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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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장 아수라18
고온의 플라스마에 분해된 산소가 이산화탄소와 반응하고 순간 생성된 이산화이탄소가 수소 폭발을 유도했다. 공간이 일그러지고 초고온 가스 폭풍이 휘몰아쳤다. 태양 흑점 폭발과 유사한 메커니즘이 진행된 바칠킬레 계곡은 화탕지옥으로 변했다.
쿠오오- 화탕지옥이 초속 수백 미터에 이르는 폭풍을 불렀다. 쿵쾅- 우지직- 승용차 크기의 바위가 공깃돌처럼 날아가고 자갈과 모래가 천지를 덮었다. 5등급 허리케인 따위는 산들바람에 불과했다. 우루루 쾅쾅- 억겁의 세월을 버텨온 절벽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고오오오- 섭씨 30,000도로 달궈진 대기가 상승했다. 초고속 상승기류가 시커먼 적란운을 불러들여 사위가 일시에 컴컴해졌다. 강력한 자장이 음전하를 끌어들였다. 번쩍- 짜자작- 수백 수천 가닥의 시퍼런 뇌전이 먹물 같은 하늘을 찢고 지상에 내리꽂히기 시작했다.
가루라는 느긋하니 고압 전류와 방사선을 흡수했지만, 블랙맘바는 굉음과 섬광에 정신이 쑥 빠졌다.
“흐으~쥑이네!”
천하의 블랙맘바도 입이 쩍 벌어졌다. 할리우드의 재난 영화는 조족지혈이었다. 강력하리라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 몰랐다. 플라스마 광선포 세 발의 위력은 메가톤급 핵폭탄을 웃도는 파괴력을 선보였다. 루펠을 쓸어버린 광선포는 오픈 게임에 불과했다.
놀라기엔 일렀다. 계곡 지하에서 심상치 않은 현상이 벌어졌다. 바칠킬레 계곡 지하 20km 지점에 누구도 모르는 대형 마그마 챔버가 존재했다. 플라스마 광선포를 맞은 마그마 챔버 상부 지각에 균열이 생겼다. 수억 년 압축된 거대한 에너지가 꿈틀했다. 꾸등 꾸등 꾸드등- 대지가 흔들렸다.
[지하 20km 지점, 십조 TMF 에너지 유동] [그게 뭔데?]가슴이 덜컹했다. 지금까지 벌어진 일만으로도 혼이 구천으로 달아날 지경이었다.
[엄마는 통 바비큐가 되고 치킨은 설익은 프라이드가 된다는 소리지.]인공지능이 영혼 없는 멘트를 던졌다.
“헉! 바비큐?”
카파루자 계곡 지하 세계의 화산 폭발이 언 듯 스쳐 갔다.
[화산 폭발?] [화산 폭발이 지하에 갇혀있던 마그마가 지각을 뚫고 폭발적으로 튀어나오는 현상을 말한다면 맞다. 화산 폭발은 지구를 건강하게 만드는 유용한 자연 현상이다.]가루라는 한가했다.
[임마, 당장 고도 높여!]블랙맘바가 버럭 했다. 지구 건강은 모르겠고 아차 하면 통구이가 된다. 콜롬비아 네마도 델 루이스 화산 폭발(1985년 폭발, 5만 명이 사망한 대형 화산폭발)은 쇄설물을 9,000m 상공까지 밀어 올렸다. 슈우우- 반중력 엔진을 가동한 가루라가 8,000m 상공으로 올라갔다.
콰쾅- 어마어마한 압력이 약해진 지각을 밀어젖히고 포효했다. 거대한 불꽃과 시커먼 화산재가 치솟았다. 섬광이 고원을 환히 밝혔다. 콰우우- 어마어마한 양의 화산탄과 쇄설물이 쏟아지고, 화산재가 폭장하는 상승기류를 타고 음속으로 치솟았다. 후끈한 열기가 덮쳤다.
[치킨, 더 높여!]가루라가 대류권을 벗어나서 13,000m 고공으로 올라갔다. 대류권은 악마적인 혼돈에 휩싸였다. 콰르르르- 쾅쾅쾅- 폭풍이 소용돌이치고 천둥이 울렸다. 짜자작- 시퍼런 번개가 수도 없이 번쩍였다. 지구 종말을 다룬 할리우드 블록 버스트가 따로 없었다.
