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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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장 아수라19
에델은 혀가 떨어지고 입술이 부르틀 것 같은 매운탕을 잘도 먹었다. 요리하는 사람이 맛을 보지 않았을 리 없다. 하바네로 칠리의 매운맛, 아니 뜨거운 맛을 모를 정도면 미각에 문제가 있다는 소리다. 에델은 본인이 미각장애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불현듯 가슴이 저렸다.
‘내가 무심했어!’
그는 자책했다. 본인이 비정상을 정상으로 여기며 살다 보니 에델이 특이하다고만 여겼다. 인간이 인간인 이유는 요리를 먹기 때문이다. 맛을 모르면 요리가 아니라 먹이일 뿐이다. 당장 에델의 미각도 못 챙기면서 우주를 구한들 무슨 소용인가!
“뚜바이, 내 얼굴에 뭐가 묻었나요?”
에델이 연푸른 맑은 눈동자로 빤히 쳐다보았다. 눈동자에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현기증이 일었다.
지이잉- 눈앞이 흔들렸다. 꿈인지 예지인지 모를 순간의 환영이 주르륵 스쳐 갔다. 어머니를 찾을 당시에도 겪었던 현상이다. 억센 양치식물이 지면을 덮고 하늘을 찌르는 교목과 기생식물이 얼크러진 검은 숲, 스키니 청바지에 탱크톱을 걸친 혜영이 팔랑팔랑 뛰어갔다.
“어머 진짜 망고네. 자기야, 어서 따줘!”
혜영이 망고나무 아래서 손짓했다. 젖은 듯 그늘진 눈동자, 단정하고 짙은 눈썹, 빨아들이고 싶은 선홍색 입술, 영혼을 흔드는 페로몬 향, 그녀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페로몬에 끌린 덩치 큰 침팬지가 망고나무 꼭대기에서 슬금슬금 내려왔다.
‘도망쳐!’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목젖이 내려앉아 성대를 막아 버린 듯 소리가 입을 벗어나지 못했다. 수컷 침팬지가 혜영의 허리를 안고 잽싸게 나무 위로 올라갔다.
“무쌍아!”
공포에 질린 절박한 외침이 고막을 두드렸다. 죽으라 뛰었지만, 굼벵이처럼 느렸다. 초당 30m를 주파할 수 있는 신체가 물먹은 솜처럼 무거웠다. 놈의 엉덩이 사이로 발기된 성기가 보였다. 팔뚝만 했다.
‘침팬지 성기는 기껏 볼펜 크기인데’
그 와중에도 의문이 들었다.
‘안돼!’
죽으라 뛰어도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다. 조급한 나머지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컥컥!”
목이 터졌다.
“뚜바이, 사레들렸나요?”
환영이 싹 걷히고 물컵을 든 에델이 시야를 채웠다. 그야말로 순간의 환영이었다.
‘예지(叡智)인가?’
가위에 눌리든 악몽을 꾸든 잠에서 깨면 그만이다. 예지는 꿈과 현실의 경계에 걸쳐있는 귀(鬼)의 영역이다. 빙의된 무당이나 트랜스 상태의 주술사보다는 한 단계 위지만, 수련자에게는 독과 같다. 사부가 늘 좌도방을 경계하는 이유다. 마음이 바빠졌다. 한편으로 미안했다. 에델을 눈앞에 두고 혜영의 환영이라니!
“응! 잔뜩 묻었지. 아름다움이 잔뜩 묻었어.”
“정말?”
그녀는 천사답게 느끼한 아저씨 개그를 받아주었다.
“세상의 여자를 아름다운 순서대로 세우면 에델은 두 번째야.”
“호호호, 첫 번째는 당연히 어머님이겠죠. 립서비스에는 립서비스!”
에델이 고개를 쭉 뽑아서 입술을 물었다. 신체기관 중에 혀는 손끝과 함께 가장 예민한 말단부다. 그래서 손과 혀는 함부로 사용하면 난처한 사태가 벌어진다.
“으응~”
혀가 얽히자 에델이 몸을 꼬았다. 블랙맘바는 에델의 혀를 찬찬히 더듬었다. 미각 장애인은 혓바닥이 매끈하거나 미뢰가 이물질에 덮여있다. 탐색 결과는 이상 없었다.
