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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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장 노바토피아 풍운2
유사 이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노바토피아만큼 제대로 적용된 곳은 없었다. 뚜바이부르파가 던진 희망을 굳건한 신념과 뚜렷한 목표를 가진 능력자 집단이 구체화했다. 막다른 골목에서 지푸라기를 잡은 난민들이 기적을 일구었다.
오현자가 구체화한 블루아트 프로젝트는 단순히 나무를 심고 초지를 조성하는 사업이 아니었다. 환경과 자연 보전에 기반을 둔 시설 인프라, 교육 인프라, 관광 인프라, 국방 인프라를 통합한 ‘자연 인프라’ 구축이었다.
자연 인프라는 콘크리트로 대변되는 회색 인프라에 대응하는 용어다. 개발에 갈등이 동반되는 배경엔 소위 무임승차가 있다. 환경사업과 자연보호가 자선 사업으로 인식되는 배경에도 무임승차가 있다. 돈 쓰는 놈 따로 있고 즐기는 놈 따로 있으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역으로 투자자와 수익자가 일치한다면 개발은 빨라질 수밖에 없다. 오현자가 자연 인프라 구축에 집중한 이유다.
최선의 개발과 투자는 깨끗한 물, 맑은 공기, 휴식 공간 구축이 청정 농산물과 깨끗한 에너지 생산을 비롯한 산업 생산과 선순환을 이루는 구조다. 예를 들어 아스팔트로 덮인 도로는 이동 통로일 뿐이지만 운하는 그 자체로 관광자원이 되고 물고기 양식장이 되고, 도시에 수분을 제공할 수 있다. 자연 인프라는 초기 구축이 어렵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회색 인프라와 비교 불가능한 수익을 창출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블루아트 프로젝트가 자연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게 된 배경은 완벽한 무에서 출발했기 때문이었다. 노바토피아는 발목을 잡을 세력도 없고, 갈등이 발생할 복잡한 이해관계도 없는 백지였다.
무쌍과 노바 회원, 난민 유입을 꺼리는 유럽 강국들이 쏟아붓는 돈의 힘과 보니파스가 지원하는 기술과 자원이 풍부한 인력을 바탕으로 블루아트 프로젝트 성공을 이끌었다.
블루아트의 시작은 물이었다. 초대형 관정 30개와 연결된 통수 관로가 거미줄처럼 전 국토를 덮었다. 하루 5억 리터의 물이 거점 도시, 에너지 벨트, 농업 벨트, 관광 지구에 공급되었다. 크고 작은 호수 500개가 조성되고 간선 도로와 연계된 운하가 호수와 호수를 연결했다. 모래와 암석의 대지는 운하와 호수의 대지로 바뀌었고, 노바토피아는 알미아 알바라도(물의 나라)라 불렸다.
식물 생육 필수 조건은 햇빛. 물, 공기, 영양(무기질, 유기질)이다. 흙은 식물의 뿌리를 기계적으로 지지하고 영양을 전이할 뿐 필수 조건이 아니다. 부족한 물과 비료가 충분히 투입되자 노바토피아는 단기간에 녹색 대지로 변모했다.
폭 100~300m 방풍림이 국경선 750km를 감싸고, 누런 모래와 검붉은 암석으로 덮였던 25,580㎢ 사막이 녹지로 바뀌었다. 인공 조림 면적만 국토의 절반인 12,000㎢에 달했다.
사막으로 남은 지역은 관광 지구로 개발된 요아 호수 군, 세리르 호수 군, 엔네디 고원이 유일했다. 오리피스 교수와 무울소리 교수는 10년 이내에 열대 우림처럼 자체 기후가 형성된다고 장담했다. 사막에 비가 쏟아진다는 소리다.
보니파스와 마르주리 회장이 조림 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육묘 전문가가 엘리트 종자를 추려서 복제 수종을 균일하게 식재하는 클론 조림이 결정적이었다. 와킬 상회가 저식 조림법으로 식재한 인도네시아 원산의 자본메라가 1년 만에 10m 높이로 자라고, 버마 원산의 포플러는 그보다 더 빨리 자랐다.
