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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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장 아수라10
“총국장 동지, 쿨라크(악명높은 구소련 정치범 수용소)는 면회도 안 됩니다.”
목구멍에서 손이 나올 만큼 급한 상황이지만, 미그기를 보낸다는 말은 총국장과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건다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흐흐흐! 나도 쿨라크는 사양이야. 하인드를 동원해서 우빅사 동지들만 살짝 빼내자고. 어때?”
미하일이 비시시 웃었다. 그는 한국 민항기 격추 사건의 배후다. 양키 하수인을 혼내준 대가는 국제적 고립이었다. 미그기를 동원해서 미군 캠프를 폭격하면 3차대전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고르바초프가 싫다고 자폭할 수는 없었다.
“……”
폼스키는 대답하기 곤란했다. 개방 정책을 추진하는 서기장이 작전 명령서에 사인할 리도 없지만, 손 놓고 멀거니 구경할 양키도 아니다. 격추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이나 정치적 부담도 커진다.
“총국장 동지, 11항공모함강습단이 모가디슈 해상을 항진 중입니다. 하인드가 자이르 국경을 넘는 순간 니미츠에서 발진한 함재기가 벌떼처럼 날아올 겁니다.”
폼스키는 완곡히 만류했다.
“하인드는 지표면 10m 높이를 비행할 수 있다. 저공 비행하면 함상 레이더를 피할 수 있지 않나?”
“이투리 정글 캐노피가 80m~120m입니다. 정찰기와 정찰위성도 있습니다. 엉클 샘의 조기경보 시스템은 효율적입니다. 게다가 놈들이 맘바사에 최신형인 에이테킴스(ATACMS)를 투입했습니다. 귀찮은 마이마이 청소용이지만, 아차 하면 우간다 비행 기지는 뼈도 못 추립니다. 깨 줍겠다고 기름병을 쏟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폼스키는 열심히 말렸다. 그까짓 금속 쪼가리가 뭐라고 정치적 군사적 모험을 한단 말인가! 하인드를 투입해서 우빅사팀을 구출하면 다행이지만 격추되면 골치 아파진다.
“우리는 양키와 싸우자는 게 아니다. 놈들이 전투기를 보내서 구조 헬기를 격추할 만큼 미쳤을까?”
미하일이 꿋꿋이 버텼다.
“하인드는 구조 헬기가 아니고 화난 말벌은 물불을 가리지 않습니다. 스팅어도 충분히 위협적입니다. 아프가니스탄의 악몽을 생각해 보십시오.”
폼스키는 솔직히 오파츠인지 뭔지를 넘겨주는 조건으로 부하들을 빼내고 싶었다. 하인드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사탄의 마차라 불릴 정도로 맹위를 떨쳤지만, 무자헤딘이 양키의 지원을 받으면서 사정이 백팔십도로 변했다. 스팅어가 하인드를 물오리처럼 떨어뜨렸다. 적의 자비에 기대어 작전을 펴는 바보짓을 할 수는 없었다.
“폼스키, 나는 자본주의 돼지들이 싫다. 놈들이 에이테킴스를 응판와자에 배치했다면 그만큼 중요한 무엇이 있다는 뜻이다. 스탈린 동지가 히틀러의 유산을 발 빠르게 빼낸 덕분에 조국은 강대국이 되었다. 브레즈네프 동지 이후로 배짱 있는 서기장이 선출되지 못한 탓에 조국은 시간이 흐를수록 허약해지고 있다. 간덩이가 벼룩만 한 고르바초프 동지는 핵무기 폐기에 나섰다. 시로코프!”
“넵, 총국장 동지!”
아프리카/중동 국장이 벌떡 일어났다.
“카제제에 하인드가 몇 대 있나?”
“세 개 항공편대가 있습니다만 제2편대는 다르푸르에서 작전 중이고, 제3편대는 정비 중입니다. 제1편대는 공격형 한 대와 무장형 세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무장형 세대면 밀로비치 팀을 뱃속에 집어넣기 딱이군. 한국 속담에 아끼다 똥 된다는 말이 있어. 양키가 상온초전도체를 역설계 해서 핵융합로와 레일건을 상용화하면 배부른 돼지는 세계를 손아귀에 넣고 우리 조국은 새된다. 벼룩 동지의 비난은 내가 듣겠다.”
