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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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장 아수라17
“신나게 치고받는군!”
청색 원에 붉은 삼각형을 올린 전술 표식이 오덤연합, 청색 망치와 팡게가 교차한 표식이 페슈메르 여단의 기갑이다. 블랙맘바는 세상에서 제일 편안한 의자에 앉아서 3D 전쟁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가루라가 제공하는 생체 전시안과 전청안 덕분이었다.
블랙맘바도 전차전을 구경하기는 처음이었다. 휘몰아치는 모래바람 속에서 거대한 쇳덩이가 치고받는 장쾌한 장면은 돈 주고도 못 볼 구경거리였다. 사구를 깔아뭉개며 돌진하는 무식한 쇳덩이, 한 방에 상대를 불덩이로 만드는 강력한 펀치는 전차가 왜 지상의 왕자라 불리는지 웅변했다.
“이브라힘이 유인당했군. 환영 주술에 당했을 수도…….”
개활지인 사막 전차전은 기동력과 배짱 싸움이다. 동료를 믿고 적 전차를 때려 부수겠다는 의지가 강한 쪽이 킬 수를 높인다. 에이망스와 AMX-10RC는 공수를 유기적으로 분담해서 감투 정신을 발휘하고 있었지만, 방어적 이점을 놓친 탓에 몰리고 있었다.
와디 바닥에서 포탑만 내놓고 헐 다운 사격하는 놈, 사구 공제 능선에서 능선 사격하는 놈은 전부 T55였다. 페슈메르가 반시리 군에 유인당했다는 의미다. 게다가 셋씩 짝을 이룬 보병이 RPG 7과 새거 대전차포를 발사하고 엄호 전차가 마킹할 틈도 없이 사라졌다. 주술사가 보병의 이동과 은신을 돕고 있었다.
전차는 강력한 무기지만 동시에 표적이 되기 쉽다. 재수 없으면 보병이 날린 싸구려 RPG 고폭탄 한발에 당한다. 전차는 강력한 화력으로 보병을 지원하는 동시에 전차 보병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보병전투차량은 전차 보병을 기동력이 향상된 전차와 함께 움직일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페슈메르가 밀리는 또 한가지 원인은 RPG 7과 새거 대전차 미사일을 들고 신출귀몰하는 대전차 보병이었다. AMX-10RC에서 쏟아져 나온 페슈메르 보병은 여지없이 동축기관총과 RPG7의 제물이 되지만, 주술사의 도움을 받는 오덤측 보병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신출귀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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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시 방향에 RPG 사수!”
위이잉- 포탑이 회전했다. 꽝- 포탑 후미에서 불꽃이 번쩍했다. 에이망스가 움찔했다. 34톤 경전차는 기동력이 좋았지만, 맷집이 약했다.
“피격, 포탑 피격!”
“잡아, 이번엔 무조건 잡아!”
와일러 대위의 지시는 비명에 가까웠다. 아군 기갑이 고전하는 이유는 바로 대전차 저격병 때문이었다. 중대 지휘 전차도 벌써 세 번째 대전차 미사일에 당했다. 투투투투- 공축 기관총이 탄막을 흩뿌렸다.
“중대장님 또 놓쳤습니다.”
머신건너(전방 기총사수)의 목소리에 힘이 빠졌다.
“빌어먹을!”
쾅- 와일러 대위가 엔진 콘솔을 내리쳤다. 중대를 지휘해야 하는데 대전차 저격병이 쑤셔대는 통에 방어하기 바빴다. 쥐새끼를 잡지 못하면 내일 뜨는 해를 보지 못할 게 뻔했지만, 마킹하는 순간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바에야 대책이 없었다.
“윽! 연막탄 발사, 회피!”
퍼엉- 시커먼 연막이 전차를 덮었다. 지휘 전차가 엉덩이를 걷어차인 경주마처럼 튀어나갔다.
“포수, 좌측방 800m 날탄 발사!”
꽝- T55 포탑이 튀어 오르고 불길에 휩싸였다.
“좋고 좋고!”
위잉- 다음 표적을 향해 돌아가던 포탑이 덜컥 멈추었다.
“중대장님, 포탑이 걸렸습니다.”
“뭣이, 이런 니기미 떠그럴!”
