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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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장 필사의 탈출3
“늙은 용병을 사랑하는 벨맨과 같지 않을까!”
제법 불어 실력이 늘어난 블랙맘바가 받아쳤다.
“와우, 정조대 총각, 농담할 정도로 불어 실력이 늘었구나. 이젠 아가씨에게 팬티를 벗으라고 말 할 수도 있겠어. 귀환하면 샤리 메르디앙 호텔로 직행하자구.”
“췟!”
블랙맘바는 고개를 돌렸다.
정조대 총각은 깔비 되지엠 랩에서 동료들이 부르던 별명이다. 팬티를 벗으라는 말을 할 줄 몰라 오입을 못한다는 뜻이다. 불어가 신통찮고 여자를 안지 않는 블랙맘바를 놀리는 별명이다.
블랙맘바는 혜영 외에는 여자를 안지 않겠다고 결심한 순정파다. 사랑이 없는 육체관계는 추하다고 믿는 순진남이다. 남자는 침대에서 여자를 죽일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 마초남이기도 하다.
여자를 안지 않는 이유?
마음이 내키지 않기 때문이다. 혜영은 입김만 닿아도 자지러진다. 그녀에겐 싱그러운 페르몬 향기가 풍긴다. 연푸른 빛이 도는 맑은 눈동자가 부딪혀 오면 정신이 혼미해진다. 찰진 고무처럼 남성을 흡수한다.
죽자고 애무해도 츄잉검을 짝짝 씹는 여자, 짙은 노린내를 풀풀 풍기는 여자, 땀구멍이 훤히 보이는 퍼석한 피부, 털까지 숭숭난 여자를 어떻게 안으란 말인가!
군인, 특히 거친 용병들은 급료의 대부분을 여자 밑구멍에 쑤셔박고, 술집에 퍼붓는다. 고향에 부인을 둔 장쒼도 다를 바 없었다.
블랙맘바는 별종이었다. 동료들과 아작시오 시내를 나가도 간단한 쇼핑만 마치면 부대로 귀환하곤 했다. 블랙맘바가 오입을 하느냐 마느냐로 수차례 내기가 벌어졌다.
주로 술을 진탕 먹여서 미녀를 안기는 고전적인 수법을 썼다. 조금 과격한 수단으로는 마약을 먹이려는 시도도 있었다. 블랙맘바는 아무리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 막강한 피지컬이 바로 분해해서 배출시켜 버린다.
어떤 미인도 블랙맘바의 욕정을 블러일으키지 못했다. 대구 최고의 미인이라는 최민숙도 사춘기때의 블랙맘바를 유혹하지 못했다. 블랙맘바의 정력은 천하 제일이다. 설사 욕정이 뻗치더라도 오형제의 신세를 질 인간이 블랙맘바다. 마약 따위는 그의 후각과 미각을 절대 통과하지 못했다.
블랙맘바에게 콜걸을 안기려는 모든 시도가 실패로 끝났다. 고자라고 소문났지만 곧 ‘정조대 총각’이라는 악의적 별명이 붙었다. 마음만 먹으면 검은 배든 희 배든 이튿날까지 너끈히 탈 수 있는 블랙맘바다. 겨우 30분도 일을 치르지 못하는 토끼들이 고자니 정조대니 까부는 꼴이 가관이었다.
작은 막사에 샤트르와 블랙맘바가 나란히 눕자 주인이 쫓겨났다. 막사를 빼앗긴 깨비텐은 픽업 뒷좌석을 자신의 잠자리로 잡았다. 장쒼은 졸지에 바위 밑으로 쫒겨났다. 깨비텐은 냉정한 판단력을 가진 리더다.
샤트르의 용태를 살핀다고 막사를 드나들었지만 사실은 블랙맘바의 부상에 신경썼다. 블랙맘바에게 문제가 생기면 샤트르는 물론 팀 전체의 생명이 위협받기 때문이다.
냉정한 깨비텐도 샤트르의 용태가 나빠지자 급 당황했다. 본부에 후송 헬기를 요청했지만 거부 당했다. 에르 엑딤 계곡에서 스트렐라에 격추된 헬기가 거부 원인이었다. 미처 생각지 못한 부작용이었다.
