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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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장 노바토피아 풍운1
“넌 도대체 정체가 머꼬?”
혜영은 무심코 원통형 물체로 손목에 찬 나침반을 톡톡 때렸다. 그 순간 나침반 니들이 맹렬히 돌았다. 전기 모터만큼이나 빨리 돌던 니들이 스파이크에서 이탈했다. 이탈한 니들이 강화유리덮개에 부딪혔다가 볼썽사납게 한쪽 구석에 나둥그러졌다.
“어머나, 이기 와 이카노?”
깜짝 놀란 혜영의 입에서 잊었던 사투리가 튀어나왔다. 나침반은 현장에 나온 지질학자의 필수품이다. 망가진 나침반을 바라보는 혜영의 표정이 썩어 문드러졌다. 그러고 보니 로버트에게 받은 생일 선물이다. 짜증이 난 그녀는 나침반을 버클을 풀어서 팽개쳤다.
‘가만, 강력한 자성을 띤 물체라고라!’
혜영은 망가진 나침반의 의미를 깨달았다. 자석이 석기나 화석 따위에 격렬히 반응할 리 없다.
“금속!”
숨을 들이켰다. 부정합과 대규모 관입 때문에 지질시대 구분이 어렵지만, 중생대와 고생대 지층 사이에서 기묘한 금속이 뜬금없이 튀어나왔다. 조잡한 도구도 아니고, 현시대의 부품도 아니다. 오파츠(Ooparts, out of place artifacts, 시대와 일치하지 않는 인공물)다. 혜영은 가슴이 벌렁거렸다.
중생대의 오파츠라니!
학계가 뒤집힐 사건, 아니 세상이 뒤집힐 사건이다. CNN과 인터뷰하는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타임지 표지를 장식한 인혜영! 전 세계의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인혜영! 인생역전이다.
참새는 모이로 죽고, 고양이는 호기심으로 죽고, 불나방은 불빛으로 죽는다고 했다. 혜영은 공명심 때문에 불행을 자초했음에 불구하고 또다시 공명심 때문에 지옥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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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거미가 내려앉은 응심제는 고즈넉했다. 김말순은 그동안 베풀지 못한 정을 쏟아붓기라도 하듯이 아들의 끼니와 잠자리는 물론 책가방과 도시락까지 챙겼다. 진순은 기꺼이 미래의 시어머니께 자리를 내주었다. 아니 딸이 되었다.
무쌍의 소원은 어머니, 기와집, 쌀밥이었다. 소원을 이룬 무쌍은 행복했다. 예지력이 심상치 않은 전조를 읽었고, 평온한 생활이 오래가지 않을 것임을 아는 만큼 어머니와 가족들에게 아낌없는 정을 쏟았다.
행복과 불행만큼이나 모호한 개념도 없다. 번들번들한 넓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수돗물도 올라오지 않던 꼬방동네 쪽방 시절을 그리워하고, 자수성가한 사업가가 얼룩빼기 황소 고삐 잡고 써레질하던 시절을 그리워한다.
젊은이는 기성세대가 대학만 나오면 좋은 직장에 취직했다고 부러워하고, 중년층은 대학 문턱을 넘기도 힘든 불행한 시절이었다고 항변한다. 늙은이는 니들이 왜놈 시절의 참담함과 육이오의 배고픔을 아느냐고 질타한다. 역사학자는 임진왜란, 정묘호란, 병자호란을 겪은 1580년 출생자야말로 불행한 세대라고 가르친다.
목사는 믿음이 행복이라 하고, 스님은 행·불행이 마음에 있다고 가르친다. 맞는 말이다. 행복과 불행의 뿌리는 구분과 비교에 있다. 부모가 한 재산 물려주지 않았다고 한탄하는 사람도 있고, 건강한 신체를 물려받은 덕분에 막노동이라도 할 수 있다는 사람도 있다.
눈 오면 빙판이 된 고갯길을 엉금엉금 기어 올라가야 하는 꼬방동네에 살아도 한 몸 누일 공간이 있음을 고맙게 여긴다면 행복이다. 행복과 불행은 외부에 있지 않고 내부에 있다. 삶을 즐기면 행복이고, 행복하려고 살면 불행해진다.
