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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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장 노바토피아 풍운3
‘나쁜 뚜바이!’
에델은 끝이 보이지 않는 인파를 둘러보고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뚜바이가 플레 린 꼬깐에는 오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역시나였다. 본인도 실망스러운데 축복을 받으러 먼 길을 달려온 사람들은 오죽할까!
“블루아트 블루아트 러 데제!(사막을 푸르게 푸르게!)”
에델이 두 팔을 번쩍 들고 외쳤다. 청명한 목소리가 잔디 광장에 배치된 고성능 음향기를 통해서 울려 퍼졌다.
“뚜바이부르파 에스터 아베크 누!(뚜바이부르파께서 우리와 함께!)”
이십만 군중이 부르짖는 구호가 대기를 흔들었다. 지난 5년간 노바토피아를 용광로처럼 달군 구호이자 인사말이 된 구호다.
“모두 섭섭하시죠?”
“네!”
주어와 목적어가 생략된 질문에 당연하다는 듯 대답이 돌아왔다.
“저는 여러분보다 더 섭섭하답니다. 하아!”
에델의 목소리가 물에 빠진 솜처럼 축 처졌다. 미녀의 처연한 탄식이 군중의 마음에 불을 질렀다.
“우우!”
“뚜바이부르파님 너무했어.”
“우리는 에델님을 사랑해요.”
운집한 군중이 죽 끓듯 끓었다.
“에델님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누군가 숨겨온 확성기로 소리쳤다.
“에델! 에델!”
운집한 군중이 발을 구르고 입을 모아 외치기 시작했다. 함성이 점점 커져서 궁전 창문이 드렁드렁 울렸다. 축복을 받으러 온 자리가 에델을 응원하는 자리로 변했다.
“에델님, 축복을 내리셔야죠.”
어이를 상실한 옴부티가 소리쳤다.
“아코, 이런 주책!”
에델이 허둥지둥했다. 마이크를 통해서 당황한 목소리가 그대로 울려 퍼졌다.
“와하하!”
꾸밈없는 태도에 폭소가 터졌다.
“야속한 님을 대신해서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축복을 내립니다. 올해도 돈 많이 버시고 세금도 많이 내세요. 모두 아프지 말고 건강하세요. 여러분이 병원에 자주 오면 혼수 준비할 틈도 없거든요. 노처녀는 뚜바이부르파님의 마음만으론 부족하고 몸도 필요하거든요. 호호호!”
에델이 말하다 말고 깔깔 웃었다. 쌈디가 킥킥거리고 옴부티가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와하하!”
“에델님 최고!”
“에델님, 올해는 아프지 않을게요.”
웃음과 함성이 터졌다. 에델이 치료와 상담으로 하루를 보낸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뚜바이부르파가 저 높은 하늘에 있다면 에델은 함께 울고 웃는 천사다. 노바토피아 인이라면 에델을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기쁜 소식을 알려드릴게요. 뚜바이부르파님께서 블루아트 블루아트 러 데제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끝났음을 선언하셨습니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와! 뚜바이부르파께서 말씀하셨다.”
“여러분은 위대한 창조자입니다. 여러분이 흘린 땀이 사막을 푸른 땅으로 바꾸었습니다. 열심히 일한 여러분은 조금 쉬셔도 됩니다. 뚜바이부르파님의 뜻을 받들어 내일 날짜를 ‘푸르른 날’로 이름 짓고 국경일로 지정합니다. 푸르른 날부터 3일간을 블루아트 휴일로 지정합니다. 오늘은 만월 축제를 즐기시고, 블루아트 휴일은 망치와 삽을 내려놓으세요. 청춘 솔로는 열심히 짝을 찾고 하릴없는 분은 푹 쉬세요. 짝사랑에 애타는 분을 위해서 블루아트 휴일에 익소리치넨시스 터널을 개방합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와! 에델님 만세!”
기쁨에 넘친 군중이 모자를 집어 던지고 발을 구르고 손뼉을 치고 난리법석을 떨었다. 후손에게 잘사는 나라를 물려주겠다는 일념으로 작업복을 벗을 새도 없이 일했다. 4일 연휴도 꿀맛이지만 자신들의 손으로 역사를 만들었다는 자부심에 아드레날린이 넘쳐났다.
