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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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장 아수라13
[사부님, 키고마입니다.] [무슨 일이냐고?]카무게의 언성이 높아졌다. 불길한 예감이 짜증으로 표출되었다.
[큰일 났습니다. 마하두라카가 현신했습니다.] [이 자식아, 머리꼬리 자르지 말고 제대로 보고해. 보고 원칙도 몰라?]카무게가 버럭 했다. 이놈은 충성스럽긴 한데 과장이 심했다. 지난번에는 사메디를 보둔이라고 설레발치더니 뜬금없이 마하두라카는 또 뭔가.
[마하두라카가 보둔, 아니 보둔보다 백배는 무서운 오마와 함께 나타났습니다. 루펠이 전멸했습니다. 아니 소인이 손 쓸 틈도 없이 사라져버렸습니다. 으흐흐~]“윽! 루펠이 전멸했다고?”
카무게는 아찔했다. 순간적으로 텔레파시가 깨졌다. 눈길이 절로 고리와 릴라를 향했다. 아파돔베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피땀 흘려 키운 오마와 광전사 수백 명을 파리 잡듯 때려잡은 놈, 루스루훼의 알을 덜떨어진 미물로 만들어 버린 놈, 평생의 과업을 망쳐버린 놈, 일만 미터 고공을 비행하는 루펠을 잡도리할 놈은 그놈밖에 없다.
‘아차!’
카무게가 메낭에 주술을 불어넣었다. 키고마의 일천한 주술력은 텔레파시를 오래 유지하지 못한다. 서둘러야 했다.
[오마도 죽었나?] [산 채로 잡아갔습니다.] [보둔이 비행체냐?] [네~]키고마의 사념이 흐릿해졌다.
[반시리 장군과 키갈리 장군에게 전투태세를 갖추라고~]메낭이 진동을 멈췄다. 전화기로 말하면 뚜뚜뚜- 하는 단절음이다. 카무게는 서두르는 바람에 가루라가 극초음속으로 비행한다는 중요한 사실을 미처 듣지 못했다.
“빌어먹을, 애써 훈련한 루펠이 몽땅 야생으로 돌아가게 생겼군.”
카무게가 이빨을 악물었다. 오마 루펠이 사라지면 수천 마리를 일일이 통제해야 한다. 턱도 없는 일이다. 오마를 새로 만들려면 적어도 3년이 걸린다. 당분간 정찰용 몇 마리를 활용할 수 있을 뿐 대규모 공격은 틀렸다.
‘놈이 왜 오마를 사로잡았을까?’
카무게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당장 생각나는 것은 받은 대로 돌려주려는 놈의 쪼잔한 심보다. 루펠 오마를 개조하면 루펠 떼를 부릴 수 있다. 한편으로 놈이 오마를 통해서 협상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
“흐흐흐, 본좌가 바라는 바다.”
카무게의 입꼬리가 실룩였다. 담발라 비전의 술법을 모르고는 오마를 장악할 수 없다. 협상하고자 한다면 그것도 좋다. 어차피 칼자루는 자신이 쥐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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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식이 연락할 때가 됐는데…….”
블랙맘바가 오마 눈알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이투리 정글에서 오마 눈동자를 통해서 카무게와 교신한 경험이 있다. 도주하는 주술사 놈을 못 본 척 놔준 이유가 바로 카무게의 위치, 정확히 말하면 쌈디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공간지각력은 4km가 한계고, 가루라의 스카우터도 만능이 아니었다. 역장이 쳐지면 MF를 감지 못했다. 가루라의 광선포는 적아를 가리지 않는다. 바칠킬레를 맹폭했다간 쌈디가 녹아버릴 위험이 있었다. 아니나다를까 오마의 눈동자가 휘딱 뒤집혔다.
[치킨, 간섭파동을 추적해라.] [알았다.]농약 살포기는 해충 탐지기가 필수다. 비이잉- 가루라의 머리에 솟은 뿔이 쭉쭉 늘어나서 300m 높이의 안테나로 변했다.
[역시 네놈이었군. 페트로!]분노에 찬 사념이 머리를 울렸다.
“반갑지?”
[찢어 죽일 놈! 무슨 원한이 있길래 진드기처럼 따라다니며 괴롭히나?]“임마, 말은 똑바로 해. 이번엔 네놈이 나를 따라온 거야.”
