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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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장 아수라20
물론 손실도 막대했다. 휴이 세 대가 격추되고 보조 화력으로 동원한 해병중대 두 개가 적몰하다시피 했다. 가슴 아픈 손실은 쉐도우였다. 하인드가 발악하는 바람에 스팅어 팀과 벌컨 팀이 괴멸했다. 쉐도우 77명이 사망하고 30명이 다쳤다.
쉐도우는 그린베레, 델타포스 등의 경력 3년 차 이상인 대원을 선발하고 극악한 DIA 훈련프로그램을 거친 특수부대 속의 특수부대다. 무기와 장비는 돈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쉐도우는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자원이다.
“책상물림 따위가 뭘 알아? 당신이 이투리에서 작전을 펼쳐보라지.”
맥킨리는 불경스런 발언을 서슴없이 뱉었다. 전장에서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인드에 장착된 강력한 소형 적외선 레이더는 치명적이었다. 조종사들의 실력이 그토록 뛰어날 줄도 몰랐고, 서슴없이 자살 공격을 할 줄도 몰랐다.
우수한 무기, 조기 경보 체제를 갖춰도 전장 분석을 제대로 할 수 없으면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전투가 도식대로 진행된다면 미합중국이 베트남전에서 실패할 이유가 없다.
“다이슨, 힘센 개떼를 끌고 와도 쉽지 않을 거야. 놈들은 루뱐카 우빅사거든. 흐흐흐!”
식식대던 맥킨리가 썩은 웃음을 날렸다. 다이슨이 프레데터를 끌고 왔지만, 작정하고 숨어버린 우빅사를 찾아내기란 지난하다. 튀어나온 못이 두들겨 맞는 법이다. 공을 세울 기회도 중요하지만, 몸보신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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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스키, 랭글리에서 두 번째 항의 전문이 날아왔네. 24시간 이내에 성의 있는 해명이 없으면 우간다 기지를 지워버리겠다는군. 미친개를 어떻게 달래지?”
미하일이 난감한 얼굴로 폼스키를 쳐다보았다. 머리를 싸쥐고 고민해도 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하인드 편대를 동원한 무리한 작전은 폼스키가 걱정한 대로 강력한 항의로 돌아왔다. 그린존은 미합중국이 합법적으로 배타적인 권리를 행사하는 지역이다. 증거가 고스란히 남는 바람에 빼도 박도 못할 상황이 되었다.
“우빅사는 무사합니다. 벅(bug, 감청을 뜻하는 은어)을 염려한 밀로비치가 완전 은신했습니다.”
폼스키는 동문서답했다. 벼룩 동지의 비난을 기꺼이 듣겠다던 호기는 온데간데없이 보신에 급급한 상관이 마뜩잖았다. 루뱐카의 행동은 비상식적이고 명분이 없었다. 미합중국의 반발도 문제지만, 서기장의 평화 정책에 찬물을 끼얹은 군사 작전이었다. 비난 정도로 끝날 상황이 아니었다.
“폼스키, 미친개를 달래지 못하면 자네와 난 쿨라크로 갈지도 몰라. 고르비가 가만있을 리 없어.”
미하일이 우는소리를 했다. 쿨라크에 갈 일이야 없겠지만, 자리가 위험했다.
“동지, 양키의 대외 창구는 국무부입니다. 국무부가 공식적인 항의를 하지 않고 CIA가 나선 이유는 먹이를 달란 소립니다.”
“먹이? 미처 생각지 못했군.”
미하일의 얼굴이 밝아졌다.
‘생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폼스키는 속으로 혀를 찼다. 정치적으로 임명된 국장은 조국에 대한 열정과 적에 대한 증오는 왕성했지만, 루뱐카 수장으로서 냉철함과 용의주도함이 부족했다. 한국 민항기 격추 사건의 여파가 가라앉기도 전에 사고를 쳤으니 코가 쑥 빠질 만했다.
“현지 사령관의 독단적 행동으로 돌리고, 중국에 제공한 ICBM 자료를 슬쩍 던져주면 됩니다. 효용이 다한 디펙터(전향 스파이) 한두 명을 덤으로 제공하면 입이 찢어질 겁니다.”
