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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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장 아수라14
“얼래, 악당의 피도 빨가네.”
블랙맘바가 짐짓 놀란체했다. 카무게가 이를 악물고 주문을 외웠다.
“담발라 우띠 아물레 아물레 위카 투압!”
쏟아져 나오던 피가 뚝 멎었다.
“허, 대단하구마. 그 좋은 재주로 국경없는의사회에서 일하면 얼마나 좋아.”
지풍은 공진파의 압축형이다. 생체조직을 형성하는 물 분자에서 수소를 분리하므로 트롬빈과 피브린 같은 혈액응고 인자가 작용할 여지가 없다. 깔끔하게 뚫린 구멍에서 혈우병 환자처럼 선혈이 끝없이 쏟아져야 정상이다.
“담발라는 위대하다. 이까짓 악마의 잡술에 당할 내가 아니다.”
카무게가 원독에 찬 눈을 번득였다.
“오호, 그러셔! 주술사는 주둥이만 틀어막으면 허수아비지.”
블랙맘바가 주먹 크기의 자갈을 집어 들었다. 우웅- 초진동이 자갈을 벌겋게 달구었다.
“네놈 입에 달군 자갈을 틀어박고 사막의 율법대로 처리한다고 했지? 난 약속을 꼭 지키거든.”
“아 안 돼, 당세 루훼 르와 뇨리타~끄윽!”
목을 틀어 잡힌 카무게가 비명을 질렀다. 빠각- 달아오른 자갈이 이빨을 박살 내고 틀어박혔다. 치이이- 살타는 노린내가 확 퍼졌다.
“끄으으~ 저주를~”
카무게는 끅끅 숨넘어가는 와중에도 흉흉한 눈빛을 번득였다.
“흐흥, 명색이 호웅간이다 이거지. 약속대로 사막의 율법을 집행할 순서인가.”
루스루훼의 요악한 눈빛과 아파돔베의 처참한 장면이 스쳐 갔다. 수천 구의 인간 유골, 인간을 산채로 오마의 먹이로 던져주는 놈, 무고한 여자의 자궁을 루스루훼 숙성 용기로 사용한 놈, 이놈은 인간이 아니었고, 지금도 인간이 아니며 앞으로도 인간이 될 가능성이 없다.
‘저주받을 놈, 그딴 약속은 안 지켜도 돼.’
카무게가 눈물 콧물을 줄줄 흘리며 고개를 맹렬히 저었지만, 블랙맘바의 눈빛은 싸늘했다.
“인간의 굴레를 거부한 짐승은 인간 대우를 받을 자격이 없어.”
어깨 관절과 고관절을 탈구해서 휙 집어 던졌다. 무쌍은 정에 약하지만, 블랙맘바는 무자비한 존재다.
“와킬, 저 괴물은 대체 뭡니까?”
쌈디가 뽁뽀기를 어깨에 메고 성큼성큼 걸어왔다. 정상적인 몸을 찾으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운신엔 지장이 없었다.
“오다가다 주웠다.”
블랙맘바가 심드렁하니 대답했다.
“주웠다고요?”
기가 막힌 쌈디가 평소와 달리 반문했다.
“앙게 시카거 기억나나?”
“네, 시퍼런 돌덩이 말씀이죠?”
“앙게 시카거가 바로 가루라다.”
“헉, 돌덩이가 괴물로 변신했다고요?
놀란 쌈디가 버럭 소리쳤다. 쿠르르- 가루라가 곱지 않은 눈길로 쌈디를 노려보았다.
“쉿, 가루라는 인간의 언어를 이해한다. 치킨이라고 불러라.”
“헉! 치킨?”
쌈디가 움찔했다. 디노도 인간의 언어를 이해한다. 말을 알아듣는다고 놀랄 것은 없지만, 치킨이란 명사에 충격받았다. 고개를 잔뜩 젖혀서 가루라를 올려보았다. 고리와 릴라를 한발로 움켜잡고 오연히 버티고 서있는 모습은 전설의 가루라 그대로다.
저놈이 치킨이라고? 치킨은 진순이 털을 뽑아서 무쇠솥에 넣고 마늘 한 줌, 대추 한 줌, 대파 한 줌, 이름도 모르는 나뭇가지 한 줌 넣고 푹푹 끓여내는 작은 조류다. 이놈이 치킨이라면 진짜 치킨은 하루살이다.