와일러가 한국형 욕설을 뱉었다. 날탄 한 방을 비켜 맞고 대전차 저격병이 날린 RPG 머리를 얻어맞은 포탑 구동축이 기어이 말썽을 일으켰다. 전차가 전차인 이유는 회전 포탑이 있기 때문이다. 주포 기능이 마비된 전차는 튼튼한 이동식 기관총 진지에 불과했다.
“앗, 마킹 당했습니다.”
조종수가 비명을 질렀다.
“회피, 회피!”
500m 전방에서 포탑을 빙글 돌리는 T62가 렌즈를 가득 채웠다. 조종수가 액셀을 콱 밟고 핸들을 사정없이 꺾었다. 꽝- 늦었다. 36톤 쇳덩이가 비틀했다. 그아앙- RPM이 맹렬히 올라갔지만, 전차는 제자리에서 맴돌기만 했다.
“중대장님, 우측 캐터필러가 나갔습니다.”
“이 자식아, 나도 알아.”
와일러가 버럭 했다. 포탑에 이어 캐터필러까지 망가졌으니 주먹과 다리를 모두 잃은 셈이다. 곧 적의 강력한 펀치가 날아올 것이다.
“두 놈을 잡았으니 손해 보지는 않았군. 죽어도 개죽음은 아니지.”
와일러가 중얼거렸다. 조국의 신상필벌은 엄격하다. 나라와 가족을 지키다 죽거나 다친 군인과 유가족은 최상의 예우를 받는다. 불구가 되면 국립 휴양원에서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고, 가족은 공무원으로 특채되거나 민간 기업에 들어갈 때도 가산점을 받는다. 사망하면 3대까지 풍족한 연금을 받는다.
“앗, 2시 방향 주포!”
“저런 바보, 안 돼!”
조종수와 와일러가 동시에 소리쳤다. AMX-10RC가 투혼을 발휘해서 지휘 전차를 가로막았다. 꽝- 새거를 얻어맞은 장갑차가 들썩하고 솟았다. 큐폴라 상부로 연기가 물씬 새 나왔다. 대파되지 않았지만, 파워팩이 나갔다. 꽝꽝- 기동성을 잃은 장갑차는 만만한 표적이었다. 순식간에 주포 머리를 얻어맞고 불덩어리가 되었다.
“저 새끼들 잡아!”
투투투투- 전방 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잡았다!”
머신 건너가 환호성을 질렀다. 12.7mm 탄자가 막 사라지려는 대전차 저격수 한팀을 갈가리 찢었다.
“전열 정비! 전열 정비!”
와일러가 무전기를 들고 악을 썼다. 본인도 공허한 명령임을 알고 있었다. 적 출현을 보고받고 급기동 중에 매복 기습당한 페슈메르는 진형이 토막토막 잘렸다. 먹통 소대가 둘이다. 전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뻔했다.
“우리의 왕이시여, 소인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만하면 품위있는 죽음이지 않겠습니까. 왕께서 간악한 놈들을 벼락으로 응징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기에 억울하지도 않습니다.”
건너(포수) 야이르 병장이 동방을 향해 손을 모으고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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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 모베!(형편없네!)] [전력의 45%가 상실되었다. 15분 후 전멸당한다. 광선포로 해충을 몽땅 밀어버릴까?] [임마, 내 새끼들까지 몽땅 죽일 일 있어? 아날로그로 처리해.]블랙맘바가 버럭 했다. 뚜뚜뚜- 스카우터가 전장 데이터를 분석했다.
[큰 해충 22, 작은 해충 56, 제압 영역 6㎢, 랩 타입 95초. 좋은 무기 놀려두고 왜 막노동을 해야 하지?]쏴아아- 가루라가 하강했다. 첫 번째 희생자는 격파된 와일러의 지휘 전차를 끝장내려고 포신을 돌리는 T62였다. 가루라가 길이 70m, 지름 3m 꼬리를 초음속으로 휘둘렀다. 쾅- 야이르 병장의 기도가 통했다. 벼락이 떨어진 전차는 발에 밟힌 박각시 애벌레처럼 으깨졌다. 꽈드득- 발톱에 잡힌 엄호 BPM1이 돛대 빠져나간 담뱃갑처럼 구겨졌다.
