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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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장 노바토피아 풍운6
“일곱 망치의 존재 이유를 잊었습니까? 나무나 심으려고 기동군단을 만들었습니까? 주군께서 은혜는 열 배로 갚고 원한은 백배로 갚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왼쪽 뺨을 맞으면 싸다구를 양쪽으로 갈기라고 했습니다. 당장 배후를 박살 내야 합니다.”
이브라힘이 회의장을 뛰쳐나갈 듯이 서둘렀다.
“비열한 적에게 끼사스(아랍식 동형 복수)를!”
네제마가 외쳤다.
“끼사스!”
“끼사스!”
쌈디를 제외한 뚜바이부르파의 망치들이 호응했다. 분노가 잠들어있던 투쟁심에 불을 붙였다. 쌈디가 손을 들었다.
“우리가 당한 이유를 잊었나? 카다피와 다하브(수단 과도군사위원회 의장), 하브레(차드 대통령)만 경계하다가 생각지도 못한 암중 세력에게 당했다. 복수는 당연하지만, 문제는 정보 부족이다. 우리는 훤히 드러나 있고 암중 세력은 숨어있다. 루펠을 보낸 놈의 정보를 얻고 움직여야 한다. 내가 와킬과 인질을 구조하려고 이투리 정글에 들어갔을 때~”
쌈디는 대주술사 호웅간의 위력과 오마의 위험성을 간추려서 들려주었다.
“루펠을 보낸 배후가 내 짐작대로 호웅간 카무게라면 보편적인 군사 전술이 통하지 않는다. 와킬께 묵사발 났다고 카무게를 얕보면 안 된다. 놈은 온갖 종류의 주술 생명체를 부리는 능력자다. 이투리 정글에서 맞붙은 사르코수쿠스 오마는 나조차 힘겨웠다. 루펠은 아무것도 아니다. 놈들이 열 배쯤 강화한 말벌을 수만 마리 풀어놓으면 어떻게 될 것 같나? 데스 스토커 수만 마리가 메뚜기떼처럼 날아오면 어떡할 건데?”
“……”
선우현 등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지당한 말씀입니다. 정보 없이 싸울 수는 없습니다. 즉각 요원을 투입해서 정보 수집에 들어가겠습니다.”
“정보국장, 내 말을 똥구멍으로 들었나? 호웅간은 정령과 소통한다. 길짐승, 날짐승은 물론이고 곤충도 주술사의 눈과 귀가 될 수 있다. 부하를 또다시 사지로 몰아넣을 셈이냐?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보고도 모르나?”
“죄송합니다.”
사정없이 면박당한 모하메드의 고개가 쑥 들어갔다. 이미 요원 수십 명이 희생되었다. 할 말이 많았지만, 유구무언이었다. 전통적 휴민트 활동에 매달려서 시긴트를 구축하지 못한 자신의 잘못이었다.
“바칠킬레 계곡이 카무게 본거지라면 한바탕 깽판 치고 살아나올 사람은 디노와 나밖에 없다. 알다시피 디노는 아가씨를 지켜야 한다. 놈이 얼마나 간덩이가 부었길래 감히 와킬의 땅인 노바를 건드렸는지 쌍판을 보고 오겠다.”
쌈디가 의자를 드르륵 밀고 일어났다.
“일호장을 누가 말리겠나.”
옴부티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주군 외에 누가 동장철골 쌈디를 건드릴 수 있겠는가!
“나도 가겠슴메.”
선우현이 벌떡 일어났다.
“쫄따구, 넌 아흐마드도 못 이겼잖아. 오마 똥으로 변신하고 싶지 않으면 기동군이나 열심히 굴리세요.”
“윽!”
얼굴이 썩어 문드러진 선우현이 슬며시 앉았다. 성질을 부리고 싶어도 음속으로 날아오는 빨레(삽)만 생각하면 오금이 저렸다.
“좋아, 내가 돌아올 때까지 사고 수습하고 출동 준비해 두라고. 다녀오지.”
쌈디가 휭하니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저 저런!”
모두 입을 쩍 벌렸다. 성격이 급한 줄은 알고 있지만, 회의 중에 나갈 줄은 몰랐다.