깨비텐은 격추 부작용이 아니라 오바뉴 회의에서 라텔 팀이 버려졌다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다. 필립 대령이 구조대 100명을 몬도로 밀어 넣었다는 사실도 당연히 몰랐다.
팀장의 막사라고 해서 별다를 것도 없다.
막사 바닥은 모래다. 모래위에 지지봉을 세우고, 황갈색 펠트천을 덮었다. 햇볕과 모래바람만 차단하는 간이 막사다.
깨비텐은 열에 들떠 신음하는 샤트르를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자신의 판단 미스로 인해 헬기 조종사가 사망하고 샤트르가 위험해졌다. 울고 싶을때 때리는 놈이 생겼다.
“깨비텐, 프롤리나트 놈들이 후송 헬기를 노릴 때 내가 했던 말 기억하지? 샤트르가 잘못되면 알지?”
블랙맘바가 주먹을 쥐고 흔들었다.
깨비텐은 자신도 모르게 흠칫 뒤로 한 발 물러섰다.
북부군의 머리를 수박 터뜨리듯 박살내는 주먹이다. 스티로폼을 뚫고 들어가듯 인간의 몸통에 틀어박히는 주먹이다. 그 어떤 흉기보다 무서운 흉기가 저 놈의 손발이다.
“블랙, 장교를 패 죽이겠다고 위협하는 이등병은 지구상의 어떤 군대에도 없다. 레종 에뜨랑제는 더더욱 없고 말이야. 새까만 쫄따구가 너무하지 않나?”
깨비텐이 볼멘소리를 했다. 옆에서 벨맨이 키득키득 웃었다.
누워있던 블랙맘바가 슬그머니 옆에 풀어 놓은 레그 벨트에서 쿠크리를 뽑아 들었다.
막사 바닥 땅속에서 묘한 생기가 느껴졌던 것이다.
강하게 전해지는 살의에 비해 생기는 별로 강하지 않았다. 파충류 독물의 특징이다. 신진대사가 느린 만큼 기감에 쉽게 잡히지 않는다.
안력을 집중하자 모래에 박힌 조그만 가시 같은 물체가 보였다. 깨비텐의 발 옆이다. 스나이퍼의 주의력은 보통사람과 격이 다르다. 분명히 없던 물체였다.
“헉, 블랙 왜 그러나. 그만한 일에 칼을 뽑다니 자네 미쳤나?”
식겁을 한 깨비텐이 손을 흔들며 물러났다.
“스톱!”
‘씨에스’라고 할 것이 급하니 스톱이 튀어 나왔다.
깨비텐의 발이 움직이자 모래가 솟구치며 길쭉한 생물이 스프링처럼 튀어 올랐다. 놀란 깨비텐은 대응도 못하고 눈만 잔뜩 커졌다. 지켜보던 벨맨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번쩍 섬광이 일었다.
빠악- 파충류의 목을 뎅강 잘라낸 쿠크리가 샤트르가 누워있는 야전 침대 목봉에 깊숙이 틀어 박혔다. 일인치만 빗나가도 샤트르의 몸에 쿠크리가 틀어 박혔다. 벨맨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길쭉한 물체가 바닥에 철퍼덕 떨어졌다.
머리에 뿔이 달린 사막살무사다. 깨비텐은 목이 잘린 1.5m크기의 대형 독사와 블랙맘바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하얗게 질렸던 벨맨의 얼굴도 제 색깔을 찾았다.
“햐, 뿔 달린 놈이라 은신술도 보통이 아이구마.”
블랙맘바가 감탄사를 뱉었다. 막사에 기어 들어와 모래 속에 은폐한 놈의 동화율은 백프로였다. 자신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코브라나 블랙맘바 같은 대형 독사의 공격 속도는 상상을 불허한다. 0.2초면 일 미터 거리의 먹이를 공격할 수 있다.
사람이 위험을 감지하고 반응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0.5초다. 훈련으로 0.3초까지 단축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어떤 인간도 1m거리에서 대형 독사의 기습 공격을 피하지 못한다는 소리다.