조림 사업은 단순히 숲을 만드는 단계를 넘어서 목재를 비롯한 상업 생산물을 얻는 산업으로 진화했다. 노바토피아는 단 3년 만에 합판용 목재를 얻고, 우드팰릿을 가공하고, 디젤유를 얻고, 의약품 원료와 열대 과일을 수확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알미아 알바라도는 알미아 블루아트(푸른 나라)로 변모했다.
에너지 산업도 자연 인프라를 베이스로 진행되었다. 화력 발전소는 담수를 끓여서 발생한 증기로 터빈을 돌린다. 석탄, 연료, 가스가 풍부해도 물이 없으면 발전할 수 없다. 배기가스 중의 황산화 물질을 제거하고 연료 산화를 막는데도 대량의 물이 필요하다. 프랑스 정부가 선물한 800MWp급 초대형 화력 발전소가 하루에 소모하는 물의 양만 3,000만 리터에 달했다.
셔니언 교수는 자연친화형 마이크로그리드(소규모 독립형 전력망) 사업을 펼쳤다. 1MWp급 자트로파 디젤유 발전소, 0.5MWp급 우드 칩 발전소, 0.1~0.3MWp급 태양광 발전소가 노바토피아 전역에 속속 건설되었다. 지푼다리 화력발전소가 충분한 전력을 공급했지만, 환경오염을 막고 효율적인 전력 배분을 위해서였다.
노바토피아를 종횡으로 가로지른 도로 총연장은 2,000km를 넘었다. 종단도로 320km를 제외한 모든 도로는 아스팔트 대신 백토와 모래를 혼합하고 면화 찌꺼기와 목재 부스러기를 혼합한 컴포짓 재료로 포장되었다. 컴포짓 도로는 소음을 흡수하고 미세먼지 비산을 대폭 줄였다.
절망과 고통은 인간을 강하게 만든다. ‘인간답게 살아보자.’ ‘잘 살아보자.’는 노바토피아 인의 열망이 폭출했다. 기본적인 인프라, 에너지, 주거, 식량이 해결되자 각종 산업이 불처럼 일어났다.
제조 공장도 자연 인프라 정책의 예외가 아니었다. 매연, 소음, 진동, 폐수 배출에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었다. 사업자는 공장 폐수를 포집하는 늪을 만들고, 경영진은 의무적으로 늪에서 자란 물고기를 식탁에 올려야 했다. 중금속에 오염된 요리를 먹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블루아트 프로젝트가 마감된 노바토피아는 상전벽해 정도가 아니라 천지개벽했다. 도로엔 차량이 넘치고, 물자를 운송하는 화물선이 운하를 메웠다. 관광객이 몰려들고 거리엔 각양각색의 인종이 넘쳤다. 차드가 버린 쓸모없는 사막이 사하라의 진주로 바뀌기까지 채 5년이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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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토피아 수도인 지푼다리는 요아 호수 군 관광 지구에 속한다. 무울소리 교수와 오리피스 교수는 지푼다리를 자연 생태도시로 건설했다. 호수와 운하, 숲으로 덮인 200㎢ 도시 북서쪽은 황량한 암석 사막(레그), 동남쪽은 황갈색 모래사막(에르그)을 그대로 보전했다. 사막은 관광자원이자 수도를 수비하는 쿠르드족 페슈메르(죽음에 맞선자들)여단 주둔지였다.
요아 호수 동쪽 언덕, 무쌍이 호수를 걸어서 군중 앞에 섰던 검붉은 사암 언덕에 푸른 궁전이 들어섰다. 셔니언과 무울소리가 오스트리아 헬브룬 궁전을 모티브로 건축한 뚜바이부르파 궁이다.
에델은 권위와 지배 대신에 화합과 자유를 택했다. 백만 평 대지에 건설된 뚜바이부르파 궁은 담장도 없고 대문도 없었다. 건물은 외곽의 경비대 건물, 5층 본관, 3층 별관이 전부였다.