“허, 이럴 수가!”
블랙맘바가 망연한 눈으로 지상을 내려다보았다. 불꽃과 섬광, 고온의 수증기, 두꺼운 구름이 시야를 가득 메웠다. 자연의 포효 앞에 공간지각력도 안법도 통하지 않았다. 보나 마나 바칠킬레 계곡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거 이거, 큰일 낼 놈일세!’
으스스 떨렸다. 가루라는 3차 각성을 마쳤다. 첫 번째는 알에서 깨어나 하타와 합체했을 때, 두 번째는 하마오카 원전에서 트리튬을 흡수했을 때, 세 번째는 불량 하타 두 마리를 흡수했을 때다. 깜둥이 말에 따르면 치킨은 아직 두 번이나 각성이 남았다.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후, 이 자식을 봉인해야 하나?’
광선포 한 방이면 청와대든 백악관이든 잿더미, 아니 증발해버린다. 샌안드레아스 단층대나 도후쿠 단층대를 건드리면 지구적인 재앙이 벌어질 수도 있다. 4차 5차 각성하면 지구를 두 쪽 낼 놈이다. 블랙맘바의 고민이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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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웬조리 오랑니키 계곡,
“니알라텝, 바포멧일세.”
명상에 잠겨있던 라마르틴이 눈을 번쩍 떴다.
“서쪽이군!”
17세기 풍 말총 의자에 앉아 커피를 즐기던 노인이 간결하게 응답했다.
“중형 지진에 필적하는 에너지 파동일세.”
“실제로 지진이 발생했을지도 모르지.”
“그럴 수도 있지. 마틸다!”
“그랜드마스터님, USGS에 확인하고 있습니다.”
눈치 빠른 마틸다가 위성 전화기를 들고 빵긋 웃었다. 내무부 산하의 미국지질조사소(USGS)는 실시간으로 전 세계의 지진과 활화산을 감시한다.
“24시간 이내에 발생한 리히터 규모 6 이상의 지진은 3회입니다. 아홉 시간 전 네팔 비하르 진도 6.1, 일곱 시간 전 콜롬비아 보고타 진도 6, 여섯 시간 전 일본 후쿠오카 진도 6.2, 8분 전 차드 엔네디 고원 진도 7.3, 엔네디에서는 대형 폭발이 있었습니다.”
“선명한 파장과 방향으로 볼 때 엔네디가 의심스럽군.”
“화산폭발? 그곳은 화산이 폭발할 지역이 아닌데? 언놈이 수폭 실험을 했나?”
니알라텝이 라마르틴을 돌아보았다. 1961년 소련이 차르봄바라 이름 붙인 50 메가톤급 핵폭탄 실험을 했을 때 리히터 규모 7 지진이 발생했다. 니알라텝의 말은 헛소리가 아니었다.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네. 확인해보면 알겠지.”
“직접 확인할 수도 없고……. 빌어먹을 배덕자!”
니알라텝이 한탄했다. 뭔가 사연이 있는 한탄이었다.
“마틸다, 네가 혼터를 선발해서 엔네디 고원을 직접 확인해라.”
라마르틴이 손을 휘저었다. 실내 공간에 다른 공간이 중첩되었다.
“넵, 즉시 출발하겠습니다.”
마틸다가 뻥 뚫린 검은 공동으로 들어갔다.
******
노바토피아 요아궁, 물의 정원에서 왕의 산책로라 불리는 오솔길을 따라 30분쯤 걸으면 요아 호수 동안(東岸)에 닿는다. 대형 사고를 치고 귀환한 블랙맘바는 한 시간째 미동도 않고 호수만 바라보고 있었다.
잔잔한 물결이 출렁이는 호수 밑바닥 200m 지하에 대형 사고를 친 가루라가 잠들어 있다. 가루라는 농약 살포기가 아니라 행성급 무기였다. 식겁을 한 그는 가루라를 일단 잠재웠다.
