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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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장 필사의 탈출1
“필립 대령, 라텔 팀은 놀라운 감투 정신을 보여 주었소. 20일을 버텼는데 3일을 견디지 못할 리야 있겠소. 당신 부하들을 믿어 봅시다.”
땅쉬 대령이 밉살맞은 소리를 했다.
얼척이 없어진 필립이 땅쉬 대령을 멀거니 쳐다보았다.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지껄이는 두툼한 입술을 대검으로 썰고 싶었다.
“라텔 팀이 치른 대규모 전투만 여섯 번이요. 사살한 북부 인민군만 칠백 명이 넘었소. 분대급인 라텔팀이 대대급 두 개를 지웠단 말이오. 지금도 하이에나 떼와 뒤엉켜 난타전을 벌이고 있을 거요. 잔뜩 독이 오른 프롤리나트 위원회는 ……”
감정이 복받친 필립이 숨을 골랐다.
좌중의 참석자들이 웅성거렸다. 용병대가 사살한 프롤리나트 숫자가 칠백 명을 넘었다니, 쇼킹 그 자체였다. 참석자들이 보니파스에게 정보를 확인하느라 웅성거렸다.
“계속 들으시오. 하비브가 이끄는 제3군은 프롤리나트 11개 군벌중 최고 정예이자 악질로 소문이 나 있소. 라텔팀이 제3군을 반 토막 내고 사령부까지 지워 버렸다는 보고를 받았소.”
“와우, 보고가 사실이라면 레종 에뜨랑제의 새로운 전설입니다. 필립 대령 축하합니다.”
전략 자문관 페롱이 박수를 쳤다. 뒤따라 참석자들의 박수 소리가 이어졌다.
탕- 필립이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쳤다.
“축하할 일이 아니요. 당한대로 돌려준다는 무슬림의 복수혈전은 다 알거요. 자존심이 상한 프롤리나트가 키치키치와 네델리 축선에 인간 방벽을 깔았소. 그물을 쳐놓고 뒤에서 망치로 후려치겠다는 계산이요. 소비에트 무기로 무장한 수천 명의 병력이 남하 코스를 틀어막고 있단 말이요. 한 줌의 용병이 거대한 모루에 얹혔소. 이들을 향해 망치가 떨어지고 있소. 살아남으리라고 생각하는 거요?”
“……”
“용병은 슈퍼맨도 아니고, 람보도 아니요. 블랙맘바 덕분에 버티고 있지만 총을 맞으면 죽는 사람들이요. 당신들은 내 부하들을 피라니어 떼에게 던져 놓고 구명보트조차 띄우지 못하게 하고 있소. 삼일이면 끝장이란 말이요.”
보니파스가 손을 들었다.
“바로 그거요. 라텔 팀이 프롤리나트를 정신없이 흔들어 준 덕분에 작전이 순조롭게 진행되었소. 그들은 이미 놀라운 능력을 보여 주었소. 삼일만 더 버텨주면 작전은 완벽히 성공합니다. 조국은 엄청난 이득을 얻고, 라텔팀은 진정한 영웅이 되는 거요.”
태연히 밉살스런 소리를 하는 보니파스 처장이다.
필립은 권총 벨트를 더듬었다. 그는 권총 손잡이를 만지작거렸다.
‘쏴 버릴까.’
실현 불가능한 일이지만 그는 진심으로 원흉인 보니파스를 쏴 죽이고 싶었다.
“보니파스, 그 따위 말은 에콜 프리메(ecole primaire, 초등학교)의 쎄엠드(졸업반)에게나 하시오. 용병들도 누군가의 남편이고, 아버지고, 아들이요. 당신 아들이 사헬에서 죽어가도 그렇게 말할 수 있겠소?”
“흠 흠!”
필립의 직설적인 말에 보니파스는 헛기침을 하고 입을 닫았다.
“사령관님도 알고 계셨습니까?”
