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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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장 오파츠 1
“함유량 수준은?”
“인산 수소 나트륨(Na2HPO4)첨가 반응은 고무적일세. 평균 2.8%, 응판와자 시료는 평균 8%라네.”
맥 교수가 진공 증발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
“8%! 바로 그곳이군.”
사무엘의 눈이 커지고, 목소리가 높아졌다.
“추출 효율을 따지면 리티오필라이트(lithiophilite, Li(FeII,MnII)[PO4], 리튬함량이 제일 높은 암석)는 깜도 아닐세. 오죽하면 함유량 3%인 진왈다이트(zinnwaldite, K(Li,Fe,Al)3[(Al,Si)4O10](F,OH)2 리튬함량이 높은 유리 광택질 운모, 빙인운모라고 불린다.)를 버리고 함량이 0.5%에 불과한 우유니 소금 층을 파고 있겠나?”
“중국의 희토류가 부럽지 않은 노다지구먼. 판도라는 관두고 리튬만 파먹어도 이번 장사는 남는 장사일세.”“아직은 모르지. 당장은 고성능 배터리나 의료용으로 쓰이겠지. 엑슨은 고급 윤활유에 첨가해서 돈벌이를 할 테고 말이야. 어쨌든 서두르게. 위원회에 보고하려면 데이터 분포도가 빨리 나와야 하네. 분석 인력이나 빨리 채워주게. 그런데 판도라 케이스가 나올 가능성은 있나?”
맥이 목소리를 낮추었다. 리튬도 중요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아직은……. 비정상적인 리튬 함유량을 보면 가능성은 충분해. 최초의 생물이 5억 5천만 년 전에 출현하고 초기 인류가 3백만 년 전에 등장했다는 기존 학설을 수용하더라도 인간의 진화 속도는 설명되지 않아. 공룡이 6천만 년 전에 멸종하고 포유류가 득세했다면 인류도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은 없네.”
사무엘이 눈을 번득였다. 프리메이슨의 역사에 카는 시퍼렇게 살아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고대 문명이 남긴 찌꺼기일 뿐이다.
“하긴, 파충류 인간이 멸종한 덕분에 포유류 인간이 등장했을 수도 있지. 어시스턴터는 숨겨진 목적을 알고 있나?”
“맥킨리가 안보팀과 연구원의 소통을 차단했는데 알 턱이 있나. 끝까지 숨길 생각도 없었지만, 리튬은 짐작한 것 같아. 상업 탐사라고 입이 튀어나왔거든. 인력은 분석팀만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태부족일세. 학회에 추가 인력을 신청해야겠어.”
“분석 장비와 시약도 부족하네.”
“알았네. 보안에 신경 쓰느라 진척이 너무 느려졌어.”
“어시스턴터는 어차피 쓰고 버릴 패가 아닌가?”
“자넨 너무 과격해. 판도라의 상자를 모른다면 굳이 감마를 발동해서 고급 인력을 폐기할 이유가 없네.”
“흐, 자네가 책임자니 알아서 하겠지.”
맥 교수가 피식 웃었다. 명시적이든 암묵적이든 여러 민족 사이에는 생리학적 차이가 존재한다. 그 차이는 진화적 유전에 따른 선천적 차이다. 유색인종은 깜둥이든 노랑이든 자연 도태할 수밖에 없다. 사무엘 교수의 말은 악어의 눈물일 뿐이다.
사흘 후, 연구원 10명과 보조연구원 20명이 보강되었다. 장비도 추가로 보급되었다. 사무엘은 위원회의 막강한 힘을 실감했다. 이동 시간을 고려하면 지원 요청을 받고 12시간 이내에 인원을 선발해서 투입했다는 소리다.
