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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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배신의 그림자9
헌병감은 지휘라인이나 정보라인이 아니다.
할 일없는 군기 반장이다. 챠드에 주둔하자 더욱 할 일이 없어졌다. 간혹 은자메나 시내에서 술 먹고 말썽 피우는 용병이나 잡아들이는 따분한 보직이다.
사르코지는 거친 사헬 땅을 휩쓸고 있다는 라텔 팀의 무용에 크게 감동했다. 황무지를 달리는 12명의 오소리라니, 영화 제목 같지 않은가! 스파이 짓을 한 놈들은 자신의 우상을 관속에 처박으려는 놈들이다. 분노의 피가 끓었다.
사르코지는 헌병대를 번개같이 움직였다.
지휘라인, 참모라인은 물론 11공정여단의 작전감 롤랑 마뉘엘 대위까지 격리 감치했다. 마뉘엘 대위는 부상까지 입었다.
레종 에뜨랑제의 교관과 헌병대는 거칠기로 유명하다.
거친 용병들을 다잡아야 하니 거칠어 질 수밖에 없다. 반항하던 마뉘엘 대위는 곤봉 세례에 두개골이 깨지고 쇄골이 내려앉았다. 레종 에뜨랑제에서 보기 드문 일도 아니다.
두더지 색출은 어렵지 않았다.
헌병대의 거친 조사관들이 단 하루 만에 혐의자를 색출해 냈다. 헌병 심문관에게 이죽거리던 조프레는 이빨 세 개가 부러졌다. 사병 출신 헌병들은 주로 주먹과 곤봉으로 말했다.
스파이 혐의자는 셋이었다.
리비아에 매수된 것으로 추측되는 에땅 중위와 파견된 11공정여단 작전참모 조프레 소령, 11공정여단의 작전감 마뉘엘이었다. 마뉘엘은 뚜렷한 혐의점이 없었지만 조프레와 잦은 회동이 의심을 샀다.
필립은 꼭지가 돌았다. 그는 즉각 11공정여단에 상황을 보고하고, DGSE측에 해명을 요구했다.
마르세유의 DGSE본부,
“이봐 미구엘, 일이 고약하게 되었어.”
보니파스 처장이 골루즈를 뽑아 물었다.
뿌연 연기가 책상을 덮었다.
“자네도 한 대 피겠나?”
“아닙니다.”
미구엘 과장은 얼른 한 발 물러섰다. 자신도 끽연가지만 입안이 텁텁해지는 쓴맛이 싫었다. 생선 비린내와 여자의 그곳 냄새를 합친 듯 한 묘한 냄새가 나는 골루즈는 질색이다. 이따위 담배를 피우다니, 써펀트는 끽연 취향조차 특이한 인간이다.
“담뱃값이 너무 올랐어. 망할 놈의 세금.”
보니파스는 변죽만 울렸다. 사실 프랑스는 담배값이 비싸기로 유명하다. 당연히 담배 밀수입이 성행하고 세상의 온갖 담배가 팔린다.
결국 미구엘이 서두를 꺼냈다. 11공정여단 작전참모인 조프레의 진짜 신분은 DGSE 작전부 중동팀 소속이다. 미구엘의 직속 부하다.
“조프레를 어떻게 처리할까요?”
“자네 부하 아닌가?”
항상 이런 식이다. 보니파스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인간이다. 그래서 별명이 써펀트다. 히트맨을 투입해서 암살하든 구명하든 알아서 하란 뜻이다. 물론 양쪽 다 비난받을 일이며, 비난은 자신의 몫이다.
“성실히 일하는 놈을 죽일 순 없죠.”
“조프레가 입을 열지는 않았겠지?”
“자백제를 투여하면 모르지요.”
“신사인척 하는 필립이 그렇게 야만적인 짓이야 하겠어.”
“하필 위성통신이 열릴 때 에땅이란 놈이 자릴 비우다니, 돈이 아깝습니다.”
미구엘 과장이 입맛을 다셨다.
카지노에서 에땅을 포섭한 타와르가는 DGSE요원이다. 결국 에땅은 가공의 인물에게 코가 꿴 것이다.
미구엘은 생각할수록 애석했다.
라텔 팀이 사헬에서 사라지고, 코만도 팀이 마쿰보를 구해서 은자메나에 입성하면 작전이 끝난다. 정보 누설 책임을 물어 에땅을 체포한다. 분노한 필립에게 에땅을 넘겨주고 DGSE는 조용히 철수한다.
마무리까지 얼마나 깔끔한 작전인가!
에땅이란 멍청이를 포섭해서 아귀를 딱 맞추어 놓은 작전이다. 막판에 파탄이 나서 꼬리자르기가 힘들어졌다.
“눈 가리고 아웅 이지만 백도어 작전이 드러나선 안 돼.”
“언론이 물어뜯겠죠.”
“언론이 문제가 아냐. 미테랑의 정치 이념이 도덕적 정부란 말이야.”