“호오! 바쁜 고르비 동지에게 보고할 필요도 없겠지?”
“당연합니다.”
“우빅사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오파츠는 절대로 포기할 수 없네.”
폼스키는 자신의 문제가 해결되고서야 우빅사를 거론하는 국장을 이해했다. 남의 발바닥 티눈보다 내 신발에 들어있는 작은 돌멩이가 괴로운 법이다.
“국장 동지, 그린존에 배치된 양키 전력을 상대하려면 기계화 사단을 투입해야 합니다. 조국의 상륙 능력으론 턱도 없고 해서도 안 됩니다. 코코넛 껍질은 단단하지만, 과육은 부드럽습니다. 디스트럭터(코코넛을 파먹는 해충, 은타간타 별명)를 움직이면 됩니다.”
“은타간타는 탐욕스런 돼지일세. 조국은 양키처럼 돈이 많지 않아.”
“은타간타가 원하는 물건은 극동군에 남아돕니다. 은타간타는 돈보다 화기가 필요합니다.”
“즉시 추진하게. 오파츠는 무조건 조국의 품에 돌아와야 하네. 우빅사가 잘 견뎌야 할 텐데…….”
미하일이 한숨을 쉬었다. 상온초전도체만 생각하면 목구멍에서 손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빅사는 약하지 않습니다.”
“보급도 못 받는 한 줌도 안 되는 인원일세. 아무리 초인이라도 한계가 있어.”
“즉시 실행하겠습니다.”
폼스키가 서둘러 국장실을 나갔다.
오파츠 쟁탈전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헬기를 동원한 대규모 전투는 각국 정보기관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이해 당사자들의 탐욕과 의심이 고조되었다. 첩보원이 물밀 듯이 이투리 정글로 투입되었다.
소문을 확신한 무장 군벌들은 보물지도를 탈취하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위원회는 투견이라 불리는 다이슨 준장과 프레데터를 투입하고, KGB는 마이마이 반군을 움직였다. 좁은 지역에 온갖 세력이 준동했지만, 누구도 서쪽에서 날아오는 자연재해를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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팰컨이 파이널 어프로치 레그(활주로 연장선과 일치하는 최종 접근로)에 접어들었다. 오랜만에 조종간을 잡은 레옹은 바짝 긴장했다. 부카부 비행장 활주로는 아프리카답게 엉망이었다.
“마스터, 활주로가 자갈밭입니다. 슬립에 들어갑니다.”
레옹이 경고했다.
“와킬, 안전띠 묶기요.”
“나는 걱정할 것 없다.”
블랙맘바의 엉덩이가 좌석에서 살짝 떠올랐다. 텅- 와다다다- 팰컨이 한차례 바운싱(항공기가 영각 증가로 인해 튀어 오르는 현상)후 덜컹거리며 활주했다.
“우갸갸, 무시기 이럼메!”
놀란 선우현이 좌석에 매미처럼 달라붙었다.
“또 왔군! 제발 별일이 없어야 할 텐데.”
블랙맘바는 방풍 창밖으로 휙휙 지나가는 녹색 세계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괴물!’
선우현이 미동도 않는 블랙맘바를 흘겨보았다. 자신은 속이 메슥거릴 지경인데 한가히 창밖 풍경을 감상하는 인간은 뭔가! 세상은 늘 불공평했다.
‘하긴, 아프리카에 험악하지 않은 게 있나!’
선우현은 불만을 삭였다. 불평해봐야 들어 줄 사람도 없었다.
“여전하군!”
트랩에서 내려서자 후덥지근한 열기가 훅하고 덮쳤다. 뒤이어 파리떼가 열렬히 방문객을 맞이했다. 같은 더위라도 이투리 정글은 노바토피아와 달리 끈적하고 불쾌했다. 동아프리카 적도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었다.
“악트! 환영합니다. 지부티 여단 13대대 카포랄쉐프 리머입니다. 특별군사고문님을 편안히 모시라는 대대장님의 지시를 받고 왔습니다.”
군복 소매에 노란 스트라이프 세 줄을 단 헬기 조종사가 아프리카 홍보대사라도 된 듯 식식하게 외쳤다. 13대대는 중령으로 진급한 폴이 맡은 대대다.