하루 100kg이 고작이던 시료 처리량이 300kg으로 늘어났다. 콜셋 연구동의 에어컨도 빵빵하게 돌아갔다. 더위와 과로에 지친 연구원들이 만세를 불렀다. 하루가 멀다고 천발 지진이 땅을 흔들고 맹수와 독물, 파리모기에 시달렸지만, 탐사팀의 강행군은 멈출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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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 15일째 새벽 3시,
콰쾅- 쾅- 콰앙- 폭음이 캠프를 흔들었다. 애애앵- 사이렌이 미친 듯이 울고 캠프 외곽의 조명이 주르륵 켜졌다. 투투투- 탕탕탕- 요란한 총성이 울렸다. 캠프 외곽 콜셋 막사에서 검은 그림자가 뛰쳐나왔다. 장갑차와 험비가 굉음을 내며 기동했다.
“은타간타가 미끼를 물었군. 포티, 몇 놈이나 몰려왔나?”
정복 차림의 맥킨리는 태연했다. 캠프를 중심으로 반경 3km 외곽에 뿌려둔 청음기가 반군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알려주었다. 습격 징후는 한 시간 전에 파악했다.
“예상보다 많습니다. 찰리 지점에 150명, 델타 지점에 250명입니다. 몸이 달았던 모양입니다.”
부관 포티 소령도 빈틈없는 무장을 갖추고 있었다.
“흐흐흐, 뒤통수를 맞고 꿀단지도 뺏길 판인데 몸이 달지 않으면 이상하지. 쉐도우는 출동했나?”
“넵, 지금쯤 외곽 철조망에 도착했을 겁니다.”
펑- 펑- 두두두두- 부관의 대답이 씨가 된 듯 요란한 폭음은 40mm 고속 유탄포, 묵직한 총성은 중기관총 발사음이다. 맥킨리가 귀를 기울였다.
“ADS(자동방어시스템)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군. 쉐도우까지 동원할 필요 있나?”
맥킨리는 게임을 즐기는 십대 소년의 표정이었다. 쉐도우와 경비중대가 손을 놓고 있어도 허접한 게릴라 따위가 ADS 방어 시스템을 뚫을 가능성은 제로다. 마이마이군은 어둠을 믿고 있지만, 오산이다. 적외선 감지기와 연동된 컴퓨터는 표적을 자동 인식한다. 조명탄을 쏘아 올릴 필요도 없다.
캠프 방어선은 전기 철조망과 두 겹의 윤형 철조망, 부비트랩, 지뢰, ADS가 깔렸다. 기껏 RPG와 수류탄, 소총으로 무장한 게릴라가 대전차포, 고속유탄포, 중기관총, 박격포, 보병전투장갑차(LAV25)로 무장한 쉐도우와 해병 경비중대를 상대하기엔 애당초 격이 맞지 않았다.
“찰리 초소 경계병이 저격당했습니다. 복수는 제대로 해야죠.”
“대의를 위해서 희생했으니 본인도 자랑스러워할 것이다. 공기압축기 재보급은 어떻게 되었나?”
맥킨리는 꿈쩍도 않았다. 해병대 한 명의 목숨으로 맘바사를 얻으면 남는 장사다. ADS 시스템이 훌륭하지만, 진짜는 아그리피나 실드다. 공기압축기를 싣고 오던 허큘리스가 추락하는 바람에 아그리피나 실드의 핵심인 전자기 유리섬유가 봉인된 채로 썩고 있다.
“열흘은 소요됩니다. 방진복을 입고 직접 살포하면~”
“안 돼!”
맥킨리가 부관의 말을 잘랐다. 전자기 유리섬유에 도포된 칸타렐라는 단순한 독이 아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보급 기간을 줄여라.”
“알겠습니다.”
“나는 사령실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겠다. 자제는 놀란 연구원과 민간 기술자들을 안심시키도록 하라.”
“넵!”
부관이 뛰쳐나갔다. 포티가 나간 지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서 포성과 총성이 잦아들었다. 맥킨리가 지켜보고 자시고 할 틈도 없이 간헐적으로 울리던 총성이 뚝 끊어졌다. 캠프는 거짓말처럼 평안을 찾았다.