‘내 감각이 너무 예민한가?’
어머니와 진순의 요리를 먹어보면 그것도 아니다.
“에델, 매운탕 맛이 어때?”
입술을 떼지 않은 채로 물었다. 자존심을 건드릴지도 모르는 질문이다.
“매워요.”
“그냥 매워?”
“화끈하게 매워요.”
‘그냥 화끈하게 맵다고?’
블랙맘바는 머리가 아팠다. 맛은 상대적이다. 식품업체가 매운 식재료 경쟁을 할 만큼 유난히 강한 맛을 즐기는 사람도 많다. 미각 장애가 아니라는 소린데 사람 잡을 매운맛을 제대로 못 느낀다면 그것도 문제다. 에델의 경우는 생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심인적인 문제라는 소리다. 어릴 때 음식과 관련된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사부님께 부탁해야겠군.’
정신 영역이라면 사부가 해결책이다. 언제나 그렇듯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사부께 맡길 수밖에 없었다.
삥삥- 위성 전화기 인디케이터가 깜박였다.
“어머나!”
화들짝 놀란 에델이 얼른 입술을 뗐다. 양쪽 볼이 잘 익은 사과처럼 빨갛게 물든 에델이 정신없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보는 사람이 있을 리 없다.
“헤에!”
에델이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디노가 있는 한 사람은 물론이고 벌레도 접근할 수 없다. 괜히 오바했다.
“언놈이야? 이것들은 눈치도 없어!”
블랙맘바가 투덜거리며 스위치를 올렸다.
“응? 디망쉬!”
블랙맘바의 얼굴이 흐려졌다. 김극도가 아니라 깜둥이가 전화를 걸 정도면 문제가 생겨도 단단히 생겼다.
“……몽땅 잡아서 수장고에 처넣었다고……? 헐! 영숙이 머리에 칩이 심겨 있었다고……? 미치겠네……. 당분간 애들이 외출할 때는 극도를 딸려 보내라……. 무기를 든 놈은 알아서 처리해……. 인마, 밥값은 해야지.”
블랙맘바가 스위치를 내리고 태연히 남은 밥을 퍼먹었다. 에델이 우그러진 숟가락 손잡이와 블랙맘바의 표정을 번갈아 살폈다.
“이번엔 응심제인가요?”
“응, 미국 정보기관에서 침입을 시도했다는군. 깜둥이가 몽땅 잡아서 식물인간으로 만들었대.”
“어머나! 어머니는? 진순 언니는? 미나는?”
에델이 속사포처럼 물었다.
“가족들은 사건을 알지도 못해. 깜둥이가 소리 없이 처리한 모양이야.”
“후아, 다행이네요. 칩은 무슨 소린가요?”
“응, 인신매매단이 납치한 여자아이를 구했었지. 갈 곳이 없어서 데리고 있었는데 걔 머릿속에 칩이 심겨 있었다 누만.”
“세상에! 어떤 나쁜 놈이?”
“그따위 짓을 할 놈은 뻔하지. 그런데 놈들이 침입한 이유가 영숙이 때문인지 내 정체를 눈치챘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어쩌죠? 한국으로 돌아갈 건가요? 이곳에 모셔오기도 때가 좋지 않고…….”
에델의 얼굴이 흐려졌다.
“깜둥이와 극도가 있는데 뭔 걱정이야.”
“그래도…….”
“깜둥이 감각을 피할 수 있는 존재는 없어. 녀석이 과격해서 문제인데 사부님이 가까이 계시니까 별문제는 없을 거야. 나는 이투리로 가야 한다.”
“그 여자 때문인가요?”
“응?”
블랙맘바의 눈이 커졌다.
“모하메드 아저씨께 들었어요. 내가 닦달했으니까 아저씨를 야단치지 마요. 아셨죠?”
“뭐 어차피 말하려고 했어.”
“그러시겠죠. 전직 마누라는 챙기지 않아도 전직 애인은 챙긴다잖아요.”
“헐!”