[뭣이? 그렇다면 네놈이 뚜바이부르파!]“주술사라 머리는 좋군. 그렇다. 네놈은 내 나라를 건드렸다.”
[흐흐흐, 네놈의 능력이면 충분히 왕이 될 만하지. 그런데 어쩌나. 네놈의 부하도 건드렸거든. 어이쿠 이젠 다리도 부러졌네. 불쌍한 사메디, 주인을 잘못 만나서 망가지네. 사메디야, 자비로운 새 주인이 고쳐줄 테니 걱정하지 마!]“음!”
블랙맘바가 흠칫했다. 예상보다 사정이 더 나빴다. 쌈디를 만난 날이 토요일이라 쌈디라고 이름 지었는데 알고 보니 삼디(사메디)는 부두교 죽음의 신이었다. 묘한 일치였다.
“카무게, 내 성질을 잘 알 텐데. 쌈디를 건드리면 달군 돌덩이를 네놈의 입에 처박아서 사막의 율법으로 처단하겠다.”
블랙맘바가 새끼 잃은 사자처럼 으르릉거렸다.
[흐흐흐, 큰소리칠 처지가 아닐 텐데. 협상하자. 네놈이 나를 건드리지 않으면 나도 건드리지 않겠다. 오마를 돌려주고 내 일에 상관하지 않으면 노바토피아를 건드리지 않겠다. 솔직히 너 같은 놈과 원한을 맺고 싶지 않다. 약속하면 사메디도 돌려주겠다.]가루라가 축구 골대보다 큰 발을 들어서 살랑살랑 흔들었다. 위치를 파악했다는 신호다. 블랙맘바는 하마터면 웃을뻔했다. 끔찍스러운 놈이 하는 짓은 아주 애완동물이다.
“닥쳐 새꺄! 난 짐승과 약속 따위를 하지 않아. 쌈디를 데려오고 용서를 빌면 목숨만은 살려주지.”
[꽤나 부하를 아끼더니 뜻밖이군. 그렇다면 사랑스러운 내 새끼의 한 끼 식사로 던져주지. 가증스러운 놈, 네놈이 내 위치를 파악하려고 꼼수를 부렸겠지만, 쉽지 않을걸. 네놈도 아끼는 부하를 잃으면 내 심정을 이해할 거야. 그럼 열심히 찾아봐.]사념이 뚝 끊어졌다. 꾸악- 꾸아악- 통제를 벗어난 오마가 몸부림쳤다.
[듣기 싫어 죽겠네. 먹을까?]가루라가 입맛을 다셨다. 이놈은 그런대로 맛이 있을 것 같았다.
[안돼! 쓸모가 있어.]통신기 역할은 끝났지만, 노바토피아에 마고가 있다. 오마를 통제하면 엔네디에 서식하는 루펠을 써먹을 수 있다. 에델이 심심할 때 이놈을 데리고 사냥을 나가도 좋다.
[찾았나?] [당연하지. 145km 밖이다.]“망할 놈, 그래서 여유만만했군. 가자!”
블랙맘바가 귀마개를 꽂고 풀 페이스 헬멧을 덮어썼다. 슈아악- 가루라가 급가속했다. 꽝- 3초 만에 소닉붐이 터졌다. 기이잉- 핵융합로가 가동했다. 마하 2~ 마하 3~ 마하 4~ 마하 5~ 가루라가 신나게 가속했다. 보스사우루스 힘줄 소재의 특수복이 지직거리며 불꽃을 튕겼다.
[임마, 속도 그만 올려!]블랙맘바가 손바닥으로 머리를 두드렸다. 마하 5가 한계였다. 마찰열을 견딜 수 없었다.
[에이, 이제 시작인데.]키이잉- 가루라가 속도를 늦추었다. 발아래 풍화된 적갈색 바위와 자갈만 끝없이 펼쳐진 황량한 대지가 나타났다. 엔네디 고원 동쪽 경계인 하마다 레그다. 가루라는 145km를 1분 50초 만에 주파했다.
[찾았다. 근데 익숙한 기운이 느껴진다.] [임마, 넌 쌈디를 본 적도 없잖아. 하강!]관안으로 지상을 수색하던 블랙맘바가 움찔했다.
“헛! 급하게 됐네.”
난장판 한가운데 쌈디가 엎어져 있고, 거대한 짐승이 손톱으로 등을 쪼개고 있었다. 쉬아악- 가루라가 급강하했다. 천하의 블랙맘바도 피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속이 메스꺼웠다. 거대한 그림자가 지상을 덮었다. 푸확- 무지막지한 하강풍에 돌이 튀고 모래 폭풍이 일었다.
