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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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장 그린 플로우4
사무엘 교수는 ‘알지 못하는 물체’에 대한 설명 없이 독충과 독사 회피 요령, 우발적 사고 대응과 보고 체계에 관한 설명으로 넘어갔다. 혜영은 불쾌했다. 명색이 지질학자인데 발견된 화석과 광물의 가치를 모를까.
현재까지 발견된 최고(最古) 암석은 스코틀랜드 루이스 편마암으로 생성 연대는 28억 년으로 추정된다. 노출된 시생대 단층의 방사성 동위원소 측정치는 무려 36억 년이다. 36억 년이란 장구한 세월이 품은 신비를 팽개치고 무슨 알지 못하는 물체 운운이란 말인가!
캄브리아기가 중시되는 배경은 화석이다. 화석이 발견되지 않는 선캄브리아기는 뭉뚱그려서 기반암으로 폄하되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운석에서도 미생물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선캄브리아기 화석은 발견되지 않았을 뿐,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준비 중인 박사 논문도 선캄브리아기 생물의 존재가 주제다.
진정한 태고의 신비는 뚝 잘린 산허리, 분노의 화산, 어두운 심연을 통해서 민낯을 내민다. 지질학자는 맹인이 점자를 읽어나가듯이 태고의 암석이 들려주는 신비를 읽는다. 팬티를 내리는 처녀를 지켜보는 설렘이다. 사무엘 교수의 요구는 그 설렘을 부정했다.
‘내가 트레저 헌터냐?’
혜영은 존경하는 지도교사가 장사치, 채굴업자로 돌변한 상황이 당혹스러웠다. 화가 났지만, 자신의 신분은 교수 따까리고 공짜 점심을 먹은 채무자다. 까라면 깔 수밖에 없었다.
“교수님, 단층 중심부를 가로지른 회백색 광상은 장석입니까? 수정 맥입니까?”
“가보면 안다. 깜짝 놀랄 것이다.”
사무엘이 케리의 질문을 씹었다.
“표범이 나타나면 어떻게 하죠?”
케리가 다시 물었다.
“이곳은 이투리 정글 외곽이다. 이미 안전이 확보된 지역이고 위협적인 맹수와 독충의 개체 수는 많지 않다. 연구원 각자에 최강의 경호원 두 명이 따라붙는다. 린, 질문 있나?”
사무엘 교수가 뚱해 있는 혜영을 지적했다.
“없어요.”
혜영은 입을 다물었다. 의문사 수십 개가 뱅뱅 돌았지만, 제대로 된 대답을 듣지도 못할 질문을 해봐야 입만 아프다. 질문은 부딪혀본 후에 던져도 늦지 않다.
“좋은 자세다. 땅강아지들아, 각자 장비를 챙겨서 출발!”
사무엘이 땅강아지 열 마리를 사정없이 태양이 작열하는 현장으로 내몰았다. 미치 헬멧과 두건 일체형 검은 군복으로 완전무장한 쉐도우가 따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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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유!”
혜영이 휘파람을 불었다. 높이 150m~300m, 경사각 50도~70도의 장엄한 단층대가 시야를 가득 채웠다. 회의실에서 스크린으로 본 위성 사진과 슬라이드 화면은 비교도 안 되는 압도적인 비주얼이다.
줄무늬 편마암은 곳곳에 분홍 얼룩과 회백색 광층이 보이는 그래뉼라이트상(석영·장석·휘석·석류석 등을 주성분으로 하는 입상조직 변성암)이었다. 수백 킬로 지하에서 1,000℃ 이상의 고온과 10킬로바 이상의 압력을 받았다는 소리다. 한눈에 보기에도 선캄브리아기 지층임을 알 수 있었다.
단층 중심부를 굽이치며 뻗어 나간 회백색 광상 입자가 정오의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장엄한 녹색 괴물이 토해낸 내장에서 흘러내린 순결한 성혈로 보였다. 혜영은 비릿하고 아늑한 바다 내음을 느꼈다. 후각이 아니라 영혼이 느끼는 냄새다. 자신도 모르게 조각을 떼서 입에 넣었다.
