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666
x 666
제63장 아수라1 ->30권
영예로운 행위는 프리메이슨의 세계지배, 거룩한 영혼은 비전 의식을 통해서 초능력을 얻은 지도부를 뜻한다. 거룩한 영혼은 프리메이슨 조직원의 꿈이다. 기회를 잡은 맥킨리 등의 얼굴이 흥분으로 벌겋게 물들었다.
“주목! 오랜 염원이 현실화되는 중요한 시점이오. 오늘 자정을 기해서 감마령 1호 2호 3호를 발동하겠소. 여러분은 내부 외부를 막론하고 보안 유지에 전력을 기울이시오. 미셀은 보안 요원을 시니어 연구원 보조 연구원으로 투입해서 철저히 감시하라. 함머는 경계를 강화하고 외부 침입과 도발은 선조치 후 보고하라. 두 분 교수님은 어시스턴터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작업 속도를 높이시오.”
회의 참석자들의 표정이 굳었다. 감마령은 계엄령보다 훨씬 엄중한 조치다. 연구원들의 반발이 마음에 걸릴 수밖에 없었다.
“내부인도 선조치 후 보고입니까?”
경비대장 함머 중령이 물었다.
“적색 분자는 즉결 처분하고 회색분자는 체포 구금 후 보고하라. 작전 구역을 벗어나는 자는 예외 없이 신체를 수색하고, 허락 없이 탐사 구역을 이탈하는 자는 사살하라.”
“넵, 알겠습니다.”
“두 분 교수님은 연구원들을 독려하시오. 집행관님이 잔뜩 기대하고 있소. 방귀가 잦으면 똥이 나온다 했소. 바포맷과 아크는 힘들더라도 팔라딘만 찾아도 우리는 교단의 은혜를 입을 수 있소.”
“알겠소. 어시스턴트를 늘려주시오. 무식한 해병대가 쓸모없는 화석, 수정, 심지어는 탄화된 동물 뼈다귀를 한 보따리씩 끌고 오는 바람에 환장하겠소.”
“흐흐흐, 해병대는 군인이지 지리학자가 아니오. 부족한 인원은 즉시 충원해 주겠소.”
기분이 한껏 고양된 맥킨리가 시원스럽게 승낙했다.
“영예로운 행위를 위해서!”
사무엘과 맥이 전시안 휘장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나갔다.
“미셀, 아그리피나 실드는 몇 프로나 구축했나?”
“50% 진행되었습니다.”
“미셀 중령, 서둘러 주시오, 쥐새끼와 멧돼지 때문에 귀찮아 죽을 지경이오. 어제도 외곽에서 멧돼지 열두 마리를 잡았소. 이번 달만 공격받은 횟수가 열다섯 번이오. 이것들은 맛을 보고도 똥인지 된장인지 모르니 미치겠소.”
함머 중령이 진저리쳤다. 캠프 보안은 미셀 중령이 이끄는 쉐도우 팀이 맡고, 방어와 경비는 함머 중령이 이끄는 DIA 타격대와 해병대가 맡고 있다. 함머는 마이마이 반군과 정체 모를 무장 세력의 도발에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미셀, 자네가 약을 과도하게 썼어. 하필 후투족 반군에게 금광석(텔루듐)을 뿌리는 바람에 눈이 뒤집힌 온갖 잡놈이 불나방처럼 대가리를 들이밀고 있지 않나.”
맥킨리가 짐짓 지청구를 먹였다.
“깜둥이 새끼들의 제노포비아(Xenophobia, 이방인혐오) 성향과 무지 때문입니다. 놈들의 판단과 행동 기준은 부족입니다. 자이르 정부와 맺은 계약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요. 자신들이 사는 땅에서 발견된 금광은 자신들 소유라는 거죠. 놈들은 우리를 안방에 들어온 강도로 여기고 있습니다.”
“흐흐흐, 놈들 덕분에 엘도라도를 얻었으니 자네를 탓할 수야 없지. 그까짓 돼지 새끼는 오는 대로 박살 내면 돼. 문제는 쥐새끼들인데 말이야.”
