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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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장 아수라11
기동성이 좋은 하인드가 도마뱀이라면 적외선 시커가 장착된 스팅어는 로드러너다. 이동 추력을 채용한 스팅어는 마하 2.2까지 가속하고 사거리가 6km에 달한다. 일단 꼬리를 잡히면 도마뱀처럼 몸부림쳐봐야 끝장이다.
푸확- 마킹 당한 3호기 꽁무니에서 플레어가 우박처럼 쏟아져나왔다. 밤하늘이 벌겋게 물들었다. 첫 번째 노란 막대가 더 강한 열원 쪽으로 머리를 틀었다. 쾅- 3호기와 수백 미터 떨어진 허공에서 화려한 폭죽 쇼가 벌어졌다.
멍청한 놈이 있으면 똑똑한 놈도 있다. 뒤따라온 노란 막대는 플레어에 현혹되지 않고 3호기 배기열을 물었다. 꼬리를 잡힌 3호기가 채프를 뿌리고 탈출을 시도했지만, 너무 늦었다. 최고속도 350km 하인드와 2,900km 스팅어의 술래잡기 결과는 뻔했다.
꽝- 눈물겨운 노력에 불구하고 테일 로터 하부에서 섬광과 연기가 튀었다. 휘청하던 3호기가 재차 고도를 높였다. 사탄의 마차는 별명만큼이나 맷집이 강했다. 꽝- 뒤이어 날아온 세 번째 미사일이 상부 캐노피 아래쪽을 강타했다.
시커먼 밤하늘을 배경으로 주황색 불덩어리가 화려하게 튀어 올랐다. 사람으로 말하면 콧등 부분이다. 미사일 파편과 불 폭풍이 캐노피를 휩쓸었다. 조종사는 고통을 느낄 틈도 없이 산산이 찢어졌다. 불덩이가 된 3호기가 속절없이 지상으로 떨어졌다.
“두락까!(바보!)”
밀로비치는 비통한 심정으로 하늘을 올려보았다. 피격당한 하인드는 무장형이었다. 나머지 무장형 두 대로는 16명밖에 탑승하지 못한다. 은신한 요원들의 입에서도 신음과 탄식이 터져 나왔다.
콰콰콰콰- 고도를 높인 하인드 편대가 발사지점을 향해 로켓탄과 기관포를 쏟아 부었다. 하인드 무장형과 공격형은 디자인도 다르지만, 무장이 다르다. 무장형은 12.7mm 4연장 캐틀링건과 30mm Gsh-30K 트윈배럴 기관포가 전부인데 반해 공격형 Mi-24P는 122mm 로켓 포드와 아처 대전차 미사일을 추가로 장착한 공중요새다. 122mm 로켓포의 위력은 M109 팔라딘 자주포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무시무시한 강철 비가 캐노피를 박살 내고 지상 군을 덮쳤다. 천 년 고목과 바위가 터져나가고 땅이 뒤집혔다. 콰우우우- 불 폭풍이 축구장 서너 개 면적을 휩쓸었다.
“아악!”
“크악!”
스팅어 팀과 대공 사격에 가담한 장갑차와 험비가 산산이 으깨졌다. 쉐도우와 해병대 수십 명이 일시에 목숨을 잃고 팔다리와 내장이 질펀하니 땅바닥에 흩어졌다.
지상의 미군도 얻어맞고만 있지 않았다. 20mm 벌컨포와 12.7mm 고사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붉고 푸른 예광탄이 줄줄이 솟아올랐다. 해병대 중기관총 사수들은 강철 탄막을 쳤다. 따다다당- 퍽퍽퍽- 대구경 총탄과 소구경 포탄이 두꺼운 하인드 바닥을 쉴 새 없이 두드렸다. 위이잉- 식겁한 하인드가 고도를 높였다.
공격헬기의 기관포와 미사일은 전차부대도 순식간에 쓸어 버린다. 알 보병은 먹잇감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문제는 정글이었다. 이투리 정글은 사막이나 평원 같은 개활지가 아니다. 캐노피와 이차림에 시야가 막힌 하인드는 적외선 레이다에 의지해서 지상의 적을 공격해야 했다. 게다가 지름 1m가 넘는 거목 군이 성가신 엄폐물로 작용했다.