“젠장, 가젤이 편안하다고? 차라리 달구지를 타고 말지.”
선우현이 투덜거렸다.
“당신에게 말하지 않았다. 품위 위반으로 교육대에 들어가고 싶나?”
리머가 선우현을 째려보았다.
“썩을 놈, 겨우 병장인 주제에 장군에게 대들어!”
선우현이 한국어로 투덜거렸다.
“리머 고참병장, 마중 나와줘서 고맙소.”
“영광입니다. 리머라 불러주십시오.”
조종사가 선우현을 백안시하고 블랙맘바의 짐을 들었다.
“써글, 나는 장군인데…….”
선우현이 투덜거렸지만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레옹이 커다란 보따리 다섯 개를 가젤에 옮겨 실었다.
“리머 고참병장, 한국산 스타킹이다. 고문님이 폴 대대원들에게 하사하는 선물이다.”
“울라! 감사합니다.”
리머의 입이 찢어졌다. 한국산 고품질 스타킹은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최고의 선물이었다. 스타킹 한 켤레면 외박 나가서 오입할 수 있다.
“와킬, 정치가 열스럽슴메. 어드레 쫄병 선물까지 챙기기요.”
“쫄따구, 독충에 시달리며 정글을 몇백 킬로 걸어볼텨? 생각하고 말해라. 쯧쯧!”
블랙맘바가 혀를 찼다. 이놈은 몸으로 때운 공을 입으로 까먹는 놈이다. 선우현의 입이 조개처럼 닫혔다.
“고문님, 비행 허락을 받을까요?”
“아쉬운 소리 하느니 몸으로 때우자고.”
투투투투- 가젤이 몰로카이에서 남쪽으로 우회했다. 비행금지구역을 피해서 맘바사로 접근한 가젤이 에도스 상공에서 호버링 했다. 블랙맘바가 올롱게 부자를 구해주었던 공터다. 이곳에서 올롱게 마을까지 2km 남짓했다.
“고문님, 착륙여건이 좋지 않습니다.”
키 큰 교목이 없을 뿐, 억센 관목과 덩굴이 뒤엉킨 에도스는 헬기가 착륙할만한 여건이 되지 못했다.
“농 쁘라블렘!”
블랙맘바가 사이드 도어를 개방했다. 귀를 찢는 로터 소리와 엔진 소음이 몰려들었다. 블랙맘바가 대책 없이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억, 무시기!”
식겁한 선우현이 아래를 내려보았다. 60kg 백 팩을 멘 인간이 바위틈에 고양이처럼 사뿐히 착지했다.
“내래 기죽지 않으려면 사람하고 다녀야겠음둥.”
선우현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못 보는 사이에 와킬은 또 달라졌다.
“임마, 패스트 로프 내려!”
선우현이 버럭 했다. 스스로 초인이라 자부하지만 무거운 장비를 짊어지고 100피트 높이에서 뛰어내렸다간 바로 사망이다. 선우현이 2인치 패스트 로프를 거미처럼 타고 내려갔다. 위이잉- 가젤이 아수라와 덜떨어진 하인을 내려놓고 고도를 높였다.
“와킬, 늑대 이빨인지 개 이빨인지 불러야 하지 않겠슴메?”
“일없다.”
블랙맘바가 바로 묵살하고 앞장섰다. 목적은 전과가 아니라 정보다. 캠프에서 탈출한 금발 미녀를 확보하려면 가볍고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늑대 이빨은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이거이 만만치 않슴둥!”
선우현이 앓는 소리를 냈다. 유쾌하지 않을 거라는 경고를 몸으로 확인하는 중이다. 무겁고 축축한 공기에 폐가 눌리는 기분이었다.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잎과 미끄러운 바닥, 억센 가시가 빼곡히 박힌 양치류가 발길을 잡았다. 곳곳에 질척한 물웅덩이도 불쾌지수를 올렸다. 정신없이 달라붙는 이름 모를 날벌레는 불쾌지수를 두 배로 올렸다.
‘읔!’