촌철살인이다. 블랙맘바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호호호, 농담이에요. 난 당신을 잘 알아요. 당신 같은 사나이가 한때 사랑했던 연인을 나몰랑 하면 오히려 이상하죠. 어려움에 빠진 그분을 구하는 일이라면 빨리 가세요. 하지만 진순 언니 외에는 싫어요.”
블랙맘바의 눈이 커졌다. 에델이 무엇인가를 싫다고 단호히 거부한 예가 없었다.
“당연하다. 내가 오지랖이 넓지만, 과거의 인연에 얽매여서 허둥지둥할 만큼 물렁하진 않아. 프랑스 정부의 의뢰도 받았고 해서 겸사겸사 확인해볼 작정이다.”
에델은 바다처럼 가슴이 넓은 사나이의 향기에 가슴이 뭉클했다. 사람의 관계는 상대방으로부터 뭔가를 얻으려고 하기에 섭섭함과 배신감을 느낀다. 뚜바이는 불쌍하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상관도 없는 수많은 난민을 거두었다.
이번 행로도 그와 다르지 않았다. 강한 자에 강하고 약한 자에 약한 사람, 이런저런 변명 없이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 이런 남자를 사랑하지 않으면 어떤 남자를 사랑할 수 있으랴!
“가루라를 타고 갈 건가요?”
“아냐, 저놈은 너무 위험해. 생각 좀 해봐야겠어. 어쩌면 노바토피아에 큰 위험이 닥칠지도 모르고 말이야.”
“뚜바이, 당신은 강하지만, 불사신은 아니잖아요. 강력한 권속과 군대가 있는데 왜 혼자 가려고 하나요? 아띠 MSF에서 당신을 처음 봤을 때~”
에델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들어찼다. 블랙맘바가 손가락으로 입술을 눌렀다.
“나는 동방불패다! 그리고 이번엔 전쟁하자는 게 아니다. 정보만 얻고 빠져나오면 된다.”
“그래도~”
에델이 촉촉이 젖은 눈으로 빤히 응시했다.
“이번 일을 마치면 결혼하자. 아기도 만들고.”
“뚜바이!”
눈이 화등잔처럼 커진 에델이 넓은 가슴에 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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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티, 망치 중에 한가한 놈이 있소?”
“한가한 녀석은 없지만, 처자식 없이 껄떡대는 놈은 있습죠.”
옴부티가 비시시 웃었다.
“쫄따구?”
바로 답이 나왔다. 쌈디는 여자에 관심도 없고, 네제마는 수련에 미친놈이다. 껄떡댈 놈은 선우현밖에 없었다. 이브라힘, 아흐마드, 자말은 용케 가족과 함께 탈출했지만, 선우현, 네제마, 아이쉐는 가족을 잃었다. 쌈디는 본래 혈혈단신이다. 모두가 험난한 세상을 헤치고 살아남았다. 이리저리 장가보내고 시집보내려는 차에 이런저런 사건이 터졌다.
“선우현은 아랍어에 능통합니다. 이투리 작전 때 통역 때문에 애를 먹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흠, 그놈이라면 쓸만하지. 비정규전엔 일가견이 있고 임기응변도 능하거든. 지금 엔네디에 있나?”
“옆방에 있습니다.”
“으잉! 어떻게 알고?”
블랙맘바가 깜짝 놀랐다.
“하인장이 주인을 모르면 자리를 내놔야죠. 와킬은 조력자가 아니라 하인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쌈디가 제격인데 프레데터를 방어하느라 묶여있으니 말입니다. 촐랑대긴 하지만, 쫄따구가 적격입니다.”
‘늙은 쥐가 독 뚫는다더니!’
블랙맘바가 감탄했다. 옴부티는 하인장을 자처할만했다.
“모하메드가 맘바사에서 쓸만한 청년을 주워왔습니다. 옹고르는 프랑스어와 스와힐리어를 할 줄 압니다. 데리고 가시겠습니까?”
“가족이 있나?”
“어머니가 있습니다.”
잠시 생각하던 블랙맘바가 머리를 흔들었다.
“이투리 정글은 평범한 인간이 버틸 수 있을 만큼 만만하지 않다.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것도 아니잖나.”
“와킬답습니다.”
옴부티가 미소 지었다. 와킬은 수만 명을 일격에 지우는 블랙맘바인 동시에 단 한 사람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는 뚜바이부르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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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따구, 보따리 싸. 밥값 하러 가자.”
