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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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장 아수라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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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칠킬레 계곡에서 8km 떨어진 바인 에르그는 적갈색 모래사막과 울퉁불퉁 솟은 바위산, 수억 년 비바람에 풍화된 기암이 탈 지구적인 삭막하고 장엄한 풍경을 연출하는 특이한 지역이다.
SF 영화에 등장하는 화성을 연상케 하는 바인 에르그는 사하라 사막에서 데스 스토커와 사막 타란툴라가 가장 많이 서식하는 지역이다. 현지인도 알레암 알에하(다른 세계)라 부르며 피해 다닌다.
태고의 정적에 묻혀있던 바인 에르그가 이방인의 난입으로 몸살을 앓았다. 엿가락을 뭉쳐서 세워놓은 듯한 사암 기둥이 볼썽사납게 뒹굴고 단단한 화강석 기반암이 폭탄을 맞은 듯 푹푹 패였다. 모래땅은 뒤집히고 푸른 체액으로 물들었다.
슈앙- 뽁뽀기가 아음속으로 공간을 갈랐다. 쩡-? 직격당한 갑충의 등에서 쇳소리가 울렸다. 끼에엑- 귀청을 찢는 고주파 음이 에르그를 흔들었다. 푸확- 쪼개진 등딱지에서 시퍼런 체액이 분수처럼 솟았다. 슝- 창날 같은 꼬리가 공간을 갈랐다. 몸통이 거의 잘리다시피 한 생명체는 전투력을 잃지 않았다.
“그럴 줄 알았어!”
턱- 솥뚜껑 같은 손이 쇄도하는 꼬리를 공수납백인으로 받아냈다. 윙- 시커먼 몸체가 허공을 휘돌았다. 꽝 꽝 꽝- 꼬리를 잡아챈 거한이 도리깨질하듯 바위에 내리꽂았다. 금속성 외피와 돌조각이 어지러이 튀었다. 동장철골의 괴물도 단호하고 무지막지한 타격을 견디지 못했다.
거한이 곤죽이 된 사체를 휙 집어던지고, 땅을 박차고 도약했다. 부악- 거대한 집게발이 빈 허공을 스쳐 갔다. 사사삭- 표적을 놓친 갑충이 땅속으로 파고들었다.
“니들 수법은 다 알았거든!”
쌈디가 뽁뽀기를 앞세우고 다이빙하듯 내리꽂혔다. 꽝- 삽날이 모래 속으로 손잡이까지 푹 들어갔다. 끼에엑- 괴성이 울렸다. 상처 입은 갑충이 땅속으로 파고들었다. 푸파파파- 거대한 삽날이 광속으로 모래를 파헤쳤다. 우악스러운 손아귀가 구덩이에서 거대한 갑충을 끌어냈다.
쌈디가 양손을 찢어진 등딱지에 밀어 넣고 힘을 썼다. 뿌지직- 끼에엑- 갑충은 발악할 틈도 없이 세로로 찢어졌다. 푸악- 그 와중에도 갑충이 시퍼런 체액을 발사했다.
“망할 것!”
쌈디가 뽁뽀기로 꿈틀거리는 대가리를 마늘 다지듯 다졌다. 폭음과 괴성이 뚝 그쳤다. 바인 에르그는 정적을 되찾았지만, 풍경이 바뀌었다. 수백 미터 방원이 MLRS(다연장로켓) 도트 포격을 당한 듯 뒤집혔다. 사방에 널브러진 갑충류 사체와 질펀하게 흘러내린 시퍼런 체액이 자동차 폐차장을 방불케 했다.
“아이고 따가워라. 인사 한번 고약하네.”
체액이 튄 눈이 따가웠다. 놈들의 체액은 옷이 녹아내릴 만큼 강산성이었다. 바칠킬레 계곡으로 접근하던 중에 난데없이 모래 속에서 전갈을 닮은 갑충이 튀어나왔다. 카무게가 사마리아 농장의 주술사처럼 허접한 좀비를 내보낼 거라곤 생각지 않았지만, 첫 인사로 내보낸 갑충이 제법 거칠었다.
갑충도 갑충 나름이었다. 코모도 도마뱀을 웃도는 덩치, 다람쥐보다 빠른 주력, 강철보다 단단한 외골격, 바위를 으스러뜨리는 집게발, 강산성 독액을 수십 미터 뿜어내는 꼬리, 촌각에 땅속으로 사라지는 은신 능력, 이쯤 되면 자연재해 수준이다. 어지간한 쌈디도 뽁뽀기를 지팡이삼아 숨을 헐떡였다.