“으악, 뭐 뭐야?”
식겁한 카무게가 벌떡 일어나서 하늘을 올려보았다.
“헉! 저 저~”
카무게가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쩍 벌렸다. 고대 악어 사르코수쿠스를 재현한 그로서도 압도적인 위용과 덩치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쿠우우- 육중한 울부짖음이 하마다 레그를 떠르르 울렸다.
우워워- 쌈디를 해체하던 고리가 잔뜩 겁에 질린 비명을 지르며 꽁무니가 빠지라 도주했다. 리라는 카무게의 등위에 숨어서 부들부들 떨었다. 능력치도 비교 불가지만, 하타는 헤카를 두려워하도록 설계되었다.
쏴아아- 빗살 같은 속도로 떨어져 내린 가루라가 매가 쥐를 덮치듯 고리를 찍어눌렀다. 콱- 대형 뿌레카 열 배도 넘는 거대한 발톱이 고리를 움켜쥐었다. 파파팍- 시퍼런 뇌전이 번쩍였다. 불량이라도 하타는 하타다. 초고압 전류가 가루라를 덮쳤다.
가루라는 꿈쩍도 않았다. 고리가 죽으라고 방전했지만, 고압 전류는 마른 솜에 물 스며들 듯 사라졌다. 뿌드득- 뼈 부러지는 소리가 섬뜩했다. 우워- 고리가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저 저럴 수가! 릴라, 고리를 구해라.”
카무게가 악을 썼다. 우워- 리라는 명령을 듣지 않았다. 가루라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거대한 덩치를 잔뜩 움츠려서 옹송그렸다.
“크크크, 불량품이군!”
블랙맘바가 훌쩍 뛰어내렸다. 카무게의 눈이 쭉 찢어졌다. 상상도 못 한 일이 벌어졌다. 독수리 요새와 하마다 레그는 힘 좋은 낙타를 번갈아 타고 쉴 새 없이 달려도 대여섯 시간은 걸린다.
차량? 턱도 없다. 험준한 고원을 운행하기도 힘들고, 우회하면 낙타보다 배는 시간이 걸린다. 날짐승 오마가 아무리 빨리 비행해도 촌각에 도착할 수는 없다.
“페트로! 네놈이 어떻게?”
카무게가 울부짖었다.
“놀랐나? 내가 후회할 거라 했지?”
블랙맘바가 피식 웃었다. 가루라를 단순한 오마로 파악한 놈의 실수다.
꾸워웍- 고리를 잡은 가루라가 길게 울부짖었다. 림발리 거목을 연상케 하는 두 다리, 체장 60m에 이르는 검붉은 몸체, 화광이 번쩍이는 눈, 시퍼런 뇌전이 번쩍이는 뿔, 불량 루스루훼 고리와 리라가 초라한 위용이었다.
“으윽! 오마가 아니라 루스루훼였어.”
카무게가 가루라를 노려보았다. 루스루훼가 용이라면 오마는 미꾸라지에 불과하다. 전설의 왕국 다호메이의 수호신 루스루훼다. 일생을 바쳐서 깨우려고 노력한 루스루훼가 눈앞에 나타났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페트로, 네놈이 기어코 세상을 파괴할 악신을 현신시켰구나. 네놈은 지옥문을 열었다. 수십억의 인간이 네놈을 저주하며 죽어갈 것이다.”
카무게가 악을 썼다.
“웃기는 놈일세. 말하는 꼬락서니가 누구를 생각나게 하네. 인제 보니 적반하장, 어불성설, 아전인수가 네놈 때문에 생긴 말이었구먼. 임마, 세상은 원래 지옥이야. 네놈은 세상이 천국으로 만들려고 좀비와 오마를 만들고 저런 불량품을 만들었냐?”
블랙맘바가 픽 웃으며 가루라의 발톱에 으깨진 고리와 릴라를 가리켰다.
“빌어먹을! 담발라 우띠 아물레~컥!”
주문을 외우던 카무게가 눈을 까뒤집었다. 블랙맘바의 장기인 봉지 씌우기다.
“헙! 헙!”
입과 코가 막힌 카무게가 몸부림쳤다.
“주둥이 놀릴 생각 말어. 우리 사이의 빚은 잠시 후에 정산하자고.”
