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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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장 아수라6
동아프리카 대지구대는 문화인류학자와 지질학자가 풀 방구리 쥐 드나들 듯 찾는 지구의 속살이다. 혜영이 학술조사차 가지 못할 이유는 없지만, 대규모 군사 작전에 말려들었다는 점이 문제다. 예감이 썩 좋지 못했다.
“젠장, 몸띠도 약해 빠진 게 만다꼬 그 지랄 맞은 곳에 갔노.”
한숨이 절로 나왔다. 동아프리카 열대 우림이 어떤 곳이던가? 너무 위험하고, 너무 불결하고, 너무 원시적인 땅, 원시적인 폭력이 난무하고, 비열한 인간의 악의가 넘치는 야만의 땅이다. 각성을 통해서 얻은 예지력이 계속 경고음을 발했다. 무쌍은 재차 수화기를 들었다.
“피신 디렉슘(수영장 사장)! 동방불패요.”
-마스터, 평안하십니까?
“별로 안녕하지 않소. 이투리 상황을 알아야겠소.”
무쌍이 거두절미하고 정보를 요구했다.
-미군과 각양각색의 반군, 특수부대가 술래잡기 중입니다. 마스터가 간절하지만, 평안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미 평안은 깨졌으니 설명해 보시오.”
-사건의 시작은 고마 지진입니다. 선캄브리아기 지층이 노출되고 양키가 모부투를 협박해서……. 우리 쪽 슬리퍼가 모종의 물건을 입수하고 연락이 끊어지면서 갑자기 피바람이…….
“양키가 리튬으로 빵을 만들든 밥을 짓든 관심 없소. 놈들이 오파츠를 발굴했든 성궤를 찾았든 알 바 아니오. 혹시 미군 캠프 내부 사정을 알고 있소?”
-죄송합니다. 투입한 작전부 요원은 전부 카이트(연락이 끊어진 첩보원)상태고, 내부 침투를 시도한 루웁 뎅은 아그리피나 실드에 속수무책입니다. 국가안전회의는 마스터 투입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습니다. 용돈을 벌어볼 의향이 있는지요?
“글쎄, 노바토피아도 난린데…….”
무쌍이 말꼬리를 흐렸다. 어쩌다 양수겸장이 되었다.
-마스터, 노바토피아는 옴부티와 노바 슈바르제에 맡겨두시지요. 지도부와 국민이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하나가 되고 국가 기반을 다질 좋은 기회입니다. 한국 근대사도 지도부와 국민이 유리되면서 많은 것을 잃었지 않습니까.
“흠, 그건 그렇지요. 문제는 비대칭 전력이오.”
-옴부티 총관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사린가스라면 염려 놓으십시오. 지부티에 폭격기를 배치 중입니다. 바칠킬레를 불바다로 만들겠습니다.
“그거 좋지!”
-맘바사에 파견한 작전부 팀과 루웁 뎅 다섯 개조 연락이 끊어졌습니다. 우리 측은 미군의 물량 공세와 특이 능력자들의 암살 책동에 속수무책입니다. 아레바 우라늄광산을 비롯한 키쿠라 금광, 브니 주석광, 이루무 아연광까지 개점휴업 상탭니다. 카파루자처럼 속 시원히 해결해 주시면 십억 프랑 쏘겠습니다. 장가 밑천은 마련해야지요. 크크크!
무쌍의 속을 모르는 보니파스가 낄낄 웃었다. 블랙맘바의 진정한 능력을 아는 보니파스만이 가능한 무지막지한 돈질이다.
‘허, 이 사람 보게!’
무쌍은 실소했다. 미군을 박살 내고 반군을 쓸어내 주기를 바라는 보니파스의 속내가 빤히 보였다. 동아프리카 지하자원은 프랑스와 벨기에의 화수분이다. 미국이 얻어낸 자원개발권은 프랑스와 벨기에의 기득권을 위협하는 강력한 한 수다.
“지금으로선 확답할 수 없소. 일단 전력을 알려주시오.”