“흐흐흐, 좋아 죽네. 죽어!”
쌈디가 히죽거렸다.
“아가씨, 갈수록 와킬을 닮는 것 같습니다.”
옴부티가 비시시 웃었다.
“부창부수라잖아요.”
에델이 배시시 웃었다. 크릉- 디노가 나지막이 울었다.
“뭐야?”
척 하면 삼천리다. 쌈디의 표정이 굳었다. 디노가 앞발로 동쪽 하늘을 가리켰다. 검은 구름 덩어리가 밀려오고 있었다.
“루펠?”
쌈디의 시력은 인간과 차원이 다르다. 검은 구름 덩어리는 엔네디에 서식하는 루펠 독수리떼였다. 루펠 독수리 성체는 체중 10kg, 날개 길이가 2.5m에 달하는 맹금이다. 민머리와 섬뜩한 눈초리도 혐오스럽지만, 울부짖는 소리가 십 리 밖에서 들릴만큼 끔찍한 놈이다.
루펠은 노바토피아의 골칫거리 중 하나였다. 수시로 수십 마리가 몰려와서 애완견, 고양이, 토끼, 새끼 양을 채가기 일쑤였다. 심지어 갓난아이를 채 간 사건도 있었다. 번식기가 되면 더 극성스러워졌다.
새끼를 먹이느라 굶주린 놈들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고함치고 장대를 휘두르면 도망은커녕 오히려 덤벼들었다. 보이는 족족 기동타격대가 출동해서 사살했지만, 끝없이 기어 나왔다.
“총독, 루펠 떼다.”
옴부티가 동쪽 하늘을 보았지만, 하르마탄에 이리저리 날리는 흰 구름 조각만 보였다. 루펠은 11,000m 상공을 비행 중인 항공기와 충돌할 정도로 높이 나는 조류다. 머리 위에 떠 있어도 인간의 눈으로 보기 힘들다.
“에이, 지겨운 것들! 이젠 수도까지 날아오네.”
옴부티는 의아했다. 지푼다리는 서쪽에 치우쳐 있다. 루펠이 서식지인 엔네디에서 왕궁까지 날아오려면 300km 이상을 비행해야 한다. 먹이를 찾아오기엔 지나치게 먼 거리다.
“아이쉐가 처리하겠죠.”
에델도 대수롭잖게 여겼다. 루펠은 총성에 민감했다. 총 몇 발 쏘면 도망가버린다.
“속도도 빠르고 오백 마리쯤 되는데…….”
쌈디가 중얼거렸다.
“뭐라고! 오백 마리?”
옴부티는 깜짝 놀랐다. 사막에서 평생을 보낸 그는 루펠의 생리를 잘 알고 있다. 보통 이삼십 마리가 무리를 형성하고, 50마리를 넘기는 법이 없었다.
“대공 포대가 처리하겠지.”
옴부티는 심각히 여기지 않았다. 왕궁 외곽에 자신의 친위대인 쿠르드족 페슈메르(죽음에 맞선자들) 일여단이 주둔하고 있다. 독수리 몇 마리가 대수랴. 수비대가 쫓아버리면 그만이다.
노바토피아 군제는 기동군, 방위군, 예비군 삼정(三鼎) 체제다. 기동군은 옹브래스 뚜바이(뚜바이부르파의 그림자) 7인이 이끄는 특수 부대, 방위군은 현역이지만 직업에 종사하며 연간 90일 훈련받는 일반 부대다. 기동군은 5년, 방위군은 10년 복무 후 예비군으로 편성된다. 군 편제 기간이 짧은만큼 남녀 불문하고 대부분이 방위군이다.
수도를 방위하는 페슈메르 일여단은 최정예 부대로 24시간 출동 대기 상태를 유지한다. 옴부티는 대공 미사일까지 갖춘 페슈메르를 믿었다.
“젠장, 왔다!”
투투투투- 꽝- 꽝- 말이 씨가 된 듯 외곽에서 포성이 울렸다. 연사 음은 벌컨포, 둔중한 폭음은 88mm 대공포다. 쌈디가 얼굴을 찌푸렸다. 대공 사격에 불구하고 수백 마리가 살아남았다. 시커먼 구름이 태양을 가렸다. 꾸왁- 꽈악- 거친 괴성이 대기를 흔들었다. 놈들은 포격에 불구하고 왕궁 상공에 밀려들었다.