작은 야산 크기의 괴수를 치킨과 연결하기엔 쌈디의 상상력이 빈곤했다. 닭백숙이라 했던가? 야들야들한 속살, 뽀얗게 우러난 육수, 푹 퍼진 찹쌀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침이 주르륵 흘렀다. 그러고 보니 5일을 꼬박 굶었다.
“와킬, 고릴라 바비큐 어떻습니까?”
쌈디가 입맛을 다셨다.
“저것들은 불량 식품이다. 주술사를 끌고 멀찍이 물러나라. 치킨이 각성할 것 같다.”
가루라가 움켜쥐고 있던 고리와 릴라를 번쩍 들어서 뿔과 뿔 사이에 올려놓았다. 쌈디는 온갖 의문을 접어두고 카무게를 질질 끌고 전권을 벗어났다. 주인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우워워- 운명을 예감한 릴라가 구슬프게 울었다. 고리가 잔뜩 인상을 쓰고 가운뎃손가락을 곧추세워서 번쩍 쳐들었다. 뻑큐의 대상이 포식자인 가루라인지, 지켜주지 못한 주술사인지, 정상적인 각성을 망쳐놓은 블랙맘바인지는 고리 본인만 알 일이다.
즈즈즈- 역장이 고리와 릴라를 감싸고 돌았다. 끼아아아- 단말마가 고막을 긁었다. 불량 루스루훼가 아이스크림 녹듯이 주르르 녹았다. 비이잉- 마이크로래티스 조직이 자장 들뜸 현상을 일으켰다. 바위가 대패에 밀리듯 깎이고 모래가 자욱이 날렸다.
“시작했군!”
고리와 릴라였던 액체가 증착 도장하듯 가루라의 외피로 스며들었다. 웅웅웅- 형형색색의 빛이 소용돌이치고 뇌전이 번쩍였다. 콰우우- 블랙맘바가 귀를 막을 정도로 거창한 하울링이 터졌다. 푸왕- 모래와 자갈이 일시에 휩쓸려 나갔다.
둥- 아담한(?) 가루라가 사라진 자리에 금속성 광택이 번쩍이는 체장 100m, 체고 60m, 시커먼 거체가 나타났다. 덩치는 다섯 배쯤 커지고 깃털은 금속성 외피로 바뀌었다.
“신기루인가? 이걸 믿어야 하나?”
강심장 쌈디도 눈을 크게 뜨고 입을 쩍 벌렸다. 본래 모습도 살벌했지만, 뇌전이 흐르는 거체와 불을 뿜는 붉은 눈동자에 기가 팍 죽었다. 주인, 깜둥이, 큰사부에 이어서 항거불능의 존재가 또 하나 늘었다.
“퍼플 치킨이 오골계로 변신했네!”
블랙맘바가 무덤덤하니 촌평했다.
“저 괴물이 오골계라굽쇼?”
쌈디가 어이없다는 듯 퀭한 눈으로 주인을 쳐다보았다. 엄청난 장면과 엄청난 물건(?)을 보고도 기껏 오골계 타령이라니! 쌈디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주인이야말로 진정한 괴물이었다.
“하키키!(보둔의 왕!)”
카무게가 멍하니 가루라를 올려보았다. 하키키는 고대 아틀란틱어로 보둔을 잡아먹는 존재란 의미다. 카무게는 다호메이 적통 호웅간의 맥을 이은 대 주술사다. 다호메이의 요루바족, 퐁족, 에베족이 각각 천사로 모셨던 뱀, 거미, 악어가 진정한 보둔, 루스루훼(현신한 천사)다.
위대한 스승 오덤이 예언했다.
[용암이 끓는 지하 깊숙이 루스루훼의 왕, 하키키가 묻혀있다. 마하두라카(아수라)가 현신하면 하키키가 깨어난다. 마하두라카의 현신을 막지 못하면 세상을 지배하는 정령이 사라지고 위대한 부두의 맥도 끊어지리라.]카무게는 온몸에서 힘이 쭉 빠졌다. 루스루훼는 물론이고 세상의 모든 정령과 오마가 하키키의 먹이다. 자신이 모든 것을 바쳐서 얻으려 했던 루스루훼도 하키키의 먹이에 불과했다.
“끝장이군!”
