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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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장 아수라15
12.7mm 4 연신 고사 기관총과 벌컨포는 4,000m 고도에 미치지 못한다. 주력 무기인 88mm 대공포와 미스트랄, 크로탈은 비싸다. 아흐트 아흐트라 불리는 독일제 88mm 고폭탄 한 발을 절약하면 국경선에 자트로파 100그루를 심을 수 있다. 크로탈 한 발이면 입국 대기 중인 난민 100가구를 1년간 먹여 살릴 수 있다. 피 같은 돈을 허공에 퍼붓는 셈이다.
“디사머 티에레!(정확히 쏴!)”
“왕궁 방향이다. 전방에 탄막을 쳐라!”
“눈깔에 찌짐 붙였나. 대갈빡을 맞히란 말이다!”
한국어와 프랑스어가 난무했다. 지휘관이 미친 듯이 닦달하고 포신이 벌겋게 달아올랐지만, 비행선(?)은 느릿느릿 왕궁으로 향했다.
지상에서 올려보면 가루라는 영락없는 비행선이었다. 형상이 특이하지만, 통통한 몸체에 지나치게 넓은 날개, 건 포드 한 개 없는 매끈한 외형, 저속 활공 비행은 비행선으로 오해할 만했다.
“뭔 비행선이 저렇게 튼튼해. 요즘 비행선은 다이아몬드로 만드나?”
쌍안경으로 전황을 살피던 아흐마드는 위화감을 느꼈다. 저속에 덩치가 큰 만큼 쏘면 쏘는 대로 맞았다. 문제는 수백 발 명중탄에 불구하고 콧방귀도 뀌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미사일은 둘째치고 대전차포로 전용되는 88 대공포는 250mm 장갑을 격파한다. 비행선 따위는 한 발이면 끝장나야 정상이다.
[치킨, 몇 발 맞았나?] [유효탄은 작은 것 352발, 큰 것 15발이다.]“어휴, 아흐마드 저놈의 자식, 크로탈 한 발이 얼만데 아까운 줄 모르고 쏴대네.”
돈에 민감한 블랙맘바가 투덜거렸다.
[엄마 집 맞아? 죽이자고 쏴대네.] [축포야 축포! 환영식이거든.]블랙맘바의 말이 금방 바뀌었다.
[215 공역 45km 지점에 잠자리 12마리 상승 중]“이것들 봐라, 기름이 공짜라고 막 쓰네.”
쪼잔한 블랙맘바는 속이 쓰렸다.
[치킨, 지상에서 알아볼 수 있도록 내가 왔다고 알려라.] [알았다.]농약 살포기 가루라의 동체는 만능 화학 공장이다. 필요한 재료를 자체 조달해서 모든 종류의 화학 제재를 생산할 수 있다. 위이잉- 반경 수십 킬로 대기가 소용돌이쳤다. 대기 중의 수증기, 아르곤, 에어로졸, 헬륨, 규산 카드뮴이 농약 혼합 격납고로 빨려 들어왔다. 혼합기가 수십 초 만에 재료와 점착제를 혼합했다.
꼬리 부분에서 지름 300mm 노즐이 삐죽 튀어나왔다. 쏴아아- 무지막지한 양의 주황색 구름이 쏟아져나왔다. 또 다른 노즐이 이산화이탄소를 뿜어서 주황색 구름을 고정했다. 둥-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가로 2,500m, 세로 500m 주황색 한글 배너가 걸렸다.
[내가 왔다!]“으윽, 내가 몬산다!”
“하이고, 새대가리!”
블랙맘바가 머리를 짚고 쌈디마저 어이를 상실했다. 내가 왔다고 알리라는 말에 ‘내가 왔다!’라니!
[어쩌라고? 형광 물질도 입혔고 이산화이탄소로 고정했거든. 백 년이 지나도 밤이나 낮이나 알아볼 수 있거든.]양자 인공지능은 태연했다. 그렇게 노바토피아에 공중 설치 미술이라는 예술 장르가 생겼다.
포화가 뚝 멈추었다. 지상의 인간들은 하늘에 못을 박은 듯 주황색으로 빛나는 거대한 배너에 시선이 고정되었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으면 된다.