“아!”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왔다. 교수가 깜짝 놀랄 것이라더니 진짜 깜짝 놀랐다. 강한 짠맛에 섞인 쓴맛과 신맛, 불순물 함량이 높은 염화나트륨이다. 두터운 회백색 광상은 수정도 아니고 석회암이나 대리석도 아니었다. 지금까지 이처럼 선명한 소금 지층이 지표면에 드러난 사례가 없었다. 동아프리카 대지구대가 ‘한 번도 바다에 잠긴 적이 없는 오래된 땅’이라는 주장은 몽땅 개소리였다.
“혹시 석유?”
사무엘 교수가 숨기고 있는 탐사 목적이 유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스쳐 갔다. 멕시코만의 유전은 두터운 암염 층 아래에 존재한다. 800km를 뻗어 나간 브라질 산투스 해저분지 암염층 아래에도 엄청난 유전이 숨어있다. 소금층 아래 반드시 유전이 존재하지는 않지만, 유전 위에는 소금층이 존재한다.
“린, 놀랍지 않아요? 난 기절할 것 같아요.”
G 포인트를 맡은 케리가 핑크 소금 덩어리를 들고 소리쳤다. 케리는 워싱턴 대학 지질학과 출신이다. 팀이 꾸려질 때 처음 만났지만, 붙임성이 좋고 예의 발랐다. 로버트와 척이 지는 바람에 대화 상대는 케리밖에 없었다.
“나도 충분히 놀라고 있어요.”
혜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핑크 소금은 바닷물에 녹아있던 철분과 미네랄이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관입 암상이 아니라 퇴적되었다는 증거다. 대지구대가 수억 년 바다에 잠겨 있었다는 증거를 보고도 놀라지 않으면 지리학자가 아니다.
“설마, 우리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건 아니겠죠?”
“앨리스는 여자예요.”
혜영이 무심코 던진 말에 케리가 움찔했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격으로 정체를 밝히라는 요구로 들렸다.
“땅이나 팝시다. 사무엘 교수의 머리가 둥둥 떠서 날아다닐지도 몰라요.”
케리가 단층 기저부에 대기 중인 군인들을 눈짓했다.
“훗!”
혜영이 피식 웃었다. 경계중인 군인은 전투복, 마스크, 헬멧, 고글이 전부 검은색이었다. 만화영화에 등장하는 사이보그 이미지를 뺴닮았다. 사이보그 넷은 땀이 줄줄 흐르는 더위에 불구하고 앞에총 자세로 헬멧도 벗지 않고 몇 시간째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바보라도 감시자임을 알 수 있었다.
“나도 고양이 대가리에 물어뜯기고 싶진 않아요.”
혜영은 핸드 드릴과 곡괭이를 휘둘렀다. 사막과 정글은 수은주 높이가 동일해도 체감 온도는 천지 차이다. 사막은 모래바람이 불지만, 정글은 대기가 정체된다. 고온 다습한 기후에 바람마저 불지 않으면 체감 온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혜영은 땀투성이 흙투성이 소금투성이 땅강아지가 되었다.
타앙- 탕탕- 총성이 세 발 울렸다. 퇴출을 재촉하는 신호다. 정신없이 작업에 몰두해 있던 혜영이 허리를 폈다. 사이보그는 18시 마감 시간에서 10분이 지나면 어김없이 총성으로 퇴출을 재촉했다. 물론 연구원의 안전을 위해서다. 혜영은 시료 배낭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하아!”
한숨이 절로 나왔다. 꼬박 5시간 작업한 결과가 할당받은 F 지역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3포인트다. 까마득한 절개지를 오르내린 다리가 후들거리고 눈앞이 노랗게 변했다. 일과는 끝나지 않았다.
복귀하면 연구실에서 채집된 시료를 100분의 2밀리 박편으로 연마해서 넘겨야 한다. 진 빠지는 중노동, 눈알 빠지는 지루한 작업, 부족한 수면, 맛없는 식사, 19세기 흑인 노예의 삶이 이랬을까? 축 처진 혜영이 시료 자루를 운반하는 사이보그(쉐도우)를 따라갔다.