이바노프 편대는 세 불리하다고 물러설 처지가 아니었다. 1,000m 이상 고도를 높여서 롤백 후킹으로 지상 포화를 피하며 재차 불벼락을 쏟아냈다. 악에 받친 미군도 포구와 총구가 녹아내리라고 쏴댔다.
밀로비치는 전장에서 1.5km 떨어져 있었다. 그는 망연한 시선으로 가열찬 난타전을 바라보았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하늘을 쳐다보는 것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터터터터- 색다른 로터 소리가 들렸다. 서쪽 하늘에서 접근하는 까만 점 3개가 눈에 들어왔다. 밀로비치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캠프에서 지원 나온 휴이였다.
위이잉- 무장형 하인드를 엄호하던 1호기 Mi-24P가 대열에서 이탈했다. 휴이가 1호기를 일제히 따라붙으며 기총소사를 가했다. 따다다당- 7.62mm 총탄이 동체를 두드렸지만 1호기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쉭 쉭 쉭- 동체 좌우에서 시뻘건 불기둥이 뻗었다. R-73 공대공 미사일이다. 놀란 휴이가 새매에 놀란 장끼처럼 급강하했다. 시뻘건 막대가 뒤를 쫓았다. 휴이가 벌겋게 달아오른 알루미늄 은박을 흩뿌리고 급상승했다. 한 발이 채프 구름에 뛰어들고 두 발이 각각 먹잇감을 물었다.
쾅- 쾅- 강력하고 화려한 폭죽놀이가 벌어졌다. 휴이는 맷집 좋은 하인드가 아니다. 열추적 미사일 한 방에 불덩어리가 되어 추락했다. 간신히 살아남은 휴이가 기수를 돌려서 도주했다.
악에 받친 이바노프가 순순히 보내줄 리 없었다. 페달을 콱 밟고 조종간을 힘껏 밀었다. 콰드드드- 육중한 하인드가 비명을 지르며 거짓말처럼 허공에서 텀블링했다. 꼬리를 잡은 이바노프가 30mm 기관포를 쏟아냈다. 테일 로드가 박살 나고 유압 시스템이 떨어져 나간 휴이가 빙빙 돌며 추락했다.
하인드 1호기와 휴이 3대의 공중전은 단시간에 일방적으로 끝났다. 현대전은 물량 싸움이 아니다. 기본적인 무장 레벨이 다른 데다 조종 능력치가 달랐다. 하인드는 펀치, 맷집, 스피드에서 압도적이었다.
쿠쾅- 지면에 접촉한 휴이가 폭발했다. 쉐도우의 불운은 계속되었다. 하필 휴이가 고사포 진지에 추락했다. 폭발에 휩쓸린 해병대와 쉐도우 팀이 통구이가 되었다.
“아악!”
“살려줘!”
불붙은 항공유를 덮어쓴 인간들이 발광하는 장면은 게헨나 그 자체였다. 3km 밖에서 한꺼번에 미사일 네 기가 솟아올랐다. 뒤이어 다른 방향에서 두 발이 꼬리를 물고 솟았다.
신나게 지면을 두드리던 하인드 두 대가 고도를 올렸다. 3호기 조종사 이반은 점멸하는 락온 경고등을 노려보았다. 스팅어의 장점은 야간 운용이 가능하고 자동 재발사 기능이 있다는 점이다. 단점은 근접 표적에 몰린다는 점이었다. 적외선 추적형으로 표적 할당 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스팅어의 특징을 잘 알고 있는 이반은 이를 악물었다. 아무리 기동성이 좋고 조종술이 뛰어나도 미사일 4기를 피할 수는 없다. 이반은 회피 기동을 포기하고 동료를 살리기로 마음먹었다.
-동지들, 내가 미사일을 끌고 가겠다.
-이반!
이반은 편대장의 비통한 음성을 무시하고 트리거를 당겼다. 쿠콰콰콰- 기관포와 캐틀링 건이 화력을 아낌없이 쏟아냈다. 하중을 덜어내서 기동력을 높이면 미사일을 한 발이라도 더 유인할 수 있다.
쾅쾅쾅- 지상에서 대공 사격을 가하던 장갑차와 험비가 불덩어리가 되고 태고의 원시림이 무자비하게 유린당했다. 나도 죽지만 너도 죽으라는 막가파 대응이다. 복수는 살아남은 동료의 몫이었다.
