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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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장 아수라23
“별로 깊지 않은디.”
강폭도 좁고 흐름도 정체된 강이다. 까짓것 몸으로 때우면 된다. 선우현이 상하 일체형 방수 슈트를 꺼냈다. 블랙맘바가 고개를 흔들고 올롱게를 가리켰다. 올롱게가 잔뜩 기대 어린 표정으로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와 그라네?”
올롱게는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종간나새끼래 비웃는 거지비?’
선우현은 은근히 기분이 상했다.
“생각 좀 하고 살아라. 수억 년 동안 퇴적된 나뭇잎과 동물 사체가 어디로 가겠나? 발을 들여놓는 순간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다.”
지청구를 던지는 블랙맘바의 표정도 올롱게와 다르지 않았다.
“넨장, 당해보지 않았는데 어케 알가써. 49호 새끼래 쌈디와 비교하고 있었구마이라.”
선우현이 눈을 부라렸다. 쌈디가 수호신으로 추앙받는 이유를 알만했다. 무식한 쌈디는 막강 피지컬을 앞세워서 탱크처럼 장애물을 돌파했겠지만, 자신처럼 평범한 인간은 언감생심이다.
“쉿!”
올롱게가 블랙맘바를 가리켰다. 블랙맘바가 까마득히 솟은 거목 앞에서 자세를 잡고 있었다. 선우현이 입을 다물었다.
“합 합 합 호홉”
지풍을 뽑아낼 수 있다면 검기를 뽑지 못할 이유가 없다. 공진이 우르르 휘돌았다. 세포가 올올이 깨어났다. 의식이 한 점에 모였다. 공진파가 나무 진동수와 동조했다. 슈악- 섬광이 거목의 밑동을 스쳐 갔다.
“쿠파타!(위험해!)”
올롱게가 선우현의 옆구리를 탁 때리고 튀었다.
“위험?”
솨아아- 하늘이 컴컴해졌다.
“으갸갸!”
식겁한 선우현이 개구리처럼 펄쩍 뛰었다. 꽝- 거목이 쓰러졌다. 거울처럼 매끈하게 잘린 아비시니아 밑동 지름이 선우현의 키보다 굵었다.
“헉, 내래 명대로 살지 못하겠슴둥!”
얼굴이 하얗게 질린 선우현이 쓰러진 거목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하마터면 나무에 깔려 죽을 뻔했다.
“이거이 어케된 겁네까?”
선우현의 시선이 쿠크리와 쓰러진 거목을 오갔다.
“그냥!”
“그냥?”
선우현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인간은 말도 통하지 않았다. 블랙맘바가 쿠크리로 대충 큰 가지를 쳐내고 거목을 번쩍 들었다. 쿵- 50m 길이의 통나무 다리가 에플루강 지류 양쪽 언덕에 척 걸쳐졌다.
“마쵸카타 아우리가!”
올롱게가 양팔을 번쩍 들고 엎드렸다. 블랙맘바가 통나무 다리를 유유히 건너갔다.
“어어어!”
선우현은 어어 소리만 연발했다. 아무리 그러려니 한다지만 정도가 지나쳤다.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와킬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이 자신이라고 큰소리친 입이 부끄러웠다. 블랙맘바는 신이 아니지만, 신이라 불려도 손색없는 사나이였다.
선우현이 통나무 다리를 반쯤 건넜을 무렵, 강물이 요동쳤다. 푸확- 거대한 악어가 예고 없이 수면을 박차고 솟구쳤다. 쩍 벌어진 시뻘건 아가리에 박힌 65개의 원뿔형 이빨이 악의로 번득였다. 놈은 강력한 꼬리를 추진력 삼아 무려 4m를 도약했다.
“내래 우습게 보이디!”
선우현이 팡게를 빗살처럼 휘둘렀다. 거창한 이름짓기를 즐기는 그가 ‘천공의 신기루’라 이름 붙인 자작 검법이다. 블랙맘바라는 초신성에 가려졌을 뿐 선우현도 빛나는 별이다. 악어는 먹이를 잘못 선택했다.