-현재 미군 전력은 해병대 완편 대대, 쉐도우 15개 팀, DIA 타격대 20개 팀, 전투 공병대대, 화학 중대, 등등 전투병력 1,300명, 지원병력은 250명으로 추정됩니다. 류반카 특수부대와 재팬 특수부대가 날뛰고, 콩고계 반군 25,000, 르완다계 반군 12,000, 우간다와 수단 반군 8,000, 소속을 알 수 없는 무장집단 12개까지 60,000~70,000명이 비좁은 이투리 삼각지에서 미쳐 돌아가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리바 과장이 브리핑할 겁니다. 그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알았소.”
DGSE 총국장마저 아는 게 없으니 답답하기 이를 데 없었다. 하긴 이투리 정글이 어떤 곳이던가! 난장판이 벌어진 지역이 정글 외곽이지만, 경험 없는 첩보원이 활개 칠 만큼 만만하지 않다.
전직 CIA 중동팀장인 벨맨의 정보도 시원치 않았다. 콩고 동부에서 그린플로우 프로젝트라는 극비 작전이 진행 중이고, 혜영이 캠프 내에 있다는 사실만 재확인했다. 정신없이 전화를 돌리다 보니 어느새 밤이 깊었다.
답답해진 무쌍은 대나무 숲을 거닐었다. 노바토피아는 옴부티와 보니파스에게 맡길 수 있지만, 혜영은 직접 확인할 수밖에 없다. 과연 가야 할까? 머리는 주저했지만, 가슴을 어서 가라고 아우성쳤다. 발에 밟히는 마른 대나무 잎이 스적이는 소리, 바람이 빽빽한 대나무를 빠져나가는 윙윙대는 소리가 전장의 총성처럼 들렸다.
가루라의 인공지능은 선악을 모른다. 노바토피아에 보냈다간 가공할 화력에 인류 최악의 홀로코스트가 벌어질 염려가 있다. 인간화된 깜둥이는 응심제를 지켜야 한다. 결국, 자신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평범하게 살고 싶은데 하늘은 평안을 허락하지 않았다.
“나는 진정 아수라의 환생일까?”
달을 올려다보는 무쌍의 얼굴에 자조가 어렸다. 아수라는 신을 죽이는 존재, 전투가 존재 목적인 피의 제왕이다. 두 손을 들어 올렸다. 수천 명의 피로 물든 손이다. 저어함이 있던가? 안타까움과 불쌍함은 있을지언정 저어함은 없다.
한줄기 검은 구름이 천중에 박힌 만월을 훑고 지나갔다. 백부댁을 떠날 때 뒤를 따르던 달, 아침가리 골에서 혜영과 함께 올려다보던 달, 하르마탄이 천지를 덮는 황량한 사헬을 내려다보던 달, 마지막 숨을 몰아쉬는 소년병의 일그러진 얼굴을 비치던 사막의 달, 모두 같은 달이다. 인간의 분별 지어서 이달 저달하며 제멋대로 나눌 뿐이다.
그렇다. 저 달이 하나이듯 난마처럼 얽힌 마음도 근본은 하나다. 이미 피를 볼대로 본 인생, 사부님께서 카르마는 저어함이라 하셨다. 자책과 가책이 쌓이고 쌓여서 만들어진 버릇, 습관, 사고가 카르마다. 번뇌는 밖에 있지 않고 안에 있다.
품속에서 쿠크리를 뽑았다. 츄잉- 환한 달빛에 물결 문양이 요요로이 빛났다. 우웅- 달빛을 받아 시퍼런 날이 징징 울었다. 추수를 나가는 농부는 낫을 갈고, 전장에 나가는 무사는 칼날을 세운다. 어리광쟁이 아들, 자상한 오빠에서 전장의 악몽, 블랙맘바로 돌아갈 시간이다.
무쌍은 앞마당 수도로 향했다. 사악- 사악- 숫돌에 물을 뿌리고 쿠크리 날을 세웠다. 옛집에서 챙겨 온 숫돌은 중심이 움푹 파이고 양쪽 가장자리가 볼록 솟은 초승달 형태가 되었다. 수십 년 동안 부엌칼, 낫, 작두, 끌, 온갖 날붙이가 거쳐 간 흔적이다.
