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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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장 노바토피아 풍운4
“안돼에~”
사색이 된 쌈디가 울부짖었다. 검은 우박은 독수리가 아니라 폭탄이다. 크렁- 본능적으로 위험을 직감한 디노가 에델을 품속으로 끌어들였다. 뒤늦게 심상치 않음을 느낀 옴부티가 디노를 엄폐물 삼아 몸을 숨겼다. 퍽퍽퍽- 수백 미터 상공에서 떨어진 루펠 사체가 으깨지고, 목에 부착된 폭탄의 충격 신관이 작동했다.
쾅- 콰앙- 폭음이 천지를 울리고 섬광이 지상을 덮었다. 폭탄 한 개의 위력은 RPG7 고폭탄 수준인 20만J에 해당했지만, 숫자가 문제였다. 졸지에 폭탄 수백 개를 덮어쓴 뚜바이 궁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건물과 구축물이 박살 나고 뿌리째 뽑힌 아름드리 나무가 튀어 올랐다. 콰아아- 불 폭풍이 대지를 휩쓸고 대기가 지글지글 타올랐다.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비전투원과 대공 사격에 나선 방위군이 날벼락을 맞았다.
“아악!”
“으아아!”
뚜바이부르파의 축복을 받고 푸르른 날을 기뻐하던 광장이 염화 지옥으로 화했다. 이곳저곳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지고 찢어진 팔다리와 내장이 흩어졌다. 10mm 티타늄판 열 겹을 슁글로 사용한 본관 지붕과 테라스 캐노피는 폭발을 버텼지만, 별관과 경비동 지붕이 뻥뻥 뚫리고 벽체가 무너졌다. 분수와 조각상 같은 구조물은 말할 것도 없었다. 옴부티와 쌈디는 목불인견의 참상에 넋을 잃었다.
“엄폐, 엄폐!”
“엄폐해서 쏴라!”
지휘관들이 악을 썼다. 쓴맛을 단단히 본 왕궁 수비대와 방위군이 엄폐물을 찾아서 뛰었다.
“우리 땅을 지켜라!”
“에델님을 지켜라!”
방위군은 폭탄 세례에 불구하고 투지를 불태웠다. 노바토피아 국민은 군인과 민간인을 불문하고 무쌍의 마초 의식에 물들었다. 후퇴해서 목숨을 건지느니 동료와 함께 싸우다 전사하고 치명상을 입어도 적을 해치운 다음 죽어야 한다는 임전무퇴, 멸사봉공이 머릿속에 박혀있다.
엄폐물을 찾지 못한 군인들은 추락하는 독수리를 피해서 미친 듯이 뛰어다니며 대공사격을 가했다. 독수리와 인간들 간에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전투가 벌어졌다.
자말은 무거운 바렛을 매고 미친 듯이 첨탑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옥상 철문을 걷어차고 뛰쳐나온 자말은 난간에 바렛을 거치하고 스코프에 눈을 박았다. 루펠 목에 부착된 길쭉한 폭탄이 조준선에 걸렸다.
꽝- 12.7mm 대형 탄자가 음속으로 치솟았다. 콰앙- 500m 상공에서 화려한 폭죽 쇼가 벌어졌다. 콰앙- 콰앙- 일타 일폭, 바렛의 달인이라 불리는 자말의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상황을 눈치챈 스나이퍼 소대가 가세했다. 공중에서 연속 폭음이 터지고 폭발에 휩쓸린 루펠이 갈가리 찢어졌다.
“우와!”
“나이스 샷!”
함성이 터졌다.
끼아악- 유난히 커다란 괴성이 울렸다. 쏴아아- 루펠이 고도를 높였다. 맨눈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 상승한 루펠이 움켜쥐고 있던 폭탄을 투하했다. 시커먼 덩어리가 우박처럼 지상으로 떨어졌다.
“엄폐, 엄폐하라!”
옴부티가 마이크를 들고 미친 듯이 소리쳤다. 꽝- 꽝- 지상이 뒤집혔다. 고고도에서 떨어진 폭탄은 명중률이 낮았지만, 워낙 숫자가 많았다. 대항하던 방위군이 무더기로 폭사했다. 쏴아아- 동쪽에서 루펠 삼파가 날아왔다. 지상의 인간 3만 명과 공중의 루펠 2,000마리 대결은 점입가경으로 치달았다.