게다가 생명력이 징그럽도록 질겼다. 머리가 떨어져도 덤비고, 몸통이 몇 토막으로 잘려도 독액을 뿜었다. 진순이 마늘 다지듯이 다져놓아야 끝장났다. 50마리를 해치우는데 30분이나 걸렸다. 이런 괴물이 노바토피아를 덮치면 속수무책이다.
“만만치 않네. 와킬의 광풍난무 한 번이면 끝났을 텐데…….”
쌈디가 투덜거렸다. 와킬이 전장 12m 락샤샤를 음속으로 휘두르면 폭풍이 몰아친다. 이까짓 갑충은 분쇄기에 들어간 사탕수수처럼 으깨진다.
“흐흐흐, 그래도 삽질은 내가 갑이지. 이쯤 했으면 카무게란 놈이 뛰쳐나오겠지. 무대도 그럴듯하구먼. 깽판 한번 쳐보자고.”
아드레날린이 폭출한 쌈디가 흰 창 많은 눈을 희번덕거렸다. 쌈디는 전투 생명체다. 대우선사의 감화를 받고 무쌍의 기에 눌려 지내지만 피를 갈구하는 본성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런 쓸모없는 놈, 디플렉터가 박살 날 동안 네놈은 뭘 했어? 졸았나?”
보고를 듣던 카무게가 버럭 했다. 꽝- 마르두가 시멘트처럼 단단한 바닥을 푹 파고들었다. 바인 에르그에서 식겁하고 도주한 주술사 키고마가 납작 엎드렸다.
“위대한 호웅간이시여, 결박술도, 환영술도 먹히지 않았습니다. 소인은 손쓸 틈도 없이 디플렉터가 박살났습니다. 보둔! 보둔이 나타났습니다.”
키고마가 머리를 땅에 박고 덜덜 떨었다. 보둔은 르와(정령)를 잡아먹고 세상의 질서를 뒤집는 존재다. 천하무적인 디플렉터도 보둔이 휘두르는 거대한 삽에 사탕수수 줄기처럼 잘리고 부서졌다. 태어나서 그렇게 무서운 장면은 처음 보았다.
“닥쳐! 놈은 보둔이 아니라 힘센 괴물에 불과하다. 감히 내 새끼를 박살 내? 음발라 카담부 아부달 델라뚠 우크불라라~”
카무게가 음산한 주문을 외웠다. 클레이보얀스가 펼쳐졌다. 거대한 삽을 들고 부서진 디플렉터를 의자처럼 깔고 앉아 있는 놈이 눈에 들어왔다.
‘윽! 저놈은?’
카무게의 눈이 허옇게 뒤집혔다. 이투리에서 담발라의 상징인 사르코수쿠스(고대 악어)와 클뢰브르(왕뱀)를 죽인 놈이다. 아파돔베의 뼈저린 기억이 뇌를 태웠다. 막바지에 이른 루스루훼 각성이 깨지고, 십 년 세월을 투자한 오마 군단이 박살났다. 마하두라카(대정령)일지도 모를 페트로의 하인, 저놈도 원흉이다.
“흐흐흐, 놈, 죽여주마.”
카무게가 이를 갈았다. 씹어 먹어도 시원치 않을 존재가 겁도 없이 신성한 땅에 들어섰다. 하이에나도 제 집에선 절반을 먹고 들어간다. 동방불패라는 이상한 놈은 꿈에 볼까 두렵지만, 그놈의 하인 따위를 두려워해서야 대주술사 호웅간이 아니다.
“키고마, 루펠 열 마리를 동원해서 사린가스를 실험하라. 장소는 놈들의 커피 농장 중 한 곳을 골라라.”
“넵, 알겠습니다.”
주술사가 머리를 조아렸다. 카무게는 기어코 지옥문을 열었다.
“고리!”
우웍- 돌집 안쪽에서 검붉은 고릴라가 튀어나왔다.
“놈을 잡으러 가자!”
