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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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장 아수라8
“훗, DGSE 체면이 말이 아니구먼. 그러고도 책임자들이 잡아먹히지 않았나?”
블랙맘바가 피식 웃었다.
“말도 마십시오. 수영장이 부글부글 끓습니다. 화상을 치료 중인 친구도 여럿입니다. 고문님이 의뢰를 수락한 덕분에 여러 사람이 살아난 셈이지요. 하하하!”
여유를 찾은 아리바가 화면을 바꾸었다, 1:7,500 동아프리카 군사 지도가 투영되었다. 적색 서클은 그린존과 반군 세력권이고, 빽빽한 숫자는 병력 숫자다. 한눈에 세력 분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전체적인 현황만 파악하면 됩니다. 고문님 GPS에 관련 정보가 입력되어 있습니다. 반군은 지리에 익숙하고 원주민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될 수 있으면 마찰을 피하십시오.”
“흐음, 허접한 반군이나 경무장 에이전트 무리는 신경 쓸 필요도 없다. 문제는 엉클 셈이다. 장비와 화기가 충실한 해병대와 쉐도우도 만만치 않지만, 흰개미 군단처럼 몰려올 지원군이 문제란 말이야.”
실제로 골치가 아팠다. 보니파스는 미군을 두들겨 쫓아내기를 원했다. 곁다리로 받았지만, 의뢰는 의뢰다. 개인적으로도 혜영을 빼내려면 미군 캠프를 들쑤셔야 한다. 진순의 말대로 자신은 불사신에 가까울 뿐 불사신이 아니다.
삼척동자도 미합중국이 유일무이한 강대국이고, 미군이 최강이라는 사실을 안다. 미군이 강한 이유는 강력한 보급 능력 때문이다. 미국은 잘 훈련된 병력과 우수한 무기를 분쟁지역에 무한정 보급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국가다. 히틀러의 광기와 도조 히데키의 대화 혼도 양키의 물량 공세에 무너졌다.
미국은 한국전 당시에도 상상 불가의 보급 능력을 보여주었다. 한국군이 소금 뿌린 주먹밥으로 주린 배를 채울 때 미군은 베이컨과 스테이크를 먹으며 총을 쏘았다. 한국군이 웅덩이 흙탕물로 갈증을 달랠 때 미군은 신선한 우유를 마셨다. 한국군이 총알 한 발을 아낄 때 미군은 융단폭격으로 지면을 밀어 버렸다.
쉐도우는 숨겨진 독침이다. 특수 능력자들이 말벌떼처럼 달려들고, 해병대가 화력 지원하면 상당히 성가시게 된다. 게다가 여차하면 해외 주둔군이 몰려오고, 항모전단이 투입된다. 솔직히 혜영이 엮이지 않았으면 피하고 싶은 강적이었다.
“현지 루웁 뎅은 누가 지휘하나?”
“뤽 빠송 소령입니다. 루웁 뎅은 고문님의 지휘 체계에 들어있지 않은 특수부대지만, 특별군사고문의 자격으로 협조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아레바 우라늄 광산을 경비 중인 공정대는 입맛대로 쓸 수 있습니다.”
“현지 파견대와 접선 방법은?”
아리바가 GPS를 꺼내 들었다. 이투리에서 사용한 GPS보다 훨씬 작았다. 손바닥에 올려놓을 정도였다. 아리바가 전원을 켰다. 순식간에 지도가 로딩되었다.
“휴대성과 속도를 높였지만, 메모리 한계 때문에 동아프리카 지도만 들어있습니다. 작전에는 별 지장이 없을 겁니다. 사용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아리바가 트랙볼을 굴리자 화면이 이동하고 꾹 누르자 줌 업되었다. 좌표와 거리를 표시하는 숫자가 어지럽게 움직였다. LOUP를 입력하자 지도가 줌업 되고 파란 삼각형 다섯 개가 나타났다. 초기 제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업그레이드되었다.
“루웁 뎅의 비밀 아지트입니다. 이놈 저놈과 난타전을 벌이고, 시커먼 복면을 쓴 놈들에게 정신없이 얻어맞고 브니로 퇴각한 상태입니다. 빠송의 얼굴이 별로 좋지 않을 겁니다.”