쿠엑- 단말마의 비명이 울렸다. 일순간에 난자당한 거대 악어가 강물에 첨벙 떨어졌다. 쏴아아- 수를 셀 수 없는 크고 작은 수중 생물이 예리한 이빨을 앞세우고 몰려들었다.
수면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찢어진 육편이 이리저리 흩어지고 강물이 붉게 물들었다. 채 3분도 지나지 않아서 수면에 흩어진 살덩이까지 사라지고 거대한 뼈만 덩그러니 남았다.
“흐으~”
선우현이 헛바람을 들이켰다. 체장 5m 악어를 순식간에 해 치운 끔찍한 놈들이 수면에 대가리를 내놓고 빤히 노려보고 있었다. 빠각- 빠각- 미련이 남았는지 뱀장어 비슷한 놈이 뼈를 갉는 소리가 배경 음악으로 깔렸다. 학을 뗀 선우현이 후다닥 건너갔다. 그는 이투리가 왜 이투리인가를 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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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맘바는 묵묵히 추적을 이어갔다. 먼 곳에서 수시로 들리는 포성과 총성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개떼처럼 몰려든 각국 첩보원과 게릴라들이 보드카를 들고 친목회를 할 리는 없으니 말이다.
‘찾았나?’
블랙맘바가 움찔했다. 공기 중에 이질적인 냄새 분자가 떠돌았다. 두웅- 공진파가 대기를 압축했다. 흐릿한 냄새 분자의 밀도가 높아졌다. 땀 냄새, 정확히 말하면 땀에 녹은 각질에서 증식한 박테리아 분비물과 땀샘이 분비한 지질과 지방산이 부패하는 냄새다.
인간과 동물의 땀 냄새는 다르다. 동물의 땀 냄새는 쉰내가 날지언정 찌든 내는 나지 않는다. 인간은 소금을 압도적으로 많이 섭취한다. 땀을 흘리고 시간이 지나면 땀에 함유된 나트륨이 박테리아 분해 작용을 촉진하므로 찌든 내가 나게 된다.
‘빙고!’
찌든 내를 잡아낸 블랙맘바가 쾌재를 불렀다. 로스께 은신처가 멀지 않았다는 확실한 증거다. 나뭇가지를 꺾어서 툭 튀겼다. 톡- 뒤통수를 맞은 올롱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위험 감지능력과 눈치는 백 단이었다. 사사삭- 선우현도 게걸음으로 전권을 빠져나갔다.
개 코는 오래지 않아 땀 냄새에 섞인 또 다른 냄새를 포착했다. 부타논, 페논, 인돌, 스카톨은 소화기관이 영양을 흡수하고 몸 밖으로 배출한 노폐물에서 나는 냄새다. 한마디로 똥 냄새다.
‘언놈이 방귀를 날렸구마.’
블랙맘바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고도로 훈련받은 스파이가 분변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을 리 없다. 배변은 비닐봉지에 넣어서 묻었겠지만, 방귀는 어쩔 수 없다. 거친 음식일수록 소화 과정에서 가스가 많이 발생한다. 용가리가 아닌 이상 발생한 가스를 배출할 수밖에 없다.
‘이거 왜 이래?’
냄새를 추적하던 블랙맘바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진해져야 할 냄새가 뚝 끊어졌다. 공간지각력을 펼쳐도 잡히는 게 없었다. 난감해진 그는 물러나서 원점에서 다시 냄새를 추적했다.
‘결계를 쳤군!’
지름 300m 서클을 세 바퀴 돈 다음에야 냄새가 사라진 원인을 알았다. 놈들이 공간을 왜곡했다. 의심스러운 지점은 75m 전방에 보이는 시커먼 화강암 바위였다.
바위 하부는 썩어가는 고목, 고목을 뒤덮은 녹색 선태류와 기생 덩굴, 빽빽한 양치식물로 뒤덮이고 상부만 드러나 있었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바위지만, 갓 급 스나이퍼의 눈은 평범함에서 특별한 부분을 볼 수 있다.