블랙맘바는 침울했다. 그가 아무리 살인에 무감각해진 자연재해적 존재지만, 일시에 5 만에 가까운 생령이 사라졌다. 바칠킬레 계곡 지하에서 쏟아져 나온 용암이 반경 40km를 뒤덮었다. 계곡은 졸지에 바칠킬레 화산으로 바뀌었다. 계곡 인근에 거주하던 원주민 수천 명이 용암에 묻혔다.
전시안은 지상의 인간이 광선포에 탄화되고, 풍압에 갈라리 찢어지고, 용암에 녹는 전경을 생생히 보여주고, 전청이는 단말마의 비명을 생생한 스테레오로 들려주었다. 광신도와 무도한 테러리스트는 지우기로 마음먹었지만, 원주민이 무슨 죄인가.
보통사람은 정당방위로 사람을 죽여도 끔찍한 트라우마를 겪는다. 반면에 폭탄을 투하하는 전폭기 조종사나 토마호크 미사일을 날리는 핵잠수함 함장은 별다른 트라우마를 겪지 않을 것이다. 직접 보는 것과 머리로 아는 것의 차이다.
아수라의 업보인지, 움직이면 대형 사건이 터지고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다. 워낙 큰 사고를 치는 바람에 에델과 잠자리도 못 했다. 수만의 생령을 지워놓고 차마 에델을 안을 수 없었다.
‘에휴, 뚜바이는 피크닉을 나온 거야? 도를 닦으러 나온 거야?’
에델이 한숨을 쉬고 노릇하니 구워진 푸푸(카사바 반죽으로 만든 아프리카식 빈대떡)를 접시에 옮겨 담고, 대나무 바구니에서 밥공기와 밀폐 용기를 주섬주섬 꺼냈다. 고체 연료에 불을 붙이고 준비해온 매운탕을 올렸다. 나름 바쁘게 움직일 때 디노가 콧등으로 툭툭 쳤다.
“왜?”
디노가 앞발로 블랙맘바를 가리키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좋아하는 암컷과 맛있는 음식을 두고 호수만 쳐다보는 주인이 이해되지 않았다. 암컷이든 음식이든 아끼면 똥 된다.
“부르지 마!”
에델이 고개를 저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대충 들은 내용만으로 뚜바이의 심정을 이해하고 남았다. 그는 위대한 창조자인 동시에 위대한 파괴자다. 하르마탄인 동시에 풀잎에 맺힌 한 방울 이슬처럼 여린 사람이다. 그가 아무렇지 않다면 자신이 사람을 잘못 본 것이다.
삥삥- 위성전화기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디노가 앞발로 덥석 집어서 건네주었다.
“고마워!”
에델이 볼을 두드려주고 전화기를 받았다. 디노는 웬만한 사람보다 시중을 잘 들었다.
“응, 난 잘 지내요……. 설거지는 잘 되고 있어요……? 저런! 뚜바이 바꿀게.”
에델이 위성 전화기를 들고 나풀나풀 뛰었다.
“뚜바이, 쌈디 전화예요. 부처님이 되지 않을 거면 전화 받아요.”
“부처님이 되면 에델을 안지 못하잖아.”
“흥, 말이나 못 하면!”
“흐흐흐, 말이라도 잘해야 밥을 얻어먹지.”
블랙맘바가 씩 웃으면 전화기를 건네받았다. 곧 미소가 사라졌다.
“51구역에서 만든 혼터라는 잡종이다. 전투력은……? 성성이 한 놈을 죽였다고? 억지로 만들어낸 잡종이 원판을 감당할 수야 없지……. 소구경 화기로 죽일 수 있는 놈이 아니다. 병사들은 접촉을 금하고 도검류로 목을 자르고 심장을 뽑아라. 아흐마드와 네제마가 짝을 이루면 한 놈은 상대할 수 있다……. 초능력을 쓰는 인간이 껄끄럽다고……? 알았다. 마고를 보내지. 사정 두지 말고 말살하라……. 이상.”
통화를 끝낸 블랙맘바가 전화기를 휙 던졌다. 디노가 멋들어지게 텀블링해서 전화기를 받았다.
“이제야 슬슬 기어 나오는구먼. 이렇게 되면 조커 하나가 묶이는데…….”
“골치 아픈 일인가요?”
에델이 이마를 살짝 찌푸렸다.
