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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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장 아수라2
‘린, 미안해. 난 밥값을 해야 해.’
케리는 망설임 없이 가방을 뒤집었다. 응급약품을 가지런히 정리해 놓은 사각 플라스틱 밀폐용기, 속옷이 든 파우치, 독충 퇴치용 스프레이, 아크릴 수지로 코팅된 사진, 화석을 다듬는 소도구가 쏟아졌다.
케리는 손바닥 절반 크기의 사진 액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사춘기가 갓 지난 앳된 동양인이었다. 여자처럼 갸름한 얼굴, 순진해 보이는 눈매, 우뚝한 콧날, 꾹 다문 야무진 입매, 도자기처럼 매끈한 피부를 가진 잘생긴 놈이다. 직감적으로 린이 말한 특별한 돌쇠, 마당쇠임을 알 수 있었다.
“젠장, 쇼타콘(미소년 취향의 나이 든 여자)이었어?”
케리는 질투심이 확 불타올랐다. 아크릴 액자를 휙 집어 던졌다. 퍽- 액자가 황산액이 든 세척 트레이에 풍덩 빠졌다.
‘이게 아니었나?’
케리가 고개를 갸우뚱하고 보조 백을 흔들었다. 둘둘 말린 타월이 테이블에 떨어졌다. 그는 잽싸게 타월 끝을 잡고 주르륵 풀어헤쳤다. 텅- 유백색 원통형 물체가 테이블에 떨어졌다. 물체를 집어든 순간, 싸늘한 냉기가 손끝을 타고 올랐다.
“오 마이 갓!”
케리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했다. 배터리나 외부 동력 없이 그 자체로 냉기를 뿜는 물건, 그는 직감적으로 학회가 원하는 물체, DGSE 지령이 뜻하는 물체임을 알아차렸다. 베버리힐즈의 저택과 람보르기니가 눈앞에 어른거렸다.
“린, 미안해! 하지만 넌 나를 배신했어!”
케리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서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했다. 린을 짝사랑했지만, 람보르기니와 베버리힐즈 저택만큼은 아니었다. 값싼 인스턴트 감정에 불과한 짝사랑의 종말이었다.
케리는 지시받은 대로 셔츠의 커프스 버튼을 한 바퀴 돌려서 꾹 눌렀다. 목적물 획득 신호다. 컷 아웃이 단파장 신호를 수신하면 퇴로를 열어주든 사람을 보내든 조처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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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은 샤워실에서 나와 물기를 닦다 말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무엇인가 깔끔하지 못했다. 첩보원의 감각은 미세한 어긋남도 잡아낸다. 그녀는 시점별로 자신의 동선을 체크했다.
“아하, 우유!”
헬렌은 어긋남의 정체를 알았다. 연구실 테이블에 먹나 남은 우유컵을 올려놓고 잊었다. 에어컨이 꺼지면 실험실은 단번에 찜통이 된다. 우유는 적도의 고온다습한 기후에 금방 발효하고 부패한다.
“그년이 또 잔소리할 텐데.”
깔끔한 체하는 노란 원숭이의 잔소리는 질색이다. 몰(잠입 스파이)의 최고 덕목은 맡은 배역에 성실해야 한다. 지금은 연구 보조원으로서 역할에 충실해야 할때다. 헬렌은 린의 연구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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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분한 케리는 열린 문틈으로 요악하게 반짝이는 싸늘한 시선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첩보원으로서 감을 잊은 케리가 자신은 물론 짝사랑하던 혜영까지 지옥으로 끌어들이는 순간이었다.
“케리, 손에 든 물건을 테이블 위에 놓고 뒤로 물러서!”
낮지만 날카로운 경고였다.
“어헉!”
케리는 그야말로 간이 튀어나올 만큼 놀랐다. 케리의 고개가 부러질 듯이 출입구를 향했다. 연구 보조원 헬렌, 그리고 지옥 입구처럼 시커먼 총구! 케리는 혼백이 흩어질 만큼 놀랐다.
‘저년이 이 시간에 왜?’
케리의 눈이 암담해졌다. 헬렌은 보안팀 소속이다. 반역죄로 20년 구형을 받고 콴타나모로 향하는 키 크고 잘생긴 남자의 뒷모습이 그려졌다.
“헤 헬렌!”
케리가 버벅거렸다. 총구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녀의 눈도 흔들림이 없었다. 헬렌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또한, 다른 신분으로서 해야 할 일은 더욱 잘 이해하고 있었다.
