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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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장 노바토피아 풍운7
사적인 고민이란 에델의 투정, 아니 히스테리였다. 눈가에 주름이 자글자글 하다는 둥, 피부가 모래처럼 거칠어졌다는 둥, 머리털이 한 움큼씩 빠진다는 둥, 배가 나왔다는 둥……. 툭하면 자신의 신체를 소재로 투정부렸다.
전부 거짓말이다. 에델의 피부는 한국산 창호지처럼 팽팽하고 백자처럼 희고 매끄러웠다. 금발 머리는 황금을 뽑아낸 듯 빛나고, 배가 나오긴커녕 들어갈 곳은 들어가고 나올 곳은 더욱 도드라졌다. 패션모델로 나서면 세상이 뒤집어질 미모와 기럭지를 가지고 투정이라니…….
디노가 요아 하우스의 고용인을 모두 쫓아낸 그 날 밤부터 생긴 노처녀 히스테리일 뿐이다. 히스테리의 희생물은 디노와 자신이었다. 옴부티 본인은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디노는 털을 쥐어뜯기고 뒤통수를 강타당하면서 에델을 등에 태우고 로열 스트리트를 질주해야 했다.
옴부티는 치유법을 당연히 알고 있었다. 예로부터 히스테리는 여성 전유물이다. 히스테리(Hysteria)는 고대 그리스어 히스테라(Hystera, 자궁)에서 유래된 단어다. 히스테리는 채워져야 할 자궁이 채워지지 않는 불만족의 표출이다. 노처녀는 생리적으로 히스테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암컷과 수컷이 별도로 존재함은 서로 맞추어 살라는 신의 뜻이다. 성적으로 충족되지 못한 자궁과 그로 인한 증상은 남성적 요소로 채워주면 치유된다. 절대적이고 유일한 치유법은 와킬 본인이라는 소리다. 그렇다고 진순님과 알콩달콩 보내는 와킬을 목줄 걸어서 끌고 올 수도 없다. 옴부티의 고민이 깊어졌다.
노바토피아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총독 옴부티는 계엄령을 선포했다. 헌병대장 네제마가 위장 잠입한 슬리퍼를 색출하고 일곱 망치는 전투태세를 점검했다. 노바토피아는 포성과 총성, 함성으로 날이 새고 졌다.
칠 현자가 직접 사망자의 가족을 찾아서 위로하고 거액의 위로금을 전달했다. 직계 후손은 3대까지 공무원 특채 자격을 부여하고, 초범에 한해서 반역죄가 아닌 한 선고유예 특전을 부여했다. 애국심은 강요한다고 생기지 않는다. 노바토피아는 만월축제 참사라 칭해지는 초유의 충격에 불구하고 오히려 결속력이 강해졌다.
사건 사흘 후, 지푼다리 비행장에 팰컨이 착륙했다. 낭자 머리에 팔뚝 크기의 비녀를 찌르고, 알록달록한 무복을 입은 여자가 트랩을 내려왔다. 남자 찜쪄먹을 장대한 기골에 등에는 날이 시퍼런 작두를 멨다.
“아주마이, 머꼬?”
마중 나온 선우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한국의 아줌마, 그것도 많이 이상한 아줌마가 귀한 손님일 줄이야.
“나? 선우마고!”
선우마고가 옹조지한 선우현의 외양을 아래위로 훑어보고 피식 웃었다.
“아주마이가 주술사를 상대할 수 있겠슴메?”
선우현이 영 미덥지 않은 눈으로 선우마고를 훑어보았다.
“칠 년 전에 죽었어야 할 중생이 조상의 선업에 힘입어 구차한 목숨을 건졌구나. 바탕이 경솔하고 신심이 약하니 부모·형제를 화탕지옥에 밀어 넣고, 홀로 부귀영화를 누리는구나. 아서라, 이놈아! 네놈이 잘나서 부귀영화를 누리더냐 주인을 잘 만난 덕분이지. 주인의 품을 벗어나면 네놈은 개조배기여!”
“아, 씨바! 대장 곁에는 왜 이상한 인간들만 모이는 거야.”