“우왁, 진짜 벼락이닷!”
야이르 병장이 고함 질렀다.
“이브라힘님, 벼락, 아니 강철 기둥이 떨어졌습니다. T62가 박살 났습니다.”
와일러 대위가 미친 듯이 소리쳤다.
“진짜? 뚜바이부르파님이 오신 거야?”
로더(탄약수)와 건너가 측방 해치를 열고 고개를 내밀었다.
“우우!”
로더와 건너가 비명을 질렀다. 칠흑처럼 검은 괴물이 전장을 덮었다. 대형 범선의 돛보다 넓은 날개, 대형 전함을 방불케 하는 동체와 뱀처럼 긴 목, 그리스 신전 기둥 같은 다리, 상상도 못 했던 괴물이다.
기이잉- 가루라가 저공 비행하며 사정없이 꼬리를 휘둘렀다. 쾅쾅쾅- 지상 최대의 채찍질 쇼가 시작되었다. 일타 일피, 꼬리질 한 방에 전차든 보병전투차량이든 산산이 으깨졌다.
인간의 피륙이 두께 600mm 압연 강철을 박살 내는 위력을 견딜 수 없다. 전차 승무원은 영문도 모르고 피떡이 되었다. 전장을 누비던 대전차 저격병들도 흔적없이 으깨졌다. 사기케가 난입한 전장은 난장판에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으악! 괴물이닷.”
“오, 알라시여!”
식겁한 조종수가 엔진이 터지라고 지그재그로 회피했지만, 뛰어봐야 벼룩에 불과했다. 양자 인공지능이 컨트롤하는 꼬리가 오덤 기갑을 귀신처럼 골라내서 도리깨질했다.
“헉, 저게 뭐야?”
반시리가 비명을 질렀다. 꿈인가 하고 잠망경 렌즈를 닦고 다시 들여다보았다.
“이 바보들아, 하늘이다. 대공 사격!”
알라의 주먹을 박살 내는 거대한 날짐승, 아니 지니는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전차와 BMP1이 주포를 발사하고, 대전차 보병이 일제히 대공 사격에 가담했다. 꽝 꽝 꽝- 히트탄과 RPG7, 새거 미사일이 연신 동체를 두드렸지만, 가루라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퇴각, 퇴각하라!”
상황을 눈치챈 이브라힘이 목이 터지라 소리쳤다. 살아남은 에이망스와 장갑차가 허겁지겁 물러났다.
“알라여, 기어코 저를 버리시나이까!”
반시리가 큐폴라에 상체를 내밀고 피눈물을 흘렸다. 카파루자에서 인간 같지도 않은 인간이 나타나서 신의 행사를 망치더니 이번에는 짐승 같지도 않은 짐승이 나타나서 대업을 망치고 있다.
“알라여, 저주를 내리소서!”
반시리가 미친 듯이 주먹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얼래, 저 자식은 반시리?”
블랙맘바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미친놈처럼 고래고래 고함치는 놈은 반시리가 분명했다. 방탄 헬멧과 고글로 얼굴을 가렸지만, 공간지각력은 인간 고유의 기를 감지한다.
“어차피 대충 정리되고 저놈만 남았군.”
블랙맘바는 신경을 뚝 껐다. 어차피 피떡이 될 놈이다. 위이잉- 검은 그림자가 반시리를 덮쳤다.
“아악!”
반시리가 비명을 질렀다. 꽝- 비명이 뚝 끊어졌다. 박살 난 전차가 50m 밖으로 튕겨 나갔다. 반시리는 당연히 어육이 되었다. 희대의 테러 지도자로 악명을 날리던 아부 반시리는 그렇게 사라졌다. 블랙맘바와 척지고 끝이 좋은 인간이 없다는 진리가 다시금 확인되었다.
[해충 박멸 완료. 랩타임 98초]쏴아아- 가루라가 고도를 높였다. 슈우우- 꽁무니에서 빠져나온 노즐이 파란색 구름을 뿜어냈다. 석양이 벌겋게 물든 하늘을 배경으로 거대한 배너가 걸렸다. 진화하는 인공지능은 알아서 움직였다.