김말순은 행복했다. 갑작스럽게 변한 환경이 어리둥절했지만, 지난날의 고난과 아픔을 가슴에 새기고 주어진 삶을 즐겼다. 눈뜨면 정화수를 올려서 남편의 극락왕생을 빌고, 대가족이 먹을 아침을 준비했다. 진순에게 산수와 국어를 배우고, 짬을 내어 출근하면 직원들의 고충을 들어주고 몰래 경제적 도움을 주기도 했다. 이번 달에는 회사에 유아방과 유치원을 만들었다. 사는 것이 보람이고 행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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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어무이 대단하네.”
초등 검정고시 합격 통지서를 받아든 무쌍이 만세를 불렀다.
“흥, 에미는 아직 안 늙었거든.”
김말순이 의기양양해서 어깨에 힘을 주었다.
“어머니, 대단해요.”
진순이 활짝 웃으며 김말순을 안고 빙빙 돌았다.
“호홍, 겨우 합격했는데 남사시럽구마.”
“공부한 지 채 두 달도 안 됐잖아요. 어머니 연세에 누가 그렇게 공부하고 합격하겠어요.”
“아가야, 고맙구마.”
김말순이 눈물을 글썽였다. 학교라고는 문턱도 가보지 못했다. 학교 가는 애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는데 뒤늦게 복이 터져서 교복을 입게 되었다. 복덩어리 진순이 고맙기만 했다.
“경사 났네! 경사 났어. 성님, 잔치를 벌입시더.”
하동댁이 시샘 섞인 축하를 던졌다.
“잔치는 무신 잔치. 그러게 동상도 함께 공부하자니깐.”
김말순이 지청구를 먹였다.
“아이고, 성님! 이 나이에 남사시럽거러 중핵교를 우예 다니는교.”
하동댁이 손사래를 쳤다. 언니는 머리도 좋고 처녀처럼 젊지만, 쭈그렁 망구가 된 나이에 새삼스럽게 머리 아프게 공부해서 초등 검정고시를 볼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었다.
“아니야. 내가 회사를 나가 보이끼네 사람은 늙으나 젊으나 배아야 되겠더라꼬.”
“저는 대갈빡이 나빠서 안됩니더. 기양 이렇게 살랍니더.”
하동댁이 휑하니 자리를 떴다. 자리를 지키고 있다간 꼼짝없이 잡혀서 공부해야 할 분위기다.
“크크크! 유전이야 유전.”
진순이 소리죽여 웃었다. 오빠는 어머니를 닮아서 공부를 잘했고 자신은 엄마를 닮아서 그저 그랬다.
“쌍아, 사귀는 외국인 아가씨가 있다며?”
김말순이 불쑥 물었다.
‘윽!’
식겁한 무쌍이 진순을 째려보았다. 진순이 도리질 치고 문 쪽을 맹렬히 눈짓했다. 고자질한 사람이 엄마라는 의미다.
“아가야, 너도 갸를 받아들였다며?”
화살이 진순에게 돌아갔다.
“네, 어머니! 영국 귀족가문의 아가씨라요. 아름답고 마음씨도 천사 같아요.”
“으이그, 물러터진 것! 시앗은 나눌 수 없는 벱이여.”
“저는 오빠 곁에 있을 수만 있으면 좋아요. 어머니도 만나보시면 마음에 들거라요.”
“그랴? 니가 받아들이면 그만이제. 근데 나중에 호적은 우짤라 카노?”
김말순이 무쌍을 째려보았다.
“……”
무쌍은 벙어리가 되었다. 이런저런 말씀을 드리자니 이야기가 길어지고 구차했다.
“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아프리카에 오빠가 세운 나라가 있어요. 에델은 그곳에 살고, 지는 여기서 살믄 돼요. 함께 사랑도 개안코요. 저한텐 꼼짝 못 하거든요. 헤헤헤!”
진순이 주먹을 쥐고 흔들었다.
“쌍이가 나라를 세워? 이기 무신 소리고?”
금시초문이다. 김말순의 눈이 잔뜩 커졌다. 잘난 아들인 줄은 알고 있지만, 나라를 세웠다니 믿기지도 않고 기가 막혔다.
“야, 어쩌다 보이끼네……갈곳없는 사람, 죽을 형편인 사람들을 거두다 보이끼네 그렇게 됐심더.”
“하이고, 그라마 내 아들이 왕이 된 기가?”