고리가 카무게를 가슴에 안고 바칠킬레 계곡을 빠져나갔다. 고리는 불완전한 아크 잔재, 쌈디는 업그레이드된 팔라딘으로 둘 다 콘크레투스 잔재다. 일억오천만년전 고대 지성 체의 잔재가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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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 프 프으 프으~”
응심제 사랑방, 김말순이 중학교 교재를 펴놓고 말리지 않는 혀를 억지로 말아서 발음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진순이 파전과 막걸리를 올린 꽃무늬 양은 밥상을 들고 들어섰다.
“어무이, 비도 촉촉이 내리는데 한잔 들고 하시소.”
진순이 무쌍을 흉내 내서 어무이로 호칭을 슬쩍 바꾸었다. 기억을 되찾은 김말순과 진순은 모녀간이나 다름없었다.
“하이고, 우리 순이가 최곤 기라. 봄비는 일을 해야 하니 일비요, 여름비는 낮잠을 자야 하니 잠비요, 가을비는 햅쌀로 떡을 쪄서 먹으니 떡비요, 겨울비는 술 마시고 놀아라고 술비로다. 마 한 잔 하자.”
슬슬 갑갑증이 나던 김말순이 좋아라 하고 서탁을 주르륵 밀어냈다.
“크크큭!”
무쌍이 소리를 죽여 웃었다.
“이눔아, 어미 사설이 우습더냐?”
김말순이 짐짓 눈을 치떴다.
“술 고프다는 말씀을 어렵게도 하십니다.”
“한번 왔다 가는 인생, 가리고 따지며 살면 뭣하리. 음식을 맞으면 양껏 먹어보자고 덤비는 사람이 예쁘고 지릅대(삼 껍질을 벗겨낸 속대) 타는 닭처럼 움찔거리는 인간은 꼴도 보기 싫은 기라.”
“하모요. 호우지시절(好雨知時節)이라 카디마는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리네예. 술비가 푸슬푸슬 내리는 날은 파전과 막걸리가 최고지예.”
진순이 사발이 넘치도록 따랐다. 김말순이 시원스럽게 들이키고 진순에게 잔을 돌렸다.
“아가, 너도 한잔해라.”
진순은 사양 않고 잔을 받았다.
“혀뿌리 황홀한 파전 한조각 가슴 밑바닥으로 쿵 떨어지는 막걸리 한잔, 임이 와도 한잔 임이 가도 한 잔, 추수 전에 좋은 씨앗 맺어 임과 즐겨보세.”
진순이 잔을 비우고 사심 섞인 사설을 뽑았다. 김말순의 눈이 반달처럼 휘었다. 진순이는 어린 나이에 불구하고 인생의 쓰고 단맛을 아는 아이다.
음식과 술은 종류와 질이 아니라 음식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가치가 정해진다. 마음 불편한 이와 만한전석을 먹고 감로주를 마신들 살과 피로 가겠는가! 마음 맞는 이와 죽죽 찢어먹는 파전 한 장과 탁배기 한 사발이 행복이다.
‘하이고, 조 여우같은 것 보게! 추수 전에 좋은 씨앗이 어쩌고 어째?’
무쌍이 속으로 혀를 찼다. 진순은 고단수였다. 틈만 나면 은근슬쩍 어머니를 충동질하고, 어머니는 그저 좋아라. 했다.
“자알 하십니다. 진순이 입은 입이고 아들 입은 주둥입니까?”
소외된 무쌍이 술상에 달려들었다.
“흐흥, 진순이는 애미와 죽이 맞지만, 너는 고리타분하자녀. 사지 멀쩡하고 힘이 넘치는 녀석이 할 일은 않고 빼기만 하니 곱게 보이겠냐.”
은근한 타짜에 무쌍의 목이 쑥 들어갔다. 안 그래도 어머니 성화에 결혼 날짜를 고려하던 중에 이런저런 사건이 터졌다. CIA가 주시하기 시작했다는 이대덕의 연락도 신경 쓰였다. 한가하게 결혼 운운할 게제가 아니었다.
“아가, 코쟁이 말은 와 이래 어렵누?”
김말순이 난감한 얼굴로 진순을 쳐다보았다.
“잘하고 계시네에. 혀가 굳지 않은 얼라들도 어무이맨치로 프 발음과 프~ 발음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거던예. 어무이는 엄청 빠른기라예.”
진순이 과도한 칭찬을 퍼붓고 무쌍을 돌아보며 혀를 날름했다.
‘윽, 젠장!’