사무엘 교수도 편하지 않았다. 그는 땅강아지 열 명이 제작한 시료 박편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편광현미경에 눈을 박고 있었다. 병아리 감별사처럼 화학팀에 넘길 유의미한 박편을 골라내는 작업에 시달려야 했다.
대부분의 시료가 버려졌다. 맥 교수가 이끄는 화학팀이 받은 시료는 전체의 10%에 미치지 못했다. 엑스선마이크로에널라이저로 1차 성분 분석을 끝낸 시료는 2차 분석팀에 넘겨졌다.
2차 분석은 방사화 분석, 질량분석, 동위체 분석이다. 분극현미경, 엑스선 형광 분광계, 중성자 활성화 분석기, 유도 결합 플라스마 분광계 등 최첨단 분석 기계가 총동원되었다. 단순한 지질탐사라면 필요없는 엄청난 장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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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 삼 일째, 혜영은 변함없이 경사를 오르내리며 땅을 팠다. 이투리 정글은 국지성 기후를 만들어 낼 정도로 습도가 높고 하늘엔 태양이 이글거렸다. 곡괭이질 몇 번에 속옷이 축축해지고, 겉옷에 소금이 하얗게 말라붙었다. 바람이라도 불면 좋으련만 묵직한 대기는 움직일 줄 몰랐다.
“아유, 끈끈해 미치겠네.”
혜영은 드릴을 팽개치고 독충 방지용 고어텍스 바람막이 자크를 내리고 블라우스 단추를 풀었다. 새하얀 젖가슴이 드러났다. 브래지어는 둘째 날에 포기했다. 브림이 넓은 까플린을 벗어서 활활 부쳤다. 삐이익- 날카로운 호루라기 소리가 울렸다.
“망할 사이보그! 눈도 좋네.”
혜영이 200m 아래쪽의 쉐도우를 노려보고는 얼른 앞가슴을 여몄다. 보안팀은 야외 작업 중에 피부를 엄격히 금했다. 혜영 본인도 독충의 습격을 받고 싶지는 않았다.
“린, 그래도 잘 견디는걸. 난 3년 동안 받은 장학금을 몽땅 토하고 싶다고.”
케리가 시료 팩을 던지고 털썩 앉았다. 그 서슬에 작은 돌멩이가 아래로 우르르 굴러내려 갔다. 삐이익- 호루라기 소리가 울렸다. 케리가 어마 뜨거라 하고 엉덩이를 들었다. 개미귀신과 비슷하게 생긴 육식 갑각류 디플렉터에 물리면 최소 절름발이가 된다.
“케리, 도대체 찾는 게 뭐야? 황금을 찾는 것도 아니고, 광물의 변화 과정을 역행하는 것도 아니잖아.”
혜영이 투덜거렸다.
“겨우 사흘이 지났는데 벌써 지치면 안 되지.”
“그 삼일에 나는 두 번이나 죽을 뻔 했다고.”
화학 중대가 고압 분사기로 끊임없이 고엽제와 살충제를 살포했지만, 독사와 독충을 완벽히 방어하기란 불가능이었다. 까마득한 나무에서 머리 위로 떨어진 그린 맘바는 사이보그가 나이프로 대가리를 잘랐고, 말벌떼는 고주파 발신기가 쫓았지만, 독충 노이로제에 걸렸다. 캠프 측은 향수와 로션을 압수하고 방충망과 휴대용 살충제 스프레이를 지급했다.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조치였다.
“흐흐, 그 정도는 약과지. 나는 어제 악어 뱃속에 들어갈 뻔했다고. 땅에서 솟아난 듯이 갑자기 달려드는데 머리가 하얗게 비더라고.”
“그랬어?”
혜영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난 사이보그를 존경하기로 했어. 한 방에 머리를 박살 내더라.”
“난, 악어보다 모기와 파리가 더 무서워.”
“하긴, 몸속에 쉬파리 구더기가 생기면 골치 아프지. 조금만 참아. 곧 분석 결과가 나올 거야.”
“응! 알아낸 게 있어?”
“리튬!”
케리가 자랑스러운 얼굴로 짤막이 대답했다.
“리튬! 주기율 3번의 리튬?”
혜영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응, 그 리튬이 맞아.”