“그분이 오셨다.”
누군가 고함질렀다. 아흐마드가 이마를 쳤다. 그렇다. 주군만이 신기막측한 이적과 광오한 말을 쓸 수 있다. 그제야 괴 비행선이 일체의 적대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쳤다.
“뚜바이부르파님이 오셨다.”
아흐마드가 외쳤다.
“우오오!”
“우리의 왕이 오셨다.”
페슈메르 여단은 트렌스 상태에 빠졌다. 헬멧을 벗어 던지고 공포를 쏘고 서로 부여잡고 엉엉 울었다.
[나 잘했지?] [할 말 없구마. 공로 고정. 저공비행!]블랙맘바는 입맛을 다셨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목적을 달성했으니 할 말이 없었다.
“우오오, 신조다!”
“왕께서 강림하셨다.”
가루라가 지면에 스칠 듯이 저공 비행하자 폭발적인 함성이 터졌다. 넋을 잃고 있던 아흐마드가 재빨리 무전기를 잡고 그분이 오셨다고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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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우우- 반중력 장치를 가동한 가루라가 물의 정원에 깃털처럼 내려앉았다. 활공 고도 확인-측배풍 확인-파워 감소-스로틀 폐쇄-플랩 부분 적용-플랩 최대 적용 따위의 착륙 교범이 필요 없는 사기적인 착륙이었다. 물론 캐노피 뚜껑을 여는 동작도 필요 없었다. 블랙맘바가 외부로 나가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가루라의 머리에 우뚝 서 있었다.
샤아아- 거대한 동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것참!”
그러려니 했다. 20세기 상식으로는 콘크레투스의 과학기술 개념을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잘 만들었는데 엉망이 되었군!”
블랙맘바가 주변을 둘러보고 촌평했다. 요아 궁은 왕궁이라기보다 공원에 가까웠다. 중장비와 인부들이 새카맣게 달라붙어서 보수 공사 중이지만, 곳곳에 폭격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헛둘 헛둘!”
“너와 내가 아니면 누가 지키랴~”
아흐마드의 무전을 받은 왕궁 수비대가 오와 열을 맞추어 득달같이 달려왔다.
“아이고, 진상!”
블랙맘바가 머리를 짚었다. 망할 놈의 군가는 선우현의 작품이 분명했다.
“아!”
앞장선 지휘관이 놀이공원에서 잃었든 엄마를 찾은 아이와 같은 표정을 지었다.
“아이쉐, 여전하구나!”
두웅- 묵직한 바리톤 음성이 정원을 울렸다.
“뚜바이부르파님!”
“노처녀가 시집갈 생각은 않으니 큰일이군.”
“남자가 없어요. 히히히!”
아이쉐가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웃었다.
“치료제, 아니 주군 오셨군요!”
옴부티가 무릎을 꿇었다. 드디어 에델의 히스테리 치료제가 도착했다. 옴부티는 만세를 부르고 싶었다. 드디어 에델의 강짜에서 해방이다.
“뚜바이부르파여 영원하라!”
노바 슈바르제와 왕궁 수비대가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고생했다. 시간이 없다. 즉시 회의를 준비하라.”
“알겠습니다.”
“우리의 왕께서 오셨다.”
누군가가 소리쳤다.
“우오오!”
“왕이 오셨다!”
함성이 쓰나미처럼 왕궁을 휩쓸었다. 뚜바이부르파는 군림하되 지배하지 않는 진정한 왕이다. 경외의 대상이자 노바토피아 인의 삶 그 자체다. 작업 중이던 군인, 인부, 왕궁 근무원이 연장을 팽개치고 벌떼처럼 몰려들었다. 순식간에 수천 명이 블랙맘바를 둘러쌌다.
“허허, 이것 참!”
블랙맘바가 난처한 얼굴로 옴부티를 쳐다보았다.
“와킬, 한마디 하셔야겠습니다.”
옴부티가 주름진 얼굴에 잔뜩 웃음을 매달았다.