벨맨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예상치 못한 독사의 공격보다 블랙맘바의 반응이 놀라웠다. 그야말로 일순간에 살모사의 움직임과 칼날이 날아가는 속도와 방향을 정확히 읽어냈다.
깨비텐의 얼굴이 뒤늦게 딱딱하게 굳어졌다.
백신도 없는 마당에 대형 독사에게 물리면 대책이 없다. 자신은 즉각적이고 현존하는 위험에 처했다. 블랙맘바 덕분에 위기를 넘겼다.
“깨비텐, 블랙에게 술 한 잔 사야겠습니다.”
“그, 그럼. 당연히 사야지. 뱀새끼가 언제 막사에 들어왔지?”
블랙맘바가 쿠크리를 뽑을때 삽질을 한 그는 얼굴이 뜨끈해졌다. 벨맨이 다 이해한다는 듯이 비시시 웃으며 대답했다.
“야간에 샤트르의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불을 피웠습니다. 저 놈이 따뜻한 곳을 찾아 기어 들어온 모양입니다. 블랙맘바에게 걸린 저 놈도 엔간히 재수가 없네요.”
“저 놈이 아니면 내가 재수 없어졌겠군.”
깨비텐은 등골에 식은땀이 찼다.
“망할 놈, 말이나 하고 칼을 뽑지.”
깨비텐이 투덜거렸다. 슬그머니 쿠크리를 뽑아들때는 정말 깜짝 놀랐다.
전투와 살인에 노출된 군인은 일시적으로 광기를 부리거나 일탈 행동을 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천하의 블랙맘바가 미쳐 날뛰면? 생각만 해도 모골이 송연했다.
“어떻게 알았나?”
깨비텐의 질문에 심드렁한 대답이 돌아왔다.
“감으로”
“감? 센스?”
“옛썰, 식스 센스”
“오우, 센쉬아이르!”
“하긴 살모사따위가 블랙맘바의 센쉬아이르를 따를 수 없지.”
깨비텐과 벨맨은 큰 깨달음이라도 얻은 듯이 감탄했다.
블랙맘바는 얼굴을 붉혔다. 열심히 공부했지만 여전히 불어보다 영어가 익숙했다. 물론 영어가 능통하다는 소리도 아니다. 확실히 자신은 언어능력이 떨어지는 편이었다.
벨맨은 커다란 사막살모사를 집어 들고 흥미 있게 관찰했다. 쿠크리는 다른 조직은 건들지 않고 정확히 목만 끊어냈다. 침대에 누운 채로 던진 칼이다. 이제는 그러려니 하지만 겪을 때마다 신기하기만 했다. 먹이도 별로 없는 황량한 곳에서 덩치를 키운 살모사도 신기했다.
“장쒼!”
벨맨이 장쒼을 불렀다.
“이거 요리할 수 있지?”
“농 쁘라블렘!”
장쒼이 이빨을 드러내고 웃었다.
벨맨이 뱀을 휙 던져주었다. 쉰덕이라면 커다란 뱀도 훌륭한 요리로 변신시킬 능력이 충분했다.
누워있기 답답했던 블랙맘바가 막사를 나섰다.
장쒼이 살모사의 껍질을 벗기고 있었다. 뱀은 아가리 껍질을 벗겨서 꼬리 쪽으로 당겨 내리면 한 번에 껍질이 벗겨진다. 덤으로 내장도 딸려 나온다.
장쒼은 노획한 AK총신에 아나고처럼 속살을 드러낸 뱀을 둘둘 말아 모닥불에 올렸다. 꼬치처럼 빙글빙글 돌리며 굽자 기름이 모닥불에 뚝뚝 떨어졌다. 구수한 냄새가 퍼졌다.
장쒼은 흥미롭게 지켜보는 팀원들에게 살모사 고기를 한 점씩 잘라 주었다. 정력에 좋다는 공치사를 곁들였다. 친토산에서 서바이벌 훈련을 받을 때 지렁이까지 잡아먹었다. 뱀고기를 마다할 팀원은 아무도 없었다.