“별로 좋지 않은 얼굴을 봐서 뭐하게?”
블랙맘바가 퉁명스럽게 반문했다.
‘훗, 멧돼지가 얻어터지겠군.’
아리바는 빠송의 명복을 빌었다. 막무가내 고문이 협조를 구할 가능성은 제로다. 고지식한 빠송이 지휘권을 주장하다가 얻어터지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Areva를 입력하자 맘바사에서 오카피 숲 방향으로 30km 떨어진 지점에 파란 삼각형이 깜박였다.
“공정 중대가 주둔하는 광산입니다. 사용법을 다시 보여드릴까요?”
“됐네!”
“GPS를 전적으로 신뢰하지 마십시오.”
“그러지.”
이투리 정글은 파리 시내가 아니고 게릴라는 공정여단이 아니다. 지형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게릴라는 수시로 이동한다.
“양키가 사방으로 도로를 뚫은 덕분에 이동은 편할 겁니다.”
“부가티를 탈 일도 없는데 도로가 무슨 소용이야. 개활지에서 얼쩡대다 RPG를 얻어맞기 십상이지. 정글에선 타잔이 갑이다.”
블랙맘바가 상의 포켓을 탁탁 두드렸다. 이투리에서는 양탄자처럼 펼쳐진 캐노피 상부를 뛰거나 아미 로프로 진자 이동하는 방법이 최고다.
“하긴 박쥐처럼 정글을 날아다니는데 도로가 뭔 소용이겠어요. 동아프리카에 콜레라가 창궐했습니다. 백신은 예방 효과가 별로 없지만, 설사는 예방할 수 있습니다.”
“자네와 함께 정글을 날아다니면 더 재미있을 것 같은데. 블랙맘바와 함께 춤출 의향은 없나?”
에피듐이 백신을 맞을 필요도 없지만, 남의 일처럼 말하는 아리바가 밉살맞았다.
“아이쿠, 제 한 몸 가누기도 힘든 책상물림을 끌고 가서 어디다 쓰시게요. 구관이 명관이라지 않습니까. 선물을 드릴 테니 봐주십시오. 헤헤헤!”
아리바가 헤픈 웃음을 흘리며 캐비닛에서 녹황색 상의를 꺼냈다. 장난인 줄 알면서도 이투리에 가자는 말을 들을 때마다 간이 덜컹거렸다.
“방탄복치곤 특이하군.”
“리퀴드 메탈을 코팅한 STF 방탄복입니다. 한 벌 생산에 150만 프랑이 들어갔습니다.”
“겁나게 비싼 옷이군. 수치는?”
“NIJ기준 레벨Ⅲ입니다.”
“7.62mm 소총탄은 몇 발 맞아도 되겠군. 귀찮지만 몸뚱이에 구멍 나지 않으려면 감수해야지.”
방탄복 등급은 더블 식스 테스트로 결정한다. 해당 탄종을 여섯 발 쏘아서 성능을 확인하고, 육 년 동안 그 성능이 유지되어야 한다.
“착용해 보시지요.”
“젤리처럼 말랑말랑하네.”
블랙맘바가 살짝 놀랐다. 기존의 레벨Ⅲ 방탄복은 내부에 금속성 방탄판을 채용한다. 합판 수준의 고강도 방탄복은 활동성에 큰 핸디캡이 걸린다. 레벨Ⅲ 방호력에 얇고 신축성 있는 방탄복은 사기다.
“움직임에 방해되지 않도록 내피용으로 제작했습니다. 총탄을 맞으면 리퀴드 메탈이 순간적으로 단단해집니다. 제작 단가가 너무 높아서 상용화는 불가능합니다. 대통령과 고문님용으로 두벌만 제작했습니다.”
“그거 영광이군.”
“나쇼널 트레조르에 대한 예우입니다.”
“예우는 개뿔이! 살아있어야 계속 부려 먹지.”
블랙맘바가 투덜거렸다. 아리바는 비시시 웃기만 했다.
“무기는?”
“고문님이 탑승할 허큘리스에 실어놓았습니다.”