선우현은 기가 팍 죽었다. 거침없는 입담과 자신의 전력을 눈으로 본 듯 정확히 짚어내는 사설에 기운이 쭉 빠졌다.
대신(大神) 무쌍의 명을 받은 두두리속(豆豆里俗) 전승자 선우마고가 노바토피아에 등장했다. 축귀와 방술의 대가인 선우마고가 부두교 주술사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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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영은 벌떡이는 가슴을 손바닥으로 꾹 눌렀다. 손바닥에 쏙 들어오는 작은 물체의 의미는 너무나 컸다. 오파츠는 두 가지로 구분된다. 1종은 인류 역사와 관련된 것, 2종은 유사 이전의 것이다.
손에 든 물건은 안티키테라(오파츠로 인정받은 고대 그리스 기계) 같은 1종이 아니라 2종 오파츠다. 아득한 고대에 우주에서 뚝 떨어졌는지, 공룡시대에 또 다른 아틀란티스 문화가 존재했는지 알 수 없지만, 눈앞에 떡 버티고 있는 오파츠는 현실이었다.
불같은 욕심이 일었다. 오파츠를 분석해서 발표하면 박사 타이틀은 거저 굴러들어온다. 부와 명예도 빈집에 소 들어오듯 들어온다. 지도교수는 이기적이고 탐욕스런 사람이다. 오파츠를 제출하면 칭찬 한마디로 끝내고 공적을 독점할 인간이다.
강압적인 학회, 학회와 한 통속인 지도교수와 로버트, 반항심이 불쑥 솟았다. 명예욕과 반항심이 번갈아 뇌를 태웠다. 석 달 전에 가슴을 치며 후회했던 야망이 재차 불타올랐다.
사무엘의 이름이 방송과 신문을 도배하고, 석좌 교수직과 천문학적인 연구비도 사무엘의 몫이다. 자신은 오파츠에 접근도 못 하고 손가락을 빨아야 한다. 잘해야 사무엘이 애완견에게 뼈다귀 던져 주듯이 던져주는 달러 뭉치로 쓰린 속을 달래야 한다.
“그렇게는 못하지.”
혜영은 입술을 깨물었다. 오파츠를 백팩에 밀어 넣고 주변을 살폈다. 해병대원들은 그녀가 지정한 F 섹터와 E 섹터에서 작업 중이었다. 사이보그 넷은 200m 아래쪽 바위 그늘에 들어가 있었다. 넉 달째 이어지는 무료한 시간이 사이보그의 나사를 뽑아놓았다.
“얼래?”
자리를 뜨려던 혜영이 움찔했다. 실개울의 얼음이 여전히 녹지 않았다. 버렸던 나침반을 찾아서 오파츠 모서리로 유리덮개를 두드렸다. 쩡- 살짝 두드렸는데 강화 유리가 단번에 깨졌다. 의아해할 틈도 없이 스파이크에 니들을 올려놓고 실개울을 탐색했다.
‘빙고!’
니들이 원형 오파츠를 발굴한 지점에서 1.5m 떨어진 곳에서 맹렬히 회전했다. 지점을 특정하고 드릴과 곡괭이로 발굴 작업에 들어갔다. 20분 후 형태는 다르지만 동일한 재질로 보이는 오파츠를 찾았다. 싸늘한 냉기를 뿜는 유백색 금속은 장지름 200mm, 단지름 100mm, 두께 20mm 타원형 판이었다.
타원형 중심에 자리 잡은 사람 눈 모양의 연푸른 금속은 가로세로 금이 간 상태였다. 수억 년 동안 수백 킬로 지하의 고온 고압을 견뎌낸 것만도 용했다. 타원 오파츠 가장자리 아래위에 정교한 사각형 홈과 둥근 홈이 보였다.
‘얘는 열쇠고 얘는 자물통인가?’
혜영은 왼손에 들린 원통형 오파츠를 타원형 오파츠의 둥근 구멍에 끼웠다. 딱 맞았다. 찰칵- 미세한 소리와 함께 타원 오파츠가 진동했다. 우웅- 푸른 빛무리가 아른아른 솟아올랐다. 대기가 서늘해졌다.