맥킨리 준장이 투덜거렸다. 미셀 중령은 집행관이 파견한 감찰관이자 보안팀장이다. 위치가 위치인 만큼 마음대로 자르거나 윽박지르지 못했다.
“함머, 어젯밤에 한 놈도 잡지 못했나?”
맥킨리는 함머에게 화살을 돌렸다.
“죄송합니다. 놈들이 어찌나 빠른지…….”
함머가 말꼬리를 끌었다. 침입자를 격퇴했지만, 한 놈도 잡지 못하고 타격대원만 둘이 죽고 셋이 다쳤다. 사망자는 방탄복만 착용한 대원이었다.
“독은 분석되었나?”
“독우산광대버섯과 검은과부거미 혼합 독입니다. 보안팀에서 해독제를 합성했습니다.”
미셀 중령이 대답했다. 함머가 서류가방에서 비닐 팩을 꺼냈다. 가죽장갑을 끼고 팩에서 내용물을 꺼냈다. 날이 시퍼런 별모양 표창이 나왔다.
“놈들이 사용한 표창입니다. 케블라와 아라미드 복합 방탄복을 뚫었습니다. 3팀장의 보고에 의하면 표범처럼 날렵해서 표적 고정을 할 수 없었답니다.”
“그렇다고 타격대 두 개 팀이 다섯 놈을 모두 놓치나? 놈들이 고압 철책을 어떻게 넘었지?”
“그게……. 침입자 중 하나가 다른 넷을 철책 너머로 집어 던지고 당사자는 새처럼 날아서 넘어갔답니다. 대원의 말에 의하면 여자 체형이었답니다.”
“여자가 성인을 5m 철책 너머로 집어 던졌다고? 하긴 인공 근육을 이식하거나 스텐스를 착용하면 여자든 남자든 상관없겠지. 잽인가? 류반카는 이런 형태의 암기는 사용 않거든.”
“잽 닌자로 추정됩니다.”
“허~, 이젠 잽까지 등장하는군. 루뱐카와 잽이라, 둘 다 뒤통수 치기의 전문가지. 이곳은 미합중국이 공정한 대가를 치르고 얻은 합법적인 땅이고, 놈들은 무단 침입한 테러범이다. 감마 규정에 따라 무조건 지워. 소총으로 잡기 힘들면 자동 유탄 발사기와 미니건으로 광역 제압해.”
“알겠습니다.”
함머는 공정한과 합법적인 땅이라는 표현이 생경했지만, 기꺼이 수긍했다. 옥수수 몇 부대로 자이르의 미래를 가로챈 측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당하는 놈이 바보다. 정의는 강자의 몫이다. 힘 있고 이기적인 국가는 국민의 풍요를 보장해 줄 수 있다. 그것이 프리메이슨이고 아메리카다.
“미셀, 아그리피나 실드 구축을 서둘러라. 함머는 와든 소령 팀을 분석실과 시료실 보안으로 돌려라.”
맥킨리가 지시를 내리고 회의실을 나갔다. 미셀과 함머는 캠프 방호 배치도를 펴들었다. 모부투로부터 자원개발권을 넘겨받은 코코라(kokora)-이루무(irmu)-맘바사(mambasa)를 잇는 삼각지역은 6,500㎢에 달했다. 대지구대에서 발원한 이투리 강과 앨버트 호를 발원지로 하는 세무이키(semuliki)강이 그린 존을 관통해서 흘러갈 만큼 넓은 구역이었다.
쉐도우 10개 팀 110명, DIA 타격대 20개 팀 300명, 신속기동군 해병대 2개 대대 1,050명이 이 넓은 지역을 방호해야 한다. 탐사작업이 진행되는 구역만 20㎢에 달했다. 적지 않은 인력이지만 방어해야 할 섹터가 넓어도 너무 넓었다.
“미셀 중령, 청음기를 늘리고 수색대를 캠프 방어로 돌려야겠소.”
“쥐새끼 때문이오?”
“그렇소. 변명하기 싫어서 아까는 말을 않았지만, 놈들은 총탄 한두 발을 맞고도 펄펄 날았소. 동료를 고압 철책 너머로 던진 놈은 총탄을 다섯 발이나 맞았소.”
“메카닉 혼터인가?”
“혼터로 보기엔 지나치게 유연했소.”