“헬렌! 왜 이래?”
“이유는 본인이 잘 알 텐데!”
푸른 눈이 요악스럽게 반짝였다. 총구가 이마를 향했다. 케리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단발에 죽이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어어, 위험해. 미녀의 손에 어울리지 않는 물건을 들고 어쩌려는 거야?”
뭉툭한 소음기를 낀 발터PPK는 장난감처럼 아담하지만, 근거리에서 충분히 살상력을 발휘하는 호신용 피스톨이다. 급소에 맞으면 세상과 아웃이다.
“닥쳐! 내게는 가장 잘 어울리는 물건이야. 수작 부리지 말고 물건을 내려놔.”
헬렌이 비웃었다.
“알았어. 알았다고!”
케리의 눈이 스산해졌다. 총을 들었지만, 상대는 여자다. 그는 오파츠를 내려놓는 척 모션을 취했다가 화석 채취용 정을 집어 던졌다.
“갓 댐!”
퓩- 피가 튀었다.
‘아차!’
헬렌은 떨어진 감을 탓했다. 가슴을 향해 날아오는 정을 피하려다 겨냥이 빗나갔다. 케리는 불로 지지는 통증을 무시하고 내야 땅볼을 친 타자처럼 결사적으로 몸을 날렸다. 퓩- 두 번째 총탄이 볼을 스치고 벽체에 퍽 박혔다.
뻑- 종아리에 로우킥을 맞은 헬렌이 비틀했다. 사바테로 다져진 강격을 버텨낸 여자의 뚝심이 놀라웠지만, 감탄할 틈이 없었다. 권총을 쳐내고 하체를 싸안고 번쩍 들어 올릴 때 헬렌의 두 팔이 목을 감았다.
쿠당탕- 두 사람은 한 덩어리가 되어 연구실을 굴렀다. 여자와 남자의 개싸움이 벌어졌다. 결사적으로 상대방을 때리고 차고 물었지만, 결정타를 날리지 못했다. 완력은 케리가 앞섰지만, 헬렌은 유연성으로 약점을 커버했다.
뻑- 기어이 마운트 자세를 잡은 케리가 안면을 가격했다. 피가 튀었지만, 헬렌은 비명도 지르지 않았다. 케리가 재차 강력한 파운딩을 날리려고 어깨를 잔뜩 젖혔다. 퓻- 헬렌이 얼굴을 향해 입속에 고인 피를 뱉었다. 불빛에 무엇인가 반짝했다. 케리는 본능적으로 팔뚝을 들어서 핏물을 받아냈다.
“윽!”
순식간에 팔뚝이 마비되었다. 케리는 주저 없이 침이 꽂힌 팔뚝 부위를 이빨로 물어뜯었다. 살점이 뚝 떨어진 자리에서 시커먼 피가 줄줄 쏟아졌다. 총탄에 어깨 근육을 다치고 팔뚝이 마비된 케리는 이를 갈았다.
“매너 없는 새끼!”
헬렌이 벌건 잇몸을 드러내고 비웃었다.
“빌어먹을 년!”
케리가 주먹을 내리꽂았다. 퍽- 헬렌이 상체를 번쩍 들어서 정수리로 주먹을 받아내고 반동을 이용해서 골반을 쳐올렸다. 마운트 자세가 흐트러졌다. 무릎이 솟아올랐다.
뻑- 국부를 찍힌 케리가 새우처럼 상체를 오그렸다. 헬렌이 미꾸라지처럼 빠져나와 케리의 손에서 오파츠를 빼냈다.
“안돼!”
이번엔 헬렌이 실수했다. 손이 자유로워진 케리가 헬렌의 목을 휘감았다. 얼굴이 터질 듯이 빨개진 헬렌이 손톱으로 팔뚝을 잡아 뜯었다.
“썬 오브 비치, 넌 뭐냐?”
캐리는 믿을 수 없었다. 무슨 여자가 이렇게 힘이 세고 잘 싸운단 말인가!
“여자 얼굴을 때리는 개 같은 놈”
헬렌이 그 와중에도 욕설을 퍼부었다. 케리는 헬렌의 손목을 비틀어서 오파츠를 빼냈다. 그 순간 헬렌이 엉덩이를 깊숙이 밀어 넣고 어깨 옷깃을 잡아챘다. 쿵- 케리는 속절없이 허공을 크게 돌아서 패대기쳐졌다. 깨끗한 업어치기 한 판이었다.