“흐으~”
혜영은 홀린 듯 출렁이는 빛무리를 쳐다보았다. 안타까웠다. 사각형 홈에 들어갈 오파츠만 찾으면 뭔가 큰 변화가 일어날 것 같은데 보일 듯 말 듯한 빛무리는 북극 오로라처럼 너울거릴 뿐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타앙- 총성이 울렸다. 끼엑- 허공에서 날카로운 기성이 울렸다. 철퍼덕- 시커먼 그림자가 뚝 떨어졌다. 왕관 독수리 발톱에서 풀려난 커다란 녹색 뱀이 대가리를 쳐들었다.
“옴마야!”
식겁한 혜영이 비명을 질렀다. 타앙- 놀랄 틈도 없이 총성이 재차 울렸다. 죽을 둥 살 둥 도망치던 그린맘바 대가리가 박살 났다. 혜영은 왕관 독수리 사체와 머리가 부서진 뱀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레이디, 문제없습니까?”
사이보그 두 사람이 경사면을 타고 올랐다.
“없어요. 올 필요 없어요.”
혜영은 두 손을 격렬히 흔들었다. 경사면을 오르던 사이보그가 본래 자리로 돌아갔다.
“망할 새끼, 그냥 뒀으면 놀랄 일도 없잖아.”
혜영이 투덜거렸다. 왕관 독수리는 사냥감을 둥지로 나르고 있었을 뿐이다. 사이보그가 쓸데없이 총질하는 바람에 간 떨어질 뻔하고 독수리 새끼는 굶어 죽게 생겼다.
“아차!”
혜영은 궁금증을 붙들고 어물거릴 때가 아님을 자각했다. 오파츠를 얼른 분리했다. 팟- 너울거리던 빛이 사라졌다. 사이보그가 알아차리지 못한 게 천만다행이었다. 그녀는 오파츠를 숨길 장소를 찾았다. 타원형 오파츠를 지니고 다니기엔 너무 컸다. 혜영은 몇 번이나 엎어지고 자빠지며 20m쯤 남은 절개지를 타고 올랐다.
“후와!”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왔다. 오른쪽은 시커먼 숲, 왼쪽은 까마득한 절벽이다. 발아래에 동아프리카 평탄 고원이 지평선으로 이어졌다. 녹색 수해와 수해를 비집고 흐르는 강줄기, 반짝이는 호수가 시야를 가득 채웠다.
높이 500m에 이르는 절벽은 무쌍이 실종된 아레바사 인질을 추적할 때 올랐던 원숭이 절벽이다. 질긴 운명이 이역만리 아프리카 땅에서 만났지만, 심술궂은 크로노스가 시간대를 비틀었다.
혜영은 망설였다. 오파츠를 모두 숨기고 싶었지만, 자신의 능력으로 다시 찾아올 자신이 없었다. 이투리 정글은 무지막지한 미군도 수많은 사상자를 낸 사지다. 오늘의 지형은 내일의 지형이 아니다. 숨겨놓고 찾지 못하면 오파츠를 손에 넣은 의미가 없다.
한 개만 숨기면 어느 것을 숨길까? 당연히 휴대가 불편한 타원형 오파츠다. 혜영은 시커먼 숲 입구의 림발리 고목을 쳐다보았다. 림발리는 콩과 식물로 높이 150m까지 자란다. 발달한 부근(扶根)이 육중한 줄기를 지탱하며 고목은 부근과 줄기 사이에 사람이 들어가고 남을 공간이 만들어진다.
혜영은 부근으로 들어가서 타원형 오파츠를 안쪽 틈서리에 깊숙이 밀어 넣었다. 무심코 GPS에 위치를 입력하던 혜영이 화들짝 놀라서 지웠다. 사이보그는 의심이 들면 팬티 속까지 조사하는 인간말종이다. 들키면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
간단한 작업에 불구하고 100m를 전력으로 질주한 듯 땀이 잔등을 푹 적시고 숨이 가빴다. 그녀는 주변 지형을 단단히 기억에 새기고 절개지를 내려갔다. 조마조마했지만 사이보그는 별다른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녀를 태운 험비가 캠프를 향해 달렸다.