“그딴 느려터진 고물 수송기는 필요 없어. 가져와!”
“넹? 넵 알겠습니다.”
영문을 모르는 아리바가 전화기를 들었다. 잠시 후 트럭이 도착했다. 요원 넷이 끙끙거리며 커다란 장비 수납용 박스 두 개와 작은 케이스를 내렸다.
블랙맘바는 작은 케이스를 개방해서 개조한 드라구노프와 MP5sd3, 글록, 탄환, 투척 무기를 방탄 백 팩에 수납했다. 중량물은 쌈디용 중화기다. MAG 중기관총도 쌈디에겐 이쑤시개에 불과했다. 블랙맘바는 에밀의 조언을 받아들여서 헬기용 미니건과 자동유탄발사기를 쌈디의 체형에 맞추어 개조했다.
미니건과 MK19는 헬기, 장갑차, 험비에 장착되는 지원화기로 인간이 들고 설칠 물건이 아니다. M134 미니건은 알총 무게만 18kg이다. 급탄 장치와 모터를 추가하면 28kg, 7.62mm 나토탄 10,000발 탄띠를 추가하면 128kg이 된다. DGSE 기술부가 휴대용으로 개조한 MK19 자동유탄발사기도 무겁긴 마찬가지다. 자체 중량 30kg에 40mm 유탄이 0.8kg이다. 유탄 백 개가 든 탄통을 결합하면 110kg이다.
블랙맘바가 장비를 꼼꼼히 검사했다. MK19에 탄통을 결합해서 무게중심을 확인하고 미니건에 탄띠를 연결해서 송탄 기능을 점검했다.
‘흐으~ 따라갈까?’
아리바의 눈이 몽롱해졌다. 수컷은 본능적으로 강함을 동경한다. 무지막지한 쇳덩이를 젓가락처럼 다루는 초인의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이미테이션을 들고 그럴듯한 연출을 하는 람보가 아니라 전장에서 날뛰는 진짜 괴물을 보고 싶었다.
‘아서라! 가늘고 길게 살아야지.’
아리바는 갈등을 털었다. 저런 괴물이 날뛰는 아수라장에 끼어들었다간 뼈도 못 추린다.
“일단 캠프를 탈출한 KGB 요원을 확보해야겠지?”
블랙맘바가 장비 재포장을 지시하고 아리바에게 물었다.
“넵, 정확히 말하면 우비익사가 보호하는 썩은 장미가 소지한 오파츠입니다.”
“오파츠라고 단정하는 이유는?”
“DGSE에 150년 전 알랑 드 보통 경이 루웬조리 산맥에서 발굴한 보울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보울에 과일이나 식재료를 보관하면 한 달 동안 신선도가 유지되었다고 합니다. DGSE 기술부는 금속 보울을 호울리움(공진기)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맘바사는 루웬조리 산맥과 동일한 단층대입니다. 엉클 샘이 미쳐 날뛸 만큼 중요한 오파츠가 발굴되었다고 봐야죠.”
‘그렇게 중요한 물건이면 양키가 프레데터를 투입할 텐데? 지나치게 껄끄러운 존재라서? 아니면 특수부대를 믿고 있나?’
블랙맘바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맥킨리가 문책이 두려워서 보고를 늦추고 있음을 알 리 없었다.
“고등어 가시로 빗질하는 소리 들어봐야 모르겠고 돈값은 해야지.”
블랙맘바가 백 팩을 메고 끈을 죄었다.
[치킨, 보관해라.]블랙맘바가 무기 박스를 번쩍 들어서 허공으로 던졌다. 쌩- 쌩- 날카로운 파공성이 울렸다. 중량물이 대공 포탄처럼 밤하늘로 솟구쳤다. 쏴아아- 밤하늘에서 먹물 같은 어둠이 떨어졌다. 가루라가 발톱으로 부대를 잡아챘다.
‘헉, 이건 또 뭐야!’
놀란 아리바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레 비유 자미 에 르 비유 제뀌 쏭 레 메이훼흐.(옷은 새 옷이 좋고 사람은 옛사람이 좋다.) 수고했다.”
블랙맘바가 정신없이 허공을 쳐다보는 아리바의 어깨를 툭 쳤다.