“알겠습니다. 모르쇠로 밀고 나가겠습니다.”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면 대충 끝날 거야.”
“알겠습니다. 근데 블랙맘바는 좀 아깝습니다.”
보니파스는 눈을 감았다.
얼굴선이 곱고 선한 눈매를 가진 꼬레앙이 생각났다.
생긴 것과 달리 무시무시한 피지컬을 선보인 인간이다. 유용하게 써먹을 최고의 카드로 기억된 용병이다.
“개인이 뛰어나봐야 챠드와 비교할 수는 없어. 챠드를 관리 하에 두면 니제르, 튀니지, 모로코, 카메룬, 세네갈, 가봉, 콩고까지 우리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단 말이다.”
“그건 그렇죠.”
미구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브레 정권은 아프리카 신흥국의 대표적인 친불 정권이다. 하브레 정권이 붕괴되면 구 식민지였던 서아프리카 전체에서 프랑스의 위상이 흔들린다.
챠드 사태의 안정 여부는 향후 프랑스의 아프리카 경영 계획과 연결된 문제다. 예전처럼 식민지 수탈을 할 수야 없지만 값싸게 개발할 자원이 무궁무진하다. 특히 가봉의 우라늄과 콩고의 지하자원은 당장 프랑스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재원이다.
보니파스가 목소리를 낮추었다.
“용병 팀이 귀환할 가능성은?”
“백프로 불가능합니다.”
“백프로?”
보니파스가 가느스름한 눈을 더욱 좁혀서 쳐다보았다.
“하비브가 이성을 잃었습니다. 마쿰보는 신경도 쓰지 않습니다. 아니면 용병 팀이 빼갔다고 여길 수도 있겠군요. 병력을 총 동원해서 남하 코스를 틀어막고 있습니다. 아무리 전투 능력이 뛰어나도 한 줌의 병력으로 파상공세를 버틸 수 없죠.”
“용병 팀에 블랙맘바가 있어. 그놈은 절대 만만한 놈이 아니야.”
“사헬은 니스 해변이 아닙니다. 환경과 기후와도 싸워야 합니다. 지금쯤 전투력이 엉망일겁니다.”
미구엘이 장담했다. 용병 팀이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우리 같은 사람에겐 백프로란 없어. 지난번에 보고했던 사항은?”
보니파스가 더욱 목소리를 낮추었다.
“보급을 받지 못하면 통신을 할 곳은 파야밖에 없습니다. 파야에 준비해 두었습니다.”
“귀환하면 우리가 곤란해져.”
“말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주어와 목적어가 생략된 의미심장한 대화가 오갔다.
DGSE의 지저분한 작전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고위관료와 장교도 예사로 작전에 이용했다. 그들은 에땅 중위처럼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이용물이 되곤 했다. 결과는 개인의 파멸이다.
에땅은 타와르가라는 인물에게 작전 개요와 라텔 팀의 행적을 누설했음을 자백했다. 조프레 소령은 끝까지 스파이 혐의를 부인했다. DGSE는 언제나 그렇듯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마뉘엘 작전감은 11공정여단에서 신병을 인수해 갔다. 명분은 치료였다. 11공정여단은 레종 에뜨랑제를 통제하는 상급 부대다. 손가락을 빨게 된 필립은 이빨을 갈았다.
1차 조사를 마친 필립은 라텔팀의 즉각적인 철수를 사령부에 요청했다. 오바뉴 본부는 곧바로 작전권을 쥔 제11공정여단에 철수 보고를 올렸다. 성마른 필립이 깨비텐 폴 중위의 보고를 받은 지 단 하루 만에 진행시킨 일이다.
“뭐라! 작전을 계속하라고?”
필립 대령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기밀이 줄줄 샌 비밀 작전을 계속 진행하라니, 농담도 아주 질 나쁜 농담이다.
작전참모 루이 중령이 침통한 얼굴로 전문을 건넸다.
-레종 에뜨랑제 되지엠 랩 소속 쟝 폴중위외 11인은 기 명령받은 작전을 지속한다. 본 작전은 명령 수령 시점부터 72시간 경과후 해제된다.-
“루이, 이 이게 뭔가? 내가 읽은 내용이 프랑스어가 맞긴 한 건가?”
“그렇습니다.”
루이 중령이 침통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받아들여질 줄 알았던 작전팀 철수가 조건부로 기각되었다. 11공정여단의 전문에는 철수 요청 기각에 대한 이유도 명기 되지 않았다.
“크아악, 이 망할 새끼들. 계집년 사타구니에 대가리를 처넣을 새끼들. 72시간 후에 작전 명령 해제라고! 다 죽은 다음에 시체만 철수시키겠다는 거야 뭐야!”
펄펄뛰는 필립을 루이 참모장이 어두운 얼굴로 바라보았다.
“대장님, 현 시점부터 72시간 작전을 지속하라는 부분이 이상합니다.”
“이상할거 뭐 있어. 너구리 새끼 안고 튄 놈들 활로를 열어 주라는 거지.”