크고 작은 호수 20개와 정원 15개로 꾸며진 백만 평 대지는 권위의 상징이 아니라 시민의 휴식처였다. 노바토피아 국민은 왕궁을 공원처럼 드나들 수 있었다. 에델은 본관과 별관을 폭 20m 익소라치넨시스 터널로 잔디 광장과 분리했을 뿐이었다.
시민은 간단한 소지품 검사만 받으면 사랑의 통로라 불리는 익소라치넨시스 터널을 통과해서 요아 하우스라 불리는 뚜바이 궁을 찾을 수 있었다. 옴부티를 비롯한 오현자와 망치들이 펄쩍 뛰었지만, 에델은 뚜바이부르파님의 뜻이라는 한마디로 물리쳤다.
뚜바이부르파 궁전 입구 좌우에 5m 높이의 입석과 업시디언(흑요암) 비석이 서 있다. ‘플레 린 꼬깐(만월 축제)’가 벌어졌던 바로 그 자리다.
입석은 무쌍이 ‘요아 호수의 열린 대화’를 할 때 잘라서 연단으로 사용했던 라훌라 스톤(골칫덩이 돌)이었다. 라훌라 스톤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쓰여있었다.
[뚜바이부르파님께서 성스러운 광휘를 두르고 요아 호수의 물결을 밟고 신민 앞에 존체를 드러내셨다. 손짓 한 번으로 라훌라 스톤을 자르고, 황송하옵게도 벌금 일천 프랑을 내셨다.] 뚜바이부르파의 위대한 무용과 자연보호를 경계한 상징물이었다.오른쪽 업시디언 비석에는 장문의 글이 깊숙이 새겨져 있었다.
[인간이 되고자 신께서 친림하시니 뚜바이부르파님이시다. 뚜바이부르파님께서 말씀하셨다. 노바토피아의 주인은 국민이다. 노바토피아는 차별 없고 특권 없는 나라다. 노바토피아 인은 존엄하다. 인간으로 대우받을 권리, 행복을 추구할 권리, 자유롭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뚜바이부르파님의 신민이자 노바토피아의 주인인 우리 국민은 다음과 같이 약속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국민은 노바토피아 주인이 아니며 국민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한다.
첫째, 모든 국민은 나라를 지킨다.
둘째, 모든 국민은 일해야 한다.
셋째, 모든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한다.
넷째, 모든 국민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
다섯째, 모든 국민은 환경을 보전해야 한다.
노바토피아 인이여, 깨어있을 때 꿈꾸어라. 땀으로 피운 꽃이 열매로 영글고 너희 아들과 딸이 그 열매를 수확하리라. 사랑하기도 바쁜데 미워할 틈이 있던가? 자신을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하라.
……
이는 홀로 오롯한 존재,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자, 뚜바이부르파님의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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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고개를 내밀기도 전, 수많은 인파가 뚜바이부르파 궁전으로 몰려들었다. 노바토피아 건국일이자 만월축제에 뚜바이부르파의 축복을 받기 위해서였다.
“아빠, 올해는 뚜바이부르파님이 축복을 내릴까요?”
성숙한 처녀가 중년 남성에게 물었다.
“글쎄다, 에델님이 대리로 축복하지 않을까. 요아 수훈을 내리신 후로는 나타나지 않으시니…….”
남자가 말꼬리를 흐렸다.
“저는 에델님이 너무 좋아요. 지난 주말에 물의 정원에서 에델님을 만났어요.”
“호, 무슨 이야기를 했니?”
“학교 화장실을 남녀 구분해서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어요.”
“저런! 행정청 시설과에 청원해도 될 일인데 존귀한 분께 지저분한 말씀을 드렸단 말이냐?”
남자가 정색했다.
“아빠는 괜히 그래. 에델님이 얼마나 다정하신데요. 어제 공사가 시작되었는 걸요.”
“하긴, 에델님은 천사지. 아멜리야, 그래도 그런 말씀을 직접 드리면 안 된다. 에델님은 바쁘신 분이다.”
“알았어요. 저는 뚜바이부르피님보다 에델님이 더 좋아요.”