혹자는 혜영을 어리석다 하고 나무라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인간은 누구나 신데렐라가 되고 싶어한다. 신데렐라가 탄 호박 마차가 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
텅 빈 실험실, 혜영은 모두가 잠든 새벽에 홀로 실험에 열중했다. 자리에 누워도 과도하게 분비된 아드레날린이 숙면을 방해했다. 몸은 피로에 찌들었지만, 정신은 바늘 끝처럼 예리했다. 방금 개략적인 물성 실험을 끝냈다.
오파츠는 주기율표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이었다. 가능한 모든 종류의 실험을 거쳤지만 별로 알아낸 게 없었다. 시료를 떼낼 수도 없고, 자기공명장치로 내부를 볼 수도 없었다. 경도 값이 나오지 않을 만큼 단단한 물질, 외부 온도 32℃를 경계로 표면 온도가 오르내리는 물질, 상온에서 유도 자기장이 발생하는 물질, 혜영은 무쌍과 첫날밤을 보낸 이래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
“상온 초전도체!”
상상불가의 물질이었다. 1911년 네덜란드 물리학자 카멜린 온네스(Kamerlingh Onnes)가 초전도 현상을 발견한 이래 한 세기가 지나고 있지만, 초전도체는 여전히 극저온에 머물렀다. 과학계는 75년에 걸쳐서 온네스가 얻은 절대온도 4.2K(영하 268.8℃)에서 겨우 40도 올렸다. 그마저 한계에 달했다.
상온 초전도체의 이점은 무엇일까? 손으로 꼽자면 한이 없다. 완전한 초전도 물체는 전기저항값이 제로다. 저항이 없으면 송전 시 전력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 구리 송전선을 초전도체로 대체하면 현재 가동 중인 발전소를 절반 이하로 줄여도 된다.
저항이 없으면 열이 발생하지 않는다. 반도체 혁명이 일어나고 정밀한 전자기기 제작의 신기원이 열린다. 초음파진단기, 핵자기공명 영상기 등의 의료기기도 혁신적으로 만들 수 있다. 전자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뀐다.
초전도체는 내부 자성이 제로다. 이를 마이스너(Mei /beta ner) 효과라 하며 주변의 모든 자기장에 반발한다. 자기 부상 열차를 값싸고 손쉽게 만들 수 있고, 공중을 휙휙 날아다니는 승용차가 등장한다.
임계 전류 값이 제로에 수렴하는 고순도의 초전도 물질은 강력한 자기장 압력을 발생해서 초고온 플라스마를 허공에 띄워 가둘 수 있다. 플라스마를 통제할 수 있으면 연속 핵융합이 가능해진다. 상온 핵융합로가 현실화된다.
그 외에도 상온 초전도체의 쓸모는 무궁무진하다. 코일건이나 레일건을 구축함에 장착하면 함포가 필요 없고, 항공기에 장착하면 미사일과 탄약을 적재할 필요 없다. 군사 전략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세상이 바뀐다.
“그랬어! 바로 이것이었어.”
컨트롤 센터 측의 이해할 수 없는 지시가 이해되었다. 지질학의 기본도 모르는 군인이 대대적으로 현장에 투입하고, 지나칠 정도로 보안을 강화한 운영도 이해되었다. 학회의 진정한 목적은 오파츠 입수였다. 그들은 이미 기본 정보를 획득했고 리튬 탐사는 오파츠와 관련된 실마리를 찾기 위한 활동에 불과했다.
‘나머지 부품도 조립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웜홀이 열리려나?’
혜영은 형광등 빛을 받아서 뿌옇게 빛나는 오파츠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지랑이처럼 하늘거리던 푸른 빛이 떠올랐다. 빛의 정체가 질량을 가진 에네르기 파라면 세상이 뒤집힐 일대 사건이다. 아니 눈앞의 물건만으로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
하늘이 내게 사명을 내린 것일까? 문득 떠나온 조국이 생각났다. 탐욕스런 대륙과 교활한 섬나라에 끼어서 숨 쉴 틈도 없이 침략에 시달린 슬픈 나라, 이제야 겨우 보릿고개를 면한 배고픈 나라, 지금도 힘센 놈들 틈에서 눈치 보는 나라가 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