필립이 디망쉬 중장에게 물었다.
“알고 있었네.”
디망쉬 중장은 난감한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어떻게 부하에게 편도 티켓만 줄 수 있습니까. 레종 에뜨랑제 사전에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국익을 위해서 결정한 작전일세. 어쨌든 자네와 지옥에 던져진 대원들에겐 할 말이 없네.”
국익 차원에서 입을 다물었지만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이다. 부하의 추궁을 받게 된 그는 얼굴이 뜨거워졌다.
사령관의 사과에 필립은 맥이 쑥 빠졌다.
“보니파스, 어느 팀이 마쿰보를 확보했소?”
“GCP(프랑스 공수코만도팀)가 확보했소. 현재 옹우르를 벗어나 네델리를 지났소. 라텔팀 덕분에 그쪽 회랑이 텅 비었소.”
“그렇구먼. 아직 프롤리나트의 그물을 벗어나지 못했구먼. 그래서 이틀이 필요했어. 죽든 살든 라텔팀이 좀 더 휘저어 줘야 제세페가 손쉽게 귀환 한다 이거지. 용병들이야 죽어도 상관없고 말이야. 어차피 프랑스인도 아니니 양철 쪼가리 수여하고, 보상금 몇 푼 유족에게 쥐어주고 말이야. 허허허!”
필립이 허탈하게 웃었다.
“나 역시 라텔팀의 생환을 간절히 바라는 사람이요. 그들이 그 정도로 프롤리나트를 박살낼 줄은 몰랐소. 현 상황은 챠드의 안정을 두고 프랑스의 국력을 저울질 당하는 미묘한 시기요. 이번 작전의 최대 공로자는 바로 라텔팀이요. 이왕 이렇게 된 바에야 삼일, 아니 이틀만 더 버텨 주시오. 어차피 용병들은 우리 국민도 아니지 않소?”
보니파스 처장은 정보 계통에서 삼십년을 굴러먹은 사람이다. 필립이 고함을 치든 비아냥거리든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정조로 빌붙었다.
꽝-
필립이 책상을 주먹으로 내려치고 벌떡 일어났다.
“뭣이, 그들은 프랑스 군인이고 내 부하요.”
“돈 받고 싸우는 용병이고, 외국인이요.”
보니파스는 한 마디도 지지 않았다.
용병이 무엇인가?
바로 이럴 때 쓰라고 돈 주고 키운 용병이다. 그들은 프랑스인이 아니다. 돼지를 키우는 이유는 잔칫상에 올리기 위함이다. 백도어 작전은 국방부가 승인했다. 외인부대 대령 한 명이 날뛴다고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속으로 필립을 비웃었다.
“보니파스, 사헬이 어떤 곳인지 아시오? 책상머리에 앉은 당신은 서류로만 봤겠지. 라텔팀의 작전 지역인 보델레 북부는 밤낮의 일교차가 섭씨 30도를 넘나드는 곳이요. 낮에는 일사병에 시달리고 밤에는 저 체온증으로 죽는 곳이요. 낮이면 파리 모기에 시달리고 밤이면 모래바람에 시달리는 곳이요. 당신같이 책상머리에서 음모나 꾸미는 인간은 이틀을 버티지 못할 거요. 내 새끼들은 그런 곳에서 20일 동안이나 미친 듯이 프롤리나트와 싸웠소. 지금쯤 망신창이가 되었을 거요. 당장 헬기를 투입해서 그들을 소환해야겠소.”
“필립, 적이 실수하고 있을 때는 절대 방해하지 말라고 나폴레옹이 말했네. 프롤리나트는 그야말로 남의 다리를 긁고 있는 상황일세. 작전은 완료단계야. 라텔팀이 48시간만 벌어주면 조국이 정치적, 군사적으로 완벽한 이니셔티브를 쥘 수 있단 말일세. 더 이상 피를 흘리지 않고도 챠드와 서아프리카에서 우리 프랑스의 영향력이 공고해진단 말일세. 고집을 그만 부리게. 자네가 계속 고집을 부리면 구금할 수밖에 없어.”