“음, 집행관님께 혼터 투입을 건의하겠소. 일단 방호 라인을 축소합시다. 브레들리 스무대와 오파츠 수집에 동원된 해병대원을 외곽 철책에 배치하고, 기관포와 자동유탄발사기가 장착된 험비 30대를 연구소와 숙소 경계로 돌려야겠소.”
“동의하오. 보병 전투차량을 빼내면 정찰중대 활동 폭이 좁아지는데…….”
“아그리피나 실드가 완성되면 놈들이 멋대로 설치지 못하오. 정찰 중대에 리퀴드 메탈 방탄복을 보급하겠소.”
“허, 해병대가 호강하는군.”
“훗, 돈은 찍어내면 되지만, 목숨을 찍어낼 수는 없지 않소.”
미셀이 피식 웃었다. 두 사람은 필수 방호 지역을 새로 짜고 인원을 배치하느라 밤늦도록 골머리를 썩였다. 화자가 이끄는 히가시혼간지 닌자 단의 내습을 받은 캠프는 바짝 긴장했다.
******
보안 레벨이 높아졌다. 보안팀이 연구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체크하고 개인 사물함까지 은밀히 수색했다. 연구원은 작업을 나갈 때와 들어올 때 보안 검색대를 통과해야 했다. 그로 인해 보안팀과 연구원 간에 언성이 높아지기 일쑤였다.
사람은 돼지가 아니고 이투리 정글은 디트로이트가 아니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판에 돈이 전부가 아니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위험한 작업 환경, 강압적인 통제, 노역에 가까운 근무, 노골적인 감시가 스트레스 지수를 높였다.
불평불만이 터졌지만, 수뇌부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연구원은 반강제적이지만, 파견 근무 연장 계약서에 서명했다. 연봉 높기로 유명한 GM 노동자 두 배에 달하는 보수를 지급하고 있다. 위험수당과 오지 수당도 별도로 지급하고 있다. 무엇이 불만이란 말인가?
집단 항의에 나선 과학자들은 징벌방 삼일 조치로 코가 쑥 빠지고, 학회 장학금을 받은 어시스턴터는 사무엘 교수가 내민 계약서에 입을 닫았다. 혜영은 살벌한 분위기에 오금이 저렸다. 오파츠를 외부에 숨길 엄두도 못 냈다. 오파츠는 혜영의 보조 백에 깊숙이 박힌 채 실험실 서랍에서 세월을 보냈다.
******
‘더럽게 예민한 년이네!’
헬렌은 수집용 팩을 쓰레기통에 집어 던지는 혜영을 곁눈질로 살폈다. 흔적을 감쪽같이 지워도 린이라는 이상한 성을 쓰는 한국인 여자 연구원은 귀신처럼 알아차렸다. 종족적 특성인지 다른 연구원과 달리 유난히 예민하고 까탈스러웠다. 사용하던 분광기 방향이 달라지거나 시료 위치가 한 치만 달라져도 금방 알아챘다.
바우어 헬렌은 보안팀 방첩부 소속이다. 본업은 연구원 감시지만, 공식 직책은 연구 보조원이다. 무거운 시료를 운반하고, 화석에 달라붙은 불순물을 망치로 깨고, 화학약품으로 세척하는 등의 허드렛일은 헬렌 몫이다.
그녀는 넌덜머리가 났다. 연구원들은 나이를 불문하고 자존심과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고무나무 잎처럼 뻣뻣했다. 결혼해야 한다면 지질학자는 마지막 선택이었다. 특히 린처럼 예민한 연구원은 고기 빠진 보르쉬(러시아 전통 스프)맛이었다.
“린, 오늘 저녁 메뉴가 뭐지?”
“우갈리(속칭 sima), 같이 갈까?”
혜영이 건성으로 물었다.
“난 싫어, 햄버거나 먹을래. 아프리카 음식은 너무 비위생적이야. 생각만 해도 속이 메슥거려.”
헬렌이 깔끔한 척 내숭을 떨었다. 이르쿠츠크에서 얼어붙은 땅을 파헤쳐서 나무뿌리를 캐 먹고, 콜롬비아 정글에서 도마뱀과 애벌레로 연명했던 그녀가 할 말은 아니다.