무쌍이 움찔했다. 술기운이 올라 얼굴이 발개진 진순은 때 이른 눈을 덮어쓴 단풍처럼 예뻤다. 비아그라 효능을 십 배 능가하는 아트락스 기운이 피를 달구었다. 아랫도리에 기운이 확 몰렸다.
“그랴? 내가 교복을 입고 핵교가마 남들이 숭보지 않을까?”
“하이고, 어무이가 보통 동안입니꺼. 단발친 머리를 두 갈래로 묶고 교복을 입으마 억수로 걸망진(성숙한) 학생인가 하겄지예.”
“설마! 근데 말만 들어도 좋네.”
“어무이, 말난 김에 꾸며 보입시더. 교복도 맞췄다 아임니꺼.”
“하이고, 내가 주책부린데이.”
말은 그렇게 했지만 김말순은 잔뜩 들뜬 표정으로 진순을 따라 안채로 올라갔다.
“하아! 미치겠네.”
무쌍이 한숨을 푹 쉬었다. 에델과 노바토피아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밍기적대는 원인은 어머니 때문이다. 저토록 좋아하시는데 덥석 떠나자니 엉덩이가 떨어지지 않았다.
삐잉- 삐잉- 무쌍만이 들을 수 있는 고주파 음이 울렸다. 짧게 세 번 길게 두 번, 노바토피아다. 책장 안쪽의 버턴을 누르자 빨간 통신기가 밀려나왔다.
-뚜바이부르파여, 영원 하라!
‘아이쿠, 내가 미친다.’
옴부티 영감은 하지 말래도 도대체 말을 들어 처먹지 않았다.
“아저씨, 별일 없지요?”
-송구합니다. 엔네디 커피 농장에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루펠 십여 마리가 사린가스 봄베를 투하했습니다.
“뭣? 독가스를 살포해?”
무쌍이 버럭 했다. 아사드가 하마(시리아 북부 대도시)에 투하한 CG(질식 작용제)로 인해 발생한 참상이 생생했다. 술기운이 확 날아갔다.
-마고님이 주술로 루펠을 쫓아버린 덕분에 큰 피해를 입지 않았습니다. 사상자는 삼십 명입니다. 오염지역은 염소 가스로 제독중입니다. 문제는~
무쌍은 말없이 들었다.
“알았소. 놈들이 VX를 살포할 가능성도 있소. 염소 가스와 과산화수소를 충분히 준비하고 동물을 이용한 공격은 마고와 상의해서 처리하시오. 곧 출발하리다.”
-평안을 방해해서 송구합니다. 뚜바이부르파여, 영원하라!
통화를 끝낸 무쌍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더러운 놈, 감히 독가스를 살포해!”
좋았던 기분이 깨끗이 휘발되고 진득한 분노가 끓어올랐다. 같은 죽음이라도 독가스로 인한 죽음은 처참하기 이를 데 없다. 숨이 끊어질 때까지 극악한 고통에 시달리고, 치료 후에도 평생 후유증에 시달리기 십상이다. 게다가 놈들은 민간인을 상대로 살포했다. 좌시할 상황이 아니다.
삐잉- 삐잉- 전화기가 다시 울렸다. 또 노바토피아다. 예감이 좋지 않았다. 송수화기를 든 무쌍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모하메드의 보고였다.
“혜영이라니? 혜영이 왜 이투리 정글에 있어?”
목소리가 높아졌다. 7년 만에 듣는 황당한 소식에 머리가 띵했다.
-와킬, 송구합니다. 총독께서 직접 보고 드리고 판단은 와킬께 맡기라고 하셨습니다.
“자세히 말씀해 보시오.”
-넉달전 미합중국 지질탐사대가 지부티를 거쳐서 동아프리카로 행했습니다. 폴 소령이 인혜영이란 한국인 아가씨를 만났는데~
무쌍은 정신없이 메모했다.
[맘바사, 키상가니에서 500km 응판와자의 미군 캠프, 무장 세력 르완다 반군…….코코라, 이루무, 금발여자 추적중, 미군 캠프 진입 실패…….반군과 교전……]“모하메드 고생했소.”
무쌍은 전화를 끊고 멍하니 천장을 올려보았다. 혜영이 미군 캠프에 있고, 캠프에 심상치 않은 사건이 발생했고, 이투리 정글 외곽이 아수라장이 되었다는 모하메드의 말이 귀에 뱅뱅 돌았다. 무슨 인연인지 검은 대륙은 끈질기게 자신을 끌어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