미하일이 입을 꽉 다물고 눈에 힘을 주었다.
“총국장 동지!”
폼스키가 목소리를 높였다. 밀로비치 팀은 오파츠만 포기하면 얼마든지 그물을 빠져나올 수 있다. 미하일이 손을 들어서 폼스키를 막았다.
“자네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충분히 알고 있네. 인민영웅을 구하지 않으면 누가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나!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 어떻게 보물을 얻을 수 있겠나! 즉시 하인드를 보내서 영웅과 오파츠를 모스크바로 모셔오게!”
“알겠습니다.”
폼스키는 울화통이 터졌지만, 상관의 결정을 돌이킬 힘이 없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자헤딘 게릴라가 날린 스팅어 340발에 조국의 전투기와 헬기 269대가 격추되었다는 수치스러운 통계를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했다.
******
그린존의 맥킨리 준장은 폼스키보다 백배는 울화통이 터졌다.
“또 사라졌다고? 도살자(우빅사) 새끼들이 진짜 고스트라도 되는 거야? 그런 거야?”
맥킨리가 잔뜩 날 선 눈으로 함머 중령과 멕퍼슨 대령을 노려보았다.
“……”
두 사람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이익! 기껏 코너로 몰아넣었더니…….”
맥킨리가 털썩 앉았다. 한두 번 겪는 일도 아니었다. 초능력자와 군견을 앞세워서 막다른 골목으로 몰았다 싶으면 흔적이 끊어졌다. 우빅사 팀에 냄새와 흔적을 지우고 풍경을 왜곡하는 능력자가 있다. 부하를 다그쳐봐야 소용없다.
로스케를 추적하는 게릴라도 심각한 방해요소였다. 별 시답잖은 온갖 군벌이 끼어들어서 작전을 방해했다. 특히 르완다의 FDLR 놈들은 집요하기 이를 데 없었다. 금광에 눈이 뒤집힌 놈들이 미친 듯이 우빅사 팀을 추적하는 바람에 쉐도우와 계속 부딪혔다. 놈들은 교묘하게 쉐도우의 신경을 게릴라 쪽으로 돌려놓고 그림자처럼 빠져나가곤 했다. 맘바사 지역을 얻으려고 벌인 공작이 자충수로 돌아왔다.
“놈들은 쉐도우보다 한 수 앞섭니다. 진짜 그림자는 놈들입니다.”
함머 중령이 볼멘소리를 뱉었다. 말로만 들었던 우빅사의 능력은 대단했다. 전투력과 은신 능력이 쉐도우를 능가했다. 궁지에 몰리면 곤충떼와 동물을 조종하고, 지형을 바꾸고, 환상을 펼치는 등 초능력까지 발휘했다. 꼬리를 잡고도 놓치기 일쑤였다.
결국, 공세 작전을 차단 작전으로 바꾸고 사이킥 혼터가 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사정을 뻔히 알면서 극성스런 장모처럼 긁어대는 매킨리를 놈들보다 먼저 쏴 죽이고 싶었다.
“뭐야? 우리 초능력자는 원숭이와 놀고 있나?”
맥킨리가 버럭 했다.
“한 수 아래, 아니 동급인데 결사적으로 도주하는 쪽이 유리하다고 해야겠죠. 능력자가 이틀이면 도착합니다. 그때까지 발목만 잡고 있으면 됩니다.”
“에이, 빌어먹을!”
맥킨리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본인도 사정을 몰라서 채근하는 것이 아니다. 조직의 문책이 기다리고 있다. 최소한 변명이라도 하려면 오파츠를 빨리 회수해야 한다.
삥 삥- 통신기가 울렸다. 밀로비치가 순식간에 압축 통신을 끝냈지만, NSA의 귀를 속이지 못했다. 적도 상공, 정지궤도의 페가수스가 군사용 X 밴드 8.1GHz 상향주파수를 잡아냈다. 미하일과 밀로비치는 땅을 칠 노릇이었다.