해병대와 합세한 쉐도우는 부비트랩과 ADS 교차 사격에 돈좌된 게릴라를 도트 포격과 기관총 화망으로 깨끗이 쓸어버렸다. 섹터가 입은 손실은 바라크에 총알구멍 몇 개 뚫리고, RPG 유탄에 맞은 식품 컨테이너 박스 한 개가 박살난 정도에 불과했다. 유일한 인명 피해는 경비초소 근무자 둘이었다.
******
자이르 수도 킨샤샤 대통령궁, 미 대사 칸딘스키를 맞은 모부투는 안절부절못했다. 무장 집단이 미합중국 광물 탐사 캠프를 습격했다는 보고를 받은 지 채 한 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빚쟁이가 들이닥쳤다. 아레바 사건을 겪은 모부투는 잔뜩 쫄았다. 화난 프랑스 정부를 달래려고 큼직한 먹이를 두 개나 던져주어야 했다. 미합중국은 프랑스보다 훨씬 사나운 맹수다.
“각하, 민간인 연구원 사상자가 십여 명이고 경계병 전사자가 둘, 부상자가 이십여 명입니다. 고가의 연구 장비가 파괴되고, 소중한 연구 자료가 소실되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이번 사태를 매우 우려하고 있습니다.”
칸딘스키는 태연히 거짓말했다. 인적 피해는 사망자 둘, 물적 피해는 식품 컨테이너 한 개와 철조망 100m 손실이 고작이지만, 모부투가 확인하자고 나설 수도 없고, 확인할 방법도 없다. 피해를 과장해서 상대를 압박하는 수법은 미 외교관의 상투적인 스킬이다.
“칸딘스키 대사, 미안하게 되었소.”
모부투 대통령은 난감한 얼굴로 이마만 문질렀다. 이투리주 맘바사 동북부 200㎢의 지하자원 개발권과 지질 조사권을 넘기고 텍사스 밀 2만 톤과 오리건 옥수수 3만 톤을 받았다. 양쪽 모두 명분과 실리를 얻은 훌륭한 거래였다.
미국은 과잉 생산된 곡물을 처분했고, 자이르는 행정력이 미치지 않는 쓸모없는 땅을 빌려주고 빈민구제 식량을 얻었다. 선진국과 저개발국 간의 흔한 거래지만, 공식적인 거래 외에 스위스 비밀구좌로 들어간 10억불이 문제였다. 소금 먹은 놈이 물을 켠다고, 10억불이나 받아먹고 그럴 줄 몰랐냐고 오리발을 내밀 수는 없었다.
“각하께서 아시다시피 르완다와 우간다의 정정도 불안합니다. 탕가니카 호에서 앨버트 호까지 접경지역에서 설치는 무장 집단은 한 다스도 넘습니다. 이래서야 자이르가 탐사팀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겠습니까?”
기세등등한 칸딘스키가 모부투를 몰아붙였다.
“혁명인민군 일개 대대를 즉시 맘바사에 파견하겠소.”
화난 맹수를 달래려면 먹이를 줘야 하지만, 체면상 뻗대었다.
“자이르 군대를 말입니까? 킨샤샤와 맘바사는 직선거리로 2,200km입니다. 통제가 쉽지 않을 텐데요.”
칸딘스키가 빈정대는 투로 말했다.
“대사, 걱정 마시오. 북키브주에 충성스런 혁명인민군 연대가 주둔하고 있소. 일개 대대를 빼내서 배치하면 문제없소.”
모부투는 울컥했지만, 성질을 내지 못했다. 정정이 불안한 아프리카의 신생 국가는 정부군과 반군의 경계가 모호했다. 토벌군으로 파견된 군대가 반군에 합세하는 황당한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뿌리 깊은 부족주의 때문이었다.
충성의 대상은 대통령이 아니라 부족장이었고, 지켜야 할 대상은 국민이 아니라 부족민이었다. 군대를 파견했다가 총부리를 거꾸로 돌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각하, 모이세 촘베가 앙골라와 우간다의 지원을 받아 재정비 중입니다. 북키브주에 주둔중인 병력을 빼내면 골칫거리인 모이세 촘베가 움직일 텐데요.”