“네, 어머니는 왕의 어머니, 대비가 된 기라요.”
진순이 얼굴 가득 웃음을 지었다.
“내사마 머리가 어지럽구마. 쌍이가 좋은 일을 했으마 좋은 기제. 여하튼 서양 처자를 함 보자꾸나. 이참에 나도 해외여행이나 가볼까나.”
나라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관심은 온통 며느릿감에 있었다.
“그라이소. 지가 준비하지요.”
“그랴. 잘난 아들 둔 덕분에 벵기도 타보겠구마. 밥하고 빨래하고 그렇게 살믄 되지 왕의 에미면 머하노. 공부나 하러 갈란다.”
김말순이 안채로 올라갔다.
“어무이가 충격이 크신 모양인데 우야노!”
“충격은 무신 충격, 너무 황당하면 실감도 못 한데이. 나도 그러려니 하고 사는걸.”
진순이 머리를 흔들었다. 배꼽 내놓고 다닐 때부터 오빠와 붙어 지낸 자신도 이해 못 할 일투성이다. 이해못할 일을 이해하려고 애쓰면 번뇌만 생긴다.
“아빠, 왕눈이는 언제 와요?”
어른들의 대화에 끼어들지 못하고 있던 미나가 물었다.
“으응, 벌써 오긴 왔는데…….”
무쌍이 버벅거렸다. 가루라는 크리스마스이브에 돌아왔다. 무쌍 본인도 달라진 가루라의 모습에 입이 쩍 벌어졌다. 녀석이 새벽녘에 돌아왔으니 망정이지 대낮에 돌아왔으면 난리 날뻔했다.
“어디 있어요?”
“동해!”
“엑! 왜 바다에 있어요?”
미나의 눈이 똥그래졌다.
“왕눈이는 어른이 되었어. 집에서 살기엔 너무 커.”
가루라가 은신하기엔 한국이 너무 좁았다. 프레데터를 방어할 겸 동해에 풀어놓았다.
“디노보다 커요?”
“열 배, 아니 스무 배!”
“웅~ 우리 집 넓은데.”
“왕눈이가 살기엔 좁거든.”
“아빠, 왕눈이 보고 싶어요.”
“허, 이거 참! 어쩐다.”
딸바보 무쌍은 난처했다. 가루라가 몸체를 축소 변환해도 체장 20m에 달한다. 최대 6m까지 줄일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스텔스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 식구들이야 그러려니 하겠지만, 거대 UIF가 몰고 올 파장이 너무 컸다. 조용히 살고 싶은 그로선 평지풍파가 따로 없다.
“오빠, 불러봐요. 나도 보고 싶어요.”
진순이 역성을 들었다.
“오빠, 나도 보고 싶어요.”
영아도 나섰다.
무쌍은 반짝이는 세 쌍의 눈빛 공격을 이기지 못했다. 그렇지 않아도 어머니를 모시고 노바토피아를 다녀올 참이었다. 가루라는 한국보다 노바토피아에 필요했다.
[치킨!] [엄마, 왜 불러?]곧바로 반응이 왔다.
‘아이코, 내가 미친다.’
무쌍이 혀를 찼다. 이놈은 치킨이라고 부르면 엄마라고 응수했다. 인간 뺨치는 인공지능이다.
[미나가 보고 싶단다.] [엄마가 좋아하는 조그만 암컷 인간? 간다!]독도 동남쪽 150km 지점, 오키 섬 앞바다가 부그르르 거품을 뿜었다. 콰아아- 거대한 물체가 어뢰처럼 튀어나왔다. 독도를 향해 항진하던 해상보안청 소속 순시선이 졸지에 벼락을 맞았다.
꽝- 가루라와 충돌한 1,000톤급 순시선은 용골이 우지끈 부러지며 선체 중동이 뚝 잘렸다. 쿠르르- SOS를 타진할 틈도 없이 선체가 바다로 빨려 들어갔다.
[어? 내 잘못 아니다.]책임 전가와 나 몰라라는 가루라 주특기다. 슈앙- 가루라가 순항 속도인 음속 20배 속력으로 서쪽으로 사라졌다. 쿠웅- 정확히 90초 후, 가루라가 응심제 후원에 착지했다.
“우와!”