틈을 얻은 헬렌이 몸을 날려서 권총을 잡았다. 케리는 벌떡 일어나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창문으로 몸을 날렸다. 일단 살아야 람보르기니와 베버리힐즈도 있다. 퓩- 퓩- 퓩- 케리의 등에서 핏물이 튀었다.
“끄으윽!”
케리가 덜컥 엎어졌다. 헬렌은 살벌하기로 세계제일이라는 류반카의 특수전 훈련을 이수한 실전의 달인이다. 케리가 운동깨나 했지만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고마워. 멍청한 놈!”
헬렌은 냉정하게 케리의 손에서 오파츠를 빼냈다. 체격도 좋은데다 체술을 발휘하는 바람에 하마터면 당할 뻔했다.
“너, 누구냐? 보안팀이 아니지?”
케리가 피 거품을 버걱거렸다.
“알아서 뭐해!”
헬렌이 죽어가는 케리를 힘껏 걷어찼다. 퍽- 옆구리를 걷어차인 케리가 축 늘어졌다. 헬렌은 유백색으로 빛나는 정교한 물체를 눈앞에 바짝 들이댔다. 핫도그보다 작은 물체가 요요롭게 빛났다. 얼음을 쥔 듯 싸늘한 냉기가 손을 타고 올라왔다.
“어쨌든 고마워!”
헬렌은 원통형 막대를 브래지어에 집어넣었다. E컵의 스포츠 브래지어는 손가락보다 조금 긴 물체를 충분히 넉넉히 수납했다.
‘헉!’
냉기에 소스라친 유두가 발딱 곤두섰다. 유방이 얼어 터질 판이다. 놀란 헬렌은 막대를 스포츠 타월로 감아서 오른쪽 브래지어 컵에 밀어 넣고 테이블에 나뒹구는 거울을 집어서 얼굴을 살폈다. 스쳐 맞은 입술이 퉁퉁 부었다. 반사적으로 얼굴을 돌리지 않았으면 코뼈가 부러지고 이빨이 날아갈 뻔 했다. 크리넥스를 뽑아서 코피와 입술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
“병신, 나 같은 미인에겐 발터도 어울리는 물건이야.”
분이 풀리지 않은 그녀는 숨이 끊어진 케리를 걷어차고 피가래를 뱉었다. 케리가 반항하는 바람에 오파츠만 압수하고 끝날 일이 엉망이 되었다.
DIA 방첩부 요원 신분은 안녕이다. 까탈스러운 여자의 조수 노릇을 할 이유도 없어졌다. 즉시 캠프를 벗어나서 GRU(소련군참모본부 정보관리부, 해외 정보를 총괄한다) 무관과 합류해야 했다.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헉!’
화들짝 놀란 헬렌이 입을 열기도 전에 문이 열렸다. 현지고용인 청소부가 문앞에서 머리를 조아렸다.
“마드모아젤, 청소해도 될까요?”
퓻- 대답은 총알이었다. 흑인 청년이 주춤 물러났다. 피슛- 핏줄기가 뿜어졌다. 한껏 커진 눈이 자신의 왼쪽 가슴을 향했다. 털썩- 무릎이 꺾였다. 헬렌은 총탄이 소진된 발터를 미련없이 버렸다.
‘다엠의 지참금으로 소 한 마리만 더 벌면 되는데…….’
청소하려다 심장에 총알이 박힌 수쿠마족 청년 와리스의 마지막 생각이었다. 무고한 한 생명이 사라졌다. 피를 부르는 서곡이었다.
헬렌은 기도하듯 엎어진 흑인을 흘낏 보고는 옷매무시를 가다듬었다. 위로 밀려 올라간 브레지어를 내리고 양쪽 컵을 잇는 후크에 달린 장식을 뗐다. 케리와 청소부를 죽였으니 지체할 틈이 없었다.
당장 신호를 보내고 이탈해야 한다. 그녀는 장식 중앙의 보석을 3초간 누른 후 침을 뱉었다. 퍽- 장식이 확 타올랐다. 칼륨 화합물이 침과 격렬히 반응한 장식은 순식간에 재가 되었다.