“빌어먹을!”
옴부티는 이를 갈며 자신의 자만심을 탓했다. 이런 형태의 기상천외한 기습을 받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어떤 세력의 도전도 분쇄할 수 있는 군사력을 양성했다고 장담했지만, 손쓸 방법이 없었다. 격추해도 문제고 내버려 둘 수도 없는 고약한 상황이었다.
옴부티는 이를 악물었다. 루펠은 소총 유효사거리를 벗어난 높이에서 활공하고 있다. 유탄 파편의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공중 폭발을 유도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이봐 쌈디, 대공포를~”
쌈디가 옴부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무전기를 개방했다.
“하드피, 대구경 대공포 사용을 허가한다. 즉시 공격하라.”
-알겠습니다.
“아아, 어떡해. 어떡해!”
에델이 가슴을 쳤다.
“디노, 대공포 사격이 시작된다. 아가씨가 위험하다.”
“아니에요. 국민이 죽어가는데 나만 피할 수는 없어요.”
에델이 고집부렸다. 당장 뚜바이를 부르고 싶었지만, ‘노바토피아는 노바토피아 인의 손으로’라는 뚜바이의 말이 입을 막았다.
“끙!”
쌈디가 된 신음을 뱉고 마이크를 잡았다. 인명 손실이 너무 컸다. 고집을 부릴 때가 아니었다.
“진 내 대공포 사격이 시작된다. 방위군과 예비군은 즉각 퇴각하라. 명령이다. 방위군과 예비군은 즉각 퇴각하라.”
건물과 구조물을 엄폐물 삼아 대공 사격을 하던 방위군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지상의 저항이 약해지자 루펠이 고도를 낮추어서 자유자재로 활공하며 폭탄을 투하했다.
슈우우- 슈우우- 외곽에서 폭탄 수십 발이 치솟았다. 페슈메르 1여단의 진 내 대공포 사격이 시작되었다. 쾅- 쾅- 지연신관 고폭탄이 왕궁 상공을 불꽃으로 뒤덮었다. 88mm 대구경 포탄이 쉴 새 없이 날아들어 허공에 불꽃놀이를 펼쳤다.
끼아악- 거창한 울부짖음이 소음을 뚫고 울려 퍼졌다. 까마득한 고공에서 시커먼 덩어리 수백 개가 우박처럼 떨어졌다. 뒤늦게 가세한 삼파 루펠 떼가 떨어뜨린 폭탄이다. 쏴아아- 무거운 폭탄을 투하란 루펠 수백 마리가 일제히 고도를 높였다.
꽝- 꽝- 꽝- 불 폭풍이 지상을 휩쓸었다.
“끄아악!”
“뚜바이부르파시여!”
곳곳에서 아우성이 터졌다. 수목이 뿌리째 뽑혀나가고 피로도가 누적된 본관 지붕 일부가 날아갔다. 집중타를 맞은 경비동 두 채는 완파되었다. 아름다운 뚜바이부르파 궁이 불지옥으로 변했다.
“아아!”
옴부티가 입을 쩍 벌렸다. 루펠은 지상의 공격이 뜸하면 고도를 낮추어서 움켜쥐고 있던 폭탄을 떨어뜨리고 지상 공격이 거세지면 고도를 높였다. 독수리 따위가 저렇게 영리할 수 있단 말인가! 본관 지붕을 100mm 티타늄으로 덮은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쌈디는 고공에 유유히 정지 비행중인 붉은색 루펠을 노려보았다. 성체 수컷보다 열 배는 큰 덩치, 저놈이 공격을 지휘하는 대장이다.
꽈드등- 테라스 캐노피가 거세게 흔들렸다. 우지끈- 계속되는 폭발 피로도를 견디지 못한 캐노피가 무너졌다. 수십 톤의 금속과 콘크리트 덩어리가 쏟아져 내렸다.
“으억!”
옴부티의 얼굴이 시커멓게 물들었다. 후아앙- 쌈디가 뽁뽀기를 폭풍처럼 휘둘렀다. 중량 40kg, 전장 2.4m 장병기가 반경 5m를 물샐틈없이 감쌌다. 쾅쾅- 빠가각- 건물 잔해와 폭탄이 풍압에 밀려 튕겨 나갔다. 디노가 에델을 가슴에 안고 실내로 대피했다.