슈악- 미사일이 급가속했다. 락온된 3호기가 360도 루프, 코브라 트위스트, 롤백, 훅킹등 온갖 곡예비행을 동원해서 시간을 벌었다. 1호기와 2호기가 꽁무니에 미사일을 매달고 3호기를 향해 급강하했다. 이바노프와 이반의 윙맨 고리키는 이반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했다.
쾅- 쾅- 3호기와 접촉한 첫 번째 두 번째 스팅어가 폭발했다. 1호기와 2호기는 불덩어리가 된 3호기와 교차하는 순간 배면 비행으로 급상승했다. 회적익기가 전투기처럼 교차 선회 비행했다.
1호기와 2호기를 추적하던 스팅어가 훨씬 먹음직한 이반의 기체로 방향을 돌렸다. 미사일 4발이 화염 속으로 뛰어들었다. 이반의 눈이 벌겋게 물들었다. 기다리고 있을 아내와 딸의 얼굴이 눈앞을 가득 채웠다. 눈앞이 뿌옇게 변했다.“오너라, 함께 죽자! 죽은 자는 죽어야 할 이유가 있고 살아남은 자는 살아야할 의무가 있다.”
쾅 쾅 쾅 쾅- 굉렬한 폭발음이 이반의 외침에 답했다. 펑- 미사일 6발을 끌어들인 3호기가 장렬히 산화했다. 불덩어리가 우수수 떨어졌다.
“저 저럴 수가!”
밀로비치는 상식을 벗어난 공중전에 입을 쩍 벌렸다. 귀신이 울고 갈 조종술도 놀랍지만, 동료기를 위해 목숨을 버린 영웅적인 거사가 존경스러웠다.
“성모 마리아시여, 죄인을 용서하시고 영웅적 전사를 하느님의 나라로 이끌어 주소서.”
독실한 정교도인 밀로비치는 헬기 조종사의 명복을 빌었다.
“이반, 이반이! 크흑!”
이바노프는 분노로 몸을 떨었다. 이반이 당하는 바람에 견제기 의미가 사라졌다. 헬기도 전차와 마찬가지로 후방에서 공격조를 엄호하는 견제기가 있어야 생존확률이 높아진다. 이바노프는 작전 실패를 인정했다.
미사일과 대공포가 쏟아지는 적진에서 패스트 로프를 내릴 수는 없었다. 구조를 기다릴 동지들에게 미안하지만, 작전 수행이 불가능해졌다. 차선으로 최대한 타격을 가해서 퇴로를 열어주는 방법밖에 없었다.
-고리키, 지상의 양키를 박살 낸다. 동지들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그물을 찢어준다.
-알겠습니다, 조국이여 영원하라!
투투투투- 콰콰콰- 하인드 두 대가 급기동하며 정글을 미친 듯이 들쑤시기 시작했다. 이바노프는 동체 하부에서 쩡쩡하는 소음이 연속 들렸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12.7mm 고사 기관총은 적층 티타늄 바닥을 뚫지 못한다. 그는 오히려 예광탄을 역추적해서 지상을 때려 부수었다.
지상에서 미사일 두 기가 솟아올랐다. 슈악- 부스트를 떼어낸 미사일이 가속했다. 이바노프는 조종간을 밀어서 급회전했다. 채프는 바닥났고 플레어 팩은 한 개 남았다. 미사일이 크게 휘어지며 추적했다.
이바노프는 결정적인 순간을 노리며 급상승했다. 슈왁- 또다시 미사일 두 발이 오렌지색 화염을 끌고 솟았다. 쉐도우도 닭대가리가 아니었다. 시차를 두고 발사했다.
“뺘찌(5) 치띄레(4) 뜨리(3) 드바(2)”
이바노프는 스팅어와 기체의 속도비를 계산하며 숫자를 카운터했다. 엉덩이가 간질거리고 진땀이 흘렀다. 미사일을 최대한 꽁무니로 끌어들인 다음 플레어로 유인하고 빠져나갈 계획이었다.
“빠따라삐쪠씨!”
엉덩이를 걷어차이기 직전에 조종간을 부러지라 밀고 플레어를 사출했다. 헬기가 전방으로 확 쏠렸다가 자세를 잡았다. 수평 타가 말을 들었다. 꽝- 미사일이 플레어를 안고 폭발했다. 시커가 교란당한 한 발은 멀리 사라졌다. 계획 성공이었다.