문제는 공간 왜곡이었다. 안법으로 바위를 볼 수는 있지만, 접근하면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바위를 비켜갔다. 추적자가 농락당할 만했다. 블랙맘바는 락샤샤 손잡이를 만지작거리다 생각을 바꾸었다. 결계를 박살 낼 수는 있지만, 손 놓고 구경할 우빅사가 아니다.
이렇게 되면 인내력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스스스- 블랙맘바가 물에 가라앉듯이 땅속으로 파고들었다. 공진파와 자연동화술을 동시에 발휘했다. 온갖 종류의 곤충과 파충류, 절지동물이 존재감이 사라진 블랙맘바의 머리를 밝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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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바사 북서쪽 32km 지점의 오트우엘레(Haut-Uele), 밀로비치가 이끄는 우빅사가 림발리 부근(扶根) 지하에 비트를 파고 은신한 지 열흘이 지났다. 오트우엘레는 이투리 정글 중심부에 근접한 지역으로 표범, 테러버드, 왕뱀 등의 맹수가 우글대고 독사와 독충 서식 밀도도 높았다.
은신 지역으로 적합했지만, 문제는 물과 식량이었다. 30평 남짓한 넓은 비트지만, 우빅사의 사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이투리 정글에 투입된 지 두 달째다. 의약품과 생필품이 동났다.
미군과 교전 중에 유실한 장비와 동결건조 식량이 치명적이었다. 현지보급은 불가능했다. 듣도보도 못한 동식물 대부분이 독을 품었다. 토끼 비슷한 동물을 잡아먹은 대원은 죽다 살아났고, 망고를 닮은 과일을 먹은 16호는 중독사했다.
설상가상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원주민 마을에서 구입한 옥수수와 카사바 가루를 생으로 먹은 대원들이 설사병에 걸렸다. 체내 수분 부족으로 인해 장에 서식하는 소화 효소와 균이 위축된 탓이다. 설사는 체력을 급격히 갉아먹는다.
수분 부족으로 설사가 발생하고 설사가 체내 수분을 고갈시키는 악순환이 벌어졌다. 대원들의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그렇다고 익혀 먹을 수도 없었다. 음식 냄새는 2km 이상 퍼진다. 결계도 냄새를 완벽히 차단할 수는 없다.
열악한 환경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기약 없는 기다림이었다. 마이마이와 교신할 수도 없고 비트를 벗어날 수도 없었다. 하염없이 기다리자니 미칠 노릇이었다. 진퇴양난에 빠진 우빅사는 차츰 평정을 잃어가고 있었다.
“동지, 본국과 통신을 재개하심이…….”
“안돼!”
밀로비치가 부하의 말을 잘랐다.
“모스크바는 양키와 마찰을 원치 않는다. 마이마이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멍청이가 우리를 찾을 수 있을까요? 루웬조리 산맥까지 250km에 불과합니다. 제가 공간을 왜곡하고 3호가 소음을 막으면 탈출할 수 있습니다.”
“양키는 바보가 아니다. 수많은 감청기와 카메라를 피하기도 어렵고, 양키의 눈을 속인다 해도 이투리 정글을 속일 수는 없다. 은타간타는 대주술사다. 늦어도 찾아온다.”
밀로비치는 손이 목구멍에서 튀어나올 정도로 다급했지만, 기다림 외에는 할 일이 없었다. 눈앞에 어른거리는 인민훈장도 살아있어야 목에 걸 수 있다. 우간다 국경을 넘을 수만 있다면 깜둥이 아니라 골든 캣의 도움이라도 받아야 했다.
“22호, 대장 동지를 믿고 자신을 믿어라.”
부관 세브첸코가 역성을 들자 22호는 눈을 질끈 감았다. 죽을 때 죽더라도 한바탕 날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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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맘바가 노리고 있는 지하 비트, 비좁은 공간은 숨쉬기 힘들 정도로 열기와 냄새가 가득했다. 폭우가 쏟아진 후로는 스코프 렌즈가 흐려질 정도로 습도가 높아졌다.