루이 중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되지엠 랩 연대장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다. 흥분한 와중에도 바로 핵심을 짚어냈다.
“72시간이고 나발이고 당장 헬기 띄워. 격추되어도 좋아.”
“대장님, 명령 불복종은 불명예제대 사유가 됩니다.”
“그깟 불명예제대, 하면 될 거 아냐.”
“심상치 않습니다. 국방부에서 헬기 운항을 금지시켰습니다. 군사 법정에 설 수 있습니다.”
“뭣? 이건 또 무슨 소리야?”
필립의 얼굴색이 돼지간보다 더 붉어졌다.
“프롤리나트의 휴대용 대공 미사일이 증강된 만큼 저공 저속 비행체는 일체 비행을 금지한다고……”
“으으, 망할!”
필립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독단적으로 구조 헬기를 띄우려 했지만 그 조차도 국방부 명령으로 묶여 버렸다. 아마도 DGSE와 공모를 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부하들을 내버려두기엔 양심이 허락지 않았다.
“난 내 식대로 하겠어. 로베르 땅쉬에게 전문을 보내. 헬기를 띄운다. 화기 중대와 스나이퍼 중대를 사헬로 보내서 오소리를 데려 온다.”
“안됩니다. 대장님은 물론 저까지 군사법정에 서게 됩니다.”
“내가 모두 덮어 쓰겠어. 당장 실행해.”
“위!”
대답을 하고 나왔지만 루이는 난감했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한숨을 쉬던 루이 중령이 결국 오바뉴 본부로 병력 출동을 보고했다. 이번에는 레종 에뜨랑제 사령관 디망쉬 중장이 펄펄 뛰었다. 출병하면 엄단하겠다는 지시에 필립은 강행으로 맞섰다.
똥줄이 탄 국방부가 나섰다.
마쿰보 구출 작전은 비밀 유지가 관건이다. 라텔팀은 미끼인 동시에 연막용으로 투입되었다. 필립이 미친척하고 공수부대를 사헬에 밀어 넣으면 리비아와 소련이 개입할 명분을 주게 된다.
라텔팀이 뚫어놓은 회랑이 막히면 구출 작전도 수포로 돌아가기 십상이다. 국방부로서는 다 된 밥에 모래를 뿌리는 격이다.
필립 대령을 직위 해제할 수도 없었다.
작전 전모를 알고 있는 필립이 꼬장을 부리면 여러 사람 목이 날아간다.
국방부 전략 자문관 페롱이 관련 책임자급 회의를 소집했다. 블랙맘바가 에르 엑딤 계곡에서 처절한 데드매치를 벌인지 이틀째 되는 날이었다.
피가 튀는 곳은 피가 튀는 만큼 뺑이를 치고, 혀가 오가는 곳은 말이 많은 만큼 분주했다.
오바뉴 외인부대 본부 중대 회의실,
여섯 명의 인물이 번들거리는 마호가니 테이블을 차지했다. 참석자의 면면은 외인부대, 국방부, 정보부의 최고위 실무 책임자들이었다.
외인부대 사령관 디망쉬 중장, 작전참모장 몽탕 소장. 11공정여단 참모장 땅쉬 대령, DGSE 해외 작전처장 보니파스, 국방부 전략 자문관 페롱, 되지엠 랩 연대장 필립 대령이었다. 참석자중 필립 대령보다 서열이 낮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필립 대령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페롱 자문관이 난감한 얼굴로 필립 대령을 설득했다.
“대령, 충분히 화낼 만하지만 국익이 먼저일세. 되지엠 랩 투입은 안 돼. 우리가 손에 쥔 이니셔티브를 모두 잃게 된단 말일세.”
필립이 노성을 질렀다.
“그만두시오. 무엇이 국익이란 말이오. 나는 내 부하를 사자 우리에 처넣은 바보 멍청이가 되었소, 내 부하들은 영문도 모르고 죽어 나자빠지고 말이오.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요. 언제부터 우리 프랑스가 이렇게 부도덕하고 치졸해졌소.”
DGSE 보니파스 작전 처장이 나섰다.
“필립, 진정하시오. 삼일이면 마쿰보가 은자메나에 도착합니다. 그때는 레종 에뜨랑제 전체를 동원해도 좋소. 아니 공정여단도 동원하겠소. 지금은 라텔팀이 좀 더 프롤리나트를 흔들어 줘야 할 시점이요.”
필립이 주먹을 움켜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삼일 뒤에 살아있는 대원이 있겠소? 여태 흘린 피가 모자라 의미 없는 일에 피를 더 흘리라고? 내 부하들을 백도어 미끼로 쓴 것도 모자라서 망할 놈의 사막에서 몽땅 뒈지라고? 구역질이 치밀어 오르는구먼. 당신이 나를 바보로 만든 건 넘어가도 내 부하들의 희생은 절대 넘어가지 않겠어.”
필립 대령이 모자를 벗어 테이블을 내리치며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