왼쪽 귀에서 격렬한 통증이 느껴졌다. 손바닥으로 사정없이 때렸다. 콩알만 한 거미가 손바닥에 눌어붙었다. 재빨리 중화제를 발랐지만, 왼쪽 귀가 찐빵처럼 부풀었다. 스스스- 나뭇가지에서 시퍼런 거미 수백 마리가 거미줄을 타고 내려왔다.
“빌어먹을!”
선우현은 허겁지겁 안면 마스크를 쓰고 살충제 스프레이를 뿌렸다.
“디엘드린을 처바르고 마스크를 덮어쓰라니깐.”
블랙맘바가 혀를 찼다. 똥인지 된장인지 맛을 봐야 아는 놈은 수시로 똥을 맛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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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루위미강 지류에서 모코로(아프리카 통나무배)틈을 데포라(고무나무의 일종) 수액으로 메꾸던 올롱게는 철썩하는 소리에 재빨리 몸을 숨겼다. 피그미의 귀는 보통 사람보다 열 배는 밝다.
“우르두바!(검은 악귀!”
블랙맘바와 선우현을 발견한 올롱게의 공포에 물들었다. 피그미족은 악명과 달리 순박하고 외지인을 두려워한다. 숲 밖의 흑인들로부터 끊임없이 핍박받고 속임수를 당하기 때문이다.
올롱게는 마을을 향해 죽으라 뛰었다. 바나나 속처럼 허연 백인은 막무가내로 공격하지도 거칠게 행동하지도 않았지만, 얼굴이 시커먼 우르두바는 닥치는 대로 죽이는 공포의 존재였다. 피그미족은 백인이 복면을 쓰면 우르두바가 된다는 사실을 몰랐다.
블랙맘바는 올롱게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내버려두고 느긋이 뒤따랐다. 피그미족은 숲 곳곳에 밴드를 두고 수시로 주거지를 옮긴다. 예전의 마을 위치가 GPS에 입력되어 있지만, 예전의 올롱게 마을이라는 보장이 없다.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군!”
블랙맘바가 한탄했다. 마을은 쥐죽은 듯이 조용했다. 사십 채의 움막에 피그미족 200명이 숨어있다. 피그미족은 숲 인간이다. 그들이 숲에 은신하면 자신도 쉽게 찾아내지 못한다. 왜 익숙한 숲 속으로 도망가지 않는 것일까?
갈대와 야자잎으로 엮은 움막은 걷어차면 무너져 버릴 정도로 내구성이 없다. 허술한 벽체가 포악한 적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해 줄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이들의 두려움을 이해하지만, 대처 방법은 이해할 수 없었다.
“와킬, 저거이 쌈디를 닮았슴메.”
선우현이 마을 입구에 서 있는 커다란 목상을 가리켰다.
“크크크, 쌈디 맞다. 쌈디는 피그미족의 수호신이다.”
블랙맘바가 낄낄 웃었다.
“무시기 말씀인지?”
“쌈디가 피그미를 잡아먹는 괴수를 때려잡았거든.”
“멍청한 야만인 같으니…….”
선우현이 고개를 흔들었다.
“올롱게!”
블랙맘바가 큰 소리로 불렀다. 서너 번 부르자 올롱게가 쭈뼛거리며 나타났다.
“내가 왔다!”
블랙맘바가 고글과 마스크를 벗었다.
“마하두라카!”
겁먹은 얼굴이 활짝 펴졌다. 두 팔을 번쩍 들고 외쳤다.
“마쵸카타 아우리가!”
집 안에 숨어있던 피그미들이 우르르 뛰쳐나와 엎드렸다.
“마쵸카타 아우리가!”
함성이 울렸다. 블랙맘바가 손을 흔들었다. 함성이 뚝 그쳤다.
“우마르 쌈디?”
올롱게가 선우현을 가리켰다. 수호신 쌈디냐는 물음이다. 블랙맘바가 고개를 흔들었다. 올롱게의 얼굴에 설핏 실망감이 스쳐 갔다.
“신이 강림했다고? 와킬, 난쟁이 마을에 모란봉 극단을 불러서 영웅 놀이 공연이라도 했슴메?”
선우현이 사기꾼을 보는 눈빛으로 블랙맘바의 얼굴을 흘끗거렸다. 순수한 쌈디와 닳고 닳은 선우현의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