키고마의 말이 맞았다. 놈은 배덕자 페트로 따위가 아니라 항거불능의 마하두라카다. 반시리, 키갈리와 손잡고 날뛴 자신은 하루살이에 불과했다. 파멸자 마하두라카와 하키키가 현신한 이상 발버둥 쳐봐야 찻잔 속의 태풍이요. 부질없는 몸부림에 불과했다.
주술력의 바탕은 의지다. 부두 주술사가 의지를 상실하면 영혼의 그릇이 깨지고 정령이 떠나간다. 푸스스- 나이답지 않게 윤기가 잘잘 흐르던 피부가 고목나무 껍질처럼 변했다. 총기로 반짝이던 눈은 탁한 회색으로 변하고 검은 모발이 하얗게 변했다. 빳빳하던 등이 구부정하니 굽었다.
“얼래, 저놈 왜 저래?”
블랙맘바의 눈이 커졌다.
“주술의 일종 아닐까요?”
카무게의 주술에 닷새 동안 당한 쌈디는 의심이 풀리지 않았다.
“자해하는 주술도 있나?”
“사막의 율법이 좀 끔찍합니까? 산채로 자신이 부리던 대머리 독수리에 뜯기느니 망가지더라도 살고 싶겠죠.”
“아니다. 인간의 삶은 감내(堪耐)와 인내(忍耐)의 연속이다. 감내란 억울함을 참고 견디는 자아고, 인내는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자아다. 이를 합쳐서 감인(堪忍)이라 한다. 감인은 희망을 전제로 한다. 희망이 사라지면 삶의 의미도 사라진다. 희망과 삶의 의미를 잃은 저자야말로 좀비다.”
“끔찍하군요.”
쌈디가 부르르 떨었다. 그렇다. 좀비는 달리 좀비가 아니다. 의미도 희망도 없이 살아있기만 하는 존재가 좀비다. 바로 과거 자신의 모습이다.
“현재는 과거의 결과물이다. 본인의 업보라고 해야겠지.”
“율법을 집행할까요?”
“카무게는 이미 죽음보다 무서운 형벌을 받았다. 단순히 괴롭히려고 고통을 줄 수야 있나. 가루라, 자연으로 돌려보내라.”
섬광이 번쩍했다. 파아아- 광선포를 맞은 카무게의 육신이 증발했다. 고열에 유리질로 변한 바닥에 잿가루 한 점 남지 않았다. 부두교 세상을 꿈꾸며 아프리카 동부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호웅간 카무게의 최후는 허무했다.
카무게를 구성했던 산소, 수소, 탄소, 철, 나트륨, 질소, 칼슘, 인 등 각종 원소는 자연으로 돌아갔다. 흩어진 원소는 또 다른 무기질, 유기질로 결합한다. 일부는 생명으로 태어나고 일부는 물질로 떠돌고, 일부는 에너지화될 것이다. 이 세상에 내 것은 없다. 잠시 머물러 있을 뿐이다. 그래서 진정한 생명은 물질 결합체인 형상이 아니라 기억이다.
“휴, 한여름 밤의 꿈인가!”
쌈디가 머리를 긁적긁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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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란하네!’
블랙맘바가 까마득하니 솟은 대가리를 올려보았다. 커져도 너무 커졌다. 청파보를 극성으로 시전해도 80m를 도약할 수는 없다. 아미 로프를 걸어서 타고 올라가기도 모양 빠졌다.
[임마, 머리 수구리!] [크크크! 숏다리.]텅- 머리가 땅바닥에 닿았다.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
블랙맘바가 투덜거리며 휙 뛰어올랐다. 지정석인 뿔 사이에 앉는 순간 몸이 쑥 빨려 들어갔다.
“헛!”
식겁한 블랙맘바가 경호성을 뱉었다. 공간 개념이 사라졌다. 앉으면 앉는 대로, 서면 서는 대로, 팔을 뻗고, 다리를 뻗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음에 불구하고 공간이 없었다.
“허, 이럴 수가!”
별다른 장치가 없음에도 외부가 훤히 보였다. 그것도 전면이 아니라 전후좌우 위아래가 모두 한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시야가 수십 배로 넓어지자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치킨, 이기 머꼬?] [사차원 세계다. 인간적인 표현으로 있으면서 없고 없으면서 있는 공간이다.]“좋네. 얼어 터지거나 바비큐 될 일은 없겠구마.”