페롱 자문관도 보니파스를 거들었다.
“뭐라고요! 나를 구금하겠다고?”
“국익을 위한 일일세.”
몽탕 소장이 거들었다.
“필립, 이미 작전은 진행되었고, 성공 직전이야. 가슴 아프지만 국익이 먼저다. 라텔팀엔 충분한 보상을 하겠다. 대령도 장군이 되어야 하지 않겠나.”
디망쉬 사령관도 보니파스의 손을 들어 주었다.
필립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참석자들의 파상공세에 대응 논리가 부족했다. 그 와중에도 장군 진급이란 단어에 귀가 활짝 열렸다. 필립은 자신의 머리를 쪼개고 싶었다.
내가 이토록 속물이었던가!
“그럼, 그들은 어쩌란 말이오.”
힘이 빠진 필립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당연히 훈장을 추서하고 그만한 보상을 해야지요.”
땅쉬 참모장은 용병들을 죽은 사람 취급했다.
“죽고 난 다음에 받는 훈장이 무슨 소용이요. 실컷 이용만 당하고 죽은 부하에게 내가 무슨 면목으로 삼색기를 덮어 주겠소.”
필립 대령은 말을 끊고 땅쉬 대령을 쳐다보았다.
“역할을 바꾸어 봅시다. 공정여단의 제세페팀이 미끼가 되어 프롤리나트에게 물어뜯기고 있소. 참모장은 그들을 버릴 수 있소?”
“미안하오.”
갑자기 자신에게 공격이 들어오자 땅쉬 대령은 고개를 숙였다. 국익을 위해서라지만 필립과 언쟁을 벌여봐야 실익이 없다.
필립은 전투의지가 급격히 꺾였다.
작전은 마무리 단계다. 책임자들은 모두 국익을 방패막이로 내 세웠다. 계속 반대하면 자신만 국익을 백안시하는 파렴치한이 될 분위기다.
백 도어 작전은 직속상관인 디망쉬 사령관도 추인했다. 국방부와 DGSE에서 추진한 이상 자신이 펄펄 뛰어 봐야 커피 잔 속의 윌리윌리다. 끝까지 항명하면 구금시킬 분위기다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에 머리가 난마처럼 얽혔다.
필립이 보니파스를 노려보았다.
“보니파스, 지저분한 래쿤 작전을 당신이 기획했겠지?”
“그렇소. 소련과 리비아의 눈을 속이고, 촘촘한 프롤리나트 경계망에 송곳 구멍을 뚫기 위해서였소. 라텔팀이 구멍을 뚫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거덜을 냈지만 말이요. 보안을 위해서 필립 대령을 속였소. 정말 미안하오.”
보니파스가 담담한 태도로 사과 같지 않은 사과를 했다. 필립은 보니파스의 영혼없는 변명따위를 들어 줄 생각이 없었다. 뱀같은 놈이라 무슨 소리를 해도 믿어지지 않았다.
“으음, 조프레라는 놈이 프롤리나트로 은근슬쩍 정보를 흘려주고 말이요.
“그런 일은 없소. 모든 정보는 에땅이란 멍청이 용병 장교가 팔아먹은 거요.”
보니파스는 딱 잡아뗐다.
“망할 새끼!”
필립이 벌떡 일어나서 맞은편의 보니파스 처장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윽!” 우당탕-
갑작스럽게 턱을 얻어맞은 보니파스가 의자째 뒤로 벌렁 넘어갔다. 워낙 속을 보이지 않는 뱀 같은 인간이다. 필립의 눈엔 넘어지는 장면도 연출된 슬랩스틱으로 보였다.
“이 자식아, 보안은 개뿔이 보안이야. 나를 따돌리고 너희들끼리 해 처먹은 거지. 니들 맘대로 하세요.”