잠이 깬 샤트르가 막사에서 나왔다. 구운 고기를 한 점 먹고는 장쒼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었다. 성대가 굳어져 쉭쉭 소리가 새어나왔다. 블랙맘바는 안타까운 눈으로 샤트르를 바라보았다. 샤트르의 생기가 갈수록 약해졌기 때문이다.
블랙맘바의 상처는 급속히 회복되었다.
하루 만에 상처가 아물러 붙고, 이틀이 지나자 딱지가 앉았다. 삼일 만에 딱지가 떨어졌다. 소독을 하려고 붕대를 풀어낸 벨맨은 입을 딱 벌렸다.
세로로 쪼개진 근육이 회복되려면 최소 삼 주가 필요하다. 의학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경이적인 재생 능력이다. 벨맨이 불그스름한 흉터를 쏘아 보았다. 눈에서 레이저가 쏘아져 나올 듯 했다.
“왜? 해부라도 해 보고 싶어?”
“해부까지는 아니고, 도대체 이유가 뭐야?”
“한국산 인삼을 많이 먹어서 그래.”
벨맨도 한국산 인삼의 효과는 신뢰하는 편이다. 그래도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진짜?”
“그리고 동정을 지켜야 돼. 정액을 유출시키지 않으면 세포에 흡수되어 미토콘드리아를 활성화시키거던.”
정조대 총각이라 부른 분풀이다.
“망할 놈! 속 좁은 놈.”
벨맨이 주먹을 쥐고 흔들었다.
블랙맘바는 하루를 꼬박 샤트르 옆에서 보냈다.
살모사 고기를 먹을 때까지도 혼자 거동하던 샤트르가 갑자기 혼수상태에 빠졌다. 깨비텐이 후송 헬기를 거듭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팀의 분위기가 우중충해졌다.
“블랙!”
“샤트르, 정신이 들었나.”
새벽녘에 샤트르가 정신을 차렸다. 근육 경직도 호전되었다. 말소리가 또렷했다.
“블랙, 이 전쟁은 우리 싸움이 아니다. 마호가니 책상에 앉아 전화기나 돌리는 노친네들 싸움이다.”
“나도 대충 안다.”
“절대 죽지 말고, 다쳐서도 안 돼. 추잡한 늙은이들의 책동에 젊은 자네가 말려들어서는 안 돼.”
“알았다. 말 많이 하지마라.”
블랙맘바는 가슴이 저렸다. 중환자가 갑작스럽게 호전되면 좋은 신호가 아니다.
“그래, 전공을 올릴 욕심 따위는 절대 부리지 마라.”
샤트르는 말을 많이 하지 말라는 권유를 귓등으로 흘렸다.
“나도 살기 위해 싸운다. 어려서부터 그래 왔다.”
“며칠 누워 지냈더니 답답해 죽겠다.”
샤트르가 상체를 일으키려고 버둥거렸다. 블랙맘바는 급히 큼직한 쿠션을 등에 받쳐 주었다. 그가 위장포에 갈대를 쑤셔 넣어 만든 급조 쿠션이다.
“자네 개미와 인간의 차이를 알고 있나?”
“경청한다.”
“개미와 인간은 둘 다 군집생활을 하고, 분업을 하고,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권위에 순종한다. 여왕을 정점으로 병정개미가 수개미와 일개미를 통제해서 군집을 유지한다. 일개미 사이에도 계급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몰랐지?”
“몰랐다.”
블랙맘바는 알고 있지만 모른다고 대답했다. 샤트르의 기분을 올려주기 위해서다.
“동족과 집단 전쟁을 벌이고, 동족을 대량 학살한다는 점에서 인간과 개미는 비슷하지. 그런데 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어. 개미 세계에서는 나이든 놈이나 수컷들이 대우를 받지 못해. 결혼 비행을 끝낸 수컷 개미는 무리에서 쫓겨나거나 구박 받으며 살아가지. 나이든 개미도 수컷과 비슷한 대우를 받게 돼. 오스트레일리아에 ‘오케오필라 스마라그디나’라는 요상한 이름을 가진 개미가 있거던. 이 종의 늙은 개미들은 개미굴에서 멀리 떨어진 ‘전진 초소’에 따로 나가서 근무하지.
“노병 전위대인가?”