“자말, 어디 있나?”
-동쪽 첨탑입니다.
“뻘건 덩치 큰 놈이 보이나?”
-넵, 스코프로 보입니다.
“격추해!”
-넵
꽝- 곧바로 둔중한 발포 음이 울렸다.
“허, 저런 핏덩이 새끼를 봤나!”
쌈디가 탄식했다. 빨갱이가 몸을 직각으로 세워서 총탄을 흘렸다. 꽝- 꽝- 자말이 연속 발포했다. 빨갱이가 앞뒤로 이동하며 총탄을 회피하고 고도를 쭉 높여서 까마득히 상승했다.
“오마!”
쌈디가 신음했다. 루펠 치고는 엄청난 덩치, 놀라운 반사 신경, 자연계에 저런 괴물이 존재할 수 없다. 저놈이 카무게가 주술로 만들어낸 오마라면 자말의 귀신같은 사격술도 소용없다.
“썩을 것, 깜둥이 형님을 불러야 하나. 안 돼. 자존심이 있지.”
쌈디가 투덜거릴 때 북쪽 상공에 까만 점이 나타났다. 투투투투- 까만 점이 급속히 확대되었다. 본체 뒤통수에 우스꽝스러운 부스터가 달린 SA-342가젤, 아흐마드 휘하의 레인보우 여단 헬리본 대대다.
“왔다!”
쌈디와 옴부티의 얼굴이 펴졌다. 레인보우 헬리본 대대 편제는 3-3-3 구조다. 3대가 편대, 3개 편대가 중대, 3개 중대가 대대다. 보유 총수는 30대로 순환 정비에 들어가므로 풀가동하면 27대를 한꺼번에 움직일 수 있다.
2개 중대 18대가 루펠 떼를 덮쳤다. 투루루루- 20mm 기관포와 중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쾅- 쾅- 폭탄을 장착한 루펠이 무더기로 터지고 우수수 떨어졌다. 끼아악- 빨갱이 루펠이 괴성을 질렀다. 쏴아아- 루펠 수백 마리가 헬기를 향해 달려들었다. 루펠 가미카제가 따로 없었다.
퍽퍽- 멋모르고 달려든 놈들이 블레이드 풍압에 갈가리 찢겨나갔다. 꿩 잡는 놈이 매다. 경공격기 가젤은 선회 반경이 짧고 롤백, 훅킹 등의 고난도 비행이 자유롭다. 루펠을 상대하기에 적격이었다.
끼아악- 끼아악- 대장 루펠이 길게 울부짖었다. 쏴아아- 살아남은 루펠 떼가 동쪽으로 몰려갔다. 투투투투- 헬리본 대대가 뒤따르며 불을 뿜었다. 도망치는 루펠과 뒤쫓는 가젤이 동쪽 하늘로 사라졌다.
기상천외의 독수리 공습이 끝났다. 채 10분 남짓한 공방전을 치렀지만, 손실은 심각했다. 본관은 반파, 별관과 경호동, 왕궁 수비대 막사는 전파되었다. 곳곳에서 불길이 치솟고 부상자의 울부짖음이 천지를 울렸다.
“에잇, 망할 것!”
꽝- 잔뜩 열 받은 쌈디가 난간을 걷어찼다. 세상을 뒤집고 남을 힘이 있어도 까마득한 공중에서 두들기고 사라지는 놈을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비대칭 전력의 위력인 셈이다.
옴부티는 넋을 잃었다. 불타는 왕궁, 즐비하게 깔린 인간과 독수리 사체, 울부짖는 부상자, 몸에 붙은 불을 끄려고 땅바닥을 구르는 군인, 축복과 새 출발을 다짐하던 자리가 아마겟돈으로 화했다.
“인간의 굴레를 쓴 자를 지키고, 짐승의 굴레를 쓴 것들을 망치로 치리라.”
옴부티가 이를 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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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 서부 엔네디 고원은 동서 380km, 남북 450km의 사다리꼴 형태다. 10억 년 전 형성된 화강암 기반 위에 4~5억 년 전의 사암층이 얹혀있다. 사암층은 억겁의 세월 속에 물과 바람에 침식되어 외계 행성과 같은 풍경을 만들었다.