NSA는 즉각 그린존과 구축함에 정보를 전송했다. 커티스 윌버와 블루 리지는 바짝 긴장했다. 무식한 북극곰이 앙골라 기지에서 미그기를 띄울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었다. 구축함은 레이더 재원을 자이르 동부에 할당하고, 그린존 전투정보실과 연동했다.
“커티스 윌버 CIC(전투전보실)입니다.”
함머가 맥킨리에게 수화기를 넘겼다. 사령관이 직접 받아야 할 비밀 통신이다. 맥킨리가 긴장했다.
“고르바초프가 미쳤구먼.”
쾅- 맥킨리가 통신기를 집어 던지듯 내려놓았다.
“ESM(전자감시수단)팀에서 대공 방어태세 지시가 떨어졌다. 멕퍼슨 대령은 대공포를 준비하고 함머는 쉐도우 팀에 스팅어를 보급하라.”
“대공방어? 상대는 누굽니까? 아직 레이더 기지 구축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멕퍼슨 대령의 눈이 커졌다.
“지구상에서 미합중국과 한판 하자고 덤빌 놈은 뻔하지요. 북극곰이 쥐새끼를 빼내려고 패를 꺼냈겠죠.”
대답은 함머 중령이 했다.
“헐, 삼차 대전이라도 일으키겠다는 건가?”
멕퍼슨 대령이 헛바람을 들이켰다.
“함머, 잡담할 시간 없다. 미그기가 출격하면 항모나 케냐 공군 기지가 알아서 하겠지. 우리는 헬기만 방어하면 돼.”
“코브라가 없는데 어떡할 거요?”
멕퍼슨이 인상을 찡그렸다. 곤란하게도 캠프에 하인드를 상대할 코브라가 없었다. 이투리 정글은 동남아시아 정글과 달리 캐노피가 빈틈없이 지상을 덮고 있다. 헬기가 지상 목표물을 락 온 하기도 힘들고, 공격 정밀도도 떨어졌다. 효용성도 없고 사용할 일도 없는 비싼 무기를 끌어안고 있을 이유가 없었는데 방금 없던 이유가 생겼다.
“북극곰 잠자리 따위는 스팅어와 벌컨이면 충분해. 스팅어 재고는?”
“쉐도우 팀이 10기, 해병대가 25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멕퍼슨 대령, 5기만 캠프 방어용으로 남기고 15기는 쉐도우에 넘기시오.”
“그러지요.”
캠프가 바빠졌다. 아수라를 불러들이는 미소 간의 국지전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블랙맘바가 가루라를 타고 노바토피아로 비행하는 중에 벌어진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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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1월 31일 새벽, 이투리 하늘이 금방이라도 폭우를 쏟아 부을 듯 꿈틀거렸다. 적도에 걸친 이투리 주는 건기와 우기가 뚜렷하지 않다. 3월부터 11월까지 비가 많이 내리고,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비가 적게 내리는 편이다. 1월 치고는 이례적으로 두터운 비구름이었다.
어둠이 가장 짙은 시간은 밤과 낮이 교차하는 박명 직전이다. 투투투투- 묵직한 로터 회전음이 짙은 어둠을 흔들었다. 전술팀장이자 제1편대장인 이바노프가 받은 명령은 단 한 줄이었다.
병력 8명이 탑승할 수 있는 무장형은 사이드 바이 사이드 조종석을 채용한 탓에 피탄 면적이 넓고 무기가 부실했다. 기동성이 좋고 무장이 충실한 공격형은 한 대뿐이었지만, 우빅사 팀을 수송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위이잉- 강력한 카모프 엔진이 RPM을 높였다. 하인드 편대가 캄캄한 밤하늘로 솟구쳤다. 하인드는 초저공 비행이 가능하지만, 부채머리 수리처럼 빽빽한 교목 사이를 비집고 날아다닐 재주는 없다. 이바노프 편대는 레이더를 피해서 캐노피를 스치듯이 침투했다.
하인드 편대는 이륙 5분 만에 적도를 따라 비행하던 블랙버드와 300km 상공의 키홀 위성에 포착당했다. 천공의 감시자는 땅바닥을 보지 못하지만, 캐노피 상부는 손금보듯이 들여다보고 있었다.