헬렌은 특별 대우를 받았다. 지하 공간 70㎡ 중에 헬렌이 8㎡나 차지했다. 나머지 공간을 팀원 14명이 분점하고 공용 공간이 차지했다. 헬렌은 음식과 물도 우선 배급받았다.
“6호, 방귀는 참을 수 있잖아.”
헬렌이 짜증을 부렸다. 추적자들이 수차례 비트 주위를 오갔다. 2호가 공간을 비틀고 3호가 소리를 차단하지 않았으면 벌써 끝장났다. 방귀와 기침, 재채기 등의 생리 현상 통제는 첩보원 교육의 기본이다.
“헬렌, 나도 노력 중이야.”
6호가 영혼 없는 대답으로 응했다.
“노력한다는 사람이 방귀를 기관총처럼 쏴대는 거야?”
헬렌이 눈을 흘겼다.
“이~”
6호의 눈이 사나워졌다. 자원이 한정된 공간에서 누군가 특별 대우를 받으면 누군가는 차별을 받게 된다. 강력한 애국심으로 무장한 6호도 앙알대는 헬렌을 쏴버리고 싶었다. 5호가 6호를 툭 쳤다. 헬렌은 보호해야 할 존재다.
“헬렌, 냉동기를 잠깐만 빌려줘. 방귀는 뱃속 온도가 높아진 탓이라고. 방귀 냄새가 싫으면 냉동기를 빌려줘.”
6호가 실실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샥- 헬렌이 망설임 없이 RN-2 대검을 휘둘렀다. 6호가 식겁해서 손을 거두었다.
“미친년!”
학을 뗀 6호가 흙벽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정식 대원도 아닌 년이 어찌나 사나운지 말도 붙이기 힘들었다. 인민영웅만 아니었으면 벌써 맹수와 독충이 들끓는 숲에 내다 버렸을 년이다.
“미친놈!”
헬렌이 피식 웃고 스포츠 브라 속에서 오파츠를 꺼냈다. 젖가슴이 동상 걸린 듯 시퍼렇게 변색하였다. 괴롭지만 목숨보다 귀중한 물건을 배낭에 넣을 수도 없었다. 몸에서 한시라도 떨어지면 불안해졌다.
오파츠는 실내 온도가 올라가자 더욱 싸늘해졌다. 그녀의 지식수준으로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야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체였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KGB의 속성은 끈적거리는 어둠이다. 아무것도 알려고 하지 마라. 명령받은 대로 실행하라. 알아도 말하지 마라. 동지도 믿지 마라.
헬렌은 오파츠를 천으로 둘둘 말아 아랫배에 단단히 동여맸다. 장소를 옮겨가며 몸에 부착해야 냉기를 견딜 수 있었다. 그녀는 조직의 가르침에 충실했다.
“6호 7호, 정찰 시간이다.”
안쪽 벽에서 목소리가 들렸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투명술을 사용하는 1호였다. 밀로비치는 네 시간마다 정찰을 지시했다. 목적은 위험요소 확인과 마이마이 반군 접선이었다.
‘와따, 징한 새끼들!“
블랙맘바가 혀를 찼다. 바위 좌측의 관목이 움직였다. 특급 스나이퍼의 눈은 벡터 변위와 카오스 변위를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 관목은 일정한 방향 일정한 속도로 움직였다.
관목이 밀려난 자리에 동그란 바가지가 거짓말처럼 솟았다. 지표면에서 살짝 솟은 바가지는 한동안 꼼짝도 않았다. 7호는 대기 중에 떠도는 냄새를 분석하는 중이었다. 이상 없음을 확인한 7호가 도마뱀처럼 매끄럽게 빠져나왔다.
“흐읍~”
7호는 공기를 깊이 들이마셨다. 지하의 오염된 공기에 비하면 눅눅한 공기조차 천국의 향기였다. 녹색 바가지가 한 개 더 솟았다. 비트를 빠져나온 6호가 관목을 제자리로 돌렸다.
“방풍림 관리원이 딱인데!”
블랙맘바가 입맛을 다셨다. 타이트한 녹색 복장과 풀 페이스 헬멧, 고글과 마스크로 눈과 입을 가린 모습이 그라브 비죠와 판박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