“총독, 보고해야 하지 않겠소?”
묵묵히 듣고 있던 바크리가 입을 열었다. 목적어가 빠졌지만 보고 대상이 누군지 모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무슨 소리! 일곱 망치와 기동군 7개 여단, 30만 방위군은 핫바지요? 이까짓 일로 주군을 번거롭게 하면 불충이오.”
선우현이 버럭 했다.
“옳은 말이오. 우리 전력은 카다피도 겁내는 수준이오. 쥐새끼에게 코를 물려도 고양이는 고양이고 쥐새끼는 쥐새끼요. 더욱이 주군은 얼마 전에 실종된 태후님을 찾았소. 우리가 처리할 수 있는 일로 주군의 평안을 방해해선 안 돼요.”
자말이 거들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주군께선 지배하지 않지만 군림하고 계시오. 우리 국민이 수천 명 죽고 다쳤는데 사후 보고를 하잔 말이오? 주군이 생명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알면서 그러시오?”
평소 말이 없는 바크리가 버럭 했다.
“나도 교육상의 의견과 같소. 주군이 개입하든 않든 보고는 해야 하오.”
이브라힘이 바크리의 역성을 들었다.
“보고는 해야지요. 하지만 언제까지 와킬께 의지할 겁니까? 저는 와킬의 평안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요.”
네제마는 선조치 후보고를 주장했다. 회의실이 소란해졌다. 나이가 든 축은 보고 후 조치, 젊은 축은 선조치 후 보고를 주장했다. 각료들의 시선이 일제히 옴부티의 입으로 모였다. 결정은 와킬의 대리인인 총독이 내려야 한다.
“으음! 보고는 해야겠지만…….”
옴부티도 쉽사리 결정하지 못했다. 보고가 먼저든 사건을 종결짓고 보고하든 순서만 다를 뿐 충심에서 나온 발언이다. 자신도 어릴 때 헤어진 어머니를 찾아서 즐거운 나날을 보내는 주군의 평안을 깨기 송구했다.
텅- 회의실 문이 벌컥 열렸다. 수술복 차림의 에델이 들어섰다. 다크서클이 눈 아래까지 늘어지고 수술복은 녹색인지 검은색인지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피에 젖었다. 언제나 활력 넘치던 에델이 아니었다. 뒤를 따르는 디노의 털도 피에 젖었다.
“억, 아가씨!”
테이블에 앉아있던 가신들이 일제히 일어났다.
“아가씨, 앉으십시오.”
“앉을 틈이 없어요.”
옴부티가 자리를 권했지만, 에델이 손을 흔들었다.
“아저씨, 보니파스님께 의료 지원을 요청했나요?”
“네, 마르주리 회장에게도 의약품과 의료 인력을 부탁했습니다.”
“잘하셨어요. 기즈 박사님, 손이 모자라요.”
평소답지 않게 어조가 싸늘했다. 뭉개지 말고 부족한 손을 거들라는 뜻이 풀풀 풍겼다.
“넵, 알겠습니다.”
기즈 박사가 벌떡 일어나서 허둥지둥 나갔다.
“뚜바이께 보고했나요?”
에델이 옴부티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보고 여부를 의논 중입니다.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이라…….”
옴부티가 버벅거렸다.
“아저씨, 간악한 테러범의 손에 뚜바이님의 신민이 수천 명이 죽고 다쳤어요. 지금도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 남편, 아내, 아들, 딸이 죽어가고 있어요. 음모자가 레이건이라도 용서 못 해요. 뚜바이님은 노바토피아의 주인이고 우리 주인이에요. 즉시 보고하세요. 오시든 안 오시든 판단은 뚜바이님이 하십니다.”
노바 슈발리제들이 하나같이 입을 쩍 벌렸다. 이글이글 불타는 눈, 피가 나도록 꼭 깨문 입술, 파르르 떨리는 볼, 분노한 천사의 얼굴이다. 평소 상냥하고 친절한 모습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아이코! 보고하겠습니다. 화내지 마세요.”
놀란 옴부티가 설설기었다.
“더 큰 불상사가 일어나면 어찌할 건가요? 뒤늦게 뚜바이님께 매달릴 건가요?”