-고리키! 고리키!
2호기에서 응답이 없었다. 시야에도 잡히지 않았다. 미사일을 매달고 다니는 동안 당했다. 이바노프는 이를 악물었다. 부하를 몽땅 잃고 무슨 낯으로 고향으로 돌아가겠는가! 이바노프는 미사일 발사지점에 남은 포탄을 모두 쏟아 부었다.
쾅쾅쾅- 동체가 정신없이 흔들렸다. 벌컨포 탄막에 잡혔다. 20mm 철갑탄 수십 발이 정신없이 동체를 두드렸다. 맷집 좋은 하인드도 벌컨을 뒤집어쓰고 무사할 수는 없었다. 유압시스템이 날아가고 로터 블레이드가 찢어졌다. 조종간이 제멋대로 흐느적거렸다.
“나는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
이바노프의 볼이 척척해졌다. 늙은 어머니와 아내, 어린 자식의 영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콰앙- 강력한 충격이 기체를 흔들었다. 스팅어 두 발을 연속 얻어맞은 1호기가 공중 폭발했다. 경험해보지 못한 열기가 몸을 휩쓸었다. KGB 특작 항공단 에이스 이바노프 소령의 최후였다.
이바노프의 저항을 끝으로 포성과 총성이 뚝 그쳤다. 맘바사 동쪽 정글이 환하게 불타올랐다.
“성모 마리아시여, 저들을 축복해주소서!”
밀로비치는 감동했다. 하인드 편대는 장엄한 전투를 끝내고 주님의 품으로 돌아갔다. 비록 작전은 실패했지만, 길이 남을 영웅적인 전투요 감투 정신이었다.
“잠적한다.!”
두 번째 방법을 써먹어야 할 시점이었다. 우빅사 팀이 소리 없이 전장을 이탈했다. 밀로비치는 무리하게 포위망을 뚫느니 잠적을 택했다.
“3호!”
“넵!”
3호라 불린 대원이 지름 3m에 달하는 림발리 고목 부근을 헤치고 들어갔다. 대원이 두 손을 땅바닥에 대고 눈을 감았다. 슈우우- 반죽처럼 변한 땅이 아래로 가라앉았다. 지름 50cm 남짓한 구멍이 생겼다.
구멍에 들어간 대원이 재차 그래비티 능력을 발휘했다. 흙과 암석이 풍선 불듯이 쭉쭉 밀려났다. 지하 3m 아래 100㎡ 공동이 순식간에 만들어졌다. 우빅사 대원 10명이 공동으로 사라졌다. 기상천외의 비트가 두 개 더 만들어졌다. 우빅사 팀의 흔적이 사라졌다. 밀로비치의 희망은 마이마이 민병대였다. 물론 국장이 은타간타를 설득한다는 전제가 필요했다.
왐바 지역이 벌겋게 타올랐다. 산불이 나지 않는 이투리 정글도 인간의 호작질엔 버티지 못했다. 총성과 포성, 단말마의 비명과 아우성이 사라진 자리를 불꽃과 연기가 가득 채웠다.
쏴아아- 먹구름을 잔뜩 품은 하늘이 기어이 비를 쏟아 냈다. 정글은 쏟아지는 빗소리와 수증기로 가득 찼다. 수백 구의 시체, 부서지고 깨진 강철 덩어리, 시커멓게 불타버린 수목과 깨지고 파인 대지가 쏟아지는 폭우에 잠겼다.
증오와 분노의 반대쪽 면은 슬픔과 비탄이다. 누군가 환호할 때 누군가는 비탄에 잠기고, 누군가 행복할 때 누군가는 불행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인간은 다 같이 행복할 수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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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엑- 끼에엑- 루펠 수백 마리가 겁도 없이 달려들었다. 괴성에 고막이 터질 지경이었다. 콰루루루- 관광버스 크기의 부리가 쩍 벌어지며 섬광이 번쩍했다. 파스스- 레이저포 한 방에 몰려들던 루펠 떼가 잿가루로 흩어졌다. 위험을 인식한 루펠이 까마득히 솟구쳤다. 야생 루펠 이라면 도망쳤겠지만, 놈들은 이탈하지 않고 고공을 맴돌았다.
“헐, 가성비 끝내주네.”
가루라 머리에 올라앉은 블랙맘바가 감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