“저게 뭐야?”
“루펠, 루펠!”
군중이 우왕좌왕했다. 쏴아아- 시커먼 덩어리가 급강하했다.
“빌어먹을!”
옴부티가 권총을 뽑아들고 디노가 거대한 몸체로 에델을 막아섰다.
“아이쉐 오호장, 사살하라!”
쌈디가 무전기를 들고 고함쳤다. 끼엑- 외침이 신호인양 선발대 십여 마리가 테라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디노의 푸른 눈이 번득였다. 쿠왕- 테라스를 박차고 뛰어오른 디노가 솥뚜껑 같은 앞발을 쌍검처럼 종횡으로 휘둘렀다.
쉭쉭쉭- 단검 같은 발톱 궤적에 들어간 루펠이 썽둥썽둥 잘렸다. 끼악- 꾸에엑- 독수리 사체와 핏물이 후두두 떨어졌다. 횡액을 면한 서너 마리가 급상승했다. 가공할 스피드와 체공력을 발휘했지만, 길짐승이 날짐승을 따라 잡을 수는 없다. 디노가 뒤처진 놈을 덥석 물고 빙글 돌아서 착지했다.
“우와와!”
“디노! 디노!”
군중이 환호했다. 그때까지도 군중은 사태를 심각히 여기지 않았다. 독수리는 아무리 사나워도 독수리일 뿐이다. 수호 신수인 디노의 위용에 열광했다.
타타타타- 총성이 콩 볶듯 울렸다. 왕궁 수비대가 새잡이에 나섰다. 일제 사격을 받은 루펠 수십 마리가 피를 뿌리며 추락했다. 쏴아아- 루펠이 부챗살처럼 산개해서 고도를 높였다. 타타타타- 투투투투- 왕궁 수비대가 중기관총과 벌컨을 동원했지만, 가뭄에 콩 나듯 한두마리가 떨어졌다.
“저놈들이 왜 도망가지 않지?”
쌈디가 눈살을 찌푸렸다. 평소와 달리 놈들이 도망가지 않았다. 1,000m 이상 고도를 올린 루펠 떼가 놀리듯이 허공을 활강했다. 기분이 썩 좋지 못했다. 수십 마리 잡아봐야 우물에서 한 두레박 퍼낸 격이었다.
“실장님, 저것들이 왜 도망가지 않죠?”
에델이 걱정했다.
“누군가 조종하는 놈이 있는 것 같습니다.”
쌈디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야생 독수리가 생존본능을 무시할 수는 없다. 괴수도 자유자재로 부리는 부두교 호웅간이라면 독수리떼 조종은 별것 아니다.
“엑, 설마?”
에델의 눈이 커졌다.
“임마, 아가씨 잘 지켜!”
쌈디가 디노에게 인상을 긁고 무전기를 개방했다.
“일호장이다. 네제마, 보고 있나?”
-넵, 스나이퍼 소대 준비 중입니다.
“서둘러라.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넵!
본관 좌 측방 여름 정원에서 총성이 울리기 시작했다. 캉캉캉- 빵빵빵- 다소 경박한 발사음은 드라구노프, 짧고 날카로운 발사음은 PSG-1이다. 스나이퍼 소대의 위력은 명불허전이었다. 루펠 수십 마리가 우수수 떨어졌다. 끼아악- 꾸왁- 위험을 감지한 놈들이 까만 점으로 보일 만큼 고도를 높였다.
“허, 훈련받은 놈들이 분명해. 억!”
쌈디가 비명을 질렀다. 동쪽 하늘에서 재차 루펠 떼가 접근했다. 문제는 목에 걸려있는 시커먼 덩어리였다. 발톱으로 시커먼 덩어리를 움켜쥔 놈도 있었다. 일정한 규격, 돌멩이 따위가 아니다. 머리털이 삐쭉 솟았다. 에델 아가씨는 지킬 수 있지만, 광장에 몰려있는 군중이 큰일이다.