꽝-
필립 대령이 회의실 문을 부서져라 걷어차고 나가 버렸다.
“허! 필립은 신사인데 제대로 열을 받았구먼.”
보니파스가 턱을 주무르며 실실 웃었다.
주먹 한 대로 껄끄러운 상황을 넘겼으니 남는 장사다. 지금은 잔뜩 화가 나 있지만 필립은 고급 장교다. 무엇이 중요한지 구분 못할 사람이 아니다.
“보니파스 처장이 대표로 맞았으니 오늘 정찬은 내가 사지. 아차하면 부하에게 얻어맞는 꼴사나운 모습을 보일 뻔 했어. 허허허!”
디망쉬 중장이 보니파스 처장을 쳐다보며 속없는 웃음을 흘렸다.
“저야 원래 악역 전문 아닙니까. 이렇게라도 수습되어서 다행입니다. 진땀을 뺄 각오를 했는데 말입니다. 헛헛헛!”
보니파스가 씁쓸한 웃음을 흘렸다.
“라텔팀이 이 정도로 잘 해 주리라곤 생각지 못했소. 카넴주와 보루꾸주의 프롤리나트가 온통 라텔팀에게 매달려 있소. 누가 뭐래도 제세페는 라텔팀 덕분에 총알 한 발 쏘지 않고 마쿰보를 확보했소. 용병들은 레종 도뇌르를 받을 자격이 있소. 그런데 블랙맘바란 용병이 누구요?”
페롱 자문관의 질문에 보니파스가 대답했다.
“국방부가 콜 네임을 부여한 인물입니다. 자세한 인적 사항은 특급 기밀입니다. 동양의 고대 무예를 익힌 초인으로 일분이내에 소대 병력을 클리어 하는 갓급 스나이퍼입니다. 모의전에서 블랙맘바 일인에게 되지엠 랩 스나이퍼 소대가 전멸 당했습니다. 근접 격투 능력도 대단합니다. 코르시카에서 미친 황소를 주먹 한 방으로 박살냈다고 하더군요. 다 믿을 수야 없는 이야기지만 특별한 용병입니다.”
“허, 믿을 수 없구먼. 사실이라면 사헬에 묻히기엔 아까운 인물인데. 쯧쯧!”
페롱 자문관이 혀를 찼다.
“블랙맘바가 아깝지만 챠드가 훨씬 중요합니다.”
보니파스가 냉정하게 말을 받았다.
그에겐 국가 이익이 모든 선에 우선한다. 개인의 생명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물론 자신의 생명은 예외다.
“보니파스 처장, 이틀이면 제세페팀이 확실히 은자메나에 도착할 수 있소?”
페롱 자문관이 물었다.
“삼 일이면 충분하고 이틀이면 빠듯합니다. 라텔팀이 미친 듯이 휘젓는 바람에 소비에트와 리비아 정보국도 제세페팀의 존재를 모릅니다. 모든 시선이 라텔팀에게 몰려 있습니다. 제세페는 마쿰보를 안전하게 빼 내 올 수 있을 겁니다.”
“좋군! 용병은 돈값을 해야 존재 의의가 있는 게 아니겠소.”
페롱 자문관은 흡족했다. 이번 작전은 국방부와 정보국이 협력해서 추진한 작전이다. 라텔팀 덕분에 자신의 인사 고과에 큼직한 경력이 추가될 예정이다. 웃음이 절로 나왔다.
“좋은 일이군. 소련은 헛물을 켜고, 리비아는 챠드의 북부 4개주를 몽땅 토해야 할 거요. 완벽한 정치적, 군사적 승리요. 프랑스와 용병을 위하여 건배를 합시다.”
몽탕 소장이 건배를 제의했다.
“프랑스를 위하여!”
“용병을 위하여!”
참석자들이 와인 잔을 들었다.
사헬에서 죽어가는 용병 따위는 그들의 머릿속에 남아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