아버지가 추수할 낫을 갈고 여물을 썰 작두를 갈았던 숫돌에 아들은 인간의 심장을 가르고 목을 잘라낼 흉기를 갈고 있다. 아버지는 날 세운 연장으로 농사를 지어 가족을 먹여 살렸고, 아들은 날 세운 흉기로 사람을 죽여 가족을 먹여 살리고 있다.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일을 할 뿐, 정의로 포장할 이유도 없고, 선과 악의 구분도 의미 없다. 사막도 잊고, 정글도 잊고, 혜영도 잊었다. 메인 곳 없이 산란하던 마음이 한점으로 모여 단단해지기 시작했다.
출렁- 푸른 공기가 흔들렸다. 자신의 영역에 누군가 들어섰다. 익숙한 기운은 어머니다.
“아들, 일 나가려고?”
김말순의 음성이 젖었다.
“어무이, 밤이 늦었는데…….”
“아들이 잠 못 이루는데 편히 잘 어미가 어디 있노.”
“벨일 아임니다. 잠시 출장 다녀오겠습니다. 돈을 벌어야 먹고 살지요.”
무쌍이 설레발쳤다.
“……”
김말순이 말없이 아들의 몸을 만졌다. 허벅지 근육을 쓰다듬고, 옆구리를 더듬고, 가슴을 만졌다. 찰떡처럼 농밀한 피부 아래 철판 같고 돌덩어리 같은 근육이 만져졌다. 이토록 강건한 신체를 만들기까지 겪었을 간난신고에 가슴이 저렸다.
“내 아들, 다치면 안된데이.”
김말순이 아들 볼을 가만히 쓰다듬었다. 밤마다 잠든 아들 볼을 쓰다듬으면 시린 가슴을 달래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걱정 마이소. 엄마 아들은 강해요. 많이 강해요. 돈 마이 벌어오겠심더.”
“이노무 자식, 엉구럭치지 말아라.”
김말순이 엉덩이를 철썩 때렸다.
“헤헤헤!”
무쌍이 실실 웃었다. 엉덩이 때리는 버릇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했다.
“어이구, 내 아들 궁디가 실하기도 하구마. 위험하다고 해야 할 일을 피할 수야 없겄제. 다쳐서 오면 밥도 안 줄 끼다.”
김말순이 종주먹을 흔들고 행랑채로 내려갔다. 행랑채 한 칸에 부처님이 모셔져 있다. 밤새워 아들의 무운장도를 기도할 게 뻔했다. 어머니는 진정 강한 분이었다.
눈치 빠른 여자는 또 있었다. 진순이다. 메모지를 치우지 않은 자신의 잘못이다. 무쌍은 모른 척 칼갈이에 집중했다. 스윽- 스윽- 야밤에 칼 가는 소리는 으스스했다. 진순이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
“오빠, 인 선생이제? 오빠 인생에 도움이 안 되는 그 여자 말이다.”
무쌍은 못 들은 척 칼만 갈았다. 진순의 눈꼬리가 올라갔다.
“오빠, 신새벽에 쿠크리 날을 세울 만큼 위험한 일이제? 그 여자 맞지?”
“이 자식아, 고마 몰아붙이라. 오빠 숨 먹히겠다.”
“흥, 오빠 숨이 와 멕히노. 억장이 멕히는 사람은 내다. 오빠가 젤로 힘들 때 떠난 여자, 입때껏 편지 한 장, 전화 한 통 없는 여잔기라. 오빠처럼 딱 뿌라지는 사람이 인 선생 문제는 와 맨날 흐리멍덩하이 구노?”
무쌍은 그녀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아니 무서웠다. 늘 햇볕처럼 따뜻한 얼굴이 마귀할멈으로 변했다. 찬바람이 휭휭 돌았다.
“음!”
무거운 한숨이 나왔다. 할 말이 없었다.
“내가 질투하는 거 아이다. 에델은 백 명을 데려와도 좋아. 하지만 그 여자는 아니야. 인 선생이 오빠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야. 에델의 사랑이 베푸는 사랑이라면 그 여자의 사랑은 요구하는 사랑이야. 베푸는 사랑은 끝이 없지만, 요구하는 사랑은 받을 게 없으면 쫑치는 거라고.”
진순의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오빠가 인 선생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던가. 스님 할아버지가 거두지 않았으면 오빠는 폐인이 되었을지도 몰랐다. 순수한 사랑을 농락한 여자, 마구니가 오빠를 전장으로 끌어들이려 한다. 분하고 원통했다. 머리채를 몽땅 뽑아버리고 싶었다.