“아이쉐, 비상! 갑 일호 비상이닷!”
쌈디가 무전기에 대고 악을 썼다. 놈들의 비행 속도로 볼 때 5분 이내에 왕궁 상공에 도착한다. 애애앵- 긴급 사이렌이 울렸다.
[갑 일호 비상! 갑 일호 비상! 방위군은 즉각 무장하고 예비군은 비전투원을 대피시켜라. 즉각 대피하라.]사이렌과 확성기가 뒤섞여서 왕왕거렸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불구하고 군중은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군대를 믿기도 하지만, 사선을 넘어온 사람들이 시체나 파먹는 독수리 따위를 겁내면 카멜레온이 웃을 일이다.
노바토피아는 국민 개병제로 남자든 여자든 18세에 군 복무를 시작하고 50세에 군복을 벗는다. 국민치고 총을 잡아보지 않은 사람은 17세 이하거나 50세 이상이다. 갑 일호 비상이 급박한 공습경보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본관은 예비역 병장 쿠루디다. 비전투원은 나를 따르라.”
핫팬츠 차림의 30대 여자가 고함을 질렀다. 노인과 아이 수백 명이 쿠루디 병장을 따라서 광장을 빠져나갔다. 20만 군중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예비군 수백 명이 나서서 비전투원을 지휘해서 대피하고, 방위군은 무기고를 향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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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겠네!”
쌈디가 뜨거운 솥뚜껑에 올려놓은 개미처럼 안달복달했다. 루펠이 움켜쥐고 있는 시커먼 물체는 가공된 금속이었다. 단순한 돌멩이라고는 애초에 생각지 않았지만, 폭탄이라면 큰일이다.
“모하메드 이 새끼는 잠만 처자나.”
쌈디가 으르릉거렸다. 저런 위험한 물건을 사전에 탐지 못 한 책임은 정보국장이 져야 한다. 모하메드를 갈구는 것은 나중에 해도 된다. 쌈디는 무전기를 들고 신속기동군을 호출했다. 고공에서 날아오는 루펠을 잡을 방법은 헬기 기총소사밖에 없다.
“일호장이다. 아흐마드, 갑 일호 비상이다. 헬리본 대대를 왕궁으로 급파하라. 무장은 벌컨과 기관총이다.”
-넵, 알겠습니다. 10분 후 도착합니다.
“임마, 서둘러!”
-넵!
쌈디는 목구멍에서 손이 튀어나올 만큼 급해졌다. 레인보우 헬리본 대대는 30km 후방에 주둔하고 있다. 아흐마드가 아무리 서둘러도 도착하려면 10분도 짧다. 경호실장을 맡은 이래 최대 위기다.
“빌어먹을! 왔다!”
쌈디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루펠 떼가 1km까지 밀려왔다. 꾸악- 끼엑- 듣기 괴로운 괴성이 고막을 두드렸다.
“임마, 아가씨 모시고 얼른 들어가지 못해!”
쌈디가 버럭 소리치고 매고 있던 뽁뽀기를 뽑아들었다. 에델이 자신을 품에 안으려는 디노를 밀치고 마이크를 잡았다.
“노바토피아 전사들이여, 인간의 굴레를 쓴 자를 지키고, 짐승의 굴레를 쓴 것들을 망치로 쳐라.”
영롱하지만 단호한 목소리가 소음을 뚫고 울렸다. 뚜바이부르파가 15인의 노바 슈발리제(기사)에게 팡게를 수여할 때 했던 말이다. 옴부티와 쌈디가 흠칫했다. 큰일을 당하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연약한 아가씨가 이런 강단을 보일 줄이야!
“와! 에델님을 지켜라.”
“날짐승을 때려잡아라.”
방위군이 함성을 질렀다. 투투투투- 타타타타- 기관총 사수는 동료의 어깨를 거치대 삼아 불을 뿜고, 소총수들은 써클을 형성해서 화망을 구성했다. 허공에 깃털이 자욱이 날렸다. 영격당한 독수리 수백 마리가 추락했다.
왕궁 수비대와 스나이퍼 팀이 사력을 다하고 화기를 지급받은 방위군이 속속 가세했지만, 천 마리가 넘는 독수리떼를 방어하기엔 역부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