-오카피, 마차 네 대가 가출했다. 운항 방향은 214, 속도는 320km. 항진 방향은 타보라. 캠프 도착까지 35분 소요.
ESM(전자감시수단)팀이 즉각 캠프 전투정보실로 헬기 강습 정보를 알렸다.
“젠장, 놈들이 소극적으로 나오는구먼. 차라리 미그기를 띄우지.”
함머가 투덜거렸다. 예상은 했지만, 발밑에서 날아올 줄은 몰랐다. 종심이 너무 짧았다. 니미츠 항모는 1,400km 바깥에 있다. 전투는 캠프에 맡겨진 셈이다. 공격용 코브라 헬기가 못내 아쉬웠다. 휴이는 기본 베이스가 수송용이다. 하인드에 비해서 기동력과 타격력이 크게 뒤졌다. 정찰용인 리틀버드는 말할 것도 없었다.
“너무 상심하지 말게. 누가 헬기 전을 상상이나 했겠나.”
미셀 중령이 위로했다.
“그건 그래. 혹시 해서 준비했지만, 스팅어와 대공포를 써먹을 줄 누가 알았겠나.”
함머가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다 시스템과 미사일 방어체제만 갖춰졌으면 신경 쓸 것도 없는데 말이야. 쩝!”
“모든 걸 다 가질 수야 있나. 하인드 맷집이 좋지만, 스팅어로 충분해.”
“방공팀은 어떻게 짰나?”
“스팅어 4개를 묶어서 5개 조로 편성했네. 해병대가 20mm M61 벌컨포 15기와 12.7mm 중기관총 30정을 지원했네. 스팅어와 대공포를 묶어서 예상지역에 투입할걸세.”
“놈들의 목적지는?”
“왐바 아니면 타보라다. 두 곳에서 청음기가 쥐새끼를 포착했네.”
“일단 휴이와 리틀버드도 비상 대기토록 하지. 7.62mm에 마차가 뚫릴지는 의문이지만 없는 것보다야 낫지.”
“알았네. 시작하지.”
애애앵- 사이렌이 미친 듯이 울었다. 민간인들을 방공호로 대피하고, 대공팀은 우빅사 은신 지점으로 추정되는 왐바와 타보라로 나누어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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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트기 70분 전, 밀로비치는 약속된 시간에 비트를 빠져나왔다. 하인드 항속은 시속 350km다. 카제제에서 맘바사까지 40분이면 도달한다. 우빅사팀은 헬기가 패스트 로프를 내릴 수 있는 에도스 가장자리에 은신했다.
“동지, 신호탄을 쏘아 올릴까요?”
“그만둬! 에이테킴스 불벼락을 맛보고 싶나?”
화들짝 놀란 밀로비치가 세브첸코의 말을 막았다. 좌표는 이미 암호 전송되었다. 연막으로 좌표를 알리느니 숏빠지게 뛰는 게 낫다.
“옵니다.”
투투투- 헬기 로터음이 울렸다. 밀로비치는 가슴을 졸였다. 퇴출 성공 여부는 양키의 방공 레이더에 달렸다. 구조팀이 레이더를 기만할 수만 있으면 조국의 품으로 금의환향할 수 있다.
함머 중령이 지휘하는 쉐도우 팀과 해병대는 왐바에서 손님을 기다렸다. 목적은 다르지만 함머도 밀로비치만큼이나 속이 탔다. 쥐새끼가 은신한 지점은 왐바였다. 타보라로 보낸 절반의 전력이 아쉽기 이를 데 없었다.
투투투투- 로터음이 빨라졌다. 캐노피를 스칠 듯 비행하던 하인드 편대가 급기동했다. 부챗살처럼 좍 펴지며 고도를 높였다. 락온되었다. 지상에서 시커먼 장막을 헤치고 가느다란 샛노란 막대기가 불쑥 솟았다. 스팅어다.
“이바나 쉬까!(개 같은 놈들!)”
밀로비치가 욕설을 뱉었다.
하인드 Mi24F 소련제 답게 튼튼하고 무장도 막강합니다. 수리온은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