헬렌은 피에 젖은 근무복을 벗어 던지고 혜영의 가운을 걸쳤다. 가운이 꽉 끼었다. 가운 하단을 가위로 길게 잘랐다. 상체는 육감적인 볼륨이 드러나고, 하체는 하얀 각선미가 보이는 묘한 패션이 되었다. 헬렌은 도어록을 눌러서 문을 쾅 닫고 태연히 연구동을 벗어났다.
바우어 헬렌, 미국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그녀가 KGB에 포섭된 동기는 마약 때문이었다. 1930년대 공황기를 살아온 미국 부모들은 내 자식에게 고생을 시키지 않겠다는 각오로 충만했다.
부모의 각오 아래 성장기를 보낸 풍요의 세대는 고난에 맞서고 극복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 이들은 쉽게 쾌락에 빠졌고, 쉽게 유혹에 흔들렸고, 쉽게 좌절했다. 그녀는 KGB 포섭대상 중 소위 ‘철부지형’에 해당하는 경우였다.
사춘기에 마약을 접한 그녀는 강렬한 엑스터시를 뿌리치지 못했다. 보수적인 부모는 내놓은 자식으로 여겨 일체의 금전적 지원을 끊어버렸다. 곤경에 빠진 그녀에게 손을 내민 핸썸한 남자가 있었다.
남자는 중화제 투여와 심리치료를 병행해서 그녀를 마약의 늪에서 건져 올렸다. 헌신적인 남자에게 깊이 빠진 헬렌은 남자가 원하는 대로 해병대와 네이비 씰을 거쳐서 DIA 방첩대로 들어갔다.
헬렌은 남자가 KGB 요원임을 알았지만, 그가 병 주고 약 주는 휴민트 재능 투자자임은 알지 못했다. 휴민트 네트워크 구축에 뛰어난 KGB가 흔히 쓰는 술책이었다. 문제는 알고도 당한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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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헬렌이 DIA 타격대원을 향해 손을 들었다. 근무 중인 대원의 시선이 헬렌의 큰 가슴과 다리에 머물렀다가 떨어졌다.
“헬렌, 패션쇼라도 나가는 거야?”
“응, H 섹터 베이스캠프에 다녀와야 해.”
“안돼. 일몰 시각이다.”
“아이 참! 린 연구원이 중요한 시료를 베이스캠프에 두고 왔대.”
“안돼! 규정을 잘 알면서 그래.”
대원은 동료임에도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헬렌은 몸이 달았다. 연구실의 시체가 발각되면 끝장이다.
“오토, 내가 자존심 상하게 노랭이 여자의 잔소리를 들어야겠어?”
“이거 곤란한데…….”
대원이 말꼬리를 흐리며 헬렌의 몸매를 훑었다. 도발적인 가슴과 섹시한 각선미가 눈을 어지럽혔다. 헬렌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두 남자는 후끈 달아올랐다. 헬렌은 동료고 충분히 육감적이다. 준다는데 못 먹으면 칠푼이다.
“좋아. 동행하지.”
그들은 타협점을 찾았다. 대원은 무전기로 대타 근무를 요청하고 헬렌을 에스코트해서 외곽으로 향했다.
다다다다- 급박한 군홧발 소리가 실험동을 울렸다. 보고를 받은 당직 팀장 존슨 소령이 벼락처럼 달려왔다. 헬렌이 빠져나간 지 채 5분이 지나지 않았다.
“흑인은 죽었고, 케리 연구원은 아직 맥박이 살아있습니다.”
파괴력이 낮은 발터ppk-l 탄환이 케리의 숨을 완전히 끊어 놓지 못했다.
“루이스 상사, 당장 디곡신(Digosin)과 몰핀을 찔러라.”
존슨 소령은 냉정했다. 쇼크사할 가능성이 백프로지만, 어차피 살기는 틀린 녀석이다.
케리가 눈을 떴다.
“헬렌, 망할 년!”
케리가 웅얼거리듯 한마디 남기고 목을 꺾었다. 그도 뒤끝이 강한 인간이었다.
“비상, 경비는 타격대에 맡기고 쉐도우 전원 헬렌을 추적하라.”
애애앵- 사이렌이 캠프를 울렸다. 캠프가 대낮처럼 불을 밝히고, 험비가 줄줄이 외곽으로 쏟아져 나갔다. 훗날 블러드 샤워라 불린 전쟁이 막을 올렸다. 직선거리로 2,200km 떨어진 노바토피아에서도 피의 폭풍이 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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