가 짧고 노면이 엉망이었다. 우간다 캄팔라 공항과 나이로비 공항은 류반카(KGB)의 눈길이 번득인다. 전략 수송기 행로는 소련이 신경을 곤두세울 충분한 이슈가 된다. 소비에트를 자극하고 싶지 않은 위원회는 고육지책으로 지부티를 선택했다.
“헉!”
혜영은 다급히 숨을 멈추었다. 항공기를 빠져나오자 건조한 열기가 폐를 태울 듯이 덮쳤다. 이게 겨울 날씨란 말인가! 손목에 찬 고도계에 덤으로 부착된 온도계를 확인했다. 90℉, 섭씨 32도다. 지부티가 지구상에서 제일 더운 장소 중의 하나란 사실은 알고 있지만, 아는 것과 직접 경험은 천양지차였다.
끼이잉- 노즈콘이 젖혀지고 장갑차와 험비가 꿀렁꿀렁 기어 나왔다.
“칼집 넣은 열목어 대가리네!”
혜영이 중얼거렸다. 들어 올린 노즈콘이 칼집 넣은 열목어 대가리를 닮았다. 아침가리 골에서 보낸 크리스마스 휴가가 아릿하니 가슴을 적셨다. 무쌍은 계곡에서 한 뼘이나 되는 얼음을 깨고 맨손으로 열목어를 잡아냈다. 끌어낸 열목어는 곧바로 아가미를 따서 피를 빼냈다. 피를 빼야 맛이 좋다나. 잊으리라 했지만, 기억은 질기게도 눌어붙었다. 실낙원! 천국은 다시 찾을 수 없는 실낙원이 되었다.
“레이디, 사무엘 교수님은 어디 있나?”
혜영은 검은 제복을 입은 남자를 힐끗 돌아보았다. 그녀가 쉐도우 책임자 함머 소령을 알 리 없다. 건조하고 무례한 말투에 짜증이 났다. 아니 추억이 깨져서 짜증 났다. 대답없이 손으로 건물 모퉁이 야자나무를 가리켰다.
함머 소령의 눈이 손끝을 따라갔다. 야자나무 그늘에 쪼그리고 앉은 중년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챙이 넓은 부니를 눌러쓰고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커피잔을 들었다. 함머는 이유 없이 못마땅했다. 책상물림은 허약해 빠진 육체를 가진 주제에 곧 죽어도 폼을 잡는다.
“교수님, 출발이 연기되었습니다.”
사무엘은 눈을 치뜨고 함머 소령을 올려보았다. 당장 이유를 말하라는 시위다. 은근히 기분이 상한 함머가 고글을 미치 헬멧 위로 올렸다. 섬뜩한 연푸른 눈이 나타났다. 두 사람은 이유 없이 서로 노려보았다. 수컷의 기싸움이다.
“허큘리스에 트러블이 발견되었습니다.”
함머가 툭 뱉듯이 말했다.
“그게 어때서?”
사무엘이 억지를 부렸다. 선캄브리아기에 생성된 두께 9피트의 소금 광상은 숨은 목적을 떠나서 순수한 학자적 호기심을 강렬히 자극했다. 산사태가 추가로 발생하면 노출된 암상이 덮여 버린다. 상상도 하기 싫은 끔찍한 재난이다. 목구멍에서 손이 튀어나올 만큼 급한데 어깃장이라니!
“허큘리스는 펑크를 때우고 달릴 수 있는 택시가 아닙니다. 승강키 텐션 이상입니다. 추력 상승 시 실속 위험이 예상됩니다.”
함머가 고저 없는 음성으로 제법 자상하게 설명했다. 추락사고로 명줄 끊어지지 않으려면 헛소리 말라는 의미다.
“휴, 프로그가 그렇지 뭐!”
사무엘이 한숨 쉬었다. 서두르다 죽으면 오파츠가 무슨 소용인가! 지부티에서 부카브 비행장까지 2,200km다. 아프리카는 미합중국이 아니다. 프랑스군의 허큘리스가 유일한 택시다. 트러블은 언제 어디서나 발생한다.
“린, 출발이 연기되었다. 팀원들에게 알려라.”
사무엘은 시선을 돌리고 뜨거운 커피를 아껴가며 마셨다. 늙은이가 젊은이보다 나은 점은 인내할 줄 안다는 것이다. 김이 빠진 탐사팀은 외인부대 식당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먹는 게 남는다는 진리는 동양인이나 서양인이나 다를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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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모아젤, 꼬레앙?”
“홧?”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쪽빛 바다에 정신이 팔려있던 혜영은 깜짝 놀랐다.
“하우 두유 노우?”
혜영이 돌아보았다. 외인부대 특유의 모래색 군복을 입은 소령이 탁한 회색빛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고목처럼 패인 얼굴 주름과 절반이 사라진 왼쪽 귀가 음울한 눈빛과 어울려서 황야의 늑대를 연상케 하는 군인이었다.
“놀라게 해서 미안합니다. 쟝 폴 소령입니다. 혹시 한국분입니까?”
용병은 삭막한 인상과 달리 정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