“……”
모두 묵묵부답 에델의 눈치를 살폈다.
“아저씨, 사나이 자존심 운운하면서 사후 보고를 주장하는 분은 방풍림 관리소로 쫓아버리세요. ”
에델이 서슬 퍼런 한마디를 던지고 휑 나갔다.
“휴!”
“무섭네!”
모두 한숨을 쉬었다. 에델은 예쁘고 사랑스럽기만 한 여자가 아니었다. 지배자는 군림하지만, 지도자는 함께한다. 지배자는 자신을 위해 분노하지만, 지도자는 타인을 위해 분노한다. 슈발리제들은 옴부티가 에델을 일컬어 진정한 지도자라고 말한 의미를 깨달았다.
******
총관 집무실, 모하메드가 사흘 굶은 왜가리처럼 목을 쭉 빼고 앉아있었다.
“모하메드, 자네처럼 촘촘한 인간이 속수무책으로 구멍이 뚫릴 리 없어. 아까 하려던 말을 꺼내보게.”
“실은 두 달 전에 지부티에 근무하는 폴 형제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이투리 정글에 들어가려는 미합중국 지질 탐사대가 지부티에 중간 기착했는데 일행 중에 혜영이란 한국인 아가씨가 있었답니다.”
“혜영?”
기억에 남은 이름이다. 옴부티가 기억을 더듬었다. 분명히 들어본 이름이다.
“폴 형제의 말에 의하면 마스터의 여자라고~”
“헉! 맞다.”
옴부티가 펄쩍 뛰었다. 와킬의 첫 여자, 보기 안쓰럽도록 못 잊던 아가씨다.
“그래서?”
“그 여자는 주군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었답니다. 폴 형제는 평지풍파를 걱정했습니다.”
“그럴만하지.”
옴부티가 고개를 끄덕였다. 떠난 여자가 돌아오면 시끄러워질 수밖에 없다.
“하좌는 고민 끝에…….”
모하메드가 말꼬리를 흐렸다.
“쯧쯧, 지푼다리와 엔네디 축선에 깔아둔 요원을 빼내서 동아프리카로 보냈구먼. 흔적없이 묻을 생각이었나?”
“네, 보니파스 형제도 동의했습니다.”
“어허, 사람하고는! 자넨 아직도 주군을 모르나? 주군은 정에 약한 분이지만, 지혜로운 분이야. 내버려두면 주군이 알아서 할 일인데 깨비텐과 자네가 지레 일을 만들었구먼. 과잉 충성은 오히려 독이 된다는 사실을 왜 모르나?”
“죄송합니다. 모두 제 책임입니다.”
“히트맨을 보낸 건 잘못이지만, 루펠 습격 건은 자네 책임이 아니야. 루펠은 장거리 이동 시에 제트 기류를 타고 이동하네. 인간이 9,000m 고공을 나는 놈들을 어떻게 탐지하나? 그리고 자넨 영혼의 주인을 모신 노바 슈발리제라고. 무책임하게 이따위 종이쪼가리를 던져놓고 나 몰라라 하겠다고?”
옴부티가 사직서를 북북 찢었다.
“죄송합니다. 형제들을 볼 낯이 없어서…….”
“볼 낯이 없으면 안 보면 되지. 고슬러 차장이 쓸만한가?”
“유능한 친구입니다. 저는 위성 정보 사대에 휴민트나 운용하는 구세대입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합니다.”
“그런 뜻이 아니야. 유능하다고 노바 슈발리제가 될 수는 없어. 일단 고슬러에게 일을 맡겨두고 자네는 폴 깨비텐을 만나서 그 여자가 어떤 여잔지 파악하게. 주군께 어울릴만한 여자라면 운명에 맡겨두자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즉시 출발하겠습니다.”
“가는 김에 동아프리카의 식량 사정을 파악하게. 오리피스 교수가 엄청난 카사바(Cassava, 유카탄 원산의 덩이줄기 식물, 아프리카의 중요 식량) 신품종을 개발했네.”
“아! 진드기와 박테리아에 끄떡없는 놈을 만든다더니 성공했군요.”