블랙맘바는 편하게 생각했다. 마하 20의 극초음속 탈것이 생겼으니 자다가 떡이 생겼다. 3차원 세계에 사는 존재가 4차원을 이해하려고 머리 굴려봐야 정신만 사나워진다.
[외부로 음성이 전달되나?] [사차원 공간은 의지의 공간이다.]“쌈디, 노바토피아로 간다.”
“와킬, 어디 있습니까?”
“내부에 있다. 가자!”
쌈디가 휙 뛰어올랐다. 텅- 금속성 외피가 맞이했다. 쌈디가 두리번거렸다. 내부도 들어갈 문 따위는 어디에도 없었다.
“와킬, 문이 없습니다.”
“치킨에 물어봐.”
“치킨, 문 열어!”
쌈디가 소리쳤다.
[일 인승이거든!]자식은 엄마를 닮는다. 쪼잔한 가루라는 쌈디가 시퍼런 돌덩이니 괴물이니 했던 말을 잊지 않았다. 가루라가 반중력 장치를 가동했다. 슈아악- 주인을 내부에 수납한 가루라는 거침없이 가속했다.
“우아악!”
식겁한 쌈디가 죽으라고 뿔을 잡고 매달렸다.
[흥, 마하 10까지는 견디겠네.]가루라도 영 인정머리 없지는 않았다. 마하 50까지 가속할 수 있지만, 사정을 봐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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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 4,000 유지!”
마하10은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다. 순식간에 노바토피아 경계에 들어선 가루라가 고도를 낮추었다. 울창한 수목, 사통팔달 뻗은 도로, 잘 정돈된 푸른 들판이 훤히 보였다. 5년 전만 해도 모래와 자갈이 끝없이 펼쳐진 황량한 사막임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멀리 푸른 요아 호수가 눈에 들어왔다. [I envy your mother] 에델이 마음을 전했던 글씨는 더욱 푸르고 선명해졌다.
‘미안하네!’
짠했다. 요아 하우스에서 뜨거운 밤을 보낸 후로 노바토피아를 찾지 못했다. 에델이 강짜를 부릴 성격도 아니지만, 은근히 켕겼다. 천하의 블랙맘바도 마누라를 겁내는 한국 남자에 불과했다.
한가한 블랙맘바와 달리 지상에선 난리가 났다. 레이더에도 잡히지 않는 거대한 비행체가 갑자기 수도권 상공에 나타났다. 루펠 내습에 대비하고 있던 수도방위군 페슈메르 여단은 즉각 대공 사격을 시작했다.
“우악! 와킬, 대공포입니다.”
쌈디가 호들갑을 떨었다.
“흠, 대응이 빠르구마. 훈련이 잘되었어.”
상념에 잠겨있던 블랙맘바가 눈을 번쩍 떴다. 지상에서 검붉은 섬광이 수없이 번쩍거렸다. 당연한 반응이다. 통신도 받지 않는 괴비행체가 영공에 들어왔는데 응사하지 않으면 비정상이다. 대공 방어능력을 보려고 스텔스 기능을 죽이고 4,000m 상공을 비행했다.
“미사일 미사일!”
쌈디가 안절부절못했다. 파편과 폭압을 덮어쓰고도 살아남으면 좀비가 아니라 타르디그라도(Tardigrado, 물곰)다.
[덩치도 큰 놈이 인간 여자처럼 호들갑을 떨기는! 사라질까?] [방어막만 쳐. 쌈디 죽을라.]지잉- 강력한 자장이 동체를 덮었다. 쾅- 쾅- 쾅- 펑펑펑- 크고 작은 포탄이 방어막을 정신없이 두들겼다. 쉬아악- 유난히 밝은 섬광 수십 개가 가속했다.
“미스트랄이네. 보니파스가 제법 힘을 썼구마. 어이쿠, 크로탈까지!”
블랙맘바가 연신 감탄했다. 미스트랄은 고체 2단 로켓을 채용한 휴대용 미사일이다. 프랑스 육군에도 아직 배치되지 않은 최신형이다. 크로탈은 탄두 중량 14kg짜리 중거리 미사일로 역시 신형이다.
콰다당- 쾅쾅- 벌떼처럼 달려든 미사일과 88mm 대공포 수십 발이 방어막을 강타했지만, 가루라는 미동도 않고 유유히 활강했다. 지상의 대공 포대는 미칠 노릇이었다.
미스트랄 지대공 미사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