응심제 식구들이 하나같이 입을 쩍 벌렸다. 대웅전 기둥보다 굵은 다리, 20층 아파트 높이에 필적하는 거체, 도깨비불처럼 몸체를 휘감고 도는 시퍼런 자장, 용을 잡아먹는 팔부신중 가루라의 위엄에 어둠조차 화들짝 놀라서 물러났다.
“세상에!”
비상식에 익숙해진 진순조차 입을 다물지 못했다.
“싸 쌍아, 저기 머꼬?”
식겁한 김말순이 아들 등 뒤에 숨었다.
“할머니, 쟤는 왕눈이라예.”
미나가 번쩍이는 눈을 가리켰다. 김말순은 대답도 못 하고 입만 쩍 벌렸다. 영아가 쪼르르 달려가서 다리를 두드렸다.
“너무 커. 너무 크다고!”
[알았다.]슈우우- 마이크로래티스 조직이 압축되었다. 거대한 동체가 순식간에 6m 크기의 아담 사이즈로 변했다.
‘어라? 저 녀석 보게!’
무쌍은 살짝 놀랐다. 가루라는 인공지능 관점에서 보면 자아가 있지만,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자아가 없다. 애니멀 에스퍼의 뇌파가 인공지능과 자아 동조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호웅간 카무게도 가루라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소리다.
[치킨, 절대 명령을 내리겠다. 내 가족을 지켜라.] [엄마, 알았다.]뚜뚜뚜- 스카우터가 김말순과 응심제 가족들의 영상과 뇌파를 각인했다.
“왕눈아, 왜 그렇게 커졌어? 이젠 놀지도 못하겠네.”
미나가 투덜거렸다.
가르르- 가루라의 눈이 반달처럼 휘어졌다. 목을 구부려서 머리를 미나의 가슴에 비볐다. 영락없는 애완동물이다. 김말순의 얼굴이 펴졌다. 남해에서 고래를 타고 바다를 질주했다. 전설의 영조가 나타나지 말란 법이 없다.
[돌아가라. 지난번처럼 방사능 생물이 나타나면 먹어도 좋다.] [알았다.]상견례를 마친 가루라가 본래의 크기로 돌아갔다. 슈우우- 거체가 깃털처럼 밤하늘로 치솟았다. 스팟- 달을 가렸던 검은 그림자가 흔적없이 사라졌다. 아쉬움 가득한 표정의 계집아이들과 넋이 나간 여자들이 하늘만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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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막한 사하라 사막, 북위 16°~19°를 가로지르는 고고도 항공기는 에미쿠시 산괴 남단과 엔네디 고원 사이에 그림 같은 푸른 섬을 볼 수 있다. 끝없이 펼쳐진 누런 대지에 신기루처럼 떠 있는 장방형 푸른 대지는 말할 것도 없이 노바토피아다.
무쌍이 불 지른 통합 아젠다는 다인종, 다민족을 노바토피아 국민이라는 커다란 용광로에 집어넣었다. 고유문화는 존중되었지만, 언어는 한국어와 프랑스어가 공용어로 채택되었다.
노바토피아의 종교 정책은 자유와 책임, 범용성에 기반을 두었다. 성직자와 종교 단체는 예외 없이 세금을 납부하고, 종교를 강요하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되었다. 특정 종교를 상징하는 옷차림이나 상징을 부착하고 공공장소에서 포교하는 행위도 금지되었다. 주민 다수의 불만을 야기하는 예배 소음도 단속 대상이었다. 원칙과 규정을 어긴 자는 즉각 강제 노역형에 처했다. 다소 과격한 처사였지만, 종교로 인한 다툼과 갈등은 깨끗이 사라지고 뚜바이부르파가 믿음의 본류를 형성했다.
언어 통합, 종교적 갈등 해소, 엄격한 신상필벌 제도, 노력하면 과실을 얻을 수 있는 사회구조, 공평한 교육 기회, 넘치는 일자리가 노바토피아의 아젠다였다. 쿠르드 족, 아랍족, 니그로이드, 코카소이드, 몽골로이드, 부시매노이드 구분이 사라지고 노바토피아인 만 남았다.
사진은 독도를 넘나드는 해상보안청 순시선입니다.
해경 순시선은 20mm 벌컨 무장인데 반해 일본 순시선은 57mm포 장착했습니다.
순시선에 대포가 필요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