“이거이 무슨 일임메. 영문은 알고 가자우.”
선우현은 영문도 모르고 불려 왔다. 블랙맘바의 입가에 매달린 썩은 미소가 불안했다. 노바토피아에서 와킬이 얼마나 악랄한 인간인지 아는 사람은 옴부티와 자신뿐이다.
“베틀 필드에 초대한다. 하나뿐인 목숨 잘 챙기라고.”
슬쩍 긁었다.
“공화국 정찰 여단을 우습게 보지 말라우야. 내래 삼지연 원시림에서 겨울 한 철을 보급 없이 살아 남았지비.”
“이투리 정글은 삼지연 따위가 아니야. 삼지연에는 물리면 10초 만에 죽는 독사, 뇌를 파먹는 기생충, 5분이면 피를 몽땅 빨아먹는 거머리떼, 한입에 덥석 삼키는 괴물은 없잖아. 디엘드린을 챙기지 않았다간 하룻밤도 버티지 못할걸.”
“내래 밀림 거머리는 짐바브웨에서 실컷 맛봤지. 뒈지면서 독을 뿜는 독충도 당해 봤어야.”
선우현이 결기를 냈다.
“스와힐리어 가능하지?”
“내래 짐바브웨에서 이 년을 생깠어야. 내레 짐바브웨 군사고문단에 있을 때 말이야~”
“됐어. 무기나 챙겨. 정글에서는 MP5가 최고다.”
블랙맘바가 말을 잘랐다.
“어케 서두름메. 숨이나 쉬고 가자우.”
선우현이 능글거렸다.
“버르장머리 없는 놈!”
쌩- 옴부티가 찻잔을 집어 던졌다. 선우현이 보지도 않고 손으로 받아냈다. 빡- 옴부티가 벌떡 일어나서 정강이를 사정없이 걷어찼다.
“에쿠, 어케 이럼둥? 내래 맞을 군번 아임메.”
선우현이 깽깽이를 돌았다.
“맞을 군번 맞아. 주군이 자애롭다고 감히 맞먹으려 들어? 학생은 선생에게 맞고, 범죄자는 자경 대원에게 맞고, 하인은 주인에게 맞고, 쫄따구는 고참에게 맞는 법이야. 네놈이 별을 달았다고 하늘이 동전으로 보이디? 이등병으로 강등할까? 철조망을 빡빡 기어 볼텨?”
옴부티가 잡아먹을 듯이 갈구었다.
“아이쿠, 내래 잘못했슴둥. 총관님, 함 봐주시라요.”
선우현은 기가 팍 죽었다.
“이 자식아, 말투부터 고쳐. 이상한 말투로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하지 말어. 버르장머리없이 굴면 그라브 비죠(젖은 통나무, 방풍림 종신 관리원) 낙인을 찍어버리겠어.”
“헉, 내래 와킬의 조강지졸(糟糠之卒)이요. 조심하우다.”
“얼른 돈 벌러 가야지. 서둘러라.”
블랙맘바가 비시시 웃었다. 노바토피아 인은 모두가 자신을 신처럼 대한다. 인간으로 대해주는 녀석이 한 명쯤 있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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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판와자 그린존 캠프,
꽝- 맥킨리 준장이 전화기를 집어 던지고 부들부들 떨었다.
“갓 뗌! 손을 떼라고? 나 맥킨리를 물 먹이겠다고!”
텅 빈 전투정보실에 분노의 외침이 우렁우렁 울렸다. 전날 밤에 다이슨 준장과 프레데터 3개 조가 도착했다. 전화는 단순한 지원군으로 알았던 다이슨 준장에게 오파츠 추적을 맡기고 캠프 관리를 맡으라는 집행관의 명령이었다.
명색이 장군인데 한마디 상의도 없이 먼저 사람을 보내고, 뒤늦은 명령을 내림은 자신이 완전히 새됐다는 소리다. 게다가 캠프 관리는 영관급 임무다. 집행관이 화날만한 상황이지만, 자신도 할 말이 많았다. 어쨌든 하인드 편대를 잡고 놈들의 퇴출로를 봉쇄하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