“옥수수 전분과 고기, 야채가 어울려서 독특한 풍미가 느껴지던데. 정크푸드 보다 백번 나을걸.”
혜영이 예의상 한 번 더 권했다. 우갈리는 동아프리카 주식으로 옥수수나 카사바 가루를 백설기처럼 쪄낸 음식이다. 캠프 식당에서 제공하는 우갈리는 부꾸미처럼 만들어서 소고기와 야채를 싸 먹도록 바꾼 퓨전식이었다.
“시간이 이르지만 가볼까? 맛이 없으면 린이 책임져야 해.”
헬렌이 마시던 우유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혜영을 따라 나섰다.
‘재수 없는 년! 가지가지 한다.’
혜영은 튀어나오는 욕을 삼켰다. 본인의 입맛을 왜 남이 책임진단 말인가! 왕재수가 말까지 싹수없었다. 혜영은 모른 척 지냈을 뿐, 헬렌이 감시자임은 벌써 눈치채고 있었다.
음식을 먹는 행위는 추억과 동행한다. 한국에는 쌈이 많다. 상추쌈, 배추쌈, 호박잎 쌈, 두부 쌈, 등등. 먹성 좋은 무쌍이 볼이 터지라고 상추쌈을 불룩거리면 절로 입맛이 살아났다. 테이블 맞은 편에 앉은 헬렌이 수다를 떨었지만, 혜영은 건성으로 대꾸했다. 머릿속은 고향과 무쌍의 그림자로 가득했다. 가식적인 헬렌의 수다도 오래가지 않았다.
******
케리는 컷 아웃(연락책)으로부터 활동 개시 통보를 받고 착잡했다. 슬리퍼(휴면 첩보원)가 된 지 오 년이 넘었지만, 지령이 내려온 적은 한번도 없었다. 자신이 슬리퍼라는 사실조차 잊어버릴 정도였다.
린이 절개지에서 노란 타월을 발견했을 때는 간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S는 시작하라는 암호다. 워터마크를 코코아 즙에 담그자 지령이 나타났다. 미국의 탐사 목적을 알아내라는 주문이었다.
그린 존은 단순한 지질 탐사 지역이 아니었다. 리튬 따위에 이토록 엄중한 보안 조치를 할 리 없다. 첩보원으로서 감은 많이 죽었지만, 캠프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린에게 대시 해보지도 못하고 반역죄로 체포되는 자신의 모습이 그려졌다.
“젠장, 좋은 여자를 만났는데. 하긴 내 복에 좋은 여자는 개뿔이~”
케리는 린의 연구실로 향했다. 말이라도 나눠보고 싶었다.
“어라, 웬일로 자리를 비웠지?”
냉방기가 꺼진 연구실은 후덥지근했다. 저녁을 먹으면 곧바로 연구실에 처박혀있던 린이 보이지 않았다. 케리의 시선이 테이블에 올려진 우유 컵에 머물렀다. 캠프 측이 자체적으로 멸균기와 유당 분리기를 가동해서 제공하는 우유다.
린이 마시던 우유라면 검은과부거미가 헤엄쳐도 마시고 싶었다. 케리는 서슴없이 우유 컵을 들고 가장자리에 묻은 연한 루주 자국을 핥았다. 린과 키스를 하는 듯 짜릿했다.
‘이게 뭐야?’
케리는 한 모금 삼키고 얼굴을 찡그렸다. 살얼음이 바사삭 씹혔다. 얼음 칵테일을 마신 듯 입안이 써늘했다. 케리가 우유컵을 노려보았다. 에어컨은 꺼졌다. 후덥지근한 실내에 남겨진 우유컵에 살얼음이 낄 이유가 없다.
“설마?”
케리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지질학과 물리학을 전공했고, 훈련받은 첩보원이다.
[엉클 샘의 뱃속을 보라.]컷아웃이 전달한 지령이 순식간에 이해되었다. 무엇인가 있다. 그는 곧바로 유리컵이 놓인 테이블 아래 서랍을 열었다. 린의 보조 백이 들어있었다. 시니어에게 제공된 연구실은 유일하게 보안팀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 구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