“혜영은 떠난 여자다. 다시 엮일 일은 없다.”
무쌍이 딱 잘랐다.
“그런데 왜?”
진순이 반문했다. 떠난 인 선생을 받아들일 우유부단한 사람이 아니지만, 그놈의 정이 문제다. 늘 허허 웃으며 싫은 소리 한마디 못하지만, 결정하면 누구도 못 말린다.
“나는 그녀에게 큰 빚을 졌다. 그녀가 불가항력적인 위험에 처해있다면 그 또한 내 책임이다. 나는 사나이다.”
무쌍이 한마디 내뱉고 입을 꾹 다물었다. 지키고 보호해야 할 수많은 사람을 두고 인연이 다한 여자를 위해 위험을 무릅쓴다면 진순이 아니라 누구도 이해 못 할 것이다. 허나 인연은 따지고 재단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응무소주 이생기심!
“오빠 적은 마카 여자 인기라. 장 씨, 화자, 인 선생, 마카 여자아이가. 호오!”
진순이 한숨을 호로록 내쉬었다. 사나이라는 말에 오빠의 인생이 담겨있다.
“조진순, 어무이, 아지메, 에델, 영아, 미나, 연순, 계순, 말순, 우순이는 여자가 아니고 남자가?”
“어린애처럼 굴지 마. 오빠가 불사신에 가까운 존재지만, 불사신은 아인기라. 어머님도 대충 알 건 다 아셔. 의연한 모습을 보이지만, 심정이 어떻겠어. 다치지 마.”
“니가 있어 행복하다. 고맙다.”
무쌍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진순이 끝내 고집부리면 곤란해진다. 방문 앞에서 야구 배트 들고 지킬 녀석이다. 무쌍이 빙긋이 웃고는 손가락을 들어 정원에 놓인 석등을 가리켰다. 쭝- 퍽- 돌가루가 풀썩 피었다.
“세상에!”
석등을 확인한 진순의 눈이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사람 몸통만큼 굵은 석등에 매끈한 구멍이 뚫렸다. 인간이랄 수 없는 오빠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나는 동방불패다. 나를 어떻게 할 존재는 없다. 어차피 의뢰를 받았다. 혜영이 위험하면 구해주겠지만, 별문제 없으면 손대지 않겠다. 됐지?”
진순의 눈물을 닦아주고 으스러지도록 꼭 안았다.
“웃기지 마. 그칸다꼬 내가 좋아할 줄 알고. 헤헤헤!”
“걱정하지 마라. 내 능력은 나도 다 모른다. 나는 행복하고, 행복을 지키고 싶다. 후딱 처리하고 오꾸마. 다녀와서 결혼식을 올리자.”
“오빠!”
진순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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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엄마, 왜 불러!] [갈 곳이 있다.] [간다.]푸왕- 해저에서 가루라가 튀어나왔다. 반중력 엔진을 가동한 가루라가 촌각에 일만 미터 상공으로 치솟아 응심제를 향했다. 쏴아아- 응심제 상공에 검은 장막이 떨어졌다. 쉬이익- 무쌍이 깃털처럼 솟아올라 가루라 목에 걸터앉았다.
[가자!]비이잉- 스카우터가 사념을 읽어들여서 방향과 목적지를 특정했다. 슈앙- 검은 장막이 한순간에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치킨, 속도를 늦춰!]천하의 블랙맘바가 약한 모습을 보였다. 에피듐의 강인한 육체도 초음속을 견디기는 힘들었다. DGSE 기술부에서 제작한 아라미드 계통의 특수복이 아니었으면 풍압에 옷이 갈가리 찢어졌을 것이다. 가루라가 속도를 아음속으로 늦추었다. 그래도 호흡이 턱턱 막혔다.
‘니미, 적응이 안 되네. 안면 마스크를 주문해야겠군.’
참다못해 공진파로 공기층을 만들어서 안면을 가렸다. 가루라는 12시간 만에 파리 상공에 도달했다. 무쌍은 DGSE 본관 지붕에 낙하해서 벽을 타고 7층 총국장실 창문을 넘었다.
“용돈 벌러 왔소.”
보니파스가 후다닥 일어났다. 입에 물고 있던 골루즈가 툭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