“헉, 날도 어두워졌는데……. 숙소를 준비해두었습니다만.”
아리바는 자연재해와 얼른 헤어지고 싶었다. 자신은 인간이고 블랙맘바는 괴물이다. 유유상종이라고 했다. 매번 이렇게 간 떨어지는 일을 겪다간 제명에 죽지 못할 것 같았다.
“시간 없다. 일을 끝내고 요아 호수에서 한잔하자고.”
블랙맘바가 땅을 박찼다. 카무게와 반시리를 먼저 해결하고 이투리로 가려면 노닥거릴 시간이 없었다. 블랙맘바가 밤하늘로 솟아오르고, 검은 먹물이 하늘을 가렸다가 사라졌다.
“뭐 뭐야!”
아리바는 멍하니 하늘을 올려보았다. 검은 하늘엔 별만 반짝였다. 귀신처럼 등장하더니 귀신처럼 사라져버렸다. 워낙 촌각에 벌어진 일이라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지 알지도 못했다.
“칸마의 재림인가! 칸마든 아쥐 레머든 우리 편인데 어때. 걱정은 엉클 샘과 반군 떨거지 몫이거든.”
아리바는 늘 그렇듯 그러려니 했다. 인간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객관적으로 나쁜 놈도 내게 잘해주면 좋은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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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관 데이비스는 눈앞에 놓인 보고서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상온초전도체로 추정되는 오파츠에 관한 사항]보고자 : 론 맥킨리, 토마스 사무엘
1. 발굴 입수자 : 혜영 린(샌타바바라 지구과학 박사과정. 학회 어시스턴터)
2. 탈취 도주자 : 바브라 헬렌. DIA 방첩부 소속 요원, KGB 스파이로 추정됨.
3. 사망자 : 짐 케리(워싱턴대 지질학 박사. 학회 어시스턴터). DGSE 스파이로 추정됨.
4. 경과 : 헬렌이 케리를 죽이고 상온초전도체로 추정되는 물체를 가로채서 도주……. 한국 국적의 린 연구원은 심문 후 구금상태임……. KGB 필드 팀이 헬렌과 내응……. 현재 추적 중이며 다수의 인명 손실 발생함…….
5. 오파츠에 관한 사항(린 연구원의 심문에 기초한 기술)
1) 형상 및 규격 : 유백색 금속성, 150mm, 지름 20mm, 이음매 없는 원통형
2) 물성
– 특성 2종 초전도체(외부 온도 30℃ 이하 Tc₁작동)
– 임계온도 258K
– 표면 온도 Tc₁ 작동 시 -10℃(추정)
– 경도(hardness) 브리넬경도 측정 불가, 모스 강도 측정 불가
– 나노단위 단결정 소결 압축 성형(추정)
– 외부온도 40℃부터 강력한 유도 자기장 형성, 외부온도 32℃ 이하부터 표면 온도 상승
……
6. 심문 결과와 정황으로 볼 때 린 연구원이 습득한 미상의 오파츠는 상온초전도체가 확실함. 리튬 동위원소 변화, 상온초전도체 발굴은 초고대 카 문명 존재를 강력히 시사함.
……
데이비스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랜드마스터 라마르틴의 예측이 맞았다. 상온초전도체는 핵융합로 자기장 가둠 장치를 연구 중인 위원회 과학자와 기술자가 꿈에 그리는 물질이다.
기존의 초전도체를 액체 질소로 냉각하려면 몇 개월이 걸린다. 초전도체 활성화에 진이 빠지고 에너지가 소모된다. 외부 에너지 주입 없이 자체적으로 물성을 바꾸는 상온초전도체는 상상도 못 했다.
오파츠를 역설계 해서 격납 용기를 만들면 핵융합로 온도가 올라갈 때 자동으로 온도가 떨어져서 플라스마를 가둘 수 있다는 의미다. 외부 에너지 투입이라는 최대의 난제가 사라진다. 프로메테우스의 첫 번째 선물이 불이라면 오파츠는 두 번째 선물이다. 그도 핵물리학자다. 오파츠를 만져보고 싶고, 연구해 보고 싶은 열망이 끓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