“리튬을 왜? 망할 놈의 수소폭탄은 지구를 쪼갤 만큼 재고가 쌓였잖아.”
“미합중국이 어수룩하게 보이지만, 최소 오십 년을 내다보고 준비하는 나라거든. 지금이야 합금 재료와 항우울제 재료로 쓰이지만, 리튬은 에너지 분야의 귀족이 될 물질이거든. 학회는 고순도의 리튬을 찾는 게 분명해.”
“에너지 분야의 귀족?”
“핵융합로 원료잖아. 우리는 개털이고 범 털은 따로 있지.”
케리가 산아래 멀리 보이는 화학팀 연구동을 손으로 가리켰다.
“우리가 퍼 나른 소금을 화학팀이 성분 분석을 해서 분류하더군. 에어컨과 선풍기가 씽씽 돌아가는 챔버에서 말이야. 비공개 작업도 있는데 그건 나도 몰라. 우리는 개목걸이 찬 아웃사이드거든.”
케리가 덧붙였다. 혜영은 동지의식을 느꼈다. 케리도 망할 놈의 장학금을 받은 국가 장학생이다.
“우리는 계속 드릴로 뚫고 망치를 휘두르고!”
“앞으로 석 달은 미친 듯이 땅을 파야 할걸. 린의 팔뚝이 람보처럼 굵어지고, 어깨가 고릴라처럼 두툼해지면 어쩌지. 크크크!”
케리가 낄낄 웃었다.
“하아!”
혜영은 긴 한숨을 쉬었다. 엉클 샘이 리튬을 추출해서 수소폭탄을 만들든 항우울제를 만들든 관심 없다. 이건 탐사나 연구가 아니라 눈썰미를 가진 막노동 인부 신세다. 학술 연구와는 일만 파섹(우주공간 거리 단위, 1PC는 3.26광년)만큼이나 거리가 먼 작업이다. 끔찍한 곳에서 끔찍한 막노동을 석 달이나 해야 한다니……. 보물을 눈앞에 두고 무슨 뻘짓이란 말인가.
“케리, 힘 좋은 사이보그가 지천인데 왜 우리가 직접 땅을 파야 하지?”
“몰라서 물어? 사이보그는 번외 작업을 할 수 없어. 교수가 강조했잖아. 알 수 없는 물체를 반드시 수집하라고 말이야. 사이보그가 뭘 알겠어.”
케리가 심드렁하니 내뱉고, 그늘에 쳐놓은 해먹에 올라갔다. 태양이 기울자 바람이 조금씩 일었다. 극성스럽게 달려들던 모파니도 뜸해졌다. 힘쓰는 일은 사이보그 몫이지만, 온종일 포인트를 찍고 작업 지시를 하는 것만으로 파김치가 되었다. 마음대로 쉴 수도 없었다. 함부로 땅바닥에 궁둥이를 붙였다간 내일 아침 해를 못 보는 불행한 사태가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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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선풍기가 세 대나 윙윙거렸지만, 막사 안은 바깥보다 더 후덥지근했다. 사무엘은 확대경을 벗고 뻑뻑해진 눈을 문질렀다. 그는 고장 난 에어컨을 흘겨보고 연구실을 나섰다.
“젠장, 아그리피나 실드는 언제 완성되는 거야?”
사무엘이 혀를 찼다. 에어컨 실외기가 박살 났다. 악어가 씹었는지 코 푼 휴지처럼 짜부라지고, 철판에 구멍이 숭숭 뚫렸다. 캠프 외곽을 둘러싼 삼중 철조망에 불구하고 툭하면 캠프에 침입하는 이름 모를 괴물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다.
“사무엘, 커피나 한잔 하세.”
화학팀 챔버에서 맥 교수가 나왔다. 두꺼운 안경 속의 눈이 벌겋게 충혈되었지만, 표정은 밝았다.
“매력적인 결과를 얻었나 보지?”
“너무 서두르지 말게.”
맥이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맥은 연구원이 타준 커피를 들고 진공 증발기를 가리켰다.
“탄산나트륨을 첨가해서 탄산 리튬을 추출하는 중일세. 소금물이 농축될 시간이 필요해. 30시간이 지나면 결과가 나올걸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