칸딘스키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모부투는 자존심이 상했지만,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나름대로 군 전력을 올려보려고 지난 십 년간 애썼지만, 상황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자이르 사정을 훤히 하는 칸딘스키를 상대로 체면을 세우려다 밑천만 드러났다.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소?”
칸딘스키는 바로 밀어붙였다.
“아메리카합중국은 자국민을 자국 군대가 지킵니다. 간악한 반군과 탐욕스런 게릴라로부터 캠프를 방어하려면 해병대 연대 병력이 필요합니다. 스트라이크 연대의 주둔과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승인해 주십시오.”
“끙!”
모부투가 된 신음을 뱉었다. 인민혁명당 일당 독재체제를 구축했지만, 언제 배신자가 튀어나올지 몰랐다. 자신도 루뭄바 수상과 카사 대통령을 쿠데타로 밀어내고 정권을 잡았다. 정통성이 약한 정권은 항상 뒤통수를 조심해야 한다.
내가 한 일을 다른 놈도 하지 못하란 법이 없다. 은타간타란 놈이 이미 배신했고, 모이세 촘베도 기회를 노리고 있다. 문제는 카사였다. 미군 주둔을 허용하면 마이마이 반군의 배후인 카사 전 대통령 일파가 정치 공세를 펼 가능성이 높아진다.
“각하, 카사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요즘 건강이 엉망이라는 정보가 올라왔습니다.”
칸딘스키는 적절한 타이밍에 모부투의 등을 긁어주었다. 카사는 반미주의자다. CIA가 제거 플랜을 가동했다. 너구리 모부투가 칸딘스키의 말뜻을 모를 리 없다. 표정이 환해졌다.
“좋소. 병력 주둔과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승인하겠소. 단, 주둔 병력은 대대로 한정하고, 비행금지구역은 브니아-브니-맘바사를 연결하는 삼각지역으로 한정하겠소.”
“그러시다면 지질 조사권과 자원 개발권을 50년으로 연장해 주십시오.”
칸긴스키가 숨겨둔 진짜 목적을 들이밀었다.
“좋소!”
모부투는 손에 쥔 보물의 가치를 모른다. 시원스럽게 승낙했다. 20년이나 50년이나!
“물론입니다. 각하”
방문 목적을 달성한 칸딘스키의 얼굴이 환해졌다. 미국은 유실된 식품 컨테이너 한 개와 해병대 전사자 둘의 대가를 옹골지게 받아냈다. 국가 간의 갑을관계는 개인이나 사회적 집단 이상으로 경사가 심했다. 힘이 있으면 상대의 입에 들어있는 사탕도 뺏어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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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 45일째, 미 해병대 신속기동군 1개 대대 580명이 캠프에 추가로 배치되었다. 이들 중 절반은 연구 지원팀에 배속되고 절반은 캠프 방어에 투입되었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어지면 저것이 없어진다. 신속기동군 투입은 혜영의 운명을 바꾸는 트리거가 되었다.
혜영은 늘 그렇듯 지친 몸을 질질 끌고 귀환했다. 주경야독, 아니 주경야경을 해야 하는 강행군이 진을 뽑았다. 다크 서클이 길게 늘어지고 새하얀 얼굴이 주근깨와 붉은 반점으로 덮였다.
“린, 얼굴 피부가 말이 아니군. 지겹지?”
사무엘이 측은한 눈빛으로 혜영을 쳐다보았다. 조직의 사명도 중요하고 국가 이익도 중요하지만, 아름답고 순수하고 똑똑한 제자를 사지에 밀어 넣는 심정이 편치 않았다.
“피부를 아끼려면 땅강아지 노릇을 그만둬야죠. 지겹긴 하네요.”
혜영이 불퉁하니 대답했다.
“흐흐흐, 작업에서 손 떼. 튀어 나온 입도 집어넣어. 내일부터 케리와 자네는 본업으로 돌아간다.”
“정말요? 교수님께 가브리엘이 현신했나봐요.”
혜영이 반색했다. 에어컨이 설치됐을 때만큼이나 반가운 소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