“걱정할만큼 심각한 일은 아니다. 에스퍼와 키메라 몇 마리가 기어 나왔다. 마고가 가세하면 쌈디와 망치들이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
“가루라를 보내면~”
“그놈은 안 돼!”
블랙맘바가 화들짝 했다. 가루라는 깜둥이처럼 이성 있는 존재가 아니다. 빈대 잡자고 먼치킨 농약 살포기를 보냈다간 무슨 끔찍한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걱정은 접어두고 식사부터 해요. 요아 호수도 식후경이라잖아요.”
에델이 블랙맘바의 소매를 잡아끌었다.
“우와, 언제 준비한 거야?”
블랙맘바가 놀란척했다.
“흐흥, 남자가 좋으면 여자는 초인이 되는 법이랍니다. 오늘의 메인은 바로 이것. 짜잔~”
에델이 배시시 웃고는 벌건 매운탕 국물을 듬뿍 떠서 내밀었다. 순간적으로 움찔한 블랙맘바가 순순히 받아먹었다. 에델 같은 여자가 떠먹여 주는 음식을 받아먹지 않는다면 삼대 고자가 출생한다.
‘헉!’
입안에 불이 붙었다. 평균 7,000 SHU인 청양고추는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의 매운맛이 혀와 입 점막을 강타했다. 스코빌 지수로 측정하면 대략 일백만 SHU(Scoville Heat Unit, 물로 일백만 배 희석해야 매운맛이 사라지는 수준)쯤 될까. 역시 에델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좋군! 어떻게 만든 거야?”
블랙맘바가 침으로 입안에 붙은 불을 끄며 태연히 물었다. 정체불명의 독요리와 돼지 쓸개처럼 쓰디쓴 요리에 비하면 매운 요리는 애교다.
“요리장에게 배웠어요. 매운탕은 매워야 매운탕이라고 했어요.”
‘이거 참, 이놈의 자식을 자르든지 해야지.’
블랙맘바는 애꿎은 이지하나를 원망했다.
“도대체 뭐로 맛을 냈어?”
“하바네로(하바나산 매운 고추, 300,000 SHU)를 조금 썼어요. 요리장이 한국의 청양고추는 깊은 맛이 있지만, 매운맛은 약하다고 했어요.”
“하바네로는 화끈하지. 대단해!”
블랙맘바가 새삼 감탄사를 뱉었다. 하바네로 칠리는 칠레 독재자 피노체트가 반대파를 고문할 때 사용하면서 유명해졌다. 목구멍을 태우고 식도를 줄줄 긁으며 내려가는 끔찍한 맛에 혼이 달아났지만, 빤히 올려보는 예쁜 눈망울을 외면할 수 없었다.
“다 드셔야 해요. 요리장이 우울할 때 매운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어요.”
‘이지하나야 이지하나야, 네놈이 나를 독살하려고 작정했구나! 이노무 자식, 캡사이신 원액을 한 병 먹여주마.’
블랙맘바는 울면서 매운탕 냄비를 비웠다. 음식은 정성이다. 새벽같이 일어나서 구제불능의 손과 혀로 바쁘게 돌아쳤을 에델의 마음이 밴 요리는 맛으로 평할 수준이 아니다.
“디노도 밥 먹어야지?”
블랙맘바가 큼직한 물고기 가운데 토막을 슬그머니 건져서 디노에게 내밀었다. 디노가 좋아라. 덥석 받아먹었다.
깽!? 디노가 펄쩍 뛰더니 혀를 빼물고 쏜살같이 호수를 향해 달려갔다. 풍덩- 물에 뛰어드는 소리가 들렸다. 에델의 요리는 디노가 식겁할 만큼 천하무적이었다.
“어머! 저 애가 웬 호들갑이람?”
에델이 고개를 갸웃했다.
“어지간히 맛있었나 보지. 크크크!”
“그 정도는 아닌데……”
에델이 고개를 외로 꼬았다.
“와하하!”
디노의 삽질과 귀여운 모습에 절로 웃음이 터졌다. 우울할때는 매운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요리장이 옳았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살려면 먹어야 하고, 생명을 유지하는 행위는 장엄하다. 병풍 뒤에 죽은 남편을 눕혀놓은 과부도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맵디매운 육개장을 푹푹 퍼먹는 법이다.
하바네로 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