“사랑하는 시민 여러분, 여러분의 피와 땀이 노바토피아를 만들었다. 우리가 피땀 흘려 가꾼 신성한 땅, 우리와 우리 후손이 살아갈 이 땅을 더러운 무리가 침탈했다. 부모·형제와 어린 자식이 죽고 다쳤다. 강도 무리를 징치하려고 내가 왔다.”
“우와와!”
“뚜바이부르파께서 우리와 함께하신다.”
“가자, 강도 무리를 때려잡으러 가자!”
블랙맘바가 손을 들었다. 함성이 뚝 그쳤다.
“나라가 제대로 굴러가려면 각자가 맡은 일을 제대로 해야 한다. 농부는 밭을 갈고, 목수는 나무를 깎아야 한다. 전쟁은 나 뚜바이부르파와 일곱 망치에 맡겨두고 여러분은 흔들림 없이 생업에 종사하라.”
“뚜바이부르파께서 말씀하셨다.”
함성이 왕궁 정원을 울렸다.
우웡- 묵직한 하울링이 울렸다.
“에델님이 오셨다.”
군중이 쫙 갈라졌다. 수술복을 걸친 에델이 엎어질 듯이 달려왔다. 그 뒤를 디노가 인간처럼 머리로 성큼성큼 따랐다.
“뚜바이!”
블랙맘바가 빙긋이 웃으며 팔을 벌렸다. 가녀린 몸이 쑤셔박히듯이 안겼다. 익소라 치넨시스 향 대신에 피비린내가 확 끼쳤지만, 사랑스럽기만 했다. 그런데…….
“늦어서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게도 에델을 안는 순간 혀가 접촉하면 안 되는 끔찍한 맛, 눈물과 함께 삼켜야 하는 지옥의 고통이 불쑥 떠올랐다. 먹는다는 것은 모든 동물의 장엄한 역사고 맛이란 뇌의 화답이다. 응심제에서 뭉그적거린 이유 중의 하나가 진순의 요리에 길들었기 때문일 수도…….
맛을 감지하는 말단부는 혀와 입 점막, 인두, 후두개의 미뢰지만, 맛을 인지하는 기관은 뇌다. 음식의 맛이란 환경과 문화, 가치관에 영향받는 지극히 주관적인 느낌이다. 끔찍한 요리에 불구하고 에델이 사랑스러움은 천상의 서비스 때문이다. 남자는 맛없는 음식은 참아도 거지 같은 서비스는 참지 못하는 법이다.
“와! 에델님 만세!”
함성이 터졌다.
“내가 왔다. 왕자!”
“내가 왔다. 공주!”
“그분이 오셨다!”
두 사람이 포옹하자 군중이 야단법석을 떨었다.
“어이쿠, 얼른 들어가자.”
민망스런 기분이 든 블랙맘바가 옴부티를 재촉했다. 그렇게 해서 한국과 달리 ‘내가 왔다’는 해결사의 등장을 의미하고, ‘그분이 오셨다.’는 상황 해소를 의미하는 유행어가 되었다. 같은 말이라도 장소와 상황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법이다.
******
노바토피아에서 운항 거리 2,600km 떨어진 루웬조리 산맥, 지구상 최고의 오지라 불리는 이곳 깊숙이 자리 잡은 오랑니키 계곡,
“헛!”
우아한 자세로 막 멤브리요 셔벗을 입가로 가져가던 라마르틴이 스푼을 놓쳤다. 핫팬츠 차림으로 시중을 들던 마틸다가 슬쩍 손을 올렸다. 식탁을 온통 노란 얼음 보숭이로 더럽혔어야 할 스푼이 둥실 떠올랐다. 작은 사건은 새하얀 셔츠에 노란 시럽 한 방울이 튀는 수준에서 마감되었지만, 라마르틴의 표정은 침중했다.
“니알라텝, 자네도 느꼈나?”
“느꼈네!”
머리털과 수염은 백발이지만, 얼굴은 30대처럼 팽팽한 인물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포맷이겠지?”
“옛것이 아니라면 초고에너지 중성미자를 방출할 수 없네. 최근엔 초신성 폭발도 없었네.”
니알라텝이 단언했다.
“짐작 가는 곳이 있나?”