“하하하, 네가 뚜바이부르파님을 뵙지 못해서 그래. 그분은 신이지만, 인간적인 매력도 철철 넘치거든. 뚜바이부르파님은 태양이시고, 에델님은 태양 빛을 받아 빛나는 분이시란다. 우리 가족도 그분의 은혜로 목숨을 건지고 편안하게 살고 있단다. 저분을 봐라.”
남자가 껄껄 웃으며 비석 앞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 노인을 가리켰다.
“뚜바이부르파님, 우리의 아버지! 보고 싶습니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비석을 쓰다듬으며 눈물을 글썽였다. ‘거기 노인장, 행복한가?’ 광휘를 뿌리며 호수를 건너온 신의 말씀이 어제인 듯 생생했다. 죽기 전에 그때의 감동을 한 번 더 느끼고 싶었다. 노인은 무쌍이 군중과 열린 대화를 할 때 축복을 받은 와자이 압둘이었다.
압둘은 다르푸르 학살을 피해서 가족 10명을 데리고 한 달에 걸쳐서 서부 사하라와 엔네디 고원을 넘었다. 난민 인정을 받은 그는 노바토피아에 정착할 수 있었다. 작년에 65세 정년을 채우고 국영 요양원에 들어갔다.
신체 건강한 그는 요양원 농장에서 크랜베리(북미 과일)를 길러서 군부대에 제공했다. 요양원은 국비로 운영되지만, 노인 대부분이 자신처럼 일을 계속했다. 뚜바이부르파님께 받은 은혜를 조금이라도 갚고 싶어서였다.
“할아버지, 어서 가요. 앞자리에 앉아야 에델님을 볼 수 있잖아요.”
“오냐, 어서 가자.”
압둘이 손녀의 손을 잡고 왕궁으로 들어갔다. 남녀노소 군중이 끝없이 몰려들었다. 시민들은 압둘과 다르지 않았다. 왕궁 입구에서 허리를 숙이거나 비석을 어루만지고 지나갔다.
남자들은 대부분 작업복 차림이지만, 여자들의 옷차림은 자유분방했다. 핫팬츠와 소매 없는 티셔츠를 입은 여자, 국민복이라 불리는 몸뻬와 청재킷을 걸친 여자, 청바지를 입은 여자,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자……. 니깝이나 차도르를 착용한 여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저것 봐요. 에델님이 아니었으면 저도 니깝으로 얼굴까지 가리고 땀을 줄줄 흘리고 있을 거 아니에요.”
아멜리가 항변했다.
“하하하, 그건 그래. 내 딸이 검은 천으로 칭칭 감은 모습은 상상도 할 수 없구나. 우리도 어서 들어가자.”
중년 남자가 딸의 손을 잡고 광장으로 들어갔다. 시리아에서는 꿈도 못 꿀 일이었다.
지평선에 붉은 광구가 살짝 비칠 즈음에 본관 잔디 광장에 20만 명이 운집했다. 위병이 왕궁 3층 테라스에 흰 깃발을 꽂았다. 군중의 눈이 일제히 3층 테라스를 향했다. 눈부신 미녀가 테라스에 나타났다.
“와!”
“에델님!”
“노바토피아 천사시여!”
함성이 터졌다. 황금빛으로 흘러내린 금발, 핫팬츠와 티셔츠 차림, 머리에 꽂은 새빨간 익소라치넨시스 한 송이는 에델의 상징이다. 막 떠오르는 햇살이 광휘를 드리웠다. 에델은 인간이 아니라 강림한 천사였다.
에델의 좌우에 퀸즈 가드라 불리는 수신 호위, 쌈디와 디노가 버티고 섰다. 서너 발짝 뒤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아랍인이 따랐다. 비스고와(총독) 직함보다 아클란 크루(하인장)라 불리기를 좋아하는 옴부티다.
에델이 손을 들었다. 함성이 잦아들고 군중이 숨을 죽였다.
익소라치넨시스입니다.
꽃 향기는 최음 성분이 있고, 열매는 독성이 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