엔네디 고원은 관광객의 눈을 즐겁게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인간이 살기엔 너무나 메마른 곳이다. 한국 면적과 비슷한 90,000㎢ 땅덩이에 거주하는 주민은 5,000명에 불과했다. 고대에 강물이 흘러갔을 깊은 계곡은 가는 물줄기만 남고, 공룡이 뛰어놀았을 평평한 대지는 흙이 쓸려나가고 붉은 기반암만 남았다.
산이 깊으면 호랑이가 살고 물이 깊으면 용이 산다고 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거대한 대지가 품고 있는 비밀을 누가 다 알겠는가! 엔네디 고원에도 맑은 물이 흐르고 숲이 우거진 비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 엔네디 고원 북서쪽 중앙부에 위치한 바칠킬레 계곡도 알려지지 않은 비역이다.
바칠킬레 곡구(谷口)는 깎아지른 사암 절벽이 양쪽에 버티고 있고 제법 큰 물웅덩이가 막고 있다. 입구에서 20km 진입하면 계곡의 폭이 2,000m로 갑자기 넓어진다. 호리병 구조의 계곡에 숨어있는 분지가 오덤 연합군의 본거지다.
오덤 연합군은 호웅간 카무게, ANO 삼인자 알로아딘 소장 반시리, 프롤리나트 대대장 키갈리 중령의 연합체다. 각각 개성이 뚜렷한 악당들이지만, 블랙맘바에게 당했다는 공통분모가 구심력이 되었다.
카무게와 반시리는 블랙맘바의 손에 기반을 몽땅 잃고 간신히 목숨을 건진 공통 전력이 있다. 원한이 골수에 맺힌 두 사람은 쉽게 손을 잡았다. 키갈리는 프롤리나트가 붕괴한 틈을 타서 사헬의 맹주를 꿈꾸던 인물이다.
그는 켈 아이르에서 급속히 세를 불리다 옴부티 때문에 재수 옴 붙었다. 아메노칼의 신물 타센조터가 결정타였다. 켈 아이르 장로회의가 옴부티를 타센조터의 주인으로 인정하는 바람에 그는 졸지에 새됐다.
유서 깊은 켈 아이르 타워시트 부족장인 그가 낙타 행상 따위에게 고개를 숙일 수는 없었다. 키갈리는 자신을 따르는 부족을 이끌고 떠났다. 동진하던 중에 엔네디에서 반시리 군세와 한바탕 접전을 치르고 의기투합해서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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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사암을 가공해서 지은 돌집, 악어 두개골을 덮어쓴 중년 남자가 긴 지팡이를 오른손에 들고 주문을 외고 있었다. 불완전체인 고리와 릴라를 데리고 도주한 카무게다. 강파른 인상의 중년인 두 사람이 긴장한 모습으로 카무게를 바라보았다.
[……파파이 레그바 파에우모 파파 레토누엔 르와 뇨리타 아브리 와다우 우발레 카딩고 왕가 왐바 레그바 안사루 투왑!]카무게가 긴 주술을 마쳤다. 손에 든 마르두(주술 지팡이) 머리를 장식한 해골에서 투명한 기류가 흘러나왔다. 기류가 지름 500mm 타원형을 형성했다. 두웅- 타원형을 스크린 삼아 생생한 화면이 펼쳐졌다.
급강하해서 폭탄을 투하하고 상승하는 루펠, 헬기 기총소사에 우수수 떨어지는 루펠, 불타는 지상, 뚜바이부르파 궁의 전투 장면이 화면으로 나타났다.
카무게가 힘에 겨운 듯 진땀을 흘렸다. 클레이보얀스를 발휘하면 간단하지만, 반시리와 키갈리를 위한 서비스다. 아니, 군사 작전 전문가인 두 사람이 현장을 봐야 사후 작전을 세울 수 있다.
“허, 대단하군. 대단해.”
반시리가 연신 감탄했다. 이번 작전에 훈련된 루펠의 절반인 2,500마리를 투입했다. 루펠을 이용한 폭탄 투하와 자살공격은 신의 한 수였다.
카무게의 테이머 능력을 루펠에 적용해서 뇌격기로 써먹는 전술은 키갈리의 머리에서 나왔다. 만월 축제를 노려서 왕궁을 쑥대밭으로 만든 다음 머리 잃은 노바토피아 군대를 루펠과 지상군을 투입해서 쓸어버릴 계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