“맘바사는 아니야. 그렇게 가까우면 본좌가 모를 리 없네. 적어도 2,000km 밖이네.”
“CIA를 동원해서 뒤질 수밖에 없군. 마틸다, 집행관을 연결하라.”
마틸다가 즉시 안테나를 펼치고 암호와 위성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 모드로 돌렸다.
-그랜드마스터, 강녕하십니까?
암호화 위성통신 특유의 툭툭 끊어지는 기계음이 17세기 풍의 고아한 실내를 울렸다.
“데이비스, 바포맷 징조가 나타났다.”
-헉, 어딥니까?
“위치를 파악하기엔 너무 멀다.”
-알겠습니다. NSA 자원 30%를 마포맷 추적에 할당하고, CIA 특수공작부 요원 20%를 할당하겠습니다.
“그 이상의 자원을 돌리기는 힘들겠지. 사하라 사막의 알미아 알바라도를 별도로 조사하라. 아담 부장에게 맡기면 알아서 하겠지. 사막이 그 짧은 시간에 옥토로 변할 수는 없다. 비정상적인 사건 뒤에는 비정상적인 배경이 있다.”
-알겠습니다. 오파츠를 발굴한 연구원이 소지하고 있던 사진을 복원했습니다. 사진 속 인물은 한국인으로 추정됩니다. 한국 외교부와 안전기획부에 협조를 요청하고, 일본 경시청에도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사소한 일이지만, 오파츠와 관련된 일이라 보고드립니다.
“한국인!”
마틸다가 눈을 반짝였다.
“짚이는 게 있느냐?”
니알라텝이 물었다.
“앗, 죄송합니다. 억측일 수도 있지만, 키홀이 촬영한 아바돈의 골격을 분석한 슈퍼컴퓨터는 70% 수준으로 한국인을 특정했습니다. 노바토피아의 왕도 한국인일 가능성이 크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혹시 연관이 있을지도…….”
마틸다가 조심스럽게 말끝을 흐렸다. 그랜드마스터 두 분은 신과 같은 존재다. 함부로 나선 자신의 입을 찢고 싶었다.
“묘하게 신경 거슬리는 인물이군. 방귀가 잦으면 똥이 나오는 법이지. 한국 쪽 조사는 아담에게 맡기고, 알미아 알바라도는 마틸다가 직접 진행하도록.”
“네, 그랜드마스터님!”
마틸다가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데이비스, 맘바사에 프레데터를 파견했나?”
-내일 항공편으로 출발합니다.
“좋아, 변수를 너무 많이 고려하지 말게. 미합중국은 모든 행사는 정의롭다는 점을 명심하게. 영예로운 행위를 위해서!”
-거룩한 영혼을 위하여!
마틸다가 위성 통신기를 정리했다. 라마르틴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드디어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가!”
“새로운 시대는 이미 열렸네. 대지구대 속살이 고통에 떨고 있네.”
니알라텝이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는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주방장이 17세기 조리법으로 애써 만든 멤브리요 셔벗이 녹아버렸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세상사가 뜻대로 순조롭게만 흘러가면 시끄러울 일이 없다. 사건은 항상 뜻하지 않은 장소에서 사소한 꼬투리에서 시작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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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님, 강녕하셨사옵니까?”
회의 테이블에 앉아있던 금강역사처럼 강건한 여자가 벌떡 일어나서 엎드렸다.
“마고, 재미있었나?”
“너무 재미있습니다. 땅은 기로 충만하고 사람은 순박하고 부지런합니다. 뚜바이부르파 교로 인해 무속이 뿌리내릴 여지는 없지만, 문화적 호응도는 열렬합니다.”
“그렇겠지. 귀신을 쫓는다고 사람을 패고, 관광지 바위에 돼지머리를 올렸다간 방풍림 관리원 당첨이지. 방향을 잘 잡았다.”
“감사합니다. 대신님이 옳았습니다.”
마고가 배시시 웃었다.
“여러분, 행복한가?”
블랙맘바가 회의 참석자들을 둘러보았다.
“네, 행복합니다.”
열렬한 대답이 회의실을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