[내가 왔다!]쏴아아- 할 일을 마친 가루라가 동쪽 하늘로 모습을 감추었다. 30분 후 가젤 편대가 풀 스피드로 날아왔다. 하늘을 쳐다보며 환호하는 페슈메르 기계화 여단과 반경 3㎞에 즐비하게 늘린 고철이 가젤 편대를 맞이했다. 두 시간 후 잔인한 망치가 이끄는 뚜바이부르파 기동군단이 들이닥쳐서 이삭줍기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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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덤 연합군 본거지 바칠킬레 계곡, 애애앵- 사이렌이 미친 듯이 울었다. 미사일 포대에 전원이 공급되고, 휴대용 미사일을 멘 포반이 엄폐물을 찾아 달리고, 슈파킨 DSHK-38 대공 기관총을 장착한 지프가 모여서 대공 탄막을 칠 준비를 마쳤다.
“억, 사라졌다.”
레이다 병이 비명을 질렀다. 서쪽 공역에서 끔찍한 속도로 접근하던 비행체가 레이더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크기, 속도, 행방, 전부 이해 못 할 현상이었다. 그는 괜히 경보를 울렸다고 진하게 후회했다. 고리눈을 부릅뜬 상관이 눈앞을 오락가락했다.
가루라는 스텔스 모드로 바칠킬레 계곡을 한 바퀴 돌았다. 계곡 전체 길이는 28km, 입구는 폭이 5~6m에 불과했지만, 안쪽은 폭이 2,500m나 되는 분지였다. 계곡 곳곳에 에메랄드처럼 빛나는 연못이 산재하고 숲도 더러 보였다. 계곡 외곽엔 야생 동물 개체 수도 많았다.
계곡 일대를 관광지로 개발하면 제법 손님을 모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이미 더러운 손님이 가득했다. 아름다운 계곡 양 사면에 수백 개의 인공 동굴이 뚫렸고 터번을 두른 인간들이 새까맣게 달라붙어서 탄약과 무기를 불출하고 있었다.
저래서야 전폭기가 폭탄을 무더기로 쏟아부어도 소용없다. 요소요소에 대공 포대가 자리 잡고, 엄폐호는 숫자를 셀 수도 없었다. 자신이 직접 나서면 몇 날 며칠 두더지 사냥을 해야 할 판이었다.
“박살 내긴 아깝지만, 시간이 없구나.”
블랙맘바가 한탄했다. 표시 내지 않았지만, 불길한 예감이 껌딱지처럼 뇌리에 눌어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 빨리 정리하고 이투리로 날아가야 했다.
“네놈들이 독가스만 유입하지 않았어도 약간의 자비는 베풀 수 있었건만……. 나무아미타불!”
가슴이 무지근해진 블랙맘바가 자신도 모르게 불호를 외웠다.
[치킨, 지워라!]위이잉- 핵융합로가 막대한 에너지를 쏟아냈다. 거대한 동체가 부르르 떨렸다. 즈즈즈- 뿔 세 개가 농밀해진 플라스마로 뿌옇게 흐려졌다. 에너지를 풀로 끌어내자 스텔스 모드가 풀렸다.
“억, 나타났다.”
레이더병이 다시 나타난 비행체 좌표를 미사일 사이트로 전송하는 순간, 푸확- 섭씨 8,000도 플라스마 광선포가 분지를 직격했다. 쿠르르- 천지가 빛으로 가득하고 계곡이 진동했다. 레이더병은 비명 한마디 지르지 못하고 원자 단위로 분해되었다.
방원 2km에 존재하던 모든 자연물과 인공물이 한순간에 증발했다. 과과과과- 무시무시한 열 폭풍이 계곡 양 사면을 대패처럼 갈았다. 즈즈즈- 에너지가 재차 압축되었다. 푸확- 두 번째 플라스마 광선포가 계곡을 때렸다. 우르르르- 대지가 흔들렸다.
푸확- 세 번째 광선포가 뻗었다. 중첩된 에너지파가 공명했다. 콰우우- 초속 300m 열 폭풍이 계곡을 휘감았다. 바칠킬레 계곡의 깊이는 100m~500m에 이른다. 계곡을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열 폭풍이 입구로 내달렸다. 비명은 없었다. 인간은 한순간에 재가 되어 흩날리고 강철 무기는 쇳물로 녹아내리고, 암석은 죽처럼 끓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