봉지를 벗은 카무게가 정신없이 헐떡거렸다. 블랙맘바가 카무게를 힐끗 노려보고 쌈디를 안았다. 쓰레기를 당장 치워버리고 싶지만, 쌈디가 급하고 정보를 얻어야 했다.
“이기 머꼬! 허이고 많이 망가졌네.”
축대 뼈와 팔다리뼈가 모두 부러지고 내부 장기가 흘러나왔다. 목도 간신히 붙어서 달랑거렸다. 인간이라면 열 번 죽고 남을 상태지만, 쌈디의 신체는 특급 좀비 플러스 프레데터다. 목이 잘리고 심장이 뽑히지 않는 한 죽지 않는다.
“형님!”
만신창이가 된 쌈디가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였다. 블랙맘바는 짠했다.
“이 자식이 급하니까 형님이라 부르네. 임마, 에쿠스나 가려. 누구 기죽일 일 있냐.”
“크크크! 타이밍 쥑이네요! 몇 초만 늦었어도 몽달귀신 될 뻔했어요.”
쌈디가 비시시 웃으며 부러진 팔을 움직여서 슬그머니 에쿠스를 가렸다.
“헛소리하는 걸 보니 죽지는 않겠군. 대충 고쳐볼까.”
블랙맘바가 팔을 걷었다. 두웅- 공간지각력이 발동되었다. 체내는 전쟁터였다. 세포가 맹렬히 분열하는 중에 독성물질이 그만큼 빠르게 세포막을 파괴했다. 이래서야 천하의 쌈디도 당할 수밖에 없다. 쏴아아- 흡공파가 독성물질을 거세게 뽑아냈다. 손바닥에서 허연 연기가 피어올랐다. 강산성 물질이다.
세포를 파괴하던 독성 물질이 빠져나가자 죽은 체세포가 떨어져 나가고 그 자리를 새로운 세포가 급속히 채웠다.
“별별 빨래를 다 해보네.”
블랙맘바가 공진파로 오염을 씻어내고 튀어나온 장기를 밀어 넣었다. 부러지고 으깨진 뼈는 대충 자리 잡아주었다. 우둑우둑- 뼈가 콩 튀는 소리를 내며 저절로 아물러 붙었다.
‘재생력 하나는 끝내주는구먼. 부럽다고 해야 하나?’
블랙맘바가 질린 표정을 지었다. 본인은 발끝에도 못 미칠 어마무시한 재생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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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씨구, 한 마리 더 있었네. 웬 횡재야!]가루라가 희희낙락했다. 핏- 해충 채집용 그물이 리라를 휘감았다. 우워워- 리라가 힘도 못 쓰고 낚시에 걸린 붕어처럼 끌려갔다.
[그건 뭐하게?] [불량품 하타다.]“하타? 그랬었군. 강물은 바다로 모인다더니. 크크크!”
블랙맘바가 낄낄 웃었다. 하타는 헤카의 껍질이다. 알 상태로 1억5천만 년을 보낸 헤카가 온전한 하타를 흡수해서 가루라로 태어났다.
[하타는 한국에서 먹었잖아?] [다다익선이다.] [그거 불량 음식인데…….] [인간도 클 때는 불량 음식 좋아하거든.]양자 인공 지능은 한마디도 지지 않았다.
“흐으~ 네놈이 루스루훼의 비밀을 풀었을 줄이야.”
카무게가 한탄했다. 고리와 릴라를 간단히 제압한 최종 병기는 본래 자신의 것이다.
“비밀은 무슨, 앙게 시카거는 저절로 깨어났거든.”
블랙맘바가 이죽거렸다.
“나는 선지자 카무게 마캉달이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두고 보자!”
스스스- 카무게가 흐릿해졌다. 이투리 정글에서 선보인 공간 이동이다.
“뛰어봐야 벼룩이지. 또 놓칠 줄 알았냐!”
두고 보자는 놈을 가만두면 동방불패가 아니다. 구웅- 공진파가 공간을 찍어 눌렀다. 블랙맘바가 검지를 쿡 찍었다. 퍽- 허공에서 선혈이 확 튀었다.
“으악!”
카무게가 털썩 떨어졌다. 뻥 뚫린 오른쪽 가슴에서 피가 벌컥벌컥 쏟아져 나왔다.
나 고리여. 지못미 카무게, 엿먹어!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