“삼 헥타르 실험포에서 20톤이 생산되었네. 단위 면적당 소출이 쌀 두 배라더군. 이제 식량 걱정은 끝났네.”
“그거 잘 되었군요. 수출 시장을 알아보겠습니다.”
잔뜩 찌그러져 있던 모하메드의 얼굴이 밝아졌다.
“모하메드, 주군이 곧 노바토피아임을 명심하게. 자네가 잃은 면목을 되찾을 기회일세.”
“아클란 쿠루, 감사합니다.”
모하메드의 음성이 떨렸다. 시장 조사는 명목이다. 총독의 배려와 정에 절로 고개가 숙어졌다.
“어서 출발하게.”
옴부티가 빙긋 웃었다. 아클란 쿠루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직책이 아니었다. 쌈디가 사막 바이크를 타고 엔네디로 향할 때 모하메드는 홀로 지푼다리 비행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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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색 송수화기를 든 무쌍은 묵묵히 보고를 들었다. 암호화 통신은 트랜스퍼가 음성을 암호 파일로 전환해서 송신하고, 수신 측은 암호 파일을 다시 음성으로 전환해서 듣게 되므로 타임 딜레이가 발생한다. 지구 반 바퀴를 돌고 두 번 변조된 옴부티의 음성은 텅 빈 강당을 울리는 저급한 확성기처럼 웅웅거렸다.
“사상자가 2,155명이라고?”
-네, 사망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생명은 응징보다 먼저다. 슈발리제가 직접 사상자의 가정을 방문해서 위로하고, 비상준비금을 헐어서 즉시 위로금을 지급하라.”
-알겠습니다.
“루펠이 정확한 시간에 궁을 노렸다면 슬리퍼가 있다.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오열을 잡아내라. 쌈디가 엔네디 고원으로 떠났다고?”
-예, 배후가 카무게라는 주술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흠, 루펠 수천 마리를 테이머할 수준이면 놈은 대주술사다. 카무게가 도주할 때 루스루훼라 불리는 미성숙 껍데기를 들고 튀었다. 깽판을 쳐보는 것도 좋겠지만, 쌈디가 얻어터질지도 모른다.”
-일호장이 위험하다고요? 루스루훼와 미성숙 껍데기는 뭡니까?”
“설명하자면 삼박사일 걸린다. 희생된 국민이 안타깝지만, 한 번쯤 겪을 일이었다. 노바토피아는 노바토피아 인이 지켜야 한다. 총체적인 역량을 점검할 좋은 기회다.”
-소인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상대가 인간이 아니란 점이 골치입니다.“
옴부티는 주군의 내심을 짐작했다. 주군은 군림하되 다스리지 않는 분이다. 멍석을 깔아주었으니 지지든 볶든 알아서 하라는 뜻이다. 하지만 루펠처럼 비대칭 전력은 상대하기 난감했다.
“카무게의 주술을 상대하기 껄끄럽겠지. 인간은 인간을 상대하라. 놈을 상대할 인물을 보내겠다. 해충이 기어 나오면 즉시 보고하라. 농약 살포기를 보내겠다.”
-감사합니다.
목소리가 밝아졌다. 괴물이 두렵지 인간이 두렵지는 않았다.
“아저씨, 건강 조심하고~”
-와킬, 에델 아가씨가 기다리는데…….”
옴부티가 다급히 말을 잇다가 말꼬리를 흐렸다. 지난번에 은근히 회임을 기대했다가 실망이 컸다. 주군을 노바토피아에 묶어놓으려면 왕자를 순산해야 한다.
“곧 갑니다.”
딸각- 무쌍은 옴부티가 사설을 늘어놓기 전에 얼른 전화를 끊었다.
“농약 살포기! 디망쉬가 아니고?”
옴부티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누구보다 오마를 잘 아는 주군이 진짜 농약 살포기를 보낼 리는 없다.
“주군께서 알아서 하시겠지. 나는 내 일을 하고.”
옴부티는 언제나 그렇듯 편하게 생각했다. 인간이 신의 행사를 알려고 애써봐야 머리만 아파진다.
“그런데 아가씨에게 뭐라고 하지.”
공적인 짐을 덜어내자 사적인 고민이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